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할 때 뇌부터 휴식시켜라”
정신과 의사가 조언한 ‘금융 트라우마’ 극복법
지난 달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가상화폐인 루나와 테라의 대폭락으로 전 재산을 잃었다며 “우울하다”, “한강 간다” 등의 글들이 이어졌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119달러(약 15만2800원)까지 치솟았던 루나는 12~13일 99% 폭락한 1센트대로 추락했고, 자매 코인인 테라도 통상 가격인 1달러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9센트 수준으로 폭락했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호소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한때 주식 실패로 수억 원을 잃고 공황장애·우울증을 겪었던 정신과 전문의 박종석(41) 원장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이럴 때일수록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원장은 이번 폭락 사태에 대해 ‘그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재난’이라고 표현했다.
박 원장은 “고점 대비 -98%까지 손해를 보신 분들도 있다. 이런 분들은 불안, 우울 정도가 아니라 전쟁이나 재난 수준의 트라우마를 겪는다. 폭발사고를 경험하면 일시적으로 인지기능, 판단 능력 등이 마비되는데, 루나 투자자들이 비슷한 증상을 호소한다”며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등 이게 현실인지 조차 구분할 수 없는 멍한 상태, 즉 인지부조화를 경험하게 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뇌가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할 수 있게 휴식을 취해야 한다.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또 다른 투자는 절대 ‘금물’이다.
박 원장은 “두 번째 재난을 막아야 한다. 무리하게 손실 회복을 위해 물타기를 한다거나, 다른 투자에 달려가는 일은 피해야 한다. 패닉에 빠진 뇌는 평소보다 전두엽의 기능이 30% 저하된, 판단력이 훨씬 떨어진 상태다. 이럴 때 투자 행위를 하면 추가 실패를 경험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조언했다.
물론 잃은 돈을 복구해야한다는 생각에 재투자를 끊기 어려울 것이다. 이 때 박원장은 인내심을 기르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운동을 추천한다.
“투자 근육을 키우려면 몸의 근육부터 키워야 한다. 단 10분의 운동으로도 새로운 뇌세포를 만들 수 있다. 1분 만에 그만두고 싶은 것을 매일 참으며 이어나가면 자연스레 인내심도 생긴다. 나 같은 경우는 줄넘기를 하며 인내심을 길렀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또한 물리적으로 쉬어갈 수밖에 없는 강제력, 이른바 ‘욕망의 휴게소’도 필요하다. OTP생성기를 집에 두고 다니거나, 사려고 마음먹은 뒤 24시간 뒤에 매수한다거나, 주식 계좌 하루 한도액은 1000만원으로 설정하는 식이다.
수익률이 극악임에도 불구하고 소위 ‘존버’, 막연하게 버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주식은 손절의 미학’이다. 손절은 고집을 버리고 실수를 받아들이는 작업이다. 합리적이고 자존감이 높은 고수일수록 손절에 능하다. 무작정 버티는 것은 멘탈이 강하다기보다는 강박증일 수도 있다.
박 원장은 “강박증인 사람들은 유연함과 타협이 패의 논리라고 여긴다. 폭락했다면 전략을 다시 세우고 목표가를 조정해야 하는데, 이들은 본전을 찾을 때까지 6개월이고 1년이고 버틴다. 겉으로는 덤덤해 보이더라도 속은 자책으로 가득하다. 이런 사람들은 사실 주식 투자가 아니라 자기 고집과 한판 승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내가 손절한 종목이 내일 상한가를 찍으면 어떡하나’라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많다. 박 원장은 이들에게 다음 세가지를 생각해보라고 조언한다.
“우선 스스로 절반의 성공을 축하할 필요가 있다. 수많은 투자 구루도 매도타이밍은 ‘신의 영역’이라고 한다. 매도 직후 폭등했다는 건, 적어도 종목 선정은 잘 했다는 것이다.
둘째로 때로는 그 주식을 다시 사야 한다. 무작정 추격 매수하는 것이 아니고, 상승 여력을 냉정하게 재평가한 뒤에 말이다.
셋째는 후회해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필요하면 판 주식을 다시 사면 되고, 다시 살 게 아니라면 그 주식이 폭등하든 말든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중요한 건 오늘의 수익률이 아니라 누적 수익률이다.”
마지막으로 박 원장은 “투자자들은 지금 너무 절망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혼자 있으면 자꾸 자책하고 우울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절대 혼자 있지 마시고 가족, 친구, 상담사에게 도움을 요청하시고 마음을 털어놓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