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날의 추억(追憶) 서울의 10대 극장 ♣
젊은 날의 추억하면 가장 많이 생각나는 것이 다방과 극장 이지요.
휴일이면 청춘 남여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다방과 극장 이었어요.
다방은 여러 종류가 있었으나 특히 청춘남여들이 많이 찾은 곳은 D.J가 있는 "음악다방"이었지요.
음악다방에서는 테이블에 놓인 흰 메모지에 신청곡과 사연을 써내면 D.J는 신청곡에 얽힌 이야기와
함께 LP판을 틀어 주었어요. 그러다 보니 음악다방의 D.J는 인기가 높았지요.
이때 음악다방 D.J출신으로 유명세를 탄 김광환, 박원웅, 이종환, 황인용씨 등이 있어요.
지금도 종로3가에 가면 추억의 음악다방이 있는데 올해로 DJ인생 45년차인 DJ 장민욱씨(65)는 국내에서
유일한 현역 DJ이지요. 현재 서울 종로3가 음악다방 ‘청춘1번지’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또 서울 시내에는 많은 극장들이 있었지만 개봉관인 1류 극장과 2류 극장, 3류 극장으로 분류하였는데
모든 영화는 1류 극장에서만 개봉하고 2류 극장은 개봉관에서 종영이 되면 상영하였고,
3류 극장에서는 영화 2편을 연이어 상영하기도 하고 새벽까지 심야극장으로 운영하기도 하였어요.
요즘엔 극장에 가서 먹는 음식이 커피와 팝콘이 대세이지만 옛날에는 영화가 시작하기 전
미니가판을 어께에 메고 판매하는 상인이 있었는데 구운 오징어와 땅콩을 많이 팔았지요.
뭐니 뭐니 해도 일류극장 개봉관으로는 대한극장이 최고 였어요.
물론 단성사, 피카디리, 중앙 등 개봉관이 여러곳 있었지만 시설면에서 대한극장을 따라 갈수 없었어요.
1958년 서울 충무로에 등장한 대한극장엔 창문이 없었지요. 영화 볼 때 빛의 방해를 받지 않도록
설계한 대한민국 1호 ‘무창(無窓) 영화관’이었어요. 성능 좋은 공기 정화 시설을 갖춘 덕분이었지요.
70㎜ 필름 영화를 소화할 수 있는 대형 와이드 스크린도 이 극장밖에 없었어요.
알프스의 드넓은 초원에서 ‘도레미송’을 부르는 ‘사운드 오브 뮤직’이나 ‘벤허’의 전차 경주 장면에
사람들은 탄성을 질렀지요. 대한극장은 오늘날로 치면 3D 화면과 좌석 진동 장치까지 갖춘 첨단 멀티플렉스였어요.
이후 대한극장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닥터 지바고’ 등 대작 상영관으로 명성을 날렸지요.
3개월 장기 흥행작이 속출했고 ‘벤허’는 6개월이나 스크린을 차지했어요.
이때 단일영화 최장수 상영 기록도 세웠지요. 1970년대엔 극장 애니메이션 붐도 이끌었어요.
‘로보트태권V’와 ‘철인007′을 보려고 어린이 관객 수십만 명이 이 극장을 찾았지요.
많은 이가 그 시절 대한극장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기억하지요.
매표소에서 시작해 극장을 한 바퀴 돌아 한국의집까지 수백m 이어지곤 했어요.
대한극장은 ‘로보캅’ ‘백 투 더 퓨처’ 등이 흥행하며 1985년부터 8년 연속 관객 동원 1위를 기록했지요.
이때는 대한극장 혼자만 흥행을 누린 것도 아니었어요. 단성사·서울·명보·중앙·스카라·국도·피카디리·아세아·
허리우드 등 우리나라 '10대 극장’으로 꼽히며 모두 다 잘 나갔지요.
방학 때면 학생들도 가세해 조조할인 표마저 구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극장 앞엔 암표상이 들끓었지요.
신작 영화를 개봉관 한두 곳이 차지하는 단관 극장 전성시대의 풍경이었지요.
그렇게 한국연화를 주도하던 대한극장이 조조할인 시간대를 오후 1시로 옮겼다고 하네요.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CGV 등 대기업 멀티플렉스와의 오전 할인 경쟁에서 밀리자 살아 남기위해 어쩔수
없이 취한 선택이지요. 이제는 영화 한 편을 1000곳 넘는 스크린에서 동시 상영하는 시대가 되면서
자본이 부족한 옛날식 극장은 설 자리를 잃었어요.
개봉관 일부는 멀티플렉스로 변신했지만 역부족이었지요. 온라인 동영상(OTT) 서비스와 거실을 차지한 80인치
대형 TV는 각 가정을 영화관으로 만들었어요. 대한극장의 ‘오후 조조’는 그런 변화에 맞춰 살아남기 위한 분투이지요.
추억은 대개 공간에 대한 기억으로 남지요. 극장 하나가 사라질 때마다 극장에 얽힌 추억도 묻혀가고 있어요.
가수 이문세는 ‘조조할인’에서 그 시절 청춘 남녀가 아침 일찍 영화관에서 만나는 모습을 노래했지요.
‘아직도 생각나요 그 아침 햇살 속에/ 수줍게 웃고 있는 그 모습이/(중략)/
가끔씩 나는 그리워져요’.
서울의 10대 극장 중에서 서울과 명보가 지난해 문을 닫았지요. 이제는 대한극장만 남았어요.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어요. 우리네 소중한 추억도 이렇게 하나하나 잊혀져 가고 있는지도 몰라요.
나이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 했는데 ..... -* 옮긴글 *-
<박종구 님이 주신 카톡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