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장 구속사 강해
하나님 나라 백성의 존재 의미
요셉이 옥중에서 2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 바로가 괴이한 꿈을 꾸고 번민에 빠지는 일이 발생했다. 꿈에서 깨어난 바로는 마음이 번민하여 애굽의 술객과 박사를 모두 불러 그들에게 그 꿈 이야기를 하고 해몽하라고 하였으나 아무도 그 내용을 해석하는 사람이 없었다. 마침 술맡은 관원장이 2년 전 옥중에서 자신의 꿈을 해석해 준 요셉을 기억해 내고 바로에게 요셉에 대하여 소개를 하였다. 술맡은 관원장의 상세한 이야기를 들은 바로는 즉시 요셉을 불러 자신의 꿈에 대하여 해몽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바로의 꿈 이야기를 들은 요셉은 그 꿈이 하나님께서 행하실 일을 보이신 것임을 알고 일곱 해 동안 큰 풍년이 된 뒤에 다시 일곱 해 동안 큰 흉년이 들게 될 것이라고 해몽해 주었다(창 41:32-36).
1. 애굽의 총리가 된 요셉
요셉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바로는 애굽의 모든 신하들이 요셉의 해몽과 건의에 대하여 좋게 여김을 보고 “이와 같이 하나님의 신이 감동한 사람을 우리가 어찌 얻을 수 있으리요”(창 41:38) 하며 요셉을 칭찬하고 요셉을 애굽 온 땅을 다스리는 총리로 세웠다(창 41:39-40). 바로는 요셉을 특별히 하나님께로부터 온 사자인 것으로 여기고 최대의 예우를 다 해주었다. 요셉은 바로가 준 인장 반지를 손에 끼고, 세마포 옷을 입고, 금사슬을 목에 걸고, 버금 수레를 타고 다니며 애굽 전국을 총리하게 되었다. 요셉의 나이 30세에 일 국의 총리가 되어 전 국정을 다스리고 관리하는 자가 된 것이다. 애굽의 총리가 된 요셉은 최고 관리자가 되어 7년 동안의 풍년 기간에 소출을 거두어 창고에 쌓을 곳이 없을 정도로 곡식을 저장해 두었다.
요셉은 바로의 꿈을 해석한 일과 일거에 한 나라의 총리가 된 사실을 통하여 이 일들이 자신이 건설하고자 하는 하나님의 나라와도 깊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더욱이 바로를 향하여 하나님께서 행하실 일을 보이신 것이라고 명백하게 말한 것으로 보아 요셉은 그 일이 반드시 하나님으로부터 나온 것임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을 가나안에서 애굽으로 불러내신 일과 상당한 관계가 있음을 의심하지 않았다.
요셉을 애굽의 총리로 세우기 위해 하나님께서 가나안에서 애굽으로 불러내신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무언가 요셉이 수행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애굽의 총리로 발탁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요셉이 수행해야 할 일은 7년 간의 큰 풍년동안에 충분히 양식을 비축하여 다가올 7년 간의 큰 흉년을 대비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지금 요셉이 비축하고 있는 양식은 단순히 한 나라의 백성들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함뿐만 아니라 그 양식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해 나가는 일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고 요셉은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요셉은 총리로서의 자신에게 부여된 책무를 수행함에 있어 최선을 다 했다. 앞으로 하나님께서는 어떤 방법으로든 요셉이 관여하고 있는 식량을 비축하는 일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큰 일을 수행하실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총리로서의 자신의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던 요셉은 온 제사장 보디베라의 딸 아스낫과 혼인하여 두 아들을 생산했다. 애굽의 온(On)은 ‘태양의 집’이라는 뜻으로 나일 삼각주 남단에 위치한 태양신 숭배 중심지였다. 애굽 사람들은 특별히 태양신인 레(Re)를 최고의 신으로 숭배했었는데, 요셉의 장인은 바로 태양신의 제사장이었다. 그의 이름 보디베라는 ‘레(Re) 신이 보내주신 자’라는 뜻이다. 그의 딸 아스낫 역시 ‘네이트(Neith, 여신 중의 하나)의 종’ 이라는 뜻으로 보아 그들이 우상 숭배자들임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그러나 요셉은 바로가 아스낫을 아내로 주자 아무런 거역을 하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였던 것으로 보아, 자신이 가나안 사람으로서 가나안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지만 이것을 포기하고 애굽에 정착하고자 한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아스낫과의 관계에서 두 아들을 생산하였다는 것은 요셉이 애굽에서 터를 잡고 정착하고자 한 의도가 분명함을 증거해 주고 있다.
