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남 합천군 가야면 매안리에 위치한 숭산초등학교는 전교생 63명, 교사 11명의 ‘미니학교’다. 지난 3월 이곳 학생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을 받았다. ‘꿈바라기’란 예쁜 이름의 새 도서관을 갖게 된 것. 낡은 기자재와 몇 권 안 되는 소장도서로 학생들의 발길이 거의 없었던 예전 도서관은 컴퓨터와 터치스크린 시설을 갖춘 첨단 디지털 도서관으로 새단장을 마쳤다. 도서관 완공 이후 학교 측은 홈페이지에 ‘우리 학교 또 하나의 교실’이란 배너를 설치하고 도서관 활용 수업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도시 학교 부럽잖은 IT환경을 도입,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2 1억5000만끼. 2009년 3월 현재 ‘너리시 더 칠드런(Nourish The Chidren)’ 사업을 통해 아프리카·아이티·인도네시아 등 전세계 빈곤국 어린이에게 기부된 식사량이다. ‘너리시 더 칠드런’은 말 그대로 가난으로 인한 영양 결핍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에게 영양을 제공하는’ 사회공헌활동이다. 전문 연구진이 성장기에 필요한 영양소를 고루 함유한 시리얼을 개발한 후, 기부자가 일정액을 내면 그만큼의 시리얼을 구입해 빈곤아동에게 전달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2002년 미국에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일본, 홍콩으로 확산됐으며 올 4월 국내에도 본격 도입됐다.
▲ 뉴스킨사가 개발한 특수식품 ‘바이타밀’을 들고 환하게 웃는 아프리카 어린이들./ 지난해 뉴스킨코리아가 전남 해남 어란진초등학교에 만들어준 ‘어란 DREAM 도서관’.
위 두 사례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좋은 뜻으로 펼치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란 점, 그리고 뉴스킨코리아란 회사가 그 중심에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뉴스킨코리아는 직접판매업체다. ‘디스트리뷰터’란 이름의 회원을 확보해 그들에게 상품 판매권을 부여하고 수익을 본사와 분배해 이윤을 창출한다. 혹자는 이를 ‘다단계업체’로 바꿔 부르기도 한다. 미국 본사가 설립된 건 1984년, 한국지사는 1996년 2월 문을 열었다. 주요 취급품목은 화장품(뉴스킨)과 건강기능식품(파마넥스), 이러닝상품(빅플래닛) 등. 연 매출액은 2007년 기준 1564억원이었다. 2008년도 추산액은 2000억원에 이른다. 매출액 규모로 따지면 국내 동종 업계에선 암웨이에 이어 2위다. 뉴스킨코리아의 사회공헌 활동은 역사가 오래다. 1996년 모회사 격인 미국 뉴스킨 본사가 사내에 비영리 사회복지법인 뉴스킨 포스포굿(Force for Good) 재단을 만든 게 발단이었다. 설립 목적은 ‘전세계 아이들을 위한 더 좋은 세상의 실현’. 2004년 12월, 뉴스킨코리아도 본사와 뜻을 함께했다. 뉴스킨 포스포굿 후원회를 설립해 각종 자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한 것. 일단 ‘1만원 후원 계좌 만들기 운동’과 ‘1% 나눔 운동’을 전개해 회원으로부터 매월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거둬 기부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사회공헌 활동에 나선 건 ‘수포성표피박리증 어린이 후원 프로그램’부터였다. 수포성표피박리증은 피부를 구성하는 기저막 성분 일부에 이상이 생겨 작은 충격에도 쉽게 피부가 벗겨지는 희귀질환. 뉴스킨코리아는 2003년부터 이 병으로 고생하는 환우 가족모임을 지원하고 수술비와 치료비를 후원해왔다. 2007년부턴 영동세브란스병원 수포성표피박리증 연구센터에 매년 2000만원씩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으로 불리는 일명 루게릭병 환자를 후원하는 프로그램도 병행했다.
‘피부에 닿는 화장품을 판매하니 피부병 환자를 도와야지’ ‘건강기능식품을 팔아 수익을 얻으니 희귀병 환자를 지원하자’는 식으로 진행됐던 사회공헌 활동은 2006년을 계기로 범위가 한층 넓어졌다. 3월엔 사회복지법인 월드비전과 제휴해 결식아동과 독거노인에게 도시락을 제공했다. 그해 겨울엔 사내 바자회에 모금액과 회원 기금으로 서울 관악구 일대에 쌀 400포대를 나눠주는 ‘사랑미(米) 보내기 운동’도 시작했다. 두 운동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뉴스킨 희망도서관 기증은 지난해 봄부터 시작했다. 지역교육청의 협조를 얻어 낙후된 시골 초등학교에 학생과 지역 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최신형 도서관을 지어주는 사업이다. 기존 교실을 개조해 빔 프로젝트, 롤스크린, LCD TV, 터치스크린, 음향장비 등 최신형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설치하고 책걸상과 도서 5000여권을 조건 없이 지원했다. 충북 옥천·문광초등, 전남 어란진초등, 경남 숭산초등 등 4개 학교가 혜택을 받았다. 올 9월엔 제5호 도서관이 문을 연다.
