나폴레옹피시는 성장하면서 이마에 혹이 생기고, 입술이 두툼해진다. 머리 쪽에는 파란색에 미로 모양의 무늬가 있고, 몸통에는 녹색 바탕에 검정색 줄무늬가 있다.
나폴레옹피시는 농어목 놀래기과에 속하는 대형 어류로 영어로는 ‘Humphead wrasse’ 또는 ‘Napoleon wrasse’라고 부른다. 같은 놀래기과에 속하는 혹돔(Bulgyhead)과 마찬가지로 수컷의 윗머리가 혹처럼 불룩하게 튀어나왔지만 서로 다른 종이다. 나폴레옹피시라고 이름 지어진 것은 툭 튀어 나온 이마가 마치 모자를 쓴 나폴레옹을 닮았기 때문이다. 몸길이가 최대 230cm로 주 서식지는 홍해와 인도양, 태평양의 산호초 해역이다.
나폴레옹피시라 이름 지어진 것은 툭 튀어 나온 이마가 마치 모자를 쓴 나폴레옹을 닮았기 때문이다.
나폴레옹피시는 낮 시간에는 주로 먹이 활동을 하며 자신의 영역을 지키다가 밤이 되면 산호초나 바위틈에 몸을 숨기고 잠을 잔다. 대개의 경우 혼자 다니지만 때로는 쌍을 이루기도 한다. 유어기를 지나 성장하면서 이마에 혹이 생기고, 입술이 두툼해진다. 혹은 정소 호르몬에 의해 부풀어 오른 것으로 지방이 들어 있다. 암컷은 수컷과 달리 혹이 없다. 나폴레옹피시는 혹과 두툼한 입술로 다소 기괴하게 보이지만 몸에 새겨진 무늬는 상당히 아름답다. 머리 쪽은 파랑색 바탕에 미로 모양의 무늬가 있고, 몸통에는 녹색 바탕에 검정색 줄무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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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폴레옹피시 주변으로 상어를 비롯해 어류들이 어우러져 있다. 나폴레옹피시는 얕은 산호초 해역이 주 서식지다. 2 나폴레옹피시 한 마리가 대형 경산호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암컷은 5살 정도면 성숙하는데 이때의 몸길이는 35~50cm정도다. 9살이 되면 암컷에서 수컷으로 성전환이 일어나며 성전환 후에는 매우 빠르게 성장한다. 성전환하지 않고 암컷으로 남아 있는 개체는 수컷에 비해 성장이 느리다. 나폴레옹피시는 대략 150cm까지 자라는데, 최대 230cm까지 이르기도 한다. 보통 물고기 수명이 3~4년 정도이고 대형종인 경우 10여 년을 사는데, 이들의 수명은 대체로 25년 정도다. 기록에 의하면 몸길이가 100cm 정도에 30살이나 된 암컷이 발견되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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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폴레옹피시는 몸에 새겨진 무늬가 퍽이나 아름답다. 2 놀래기과에 속하는 어류들은 두툼한 입술 때문에 영어명이 늙은 아내란 뜻을 가진 ‘래스(wrasse)’다. 아마도 처음 래스라 이름 지었던 사람의 아내가 나이가 들면서 심술보가 터져 늘 입을 삐죽 내밀며 다닌 듯하다. |
나폴레옹피시는 멸종위기 종으로 국제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고기 맛이 좋아 동남아시아와 중국에서 고급요리의 재료로 인기가 있어 남획되는데다, 설상가상으로 자기 방어 능력이 부족하고 성장 속도까지 느리기 때문이다. 이들은 1973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상업적인 국제 거래를 규제하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채택된 사이테스(CITES, 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auna and Flora) 에 의해 부속서 Ⅱ 종으로 분류되었다.
사이테스는 보존의 시급성과 중요도에 따라 동식물 3만7000여 종을 부속서 Ⅰ,Ⅱ,Ⅲ종으로 분류했다. 부속서 Ⅰ종은 멸종 위험의 정도가 가장 높은 종을, Ⅱ종은 현재 멸종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지만 그 거래를 엄격하게 규제하지 않으면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는 종을, Ⅲ종은 거래의 통제를 위하여 다른 회원국의 협력이 필요한 종을 열거해 두고 있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각국의 적극적인 보호로 나폴레옹피시의 개체수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나폴레옹피시는 일정한 장소에 머무는 특성이 있어 서식지로 알려진 곳을 찾으면 언제든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경계심이 강해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허락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팔라우 공화국의 세계적인 다이빙 포인트 중 한 곳인 블루코너(Blue Corner)에서는 나폴레옹피시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그곳에는 가이드에 의해 길들여진 나폴레옹피시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나폴레옹피시의 야성을 잃게 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있지만 길들여진 나폴레옹피시가 매력적인 관광 자원임은 분명하다.
