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in 캠프] 텍사스 구단의 계약 수정에 뿔난 오승환, 한국 복귀까지 언급했다2018.02.19 오후 01:13
해외야구 이영미 헤럴드스포츠 대표기자, 네이버 '이영미의 스포츠 인 스토리' 칼럼 연재. 추신수&류현진 MLB일기 담당자
<텍사스행이 무산된 오승환. 텍사스 구단의 계약 수정 제안에 화가 난 나머지 오승환은 텍사스 구단의 수정안을 거절했다고 한다.(사진=이영미)>
서른여섯 살 동갑내기 추신수와 오승환이 메이저리그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은 볼 수 없는 걸까. 텍사스 레인저스 입단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진 오승환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오승환의 에이전트인 스포츠인텔리전스 김동욱 대표가 입을 열었다. 그동안 ‘정리가 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며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던 김동욱 대표는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메사의 한 식당에서 기자와 만나 오승환과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계약과 메디컬테스트 결과, 이후 진행됐던 내용들을 모두 공개했다. 김 대표는 오승환이 이번 일로 마음에 상처를 입어 한국 복귀를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털어 놓았다.
다음은 김동욱 대표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먼저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이 무산된 게 사실인가.
“아직까지 텍사스 구단에서 공식 발표를 안했지만 우리는 최종적으로 그들의 제안을 거절했다. 즉 텍사스 구단이 계약을 철회한 게 아니라 우리가 거절했다는 게 맞다.”
미국 현지 언론이 제기한 메디컬 테스트에 문제가 있었다고 봐야 하나.
“오승환의 팔꿈치에서 염증이 발견됐다. 그러나 그 염증은 2014년 한신 타이거즈 입단할 때도 있었고, 201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입단 때도 발견된 부분이다. 즉 선수도 알고 있는 부분이고, 지금까지 투구하면서 전혀 문제가 없었던 상황이다. LA 에인절스에 입단한 오타니 쇼헤이도 오승환과 비슷한 증상을 나타냈지만 계약에 성공하지 않았나. 오타니는 주사 치료라도 받았지만 오승환은 그 부위와 관련해 치료를 받은 적도 없다. 지난 번 한국에 갔을 때도 정밀 검사를 받았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다.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한두 가지의 부상을 안고 있다. 그게 야구하는데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곧장 문제가 발생하는 부분이라면 선수도, 구단도 계약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오승환의 염증 부위는 그런 수준에서 거론될 문제도 아니다.”
(오타니 쇼헤이는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앞두고 일본의 한 병원으로부터 1단계(1도)의 우측 팔꿈치 내측측부인대(UCL(Ulnar Collateral Ligament)) 염좌 판정을 받은 바 있다. 1도 염좌는 UCL 부상의 가장 낮은 단계지만 토미존 수술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 상태. 그러나 에인절스 구단은 오타니의 팔꿈치와 관련해서 관리 프로그램을 따를 경우 무리 없이 야구할 수 있는 상태라고 판단했고 이후 오타니와의 계약을 성공시켰다.)
그런데 텍사스 레인저스에선 팔꿈치 염증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건가?
“그건 구단마다 해석하기 나름이다. 즉 구단에서 그 문제를 심각하게 본다면 심각한 것이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처럼 심각하게 보지 않았다면 심각하지 않은 것이다. 즉 구단의 견해가 중요한 것이다. 텍사스에서 오승환의 팔꿈치에 나타난 염증이 심각하다고 봤다면 계약을 철회하면 된다. 아주 간단한 내용이다. 텍사스 구단이 이 문제로 오승환과의 계약을 철회했다면 우린 충분히 존중했을 것이다.” 텍사스는 이후 어떤 태도를 취했나.
“계약한 내용의 수정을 요구했다. 그것도 세 차례나.”
수정안 내용이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한 마디로 우리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오승환의 나이가 30대 초반이라면 문제 삼지 않고 계약을 이행하겠지만 나이가 36세라 리스크가 크다고 말하면서 계약을 수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메디컬 테스트에서도 오승환은 충분히 건강하다고 나왔다. 오직 염증만이 문제였다. 인대가 손상되거나 파열된 것도 아니다. 염증 부위는 주사 치료를 통해 회복될 수 있지만 오승환은 그조차 안 받아도 된다. 만약 던지는데 문제가 있는 선수라면 메디컬 테스트 후 곧장 애리조나로 건너와 바로 불펜피칭을 소화할 수 있겠나.”
수정안이 총액에서 큰 차이가 났나.
“약간 차이 났다.”
그렇게 건강하다면 계약을 받아들이고 실력으로 보여주면 되는 것 아닌가.
“오승환의 나이가 30대 초반이라면 어떤 계약이라도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한 시즌 동안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존심을 접고 수정된 계약안을 수용하기는 어려웠다.”
