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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안내산악회 코스 계획에 따라 ‘진고개휴게소 → 진고개 탐방지원센터 → 노인봉 → 낙영폭포 → 백운대 → 만물상 → 구룡폭포 → 식당암 → 금강사 → 오대산국립공원 소금강분소 → 소금강 상가 지역 → 오대산국립공원 소금강 주차장'의 15km 구간을 7시간 동안 즐길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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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봉[老人峰]
높이: 1,338m
위치: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오대산은 크게 보아 진고개를 지나는 국도를 사이에 비로봉(1,563.4m), 호령봉(1,561m), 상왕봉(1,491m), 두로봉(1,421.9m), 동대산(1,433.5m)의 다섯 봉우리와 그 사이의 많은 사찰로 구성된 오대산지구, 그리고 노인봉 (1,338m)을 중심으로 하는 소금강지구로 나뉜다.
노인봉 남동쪽으로는 황병산(1,407m)이 있고, 북동쪽으로 긴 계곡이 청학천을 이룬다. 노인봉에서 흘러내린 물이 하류로 내려가면서 낙영폭포, 만물상, 구룡폭포, 무릉계로 이어지는데 이름하여 청학동소금강(靑鶴洞小金剛)이다. 노인봉은 정상에 기묘하게 생긴 화강암 봉우리가 우뚝 솟아, 그 모습이 사계절을 두고 멀리서 바라보면 백발노인과 같이 보인다고 하여 노인봉이라 불렀다 한다.
노인봉은 현재 오대산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소금강 계곡을 감싸 안고 있는 노인봉(1,338m)이 진고개로 오대산과 그 맥을 잇고 있을 뿐, 소금강 계곡은 오대산과는 사실 별개의 지역이라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오대산국립공원은 월정사 지역과 소금강 지역으로 구분해 부른다.
소금강이라는 별칭을 가진 명소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1970년 우리나라 최초 명승 1호로 지정된 청학동소금강이 대표적인 절경이다. 소금강이라는 별칭을 부여할 때는 대개 지역 이름을 앞에 붙여 경기 소금강, 정선 소금강 등으로 부른다.
청학동 소금강은 소금강 하면 청학동 소금강을 지칭하기도 하며, 오대산 국립공원 속에 포함되면서 오대산 소금강이라고도 하고, 일부에서는 연곡 소금강, 청학천이라고도 불린다.
노인봉에서 발원한 청학천이 13km 흘러내리며 이룬 이 소금강은 기암괴석과 층암절벽, 소와 담, 폭포 등이 절경을 빚고 있다. 무릉계를 기준으로 상류 쪽을 내 소금강, 하류 쪽을 외 소금강이라 한다. 외 소금강에는 금강문, 취선암, 비봉폭, 그리고 내 소금강에는 삼선암, 세심폭, 청심폭 등이 대표적인 경관을 이룬다.
이 밖에도 30개가 넘는 경관지가 있는데, 특히 금강산의 그것과 흡사한 만물상, 구룡연, 상팔담 등이 볼만하다. 계곡 요소마다 철난간이나 구름다리 등이 놓여 있다. 소금강은 무릉계 무릉폭에서 그 진면목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무릉계에서 1.1km 거리에는 계곡물이 열십자 모양의 못을 이룬 십자소가 낭떠러지 아래에서 깊은 물을 일렁이고, 다시 600m 지점에는 식당암이라는 평평한 암반이 있다.
식당암에서 극락고개를 오르면 세심대와 청심대를 지나 구룡폭(구룡연)에 이른다. 아홉 폭포가 연달아 내리꽂히는 자태가 장관이다. 구룡폭 바로 위에는 만물상이 있다. 거인의 옆얼굴을 닮은 귀면암, 촛불 형상의 촛대석, 암봉 한가운데 구멍이 뚫려 낮이면 해 같고 밤이면 달 같은 일월봉, 거문고 타는 모습의 탄금대 등이 만물상을 장식한다. 관리사무소에서 만물상까지는 약 4km로 2시간쯤 걸린다.
