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봄비가 오네요.
우산을 쓰고 나서니 다닥 다닥하는 소리가, 어릴 적 시골집에서
추녀에서 떨어지는 빗물 소리가 생각닙니다.
***봄비 시 두 편
<봄비>
김소월
어룰 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
어룰 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
서럽다, 이 나의 가슴속에는!
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
그러나 해 늦으니 어스름인가.
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 오지만
내 몸은 꽃자리에 주저앉아 우노라.
<봄비>
이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 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그러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이수복이란 분은 40년 전에 작고한 시인이라네요.
더 이상은 소개가 없습니다.
첫댓글 봄비 하면 변영로 시인의 <봉비>가 생각납니다...
누군가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비둘기 발목 붉히는 은실비 소리... 질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
변영로의 '봄비'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아렴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앞에 자지러지노라!
아,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누나!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