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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폭락 현실 부정하는 이유
“당장 손해지만 결국 오를 것” 심리회계 작동
최종 피해 전까진 뇌에서 ‘손실’로 인정 안 해
자신의 결정ㆍ선택 옳았다는 인정 욕구도 깔려
이달 초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100만원을 투자한 직장인 K(32)씨는 최근 가상화폐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투자금액을 늘릴 생각이다. “모든 권력이 대주주에게 집중된 주식에 투자를 하느니, 가상화폐에 투자할 것”이라며 “지금 당장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결국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행동경제학에 ‘심성회계(mental accounting)'라는 개념이 있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개발한 이론이다. 인간은 머릿속으로 이득과 손실을 서로 다른 계정에 두고 각각 따로 다룬다는 것이다.
물건을 사거나 주식투자를 할 때, 심지어 내 지갑 속 돈을 평가할 때 경험하는 독특한 인간 심리다. 전통 경제학은 인간이 이성에 근거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한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심리회계 이론은 이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인간은 주변 환경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나 개인적 편견으로 엉뚱하고 비합리적인 결정을 자주 내린다는 것이다.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전 세계적 광풍(狂風)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이런 '심리회계'가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최종 손실은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100만원 수준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연말엔 2,000만원으로 무려 20배로 치솟았다. 하지만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 대책을 내놓자 순식간에 1,100만원대로 반 토막 났다. 하지만 비트코인 광풍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할 것으로 믿지 않기 때문이다.
심리회계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먼 미래의 손실보다 지금 당장의 손실을 더 크게 느낀다. 이는 주식 투자에서도, 가상화폐 투자에서도 동일한 법칙이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비트코인이 주식처럼 등락을 반복할 것을 예상하고 투자한다”며 “가격이 하락해도 아직은 손실이 아니라는 기대심리 때문에 투자를 지속한다"고 말했다. 확정적 손실이 아닌 이상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자신의 결정과 선택이 옳음을 보여 주고 싶다는 욕구도 바탕에 깔려 있다고 말한다. 이미 들어간 돈을 포기한다는 건 자신의 선택이 잘못됐음을 자인하는 격이다. 그래서 매수한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져도 투자자의 심리회계는 '손실'로 산정하길 회피하려 한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설명이다.
가상화폐라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될 것이라고 심리학자들은 전망했다. 이동귀 교수는 “가상화폐 열풍은 결국 남들에게 뒤처지기 싫어하고 빠른 시일 내 결과를 얻고자 하는 한국인의 속성이 반영된 것”이라며 “새로운 경제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의 피로감은 증가하겠지만 시대적 대세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물물교환 대신 화폐를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 신용카드가 처음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정신적 충격을 받았지만 시대적 흐름에 적응했다”며 “인간은 새로운 화폐단위인 가상화폐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469&aid=0000275573&sid1=001
심성회계
우리는 돈을 어떻게 취급하고 또 사용할까? 간단한 질문인 것 같지만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매우 다양하며 또 복잡하다. 그 중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한 이론 하나를 소개해 보기로 하겠다. 그리고 이 이론은 사람들이 돈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관한 설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판단과 의사결정에 대한 중요한 의미를 우리로 하여금 깨닫게 해주기도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돈은 다 같은 돈이 아니라 제목이 존재하며 각 제목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취급 받는다는 것이다.
돈은 다 같은 돈이 아니라 제목이 존재하며 각 제목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취급 받는다.
그리고 이는 행동경제학의 대부로 알려진 Richard Thaler가 인간의 판단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하는 주제적 프레이밍(topical framing)과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이다. Thaler에 의하면 사람들은 어차피 합치면 다 같은 돈이라도 그 돈을 심리적 목적에 맞게 이름을 붙인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 상황 A. “10만원이 지갑에 있었는데 영화관에 갔다. 영화표는 1만원이다. 그런데 오는 길에 1만원을 잃어버렸다. 그래도 영화를 보시겠습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래도 영화를 보겠다고 한다. 1만원 잃어버려 기분은 좀 상하지만 어쨌든 9만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음 상황은 어떤가?
- 상황 B. “10만원이 있었는데 오후에 볼 영화표를 1만원 주고 아침에 미리 사두었다. 따라서 지갑에는 9만원과 영화표가 있었다. 그런데 영화관에 도착해보니 영화표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 영화표는 재발행되지 않는다. 그래도 영화를 보시겠습니까?”