노인봉은 여름의 계곡 산행으로 으뜸이며, 가을의 기암들과 어우러진 단풍, 등산로가 양지쪽으로 나 있어 겨울에도 포근한 명산으로 겨울 산행지로 좋다. - 한국의 산하
2024년 6월 23일은 일요산행으로 거의 30년 만에 한 안내산악회와 함께 소금강 산행을 하기로 했다. ‘진고개휴게소’를 들머리로, 노인봉에 오른 후 소금강으로 내려간 산행은 1994년? 1995년? 진고개휴게소에 시외버스가 정차하던 시절 대학 동기 두 친구와 같이 달린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당시 털보로 유명한 노인봉 산장지기의 다람쥐 학살을 구경하기도 하며, 소금강으로 내려가, 강릉에서 1박 했나? 이후 노인봉은 백두대간 연결 산행[산행기]과 안개자니골 계곡산행[산행기] 덕에 다시 올랐으나, 소금강 산행은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다, 대중교통이나 안내산악회로 갈 수 있는 초면의 산이 갈수록 줄어드는 속에서 그나마 갈만한 산을 찾다가, 한 안내산악회의 소금강 산행 계획을 보는 순간 거기에 꽂혀 신청했다. 사실 지금은 소금강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이 전혀 안 나, 다시 갈 때가 되기는 했다.
다만, 일요일에만 시간이 나는 친구에게도 권해 둘이 같이 신청하기는 했으나, 기상청의 단기예보가 발표돼야 정확한 건 알 수 있지만, 중기예보에 의하면 당일 영동 지방에 비 소식이 있어, 간신히 성원을 넘긴 신청자 중에 취소자가 속출해 산행 자체가 취소될 위험이 있다는 게 문제다. 그러지 않기를 빌고 있으나,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 아니라, 일단 정상 진행한다는 가정하게 산행 준비를 한다. 비록 진고개에서 노인봉까지는 아니나, 산행 구간 대부분이 계곡이라, 언제든 물에 뛰어들 수 있도록 물놀이용 신발을 신고, 여벌의 옷을 가져간다. 물론 체력 유지를 위해 연서시장표 김밥도 준비한다. 물론 늦은 점심을 겸한 하산주는 소금강 상가 지역의 식당 중 고객의 평이 좋은 '소금강 맛집'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이 안내산악회의 원칙이 출발 7일 전까지 신청자가 아니라, 입금자가 25명이 안 되면 무조건 취소하는데, 출발 나흘 전까지 입금자가 인솔 대장 제외 20명에 불과해 당연히 취소될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흘 전 갑자기 출발 버스에 관한 정보가 게시판에 올라와, 여러 사람을 당황하게 했다. 최소 인원의 원칙을 어긴 거다. 하지만, 44인승 버스에 22명이 가는 산행이라, 인당 두 자리씩 차지할 수 있어 환영하는 바라, 친구와 둘이 있던 자리에서 두 자리가 비어 있는 곳으로 좌석 변경을 요청해 그곳으로 옮겼다. 그런데, 이 친구와 대화가 안 되는 바람에, 이 친구도 따라와 다시 둘이 나란히 앉는 사태가 발생하고, 출발이 확정되자, 몇 명이 더 신청해, 두 자리가 빈자리는 사라졌다. 결국 부부나 연인이 아닌 두 사람이 나란히 앉은 건 우리 둘이 유일한 산행이 됐다. 당일 오대산에는 비 소식이 있으나, 노인봉은 소식이 없어, 비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다만, 종일 흐리고, 영상 18~20℃, 1m/s 바람이라 계곡에 뛰어들기에는 다소 추운 날씨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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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정각 강남 신사역 5번 출구에서 출발하는 산악회 버스라, 5시경 기상해 볼일을 보는 동안 밤새 산행 계획에 변화가 있는지 확인했으나, 변함없다. 그리고 추가된 미세먼지 정보를 포함한 당일 노인봉 기상청 예보도 전날 예보와 다름이 없고, 초미세먼지 '좋음', 미세먼지 '좋음'이라, 흐리지만 않다면 오랜만에 주변 조망을 감상할 수도 있을 뻔했다. 사실 노인봉은 이번처럼 흐리거나, 아니면 새벽에 올라, 30여 년 전 처음 오른 이후로는 주변 조망을 감상할 만한 기회를 얻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같은 결과가 될 듯하다. 어쨌든 끓인 누룽지로 아침을 먹은 후 전날 저녁 준비한 배낭을 둘러메고, 6시경 집을 나서 김밥을 사기 위해 연서시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김밥 한 줄을 사 주머니에 넣고, 연신내역으로 내려가, 6시 19분 열차를 타고, 강남 신사역으로 향해, 6시 52분경 도착했다.