팔라우에는 세계적인 다이빙 포인트가 여러 곳 있다. 이중 블루코너는 나폴레옹피시, 상어류, 바라쿠다 등을 관찰할 수 있어 스쿠버 다이버에게 인기가 있다. 사진은 현지 가이드 수첩에 담겨 있는 수중 지형도다.
몇 년 전 블루코너를 찾았을 때다. 함께 다이빙에 나선 현지 가이드가 손에 들고 있는 탐침봉으로 공기통을 두드리자 어디선가 나폴레옹피시 한 마리가 가이드 옆으로 다가와 오랜 친구를 맞이하듯 몸을 비비며 반가움을 표했다. 가이드가 주머니에서 소시지를 꺼내 반을 잘라 나폴레옹피시 입에 넣어 주었다. 그 후 나폴레옹피시는 30여 분 간의 다이빙시간 내내 거친 야성의 바다에서 친구를 보호라도 하려는 듯 우리 뒤를 따라다녔다. 마치 블루코너의 지배자가 그의 왕국을 방문한 이웃나라 친구를 에스코트라도 하는 것처럼 신비하고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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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폴레옹피시가 가이드 주위에 머물고 있다. 이 모습이 마치 친구를 맞이하는 듯 정겨워 보인다. 2 가이드가 나폴레옹피시의 혹을 어루만지고 있다. |
다이빙을 마칠 즈음 가이드가 주머니에 남아 있던 소시지 반조각을 마저 꺼내주자 나폴레옹피시는 한입에 삼켜버리고는 미련 없이 사라졌다. 나폴레옹피시가 다이빙 내내 우리를 따라 다닌 비밀이 풀렸다. 그것은 바로 남아 있던 반조각의 소시지 때문이었다. 나폴레옹피시는 가이드가 ‘땅땅’ 공기통을 두드리면 반조각의 소시지를 먹을 수 있고, 나머지 반 조각은 다이빙이 끝날 즈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학습과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던 것이다. 19세기 말 러시아의 생리학자 이반 파블로프(1849~1936)가 개에게 먹이를 주기 전 불빛을 비추며 동물의 학습을 실험한 바 있지만, 21세기 초 팔라우의 수중 가이드는 공기통을 두드리는 방식으로 파블로프의 연구를 응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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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호초지대를 유영하고 있는 나폴레옹피시 뒤를 다이버가 따라 가고 있다. 2 나폴레옹피시 관광에 나선 다이버들이 손을 흔들며 반기고 있다. |
혹돔
놀래기류에 속하는 온대성 어류로 몸길이가 100cm에 이르는 대형종이다. 16℃ 전후의 수온을 좋아하며, 주로 수심 20∼30m의 암초지대에 서식한다. 이마에 주먹만 한 혹이 있어 혹돔이라 부른다. 《자산어보》에는 혹 류(瘤)자를 써서 유어(瘤魚)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맛은 도미와 비슷하거나 그만 못하다고 전하고 있다. 경남 통영지방에서는 엥이, 제주도에서는 웽이, 전라도에서는 딱도미, 혹도미라 부른다. 이들은 잡식성으로 전복, 소라, 새우, 게 등을 튼튼한 이빨로 깨뜨려 쪼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혹돔은 나폴레옹피시와 같이 이마에 주먹만한 혹이 있지만 나폴레옹피시와는 다른 종이다.
이반 파블로프(Ivan Petrovich Pavlov)
파블로프는 소화액의 분비구조를 밝혀낸 러시아의 생리학자다. 그의 소화 기능 연구는 동물의 행동연구로 연결되어, 개에게 장기간 먹이를 주기 전 불빛을 비추면 나중에는 불빛만 비추어도 개가 먹이를 생각해 침을 흘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파블로프는 이런 개의 행동이 단순한 조건반사에 의한 반응이 아니라 대뇌의 작용에 의한 학습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여 뇌의 작용을 생리학적 방법으로 연구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파블로프는 1904년 <소화샘 생리학의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