재미있게도 상황 B에서는 다시 1만원 내고 영화표를 사서 보겠다는 사람의 수가 상황 A에서 그래도 영화를 보겠다는 사람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든다. 실제로 이와 유사한 실험이나 상황에서 사람들은 B의 경우에 더 속상해 한다. 생각해 보면 우스운 일이다. 왜냐하면 두 상황 모두에서 그 사람은 1만원의 손실을 입은 것이고 여전히 지갑에 9만원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돈, 행동, 일 등 그것이 무엇이든 주제별로 묶고 다른 주제면 다르게 취급한다.
그런데 왜 이런 차이가 날까? Thaler에 의하면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상황 A의 사람은 지갑에 있는 돈에 대한 마음의 계좌(account)가 하나다. 즉 10 만 원짜리 계좌 하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1만원이 사라졌으니 10%의 손실이다. 그런데 B 상황 하에 있는 사람은 마음의 계좌가 하나가 아닌 두 개다. 하나는 9만원짜리 현금 계좌이고 다른 하나는 1만원짜리 영화(를 위한) 계좌이다. 그리고 그 중 두 번째 계좌에서 100%의 손실이 일어난 것이다. 10%와 100%의 손실 어느 것이 더 가슴 아프겠는가? 당연히 후자다. 그래서 우습게도 사람들은 상황 B에서 더 속상하며 다시금 그 100%를 메워야 하는 소비가 꺼려진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현대 경제학과 심리학이 만나 인간의 판단과 결정을 연구하는 중요한 학문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른바 행동 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에서 가장 핵심적인 이론인 심성 회계학(mental accounting)의 근본 가정 중 하나이다. 즉, 사람들은 돈, 행동, 일 등 그것이 무엇이든 주제별로 묶고 다른 주제면 다르게 취급한다는 것이다.
하우스 머니 효과?
하우스 머니(house money) 효과라는 것도 있다. 여기서의 하우스란 집이 아니고 도박장을 의미한다.
- 남자 A가 카지노에서 25센트 하나를 슬롯머신에 넣었다. 그런데 100불을 땄다. 이 결과가 남자 A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남자 B가 이제 막 카지노에 도착했다. 그런데 회사 동료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난달 업무 수행 실적에 대한 보너스로 100불이 오늘 급여 계좌로 송금되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이 남자 B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반적으로 남자 A가 도박에 더 많은 돈을 쓴다. 왜냐하면 첫 번째 경우, 사람들은 자신이 도박장(하우스)의 돈으로 도박을 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게임을 하는 반면, 남자 B는 자신의 돈으로 도박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도박에 돈을 덜 쓴다는 것이다.
제목을 붙이는 순간 나의 행동이 달라진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돈에 이름 즉, 제목을 붙인다. 그리고 그 제목은 대부분 그 돈의 사용처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 사용처가 달라지면 사람들은 소비를 꺼린다는 것이다. 지갑 속에 10만원을 넣어두면 하루 이틀 지난 뒤 어느새 다 없어지고 말지만, 그 10만원 중 3만원을 비상금이라고 이름 붙이고 난 뒤 한두 번 접어 지갑의 다른 칸에 넣어두면 좀처럼 꺼내 쓰지 않게 된다.
결국의 합은 같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이렇게 다른 양상의 생각과 그에 따른 행동을 하는 것일까? 사실 돈에만 제목을 붙이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인간이라는 존제 자체가 의미 혹은 주제를 시간이나 행동 같은 연속적인 것들에 부여하고 그 주제에 따라 불연속적인 것으로 끊어 내어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속적이기 때문에) 아날로그인 세상을 디지털적으로(즉, 주제별로) 분리해 내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따라서 내가 지금 중요하게 혹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측면 각각을 뒤집어서 고려해볼 필요가 늘 있는 것이 인간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심성회계 - 돈에도 제목이 있다 (생활 속의 심리학)
할인판매 때 따지지도 않고 쉽게 지갑을 열지만 정작 입어보지도 신어보지도 않은 옷이나 신발을 산 경험이 한 두 번쯤 있게 마련이다. 주부들이라면 으레 새집으로 이사하면서 냉장고 하나 새로 장만할 땐 생각지도 않던 자질구레한 세간도 함께 바꾸곤 한다. 그래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가 바로 돈에 대한 심리적 편견 때문이다.
