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2억5000만, 기동민 억대” 김봉현 녹취…당사자들 부인
김영춘 “로비 의혹 사실 무근” 기동민 “돈 받지 않았다”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기동민 민주당 의원/뉴시스
라임자산운용 로비 핵심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기동민 민주당 의원에게 억대의 로비를 했다는 녹취록이 나왔다. 다만 김씨는 지난 4월 체포 이후 검찰 수사 단계와 재판 단계, 최근 옥중편지 공개에 이르기까지 수시로 자신의 상황에 유리하도록 진술을 번복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녹취록 역시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과 기동민 의원은 모두 로비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11일 시사저널이 입수해 보도한 김씨의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체포 직전인 지난 3~4월 측근과의 통화에서 “2016년도 선거 때 민주당 김모 의원, 장관 인사. 부산에 모 유력 의원. 실제로 형이 돈을 줬다고 그때 그거”라며 “형은 2억 5000 줬으니까. 누구냐면 부산. 그 해수부 장관 김영춘이야. 그때 당시는 완전히 XX이었거든. 그때 울산에서 김영춘한테 직접 형이랑 가갔고 돈 주고 왔단 말이야”라고 했다.
김 사무총장은 “로비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10월 3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김봉현이라는 사람을 모르며 돈을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사무총장의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또 “그리고 저 기동민이한테는 두 차례에 걸쳐서 거의 억대 갔어. 한 세차례 갔겠구나. 그 선거 할때”라고 했다.
기 의원은 2016년 총선 전후 김씨로부터 양복을 받은 점은 인정했지만 돈은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기 의원은 최근 검찰 소환 조사에서도 김씨 주장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또한 자신이 기 의원에게 수천만원을 건네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이강세 전 광주 MBC 사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지난 5일 입장문을 내고 “기동민 의원에게 돈을 준 사실이 없으며 그 증거 또한 없다”고 녹취록과는 정반대 말을 했다.
김씨는 녹취록에서 “그리고 이들이 누구냐 하면 저 이강세 플러스 김갑수, 기동민, 이수진(민주당 현 비례대표 의원). 이수진이라고 저 뭐냐 의료연맹위원장 있고 걔. 그리고 금융노조위원장 또 있어. 그것들이 야인일 때 만들어진 폰타나 모임이라고 있어. 필리핀 모임. 거기에 또 이강세가 주축이야. 필리핀 폰타나 리조트. 그 비행기 탄 근거들이 다 있어”라고 했다.
기 의원과 민주당 비례대표 이수진 의원, 김갑수 열린우리당 전 부대변인 등이 2015년 김씨가 마련한 필리핀 골프 리조트로 여행을 다녀왔던 것은 사실로 드러났다. 하지만 김씨는 최근 옥중편지에서는 기 의원 등에 대해 “2016년경 만났던 일이고 라임 펀드 관련해서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라고 말을 바꿨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뉴시스
김씨는 녹취록에서 “그리고 이강세가 강기정 만나러 직접 청와대까지 들어갔다 왔고 청와대 출입기록 보면 알겠지?”라고도 했다. 라임 사태 무마를 위해 김씨가 이강세 전 광주 MBC 사장에게 5000만원을 주고, 이 전 사장이 작년 7월 28일 일요일 청와대에 들어가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났다는 이야기다. 강 전 수석은 “청와대에서 이씨를 만난 적은 있지만 돈은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검찰에서 이러한 상황을 진술했던 김씨는 지난달 법정에서도 같은 내용을 폭로한 뒤 다시 옥중편지에서 “검찰 출신 변호사가 기동민도 좋지만 강기정 정도는 잡아야 한다. 그러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보고해 보석(조건부 석방) 재판을 받도록 해주겠다"며 진술을 강요당했다는 취지로 다시 말을 바꿨다.
★검사 술접대’ 의혹의 진실, 검찰 야근택시가 알고있다
라임자산운용 로비 핵심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라임자산운용 로비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옥중 폭로한 ‘검사 술접대’ 의혹이 변곡점을 맞았다. 김씨가 작년 7월 라임 사건에 합류할 검사들이라며 소개 받은 현직 검사 3명에게 강남 룸살롱에서 1000만원어치 술접대를 했다는 날짜로 작년 7월 12일과 18일을 특정했기 때문이다.
◇김봉현, 금요일마다 자주 술마셔
1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애초 금요일마다 서울 강남의 F룸살롱에 주변 지인들을 불러 자주 술을 마셨다. 김씨가 검사 술접대 날짜 중 하루로 특정한 작년 7월 12일도 금요일이다.
김씨 주변에 따르면, 기독교 신자인 김씨는 금요일에 교회를 다녀온 뒤 해가 지면 F룸살롱으로 지인들을 불렀다. 단골 멤버였던 김씨의 고향 친구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도 금요일 오후면 청와대 업무를 마치고 한강 다리를 넘어 F룸살롱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날이면 제주도에서 렌터카 사업을 하고 있는 김씨의 고향친구 장모씨가 전복과 회 등 해산물을 직접 F룸살롱으로 공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 자리에 평소 ‘부장님’으로 모셨던 검찰 출신 A변호사는 물론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등도 불러 여러 개의 방을 잡고 술자리를 즐겼다고 한다. A변호사와 이 전 부사장 모두 “김씨와 작년 7월 몇번의 술자리를 가졌던 것은 사실”이라고 해왔다. 다만 해당 술자리에 현직 검사가 있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A변호사는 “현직 검사를 소개해 준 적 없다”는 입장이고 이 전 부사장 역시 “술자리에 현직 검사가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김씨는 술자리 날짜를 특정했지만 당시 현직 검사가 있었다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손님을 태우려는 택시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조선일보DB◇검사 야근 택시 기록에도 증거 있을 듯
김씨가 술접대 날짜로 작년 7월 12일과 18일을 특정했기 때문에 술접대를 받았다고 지목된 현직 검사 3명도 당일 행적에 대한 증거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술접대는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던 이들 검사 3명은 작년 7월 당시 휴대전화나 신용카드 사용 내역은 물론 검찰청 출입기록이나 내부 메신저 로그인 기록까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의 야근 택시 기록에도 주요 증거가 담겨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야근이 잦은 검사들의 업무 특성을 고려해 밤10시 이후(올 2월부터 밤 11시 이후) 검찰청사로 택시를 불러 퇴근할 수 있도록 비용 처리를 해주고 있다. 대형 사건이 많은 서울중앙지검의 경우에는 택시 수십대가 청사에 몰려드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김씨가 검찰 출신 전관 A변호사로부터 “라임 수사팀에 합류할 검사들”이라며 강남 룸살롱에서 소개 받았다고 지목한 현직 검사 세 명은 작년 7월 각기 다른 검찰청에 근무했다. 한 명은 전국 특수 사건을 보고 받는 대검 반부패부, 한 명은 김학의 전 법무차관 성접대 의혹 수사팀에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주장은 올 2월 라임 수사팀이 서울남부지검에 꾸려지기 7개월 전인 작년 7월 각자 다른 업무로 바빴던 검사 세 명이 자신에게 술을 얻어 마셨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씨가 지목한 술접대 당일 이들 검사 중 야근 택시를 이용해 퇴근한 기록이 하나만 나와도 김씨 주장은 신빙성을 잃게 된다는 지적이다.
김씨는 술자리에 현직 검사 3명 말고도 A변호사와 이종필 라임 전 부사장,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까지 7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7명의 동선과 진술을 모두 맞춰야 술접대 의혹을 입증할 수 있는 수사팀 고충이 클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법무부 감찰 조사 결과 검사 술접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