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6장,
그들의 결혼식은 정말 대단하고 화려했다.
영인은 하나뿐인 아들 결혼식을 성대하고도 화려하게 준비한 것이다.
더구나 지연의 모습은 선녀가 하늘에서 하강을 한 것처럼 우아하고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모습
에 모두들 감탄한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식장에 입장하는 신부의 모습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그칠 줄을 모른다.
그동안 영인이 가꾸어 놓은 정성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신부의 드레스는 여느 연예인의 것보다도 값진 것이었고 신부가 평생을 간직하도록 되어 있는 세
상에 단 하나뿐인 것이다.
예식과 함께 피로연이 즉석에서 하도록 되어 있는 장소였다.
음식 또한 호텔의 명성에 걸맞는 최고급의 요리들이 선보인다.
예식이 끝나고 나서 간단하게 하객들에게 인사를 마치고 나서 바로 신혼여행 길에 오르는 신랑과
신부다.
제주도의 사박 오일간의 여행이다.
호텔 룸에 들어서자마자 서진은 지연을 끌어안고 뜨거운 키스를 한다.
한참을 뜨겁고도 긴 키스가 끝나고 나서야 서진은 지연을 품에서 풀어준다.
“지연!
정말 우리가 결혼한 거 맞지?“
”나도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에요.
우리가 정말 결혼을 한 것이죠?“
”지연!
우리 정말 행복하게 살자.
아들딸 낳고 우리 정말 행복하게 사는 거다.“
“고마워요!
나를 사랑해 줘서 고맙고 나를 이렇게 아내로 만들어 주어서 고마워요.
당신 사랑도 그리고 어머님 사랑도 받으면서 살 거예요.“
”그래, 엄마도 당신을 사랑해 주실 거야!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이서진의 아내로 만들어 줄게!
아무도 당신을 아프게 하지 못하고 하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멋진 이서진의 아내와 이서진의
아이들의 엄마로 살아가게 해 줄게!“
그들은 끊임없는 사랑의 밀어를 속삭인다.
꿈결 같은 신혼여행의 사박오일은 흐르는 시간 속에 지나가 버린다.
신혼부부가 돌아오는 날이지만 영인은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
복순이는 혼자서 애가 탄다.
신혼부부가 돌아오는 날인데 특별한 요리를 하라는 지시가 없다.
“선생님!
아무것도 준비 하지 않아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아직은 여사님께서 아무런 말씀도 없으시니 어떻게 할까요?“
유경미 역시 영인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지시도 없는 것을 보면 혹시 잊은
것이나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유경미는 조용히 영인이 있는 방을 노크한다.
대답소리를 듣고 문을 열고 들어선다.
영인은 유경미가 들어서는 것을 바라본다.
“무슨 일인가요?”
“여사님!
저녁식사를 어떻게 준비했으면 좋은지요.“
”미스유!
아마 신혼여행에서 돌아올 아이들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이제 그 아이는 손님이 아니고 우리 가족이니 특별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요?“
”네!
그렇지만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신혼부부를 맞이하는 식단이..........“
”우리 서진이가 좋아하는 요리를 두어 가지 준비하면 되겠지요?
특히나 우리 집은 달리 그 아이들을 보러 오는 손님들도 없으니 공연히 낭비를 할 필요가 없어요.
복순이가 알아서 준비를 하라고 해 줘요.“
“네, 알겠습니다.”
유경미가 나가자 영인은 긴 한숨을 내 쉰다.
결혼식이 끝나고 난 지금에도 영인의 가슴은 한 쪽이 텅 비어버린 느낌이고 자꾸만 뭔가 아쉽고
허전한 마음을 달랠 수가 없다.
며느리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진 지금 말없는 공허감이 밀려온다.
“그래, 이제는 정을 들이고 사랑을 주어야지.
우리 서진이가 행복한 길이라면 받아드리자.“
영인은 스스로에게 타이른다.
“어서 아기라도 가지고 나면 이 허전함이 사라지겠지?”
이제 영인은 지연이 임신하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되어간다.
자신이 꿈꾸고 소망하던 일, 이 넓은 집에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마당에 아이들이 뛰어 다니
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스스로 마음을 달래고 위안을 삼는다.
“내 자손을 낳아 줄 며느리다.
