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칠백마흔두 번째
파스칼의 내기
‘왜 무엇이 존재하며 왜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왜 천지와 만물이 존재하는가.’ 말을 비틀어서 무슨 말인가 헤매게 하지만, <대학>에서 가르치는 격물치지格物致知, 모든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파고들어 깨우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합니다. 젊었을 때 한 번쯤은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어떻게 사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등등 삶의 본질을 생각하다가 우리가 사는 이 우주는 ‘우연인가, 영원의 존재인 창조주로부터 비롯된 것인가.’하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래서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라고 한 모양입니다. 이 말을 한 파스칼은 신앙과 철학이 담긴 책으로 기독교 제2의 경전이라고 불리는 <팡세 Pensées>를 남긴 위대한 철학자이자 수학자였습니다. 오늘날 보험과 금융, 심지어 날씨 예측의 근간이 되는 ‘확률론’이 그의 작품입니다. 그는 1654년 11월 23일 밤, ‘불의 밤(Night of Fire)’이라 불리는 일생일대의 신비로운 종교적 체험을 하게 됩니다. 이 강렬한 체험 이후, 파스칼은 이전까지 몰두했던 수학과 과학을 ‘뜬구름 잡는 헛된 영광’으로 여기게 됩니다. 그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구원’의 문제인데, 나는 쓸데없는 기하학 문제에 시간을 낭비했다”라고 통렬히 반성했다는 겁니다. 이 회심 이후 그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신앙을 권유하기 위해 자신이 기초를 닦은 ‘확률론’과 ‘기댓값’의 논리를 사용했답니다. 이 유명한 논증이 바로 ‘파스칼의 내기 Pascal's Wager’입니다. 이는 “신의 존재는 증명할 수 없지만, 신을 믿는 것이 믿지 않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이득’이 되는 합리적 선택이다”라는 주장입니다. 지금 기독교인들은 기도(관계의 회복), 금식과 절제(욕망의 정리), 자선과 섬김(이웃 사랑의 실천)의 시간, 사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예수를 잘 믿어야 한다는 말이 왜 가슴 아프게 다가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