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에 대하여
최 화 웅
겨울 지나 봄이다. 창밖으로 윤슬을 피운 바다가 눈부시다. 그러나 세상은 새봄을 맞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와 신천지 문제로 숨을 죽을 죽인다. 카톡에 확정자를 알리는 제난문자가 놀라게 하고 원치 않는 총선 후보자들의 홍보가 귀찮기만하다. 학교와 성당 사찰이 모두 문을 닫고 도서관과 서점에는 발길이 끊겼다. 기업체가 재택근무에 들어갔으며 모든 공연과 행사가 취소되었다. 하늘과 바닷길이 끊기고 세상은 고립된 듯 조용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와 방송에서는 손 씻고 마스크 착용하며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는 사회적 거리를 두라고 권하고 화상에 의한 비대면 접촉이 늘고 있다. 이 판국에 신천지 교회는 “자신들을 향한 지방자치단체의 압박과 근거 없는 여론의 비판에 대해 이 환란을 싸워 이기자.”는 엉뚱한 메시지로 어리석은 신자들을 선동하고 있다. 만성신부전증의 기저질환을 가진 나로서는 투석치료를 받으러 병원 드나들기가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같은 불안과 좌절이 없는 자유로운 삶을 원했으나 안팎의 그물이 나의 날개를 붙잡는다.
나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안팎을 안과 밖, 속과 겉으로 말하는 영어로는 ‘in, out'으로 표현하고 수량의 수치가 조금 넘치거나 모자랄 때 ‘more, less'를 쓴다. 안팎은 떨림과 울림, 비움과 채움으로 표현방식을 넓힌다. 부부 관계는 ’남편이 있는 여자‘를 지어미 ’안‘이라 하고 ’아내가 있는 남자‘를‘ 지아비 ’밖‘이라 하여 부부를 흔히 내외(內外)간이라고도 부른다. 불가(佛家)에서는 내적인 것과 외적인 것을 구분하여 마음속에 깃든 영혼과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으로 나누었다. 그러나 무든 것은 안과 밖이 없다고 한다. 그것을 무(無)요 공(空)이라 했다. 불교에서는 안과 밖의 일치를 꾀하려는 수행을 용맹 정진한다. 불교에서 ’안‘이란 고통을 벗어나 행복할 수 있는 지혜고 ’밖‘이란 지혜와 더불어 행하는 자비의 실천이니 둘을 서로 나눌 수 없다고 여긴다.
안팎이 다른 사람을 표리부동(表裏不同)하다거나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 했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두 얼굴을 가진 수문장 야누스는 위선의 상징이다. 성경의 율법에서는 바리사이파를 예로 들어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내적으로 품은 삶을 비교하였다. 안팎은 ’안과 밖‘, ’속과 거죽‘, ’성(聖)과 속(俗)‘, ’오름과 내림‘으로 나누는 이중성과 상대적 이분법이다. 지난 1월 20일 우리나라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이후 3월 중순에 이르러 확진자가 만 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는 이미 70명에 가깝다. 방송은 개인위생관리 지침을 스파트로 쉼 없이 내보내며 ‘코로나19 실시간 뉴스’를 속보로 전한다. 집안에 머물다 보면 혹시 내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 안으로 스스로를 지키고 밖으로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지켜야 한다.
기독교는 모든 것의 중심이었던 중세 절대 왕권과 결탁하여 반대세력을 희생양으로 몰아 마녀사냥을 삼았다. 화형이나 가택연금(家宅軟禁)을 내리고 재산을 몰수했다. 가택연금(house arrest)은 타의에 의해 자신이 사는 집에 가두어 외부와의 접촉과 출입을 제한하는 형벌이다. 최근에 와서는 독재 군사정권이 사법적 절차와 재판을 거치지 않고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기 위해서 공권력을 동원하여 집에 가두었다. 사도 바울은 AD 58년 예루살렘에서 체포되어 로마로 압송되어 수감 생활을 하면서 서간이 4대 옥중 서간으로 썼다. 1632년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의 논문 <대화>마저 천주교에 의해 이단으로 몰려 종교재판에 넘겨져 수난을 겪어야 했다. 갈릴레오는 그 뒤 감형되어 종신 가택연금으로 죽을 때까지 집에 갇혀 살았다.
1971년 칠레의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는 군사 독재정권에 의해 1973년 9월부터 숨질 때까지 가택연금을 당했다. 그는 1947년 민중을 탄압한 가브리엘 곤잘레스 비델라(Gabriel González Videla) 대통령을 비판한 시 <나는 고발한다>를 발표해 1949년 이탈리아의 외딴 섬 이슬라 네그라로 추방되었다. 그 유배 일상을 소재로 1994년 마이클 레드포드 감독이 연출한 영화 <일 포스티노(Il Postino)>가 상영되었다. 시인과 우편배달부의 우정을 그린 ‘시가 내게로 왔다’는 메시지와 감미로운 테마곡이 우리의 심금을 울렸다. 그밖에도 버마의 아웅산 수지와 우리나라 대통령 출신 김영삼과 김대중 등 정치인이 군사 독재 치하에서 오랜 기간 가택연금을 당했다. 가택연금을 당하는 동안 정보기관과 경찰이 외부와의 접촉을 막아섰다.
나는 이탈리아 사회주의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감옥에서 보낸 편지>와 독일 루터교회 목사이자,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의 <옥중서신-저항과 복종>, 그리고 1998년 돌벼개에서 펴내며 감옥을 대학이라고 까지 역설한 석귀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 2019년 세창출판사에서 발행한 폴란드 출신 여성 사회주의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가 친구 소피에게 보낸 편지를 한데 묶은 <옥중 서신> 을 읽었다. 책을 펼치면 음악이 흐르는 분위기에서 생각하고 쓰기에 몰두한 나날은 수행의 일상이었다. 달포를 넘긴 집돌이의 삶이 언제 끝날지 답답하고 갑갑하다. 자가 격리가 타율에 의한 종신 가택연금과 옥중 생활의 구속과는 비교할 수 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기회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과 수행, 회계와 명상의 일상을 잇는다. 하루빨리 맹목의 새장을 벗어난 새가 되어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싶다.
첫댓글 코로나19로 자가 격리를 당한 분들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까 생각해 봅니다.
사순시기를 집에서만 보내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우리 모두 다같이 동참하여 하루 빨리 끝나길 바라며 병원에 계신 환우들의 쾌유와 의료진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국장님 갑갑하셔도 건강 조심하시고 은혜로운 사순시기 되시길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65년을 살아오면서 이런 상황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이 또한 언제가는 지나가겠지요... 선생님,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우리 함께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