오승환의 반응이 궁금하다.
“텍사스 구단의 태도에 크게 실망했다.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수정안이고 뭐고 그냥 계약 안하겠다고 하더라. 아이러니한 건 오승환의 메디컬 테스트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에도 텍사스 레인저스의 부단장과 투수 인스트럭터 코치가 오승환의 개인 훈련장까지 찾아와 오승환의 투구를 유심히 살펴본 후 연신 ‘좋다’는 말을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혹시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일부러 연봉을 깎으려고 트집을 잡는 건 아닌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7일(한국시간) 오후에 애리조나에서 텍사스로 이동 후 다음 날인 8일 메디컬 테스트를 받은 걸로 알고 있다. 당시 분위기는 어떠했나.
“정말 분위기가 좋았다. 텍사스 구단에서도 오승환을 위해 특별한 책자를 제작했고, 메디컬 테스트 받은 이후 애리조나 서프라이즈 훈련장에서 몸을 만들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서프라이즈에서 훈련하다 보면 곧 멕시코로 이동해 비자 발급을 마무리할 수 있게끔 돕겠다는 스케줄까지 알려줬다. 단장과 부단장과 동행해 경기장 투어도 했었고 등번호까지 결정한 상태였다.”
<LG 훈련장에서 차우찬의 투구를 지켜보는 오승환.(사진=이영미)> 메디컬 테스트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앞으로 오승환 선수의 거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거라는 생각도 든다.
“당연하다. 미국 현지에서 이런 소식이 나간 후 메이저리그 여러 팀들이 문의해왔다. 도대체 오승환이 얼마나 아프냐면서. 그래서 내가 그랬다. 그렇게 궁금하면 직접 와서 보시라고. 실제로 메이저리그 서너 팀에서 오승환의 불펜피칭을 보려고 훈련장을 찾아왔다. 한 팀은 스피드건까지 갖고 와서 구속을 쟀다.”
지금 불펜피칭할 때 구속이 어느 정도 나오나.
“89마일 정도 나온다.”
텍사스와의 수정된 계약안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른 팀과의 계약을 진행하고 있는 건가.
“오승환의 불펜피칭을 보러 오는 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팀이다. 지금은 그 팀들을 공개하긴 어렵다. 만약 오승환의 몸에 심각한 이상이 있다고 봤다면 그들이 왜 오승환을 보러 오겠나.”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오승환과 계약할 때 마무리 투수를 보장했다는 건 사실인가.
“사실이다. 지난 12월 윈터미팅 때부터 오승환한테 여러 팀에서 오퍼가 있었다. 마지막까지 최종적으로 고민했던 팀이 3개 팀이었고, 그중 텍사스를 선택한 건 마무리 투수 보장과 추신수란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결정할 수 있었다.”
지난 시즌 오승환의 슬라이더의 효율성에 문제가 있는 걸로 나타났다. 혹시 이번 메디컬 테스트에서 나타난 팔꿈치의 염증과도 관계가 있다고 보나.
“전혀 아니다. 작년에는 오승환의 허벅지 안쪽에 통증이 있었다. 통증을 느끼는 상태에서 투구하다 보니 투구폼에 변화가 생겼다. 지금은 그 통증조차 없는 상태이다.”
오승환은 지금 어디에서 훈련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피닉스 인근의 한 야구장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마이너리그에서 활약 중인 불펜포수를 고용해 훈련하고 있다. 훈련은 LG 캠프에서 했던 것처럼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스프링트레이닝 캠프가 시작된 상황에서 이런 일이 생겨 심적 부담이 클 것 같다.
“사실 오승환은 많이 지쳐 있다. 어제는 처음으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했을 정도이다.”
한국으로의 복귀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린가.
“갈 수 있다면 삼성 라이온즈로 복귀하고 싶다는 얘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자존심에 상처를 받으면서 메이저리그에서 뛰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더라.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루키가 아니다. 지난 시즌 다소 부진한 면이 있었지만 실력으로 보여준 선수이다. 그리고 다년 계약도 아닌 1+1년이고 1년도 구단 옵션 아닌가. 많은 걸 내려놓고 텍사스에서 뛰고 싶어 했던 선수한테 계약 철회도 아닌 계약안 수정을 세 차례나 해서 보낸다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현재도 매일 오전 9시에 나와 자신의 루틴대로 훈련을 하고 있는 오승환. 몸 상태에 전혀 이상이 없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걸로 알려진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사진=이영미)>
<지난 12일, 텍사스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고 애리조나로 돌아와 불펜피칭을 소화했던 오승환. 현재는 구속이 89마일까지 나오는 상태이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기자>
기사제공 이영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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