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껏 한다는 것은 무엇을 가리키는 말일까요? 우리는 흔히 힘껏 한다고 하면 죽을 둥 살 둥 모르고 가진 힘을 다 쏟아 붓기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죽도록 하지 않으면 무엇을 이루기 어렵다는 얘기를 귀에 뿌리가 내리도록 듣고 자라온 까닭이지요. ‘죽을 둥 살 둥’이란 말씀은 한 가지 일에만 마음을 빼앗겨 다른 일은 돌아보지 아니하고 마구 덤비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사람이 한 가지 일에만 매달려 살아갈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이 말은 마치 너만을 사랑한다는 말만큼이나 어리석은 말이 아닐 수 없어요. 내가 지닌 힘을 다 쏟아 한 사람만 사랑하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은 제가 가진 사랑을 한 사람에게 다 쏟아 부은 탓에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할 겨를은 말할 것도 없이 저를 사랑할 힘도 없기 때문이죠. 제 밥벌이할 힘이 남아있지 않는 사람은 굶어죽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너만 사랑한다는 말은 그 사람이 알고 말을 했던 모르고 했던 거짓말이에요. 힘껏 한다는 말도 마찬가지죠. 한 가지 일에 있는 힘을 다 쏟아 붓고 나면 집에 돌아올 힘이 없어 죽고 말 수밖에 없습니다. 힘껏 한다는 것은 집에 돌아갈 힘과 돌아와서 다시 힘이 솟구치도록 추스를 수 있는 힘을 남긴다는 말이에요. 이것을 우리는 여분, 나머지 힘이라고 부릅니다. 잉여라고도 하는 나머지를 우습게 봐서는 아니 된다는 말씀입니다.
이리 객쩍어 보이는 얘기를 꺼내는 것은 열두 번째 꼬마평화도서관장인 서화한의원 노태진 원장이 엊저녁 내 손목을 잡고 맥을 짚어보고 나서 내 맥박이 평소보다 세게 뛰고 있다면서 몸이 좋지 않은 신호라고 했기 때문이에요. 저는 맥박이 힘차게 뛰면 좋은 것이 아니냐고 되물었죠. 노 원장은 이것을 자동차에 견주면 에어컨을 켜고 언덕을 올라가는 것도 아닌데 평지를 달리는 차 엔진회전수가 마구 치솟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이 말씀을 듣고 입추가 지났다고는 하지만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았는데 요사이 힘에 넘치는 짓을 했는가보다고 생각했습니다. 본디 화요일 저녁에 빠짐없이 하던 몸살이 놀이하기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와 누워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힘껏 한다는 말은 무슨 일을 할 때 힘에 부치지 않게, 힘을 지나치게 쏟아 붓지 않고 알맞게 쏟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양껏 먹으라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양’이란 위를 가리키는 우리말로 양껏 먹으라는 말은 모자라게도 넘치게도 먹지 말고 제 배에 차도록 알맞게 먹으라는 말씀입니다.
제게 알맞은 살림살이를 짚어봐야 하겠습니다. 벗님도 긴 여름을 거치면서 몸에 기운이 많이 빠져있으실 테니 몸 잘 챙기며 오는 가을 한껏 누리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