‘너리시 더 칠드런’ 캠페인에 사용될 ‘바이타밀’은 미국 본사 파마넥스 과학팀과 아동 영양결핍 전문가 캘리포니아대학 켄 브라운 박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특수식품이다. 탄수화물·단백질·지방·필수비타민 등이 함유돼 있으며 2.63㎏ 한 포(2만6000원)면 30끼의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웹사이트를 통해 자신이 기부한 바이타밀의 행로를 추적할 수 있을 만큼 모든 기부금이 투명하게 운영되는 게 특징. 전 크라이슬러 회장 리 아이아코카가 미국 ‘너리시 더 칠드런’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너리시 더 칠드런’은 뉴스킨코리아가 이제까지 진행해온 사회공헌 활동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새롭게 시작하는 캠페인이다. 사상 최악의 경제난에도 이 회사는 ‘좋은 일’에 대한 투자 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다. 유병석 사장은 “다단계업체가 하는 사회공헌 활동이 뭐 대단하겠느냐며 색안경 끼고 보시는 분도 많지만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도록 기업을 운영하면서 묵묵하게 꾸려 나가면 언젠간 인정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굶주린 아이들에 1억5000만끼 밥이 아니라 희망입니다
| 인터뷰 | 유병석 뉴스킨코리아 사장
“기업은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게 도리… ‘아름다운 부자’됩시다”
지난 4월 7일 서울 삼성동 뉴스킨코리아 본사에서 유병석(46) 뉴스킨코리아 사장을 만났다. 7일은 ‘너리시 더 칠드런’캠페인이 공식적으로 첫발을 내디딘 날이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너리시 더 칠드런’을 뉴스킨 희망도서관 건립사업과 함께 뉴스킨코리아의 핵심 사회공헌활동으로 정착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너리시 더 칠드런’이란 새로운 사회공헌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요즘 사회적 기업이란 말이 부쩍 주목 받더군요. ‘너리시 더 칠드런’도 일종의 사회적 기업입니다. 회원들이 자기 사업을 하는 틈틈이 일정액을 기부하고, 모인 돈 전부를 빈곤아동 구호에 사용하니까요. 더 일찍 시작하고 싶었지만 비즈니스와 자선을 연계하는 모델이 흔치 않다 보니 법적으로 인정 받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이제라도 시작할 수 있어 다행이지요.”
100% 회원의 참여로 진행되는 사업입니다. 유례없는 불황기에 호응을 얻어낼 수 있을까요. “‘너리시 더 칠드런’의 기부엔 조건이 없습니다. 수량과 주기를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어요. 내 작은 성의가 한 어린이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해요. 사업자 회원이 아니어도 참여가 가능합니다. 웹(www.nuskinmall.co.kr)회원으로 가입하시면 복잡한 절차 없이 얼마든지 동참하실 수 있어요. 우리 사회도 점차 소액기부문화가 정착되고 있는 만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뉴스킨 희망도서관 사업도 ‘현재진행형’인가요. “물론입니다. 못해도 연간 2~3개씩은 꼭 지을 겁니다. 여건이 좋아지면 더 늘릴 계획도 있어요. 지난해 2호 도서관이 들어선 충북 괴산 문광초등 전교생 80명이 제게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한 아이는 ‘좋은 학교로 전학 가고 싶었는데 좋은 도서관이 생겼으니 여기서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썼더군요. 정부 지원이 미치지 못하는 낙도지역 도서관은 그냥 책 읽는 곳이 아닙니다. 그 지역의 사랑방입니다. 앞으로도 저희 도움이 좀 더 절실한 곳을 찾아 정성을 기울이겠습니다.”
평소 임직원과 회원에게 어떤 메시지를 강조하십니까. “‘아름다운 부자’가 되자는 겁니다. 뉴스킨코리아는 사회에서 받는 만큼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기업이에요. 8년 전 제가 합류한 이유도 그 철학이 마음에 들어서지요. 물론 기업의 본질은 이윤 창출입니다. 그걸 부정할 순 없지요. 다만 유능한 사람과 우수한 제품이 사업기회를 만들어내고, 그 모든 게 어우러져 기업문화가 되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그런 메시지를 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첫댓글 착한기업이라면 여러분 소비를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