이득과 손실은 서로 다른 회계계정에…
현금보다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당장 돈이 내 수중에서 나갔다는 생각이 덜하기 때문에 똑같은 비용에도 덜 부담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직장인들의 경우 뜻밖의 상여금일수록 정기적금이나 예금보다는 일반통장 계좌에 넣을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공짜로 얻은 돈이라는 생각이 강해 당장 써버리기 쉽다. 구매를 할 때 현금으로 지불하는 것보다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그 비용에 대해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럽게 생각하게 되는데, 이는 당장 돈이 내 수중에서 나갔다는 생각이 덜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물건을 사거나 주식투자를 할 때 혹은 심지어 내 지갑 속 돈을 평가할 때 경험하는 독특한 심리를 ‘심적 회계’ 즉 ‘멘탈 어카운팅(mental accounting)’이라 한다. 우리는 머릿속으로 이득과 손실을 서로 다른 계정에 두고 각각 따로 따로 다룬다. 마치 기업에서 회계처리를 할 때 비용, 지출, 수입 등을 구분하여 기록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멘탈 어카운팅은 일종의 ‘틀짜기 효과(framing effect)’로 투자나 대출에 관한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음 두 시나리오를 비교해 보라.
첫 번째 시나리오는 ‘A사가 최신 휴대폰을 100달러에 내놓았다. 이 때 다섯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B사는 동일 기종을 50달러에 판다. 50달러를 절약하기 위해 B사에 기꺼이 갈 것인가?’
두 번째 시나리오는 ‘C사가 최신형 컴퓨터를 1000달러에 내놓았다. 다섯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D사는 동일 기종을 950달러까지 할인해 준다. 기꺼이 다섯 블록을 가서 50달러를 절약할 것인가?’
행동경제학자인 트버스키와 카너먼(A. Tversky and D. Kahneman)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똑같은 50달러를 절약할 수 있는데도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기꺼이 가겠다고 응답했지만,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절약되는 50달러에 대해 틀짜기 효과로 인해 서로 다른 심적 회계에 집어넣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50달러를 상대적으로 더 큰 이득으로 여긴다는 얘기다. 이처럼 평소 우리가 수입과 지출에 대해 심적 회계를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따라 구매행동에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낭비벽이 있는 사람들에게 신용카드 결제에 따른 할부제도는 구매가능성을 높여주는 동인이 된다. <출처: gettyimages>
조지 로웬스타인(G. Loewenstein)을 비롯한 카네기맬론대학교 연구팀이 실시한 1만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결과를 보면, 소비자들의 24퍼센트가 구두쇠, 60퍼센트는 갈등을 겪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15퍼센트가 낭비벽이 있는 사람들 등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구두쇠 집단과 낭비벽이 있는 집단간 가장 큰 행동차이는 지출의 고통이 극대화되는 상황에서 나타나는데, 예를 들면 당장 지불금액을 완납해야 하는 상황 같은 경우다. 반면 두 집단간 가장 적은 행동차이는 할부나 신용카드 결제로 지불을 연기할 수 있는 상황처럼 지출의 고통이 가장 적을 때다. 특히 돈을 헤프게 쓰는 사람들인 ‘낭비벽이 있는 집단’은 신용카드 빚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데, 그 주된 원인으로 신용카드 결제에 따른 할부제도야말로 현금 여유가 없는 이들에게 단순히 구매 가능성을 높여주는 동인으로 작용된다는 점이다. 반면 구두쇠 집단에게 할부제도는 단지 지출의 고통을 줄여 여러 차례로 나눠준다는 매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처럼 소비성향이 서로 다른 사람들은 지불금액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심적 계정을 가지고 있다.