내가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 역시 그 아이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먼저 그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을 보여주자.“
영인은 유경미를 부른다.
“미스유!
아직 시간이 있으니 저녁상차림을 최선을 다해서 준비시켜요.
생애 한 번뿐인 오늘 최대한의 성찬을 준비해서 맞아드리도록 합시다.“
”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대답을 하는 유경미의 음성이 밝아진다.
주방은 갑자기 분주해 진다.
복순이는 신이 나서 잽싸게 몸을 움직여 요리를 한다.
조용하던 집안이 복순이의 몸놀림에 따라 바삐 움직여지는 듯하다.
유경미 역시 복순이의 일을 거들고 나선다.
이제 조희성 부모님들은 나가고 없는 집이다.
정원 때문에 조희성의 아버지는 매일 출근을 하시기로 하고 어머닌 아들며느리의 수발을 받으며
편안한 일상을 보낸다.
조민상은 이 정원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자신이 뭔가를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한다는 생각을 하면
서 이 정원을 가꾸어 나가기로 한 것이다.
영인 또한 흔쾌히 수락을 하면서 조민상 대신으로 다음에 이어갈 사람을 밑에 두고 가르쳐 나가기
로 한다.
조민상은 매일 출 퇴근을 하면서 정원을 가꾸고 돌본다.
잠시도 방심을 하면 정원은 금방 눈에 뜨이게 달라져버린다.
이제 별채는 비어 있는 상태다.
누군가 대신 들어와 채워 줄 때까지는 비어 있을 별채를 보면서 영인은 또 다시 사람을 구할 생각
을 하지만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부부가 함께 들어와야 하는 조건이 채워지기가 쉽지 않다.
영인은 서진의 침실로 들어간다.
방안을 둘러본다.
모든 것이 새롭게 꾸며진 방이지만 가구들이 영인의 마음에 차지 않는다.
최고가의 가구가 아니다.
자신이 해 준 것이지만 마음에 차지 않는 가구들이다.
“그래, 아들만 낳아라!
아들만 낳으면 내가 너를 최고의 며느리로 생각하고 이보다 더욱 값지고 좋은 것으로 바꾸어 주
마!“
가구는 명품인 외제가구지만 최고가의 가구가 아니다.
그저 중간정도의 제품들인 것이다.
며느리를 대접하는 영인의 마음인 것이었다.
유경미가 아직은 제품을 보는 안목이 모자란다는 것을 느낀다.
자신의 마음은 완벽하게 볼 줄 아는 유경미다.
그러나 아직도 명품을 보는 눈은 완벽하지 못한 것이다.
유경미 역시 지연이와 다를 바 없는 같은 계층의 하류층이었다는 것을 생각하고 지금 이 정도의
안목도 대단한 것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젠 어디를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유경미지만 아직도 따라오려면 멀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방을
나온다.
영인은 시간을 보며 공항으로 차를 내 보낸다.
비행기는 정확한 시간에 도착한다.
그들은 예정시간 대로 집에 도착한다.
“다녀왔습니다.”
모든 가족들의 환영을 받으며 서진과 지연은 한복으로 갈아입고 어머니께 큰 절로 인사를 드린다.
“좋은 꿈들을 꾸었니?”
영인은 따뜻한 음성으로 맞이한다.
“어머니!
저희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서진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 피어난다.
“그래, 이젠 그리도 행복하니?”
“네!”
“어머님!
앞으로 많이 가르쳐 주십시오.
많이 배우고 어머님을 정성을 다해서 받들겠습니다.“
”오냐!
배가 고플 테니 어서 들어가 식사를 하자.“
영인은 처음으로 아들과 며느리를 데리고 식탁에 앉는다.
이젠 자신이 사랑해야 할 며느리다.
모든 것 다 잊고 사랑해야만 할 며느리라는 것을 인식하듯 지연을 본다.
참으로 곱고 아름답다.
다소곳한 모습조차도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아가!
이제부터 넌 이 집의 손님이 아니고 주인이다.
내 가족이고 넌 이 집안의 주부임을 잊지 마라!“
“네, 어머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별채가 비어 손이 모자란다.
내일부터는 주방에도 나오고 부지런히 살림을 배워야 할 것이다.복순이 혼자서는 해 낼 수 없
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머니!
