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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바뀌면 들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맘은 급해집니다. 제대로된 고운 꽃들을 자연에서 본지가 오래되어 목마름이 절정에 다를 시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미 급한 사람들은 2월이 오기도 전에 들꽃을 찾아 떠나는 데, 1월 중순쯤 되면 이미 성질 급한 들꽃들이 피어나 있습니다.
우리나라 가장 일찍 피어나는 꽃은 뭘까요?
라고 물으면 아마 꽃을 찾아다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복수초라고 답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복수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찍 피어나는 꽃 중에 하나인데, 1월이면 피어나는 곳이 제법 있습니다. 심지어는 12월에도 야생에서 복수초를 보았다고 하는 이들이 있으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늦게도 피고 가장 일찍도 피어나는 꽃이 되는 셈이 됩니다.
하여간 복수초는 이렇게 빨리 피어나는 곳이 있어 사진가들은 겨울에도 눈덮인 산을 뒤져 쌓인 눈을 녹이고 탐스럽게 올라오는 복수초를 담아 설중복수초라 하며 경쟁적으로 올립니다.
이제는 너무 많이 노출되어 설중 복수초라 해도 별로 대단한건 없지만 그래도 들꽃사진가들에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험입니다.
이렇게 잔설이 남아 있는 동안 피어나는 꽃으로는 복수초 말고도 앉은부채가 있으며, 그보단 늦긴하지만 성급한 노루귀도 2월이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나무꽃으로는 동백꽃이 일찍 피는 것으론 유명합니다.
■ 복수초와 앉은부채가 눈을 녹이는 법
앉은부채
앉은부채
복수초와 앉은부채는 스스로 열을 내는 식물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앉은부채는 산소호흡을 하면서 뿌리에 저축된 녹말을 분해하여 열을 내는데, 불염포(앉은부채 꽃을 둘러싸고 있는 포)내부는 주변 보다 보통 섭씨 10도 정도 높은 온도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복수초도 그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높은 열을 내어 주변보다 섭씨 7~8도 이상의 온도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식물학에서 식물들이 이렇게 스스로 열을 내는 것을 '열발생'이라하고 이런 작용을 통하여 체온을 유지하는 것을 '체온조절작용'이라하는데, 복수초와 앉은부채가 그런 작용을 하는 대표적인 우리 들꽃입니다.
눈을 녹이며 피어나는 복수초와 앉은부채는 스스로 열을내는 뜨거운 가슴을 소유한 열정적인 아이들이지요.
복수초처럼 꽃이 예쁜 아이는 충매화인데, 곤충도 없는 겨울에 이렇게 일찍 꽃을 피우니 도대체 복수초와 앉은 부채는 어떻게 꽃가루받이를 할까 하시며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사실 복수초의 실질적인 개화기는 3월~4월로 보아야 합니다. 대부분의 야생 복수초는 3월이 되어서야 피어나기 때문입니다.
1월과 2월에 뜨거운 열로 눈을 녹이며 피어나지만, 사실은 이시기에는 곤충이 많지 않으니 다른 때보다는 수분에 실패할 확률도 높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관찰한 바로는 2월에 복수초가 피어난 곳에 등에와 그 보다 작은 곤충들이 제법 복수초를 찾아와 놀고 있더군요. 그리고 복수초는 꽃에 꿀샘이 없기 때문에 꽃가루를 먹이로 하는 작은 곤충에 의해 수분을 하리라 생각됩니다.
■ 동백꽃이 겨울에 피어나는 이유
복수초와 앉은부채는 겨울에도 꽃을 피우긴 하지만 사실상 봄꽃입니다. 이른 봄에 피어나는 꽃이지요. 하지만 이들과는 달리 개화시기가 1~5월인 동백꽃은 정말 겨울에 피어나 제 기능을 하는 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백꽃은 우리나라에서 아주 드문 조매화(鳥媒花) 입니다. 동백꽃의 꽃가루받이는 동박새가 해주는데 동백꽃이 피는 곳에서는 동박새를 볼 수가 있습니다.
동박새는 동백꽃의 꿀을 먹는 대신 꽃가루를 다른 꽃으로 옮겨줘 수분을 도와주는 것이지요. 바로 이 동박새 때문에 동백꽃은 곤충이 없는 겨울에 꽃을 피워도 꽃의 본래의 목적인 생식과 번식기능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겨울에 꽃을 피우게 되면 이에 따르는 보상이 있습니다. 먼저 경쟁자가 없다는 것이지요. 겨울엔 대개의 식물이 휴면상태에 있기 때문에 햇볕과 땅의 양분(수분)을 고스란히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게다가 병해충까지도 피할 수 있으니 수분매개자만 있다면 겨울은 그런대로 꽃을 피워낼만한 시기가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동백이 겨울에 피어나는 이유는? 이라고 한다면 저는 바로 동박새 때문이다 라고 대답합니다.
복수초는 이른 봄에 피어나기 때문에 인기가 좋습니다. 꽃에 목마른 사람들도 이른 봄에 복수초가 필때면 복수초를 찾아 산을 헤메는데 이 때쯤 먹을 것이 떨어진 들짐승들도 부지런히 먹을 것을 다닐때입니다.
노란색으로 유난히 고운 복수초는 이때쯤 배고픈 초식 짐승들의 먹이로는 딱일듯하지만, 복수초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유독성물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복과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 정초에 선물로 많이 이용하는 데 사실은 독초인 셈입니다.
한국환경생태학회지에 실린 '남한에 자생하는 복수초의 형실특성에 관한연구 1996'에 따르면 백두대간을 따라 피어나는 복수초가 개화시기가 가장 빠른 반면 화경이 가장 작고(평균 2.73cm), 충청도와 서해안에 피어나는 복수초가 화경이 평균 6.82cm로 가장 크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복수초는 이영노 박사외 여러분이 몇가지 종을 보고하여 이름을 붙였지만 유전학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는데(염색체가 모두 동일) 반해, 일본에는 염색체가 서로 다른 종류가 있으며, 이를 잘 교배하여 120여종의 원예 품종이 개발되어 있다고 합니다.
위 연구에 따르면 화경이 큰 충청도와 서해안에 피어나는 복수초가 관상용으로 가장 가치가 있다하니 가장 일찍 피어나는 동해안의 복수초와 잘 교배하여 일찍 피어나면서도 꽃도 큰 백두복수초라 이름지워질만한 꽃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복수초가 일찍 피어나는 꽃으로 많이 알려짐에 따라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복수초의 자생지가 점점 사라져가는 추세라고 합니다.
복수초는 자연상태에서 씨앗이 발아하여 꽃을 피울 수 있을 때까지 성장하는데 4~5년 걸리는 아주 성장이 느린 꽃이다. 보호하지 않으면 금방 씨가 마를 수 있는 식물이라 모두 관심을 가지고 보호해야할 우리 들꽃입니다.
복수초 열매
#출처;오리지날산약초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