신용카드 선호는 심적 회계의 결과
요즘은 웬만한 소액결제도 신용카드로 가능해 현금보다는 결제수단으로써 신용카드가 대세다. 이 신용카드 결제야말로 실생활에서 가장 자주 접할 수 있는 심적 회계 사례다. 신용카드는 현금을 우리 뇌 속에 다시 ‘틀짜기’해서 다른 정신적 회계 범주에 집어넣게 된다. 즉 무의식적으로 신용카드와 현금결제 비용을 서로 다른 심적 회계 계정에 집어넣게 된다. 이로 인해 우리는 신용카드를 이용할 땐 상대적으로 소비하기 훨씬 쉬워진다. MIT대학교 프레렉과 시메스터(D. Prelec and D. Simester) 연구팀은 미국프로농구경기 입장권을 이용한 비공개 입찰경매 실험을 통해 이를 확인시켜주었다. 실험참가자 절반에게는 그들이 낙찰되면 현금으로 입장권을 사야 되지만, 나머지 절반에게는 신용카드로 입장권 요금결제를 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실험 결과, 응찰자의 비율을 살펴본즉 현금을 내기로 되어 있는 사람들의 수가 신용카드를 쓸 수 있는 사람들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현금결제는 내 지갑에서 돈이 즉시 빠져 나가기 때문에 ‘손실’ 항목으로 인식하지만, 3개월 후 빠져 나가는 신용카드 결제대금은 손실인 비용계정으로 인식하지 않은 것이 주된 이유였다. 때문에 신용카드가 바로 지름신이 되기 쉽다.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수수료 면제나 현금결제 할인혜택인 경우, 돈에 대한 인식에 더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주유소에서 1만원을 결제할 경우 현금결제는 5퍼센트 할인해서 9천5백원에, 신용카드는 5퍼센트인 카드수수료가 부과되어 동일한 9천5백원을 결제한다고 하자. 이 때 현금결제는 5퍼센트 이득으로, 신용카드는 5퍼센트 손실로 각각 서로 다른 심적 회계 계정을 만들게 된다. 물론 신용카드사용에 따른 포인트 적립 등 부가적인 혜택이 없는 상황이라면 현금결제를 더 선호하게 된다.
평소 이러한 심적 회계로 인해 엉뚱한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자동차를 새로 구입할 때 한번쯤 경험하게 되는 경우다. 자동차 가격이 2~3000만원할 때, 추가로 100만원하는 선루프나 내비게이션 옵션은 쉽게 받아들인다. 반면에 5년 된 중고차에는 몇 십만 원하는 내비게이션을 옵션으로 선뜻 선택하기 어렵다. 왜냐 하면 소액의 옵션비용은 신차구입 총비용에 포함시키기 때문에 선루프 비용이 과히 크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중고차인 경우 옵션비용을 별도의 비용계정으로 구분하게 되고, 이중지출로 간주되어 망설이게 된다. 백화점 신사복매장에서 와이셔츠, 넥타이 등을 함께 구매하는 경우 또한 유사한 사례다. 몇 십만 원하는 신사복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액인 와이셔츠나 넥타이에 대해서는 별개의 구입비용으로 간주하지 않게 된다.
월급은 수입계정, 공돈은 임시계정
애써 번 돈과 우연히 운 좋게 번 돈이 있다면, 비록 동일한 금액일지라도 의미부여가 다르기 때문에 심적 회계 역시 달라진다. 뜻하지 않게 복권에 당첨되거나 생각지도 않은 연말정산 환급금은 모두 공돈으로 여기기 마련이다. 물론 이 돈은 공돈효과로 인해 더 쉽게 써버릴 가능성이 높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반면 월급이나 야근수당은 정당한 대가로 여기기 때문에 정상적인 수입계정으로 인식하지만, 공돈은 임시계정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정기예금이 아닌 임시로 개설한 통장은 쉽게 손대기 마련인데, 이 통장을 다분히 임시계정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는 임시계정의 공돈이 공돈으로 끝나지 않고, 정상적인 수입으로 구성된 정규계정의 돈까지 소비하도록 조장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소액의 공돈이 마중물이 되어 지갑을 열게 만드는 사례로 백화점 상품권이 있다. 요즘 백화점에서는 30퍼센트 할인행사보다 상품권을 직접 줄 때 고객들의 반응이 더 뜨겁다. 고객들에게 구입금액 10만원마다 지급되는 1만원권 상품권은 모두 임시계정에 있는 공돈이라 여기게 된다. 그런데 백화점 입장에서 볼 때, 일반적으로 현금할인은 백화점으로 다시 되돌아오기 어렵다. 즉 할인된 금액만큼 다른 상품을 구매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정작 할인혜택으로 지갑에 남아있는 돈은 다른 곳에서 다른 용도로 소비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급된 1만원 상품권은 백화점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예외 없이 그 백화점에서 사용되기 마련이다. 이 때 소액의 상품권은 종자돈이 되어 예상치 않게 지갑에서 더 많은 돈을 사용하도록 부추긴다.