2. 요셉이 인식한 자신의 존재 의의
요셉은 2년 전만 하더라도 가나안으로 돌아가고자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애굽의 총리가 된 이후 요셉은 이제 와서 그 생각을 고치고 오히려 애굽에서 정착하고 있다. 요셉이 가나안으로 귀향하지 않고 애굽에 정착하고자 한 것은 총리라는 직책에 대한 연민 때문은 아니었다. 요셉의 신앙 인격으로 보아 자신이 수행해야 할 인생의 본분을 완성하기 위해 가나안으로 돌아가야 했다면 총리직을 그만 두고서라도 가나안으로 돌아갈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나 요셉은 가나안에서 애굽으로 팔려와 보디발의 가정 총무로부터 시작하여 옥에서의 죄수를 관리한 경험과 마침내 한 나라의 총리로 발탁되기까지의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며 분명히 하나님께서 특별한 임무를 맡기시기 위해 그와 같은 길을 가게 하셨음을 알게 되었다.
이미 요셉은 가나안에 있는 동안에 기이한 꿈을 꾸었고 그 꿈의 내용이 자신을 매우 지체 높은 인물로 부각시키고 있음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때는 자신이 어떤 위치에 도달할 것인가에 대하여 분명하지 않았으나 지금에 와서 일 국의 총리가 되었음을 연관지어 볼 때, 현재 자신이 처한 총리라는 위치가 우연히 주어진 것이 아님을 알게 된 것이다. 따라서 하나님은 요셉에게 꿈으로 이미 예견하게 해 주셨던 것처럼 특별한 이유가 있어 요셉을 애굽의 총리로 발탁되게 하신 것이다. 요셉은 이러한 하나님의 계획을 알고 자신이 새나라를 건설하는 일에 참여할 곳은 가나안이 아니라 이곳 애굽에서의 총리 직분을 통해서 무언가 일익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여기게 된 것이다. 때문에 가나안으로 돌아가지 않고 애굽에서 정착하며 과연 하나님께서 어떤 일을 맡기실 것인가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 나아가 7년 간의 풍년 기간이 끝나고 혹독한 7년 간의 기근이 시작되자 요셉은 자신의 역할이 어떤 것인가 점차 분명하게 깨달아 가고 있었다. “애굽 땅에 일곱 해 풍년이 그치고 요셉의 말과 같이 일곱 해 흉년이 들기 시작하매 각국에는 기근이 있으나 애굽 온 땅에는 식물이 있더니 애굽 온 땅이 주리매 백성이 바로에게 부르짖어 양식을 구하는지라 바로가 애굽 모든 백성에게 이르되 요셉에게 가서 그가 너희에게 이르는 대로 하라 하니라 온 지면에 기근이 있으매 요셉이 모든 창고를 열고 애굽 백성에게 팔 새 애굽 땅에 기근이 심하며 각국 백성도 양식을 사려고 애굽으로 들어와 요셉에게 이르렀으니 기근이 온 세상에 심함이었더라”(창 41:54-57)는 기록과 같이 흉년은 단순히 애굽에만 관련된 일이 아니었다. 애굽뿐만 아니라 주변 각 나라마다 흉년이 들어 먹을 양식이 없었다. 이제 애굽 백성들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 사람들은 요셉의 식량에 절대 의존하지 않으면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각국 백성들이 양식을 사기 위해 요셉에게 찾아들기 시작하자 요셉은 자신이 하나님 나라의 건설에서 담당하여야 할 역할에 대해 더욱 명백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해가 가면 갈수록 기근이 더 심해진다는 것은 가나안에 있는 야곱과 요셉의 형제들에게도 그만큼 양식이 더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따라서 하나님의 나라를 소망하고 그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존재하는 야곱의 식구들을 오랜 기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선 요셉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가 된 것이다. 비로소 요셉을 가나안에서 부르시어 애굽의 총리가 되게 한 하나님의 의도가 구체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요셉은 가나안에 돌아가지 않고 애굽에서 정착하고자 한 것이다.
요셉은 우연하게 하나님의 일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나님은 매우 치밀하게 요셉을 인도하셨고, 요셉은 하나님의 일을 소망하되 자신의 열심만을 앞세우지 않고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의도가 분명히 나타나지는 과정을 차근히 밟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요셉은 단편적으로 자기가 꾼 꿈에 의존하여 인생을 경영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꾼 꿈에 대하여 충분한 해석과 이해를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즉 요셉은 자신의 인생이 진행되는 상황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자기가 꾼 꿈의 의미를 충분히 해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요셉에게서 발견되는 위대한 신앙의 용사가 가지고 있는 면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