사람을 빨리 구해 주세요.
전 이 사람이 살림에 매여 힘들게 사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서진이의 말에 영인은 서운함을 느낀다.
벌써부터 제 안사람을 끼고 도는 아들이 서운하다.
“서진아!
넌 이제 집안일에는 일체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엄마도 하나뿐인 소중한 며느리를 힘들게 살게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미리 수소문해서 사람을 구하셨어야지요.“
서진은 엄마의 마음을 아랑곳 하지 않고 지연을 생각하는 마음이 앞선다.
“그래, 미안하구나!
허지만 사람을 구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결혼을 하면 어떤 여자든 집안 살림은 하기 마련이다.
엄마도 너를 가지고 너를 키우면서 아주머니 한 사람과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면서 이 살림을 다
해 왔다.
어느 여자가 결혼을 하고 살림을 하지 않고 살수 있다고 하든?“
“어머니!
지연이는 그런 고생을 하지 않고 살게 해 주고 싶습니다.
이서진의 아내로 어머니의 며느리로 그리고 제 자식을 낳고 아이들의 엄마로서 행복한 삶을 살게
해 주고 싶습니다.“
”서진아!
엄마도 내 가족이 힘들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바라는 사람이다.
그러나 네가 자꾸 그런 일에 개입을 한다면 지연이가 더 힘들어 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봤니?“
”엄마가 설마 다른 사람들처럼 시어머니 노릇으로 지연이를 힘들게 하지 않겠지요?“
서진은 비로소 엄마의 의도를 파악한다.
“어서 밥이나 먹자.”
지연은 두 모자 사이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눈치만 살핀다.
자신이 잘못 나섰다가는 분위기가 더 이상해 질것만 같은 것이다.
영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수저를 든다.
식탁은 풍성했다.
복순이의 요리솜씨가 한껏 발휘된 식탁은 상당히 고급스럽다.
“이것을 먹어 봐!”
서진은 요리를 집어 지연의 접시에 놓아준다.
“내가 알아서 먹을 게요.”
지연은 시어머님의 눈치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얼른 서진의 행동을 막지만 서진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알아서 먹긴 뭘 알아서 먹어?
앞에 있는 것에만 손이 가고 있잖아.“
영인은 모른 척 한다.
그러나 속마음은 아들에 대한 서운함보다는 아들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지연에 대한 괘씸
한 마음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어머니!
내일 처가에 인사를 드리러 갑니다.“
”피곤한데 굳이 내일 가야만 하니?“
”피곤하긴요?
신혼여행을 다녀왔으면 인사를 드려야지요.“
”서진씨!
가지 않아도 돼요.“
”가지 않기는?
처부모님도 부모님이신데 자식으로서 도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안 그래요 엄마?“
”.....................“
영인은 대답을 하지 않는다.
당연히 다녀와야 할 길임을 잘 알고 있는 영인이다.
아들의 입에서보다 자신이 먼저 다녀오라는 말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벌써 아들은 지연의 모든 말에 귀를 기울이며 엄마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서 영인은 모든 것에 괘씸한 마음만 쌓여간다.
“나 후식은 필요 없다.
그리고 너희들도 피곤할 것이니 그냥 들어가 쉬어라!“
영인은 식후의 후식시간도 물리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지연은 어쩔 줄을 모른다.
“누나, 우리 후식은 방으로 가져다줘요.
어서 우리도 들어갑시다.“
”혼자 들어가요.
이 식탁이라도 치우고 갈게요.“
”누나가 하면 되니까 갑시다.“
그러나 지연은 서진을 따라 갈 수가 없다.
억지로 서진을 보내고 나서 지연은 식탁을 치운다.
“놔두고 들어가요.
여긴 내가 치울게요.“
“아닙니다.
어머님 심기도 불편하신 것 같은데 어떻게 편안하게 들어가겠어요?
도와드리겠습니다.“
지연은 복순이를 도와 주방 일을 한다.
“모르는 것이 많으니 알려주십시오.
하나하나 배울게요.“
복순이 또한 마음이 좋지 않다.
지금껏 후식을 물리는 법이 없는 여사님이시다.
서진이 무조건 아내를 감싸고도는 것이 여사님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무런 말
없이 주방을 치운다.
글: 일향 이봉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