평소 이미 투자한 돈이 아까워 본전이라도 찾겠다는 주식투자자 심리 역시 또 다른 심적 회계로 이해될 수 있다. 이처럼 과거에 이미 지불하거나 투자되어 찾을 수 없게 된 비용을 ‘매몰비용(sunk cost)’이라 한다. 주식에 처음 투자했던 원금은 바로 매몰비용이 된다. 합리적인 주식투자자라면 현시점 혹은 미래시점의 비용이나 가치만을 고려해야지 되찾을 수 없는 과거의 매몰비용까지 계산에 넣어서는 안 된다. 어떤 주식에 손실을 보고 있다면 가급적 빨리 팔고 나와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 투자원칙이란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그 상황에 처했다면 십중팔구 미적미적하다가 매도시기를 놓치거나, 추가 자금을 쏟아 부어 만회를 시도하려 한다. 이 모두 손실액을 심적 회계 계정에 놓지 않기 위한 무리수로, 이러한 투자전략은 투자금의 본전인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지는 경우다.
매몰비용 오류도 심적 회계의 산물
매몰비용도 매몰비용 나름이겠지만, 특히 내 돈이 아닌 공돈이나 공금이 매몰비용일 경우에는 내 돈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만약 공짜티켓처럼 공짜로 혹은 어부지리로 얻게 된 경우 매몰비용 효과는 매우 적다. 왜냐 하면 심적 회계에서의 ‘낭비’라는 계정이 만들어지지 않아 매몰비용에 구애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더 중요한 사실은 매몰비용의 함정뿐 아니라 기회비용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주식투자 손실은 원금인 매몰비용은 물론 투자원금으로 벌어들일 기회비용 역시 무시하게 된다. 계속 손해만 보다 최근에야 투자원금을 회복한 경우, 마치 이득이라도 본 것처럼 빨리 팔아 치우기 마련이다.
평소 주식투자자들이 범하는 매몰비용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로 1년 전 사들인 주식이지만 현재 반토막 난 주식과 3개월 전 새롭게 사들인 수익률 2배인 주식에 대한 매매결정 역시 심각한 착오를 불러일으킨다. 한 투자실험 결과, 60퍼센트 이상의 투자자들이 이와 같은 매매결정을 했다. 현재 수익률이 높은 우량주는 되레 팔고, 지금까지 손실을 안겨준 주식은 보유하려는 경향이 보인다. 이익을 실현한 주식을 판매함으로써 실제적 이익을 체감하려 하는 반면, 손실주에 대해서는 매매를 함으로써 파생되는 손실을 회피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매매결정에 따른 기회비용이 발생하는데 일종의 매몰비용이다. 그러나 심적 회계상의 기회비용까지 상회하는 이득을 실현할 때, 비로소 최소한 손해 보지 않는 시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우리가 선택한다면 가질 수 있는 대안이 아닌,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으로써 변화하려면 반드시 이를 포기해야만 하는 것을 ‘현상유지’라 한다. 이러한 현상유지로 인한 편향적 사고의 원인으로 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는 보유효과(endowment effect)를 제시했다. 어떤 제품의 소유자는 잠재적 소유자에 비해 이 제품에 대해 대략 2배 정도 가치를 더 높게 매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처럼 우리들로 하여금 ‘내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매기고 그 가치에 집착하게 함으로써 매몰비용의 오류에 빠지게 만든다. 결국 우리는 미래에 손실되는 가치를 보지 못할 정도로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에 과대평가를 하게 된다.
2003년 3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매일 3,100명의 희생과 2억 달러의 전쟁비용이 소모된 상황에서 2006년 부시대통령은 “현재의 경로를 유지해야지 꼬리를 자르고 도망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원인이 바로 매몰비용의 오류다. 이처럼 과거의 비용이 우리의 현실에 대한 판단과 인식을 지배함으로써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막는 잘못을 저지르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전쟁이나 대규모 국책사업처럼 막대한 비용뿐만 아니라 우리가 평소 제품을 사거나 주식투자에서도 지나친 현상유지에 매달리거나 자신의 판단을 과대평가하지 않도록 할 때 합리적인 의사결정 가능성은 높아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심적회계 - 현금보다 신용카드를 선호하는 심리 (멍청한 소비자들, 2015.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