개찰구를 나와 5번 출구로, 밖으로 나가, 혹시 빈자리가 있을지도 몰라, 버스정류장으로 갔는데, 이미 다른 등산객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그중 하나가 친구라는 사실에 놀랐다. 사실 연신내에서 타고 온 열차에 친구도 타고 있지 않을까 해서 계속 주변을 둘러봤으나, 만나지 못했는데, 나보다 조금 이른 열차를 타, 만나지 못했던 거다. 어쨌든 친구와 인사를 나누고, 버스정류장에서 6시 45분 사당역을 출발한 산악회 전세버스를 기다리자, 6시 58분경 버스정류장 한참 아래에 정차한다. 해서 아래로 내려가, 짐칸에 배낭을 넣고, 버스에 탔다. 그리고 자리를 잡고 앉아 잠을 청해봤으나, 자리가 불편해 잠을 잘 수 없어, 패드로 책을 봤다. 7시가 조금 지나, 신사역을 출발한 버스는 죽전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우고 오대산을 향해 달려, 8시 34분경 휴식을 위해 횡성휴게소에 정차했다.
볼일이 급한 건 아니나, 불편한 자리라, 스트레칭이 필요해 가랑비가 내리는 휴게소에서 내려, 몸을 풀었다. 물론 볼일도 보고. 그리고 버스로 돌아가, 다시 출발하기를 기다리니, 휴식 시간 20분을 꽉 채우고 차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대기업 안내산악회와 달리 중소 안내산악회는 산행에 책정한 소요 시간을 공지하지 않고, 전적으로 인솔 대장에게 맡기는 경향이 있다. 덕분에 마감 시간이 고무줄이라는 게 마음에 안 드는 것 중 하나다. 어쨌든 이 산악회도 마찬가지나, 공지 때 대략적인 소요 시간을 게시는 한다. 그리고 이번 산행에는 7시간 정도라고 했으나, 인솔 대장이 9시 30분경 들머리인 진고개휴게소에 도착할 예정이니, 16시 30분 마감이라고 공지했다. 그리고 도착이 조금 늦더라도, 마감 시간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부연했다. 9시 45분 들머리에 도착했으니, 결과적으로 소요 시간은 15분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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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가 내림에도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려는 등산객이 줄 서서 기다리는 바람에 정상석 인증은 포기! 와중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춘들은, 허옇게 센 가발까지 쓰고 노파 복장으로 대기 중! 노인봉이라?
11시 12분 노인봉삼거리로 돌아와 벗어 두었던 배낭을 둘러메고, 30여 년만의 소금강산 방문을 위해 좌회전! 꽤 많은 등산객이 있었음에도, 소금강산 방향으로 좌회전하는 건 내가 참여한 안내산악회 선수에, 그것도 몇 명은 뺀, 불과한 걸 보면, 등산객 대부분이 인증꾼이라는 방증 아닐까? 아니면, 이미 소금강산의 실체를 알고 있어서?!
과거 털보 산장지기로 유명한 구 노인봉산장이 현재는 무인 대피소로 리모델링됐다. 당시 빵부스러기를 산장 마당에 던져 놓고 그걸 먹으러 오는 다람쥐를 긴 나뭇가지로 때려잡는 광경에 산장에 있던 모든 등산객이 경악했다. 여성 등산객은 비명까지! 해서 그 이유가 궁금해 내가 물었는데, '다람쥐도 쥐다!'가 그의 대답이다.
처음 계획은 적당한 수영장에서 땀을 씻고 가려고 했으나, 그러기에는 물이 너무 더러워 보여, 그건 포기했다. 물이 갈색을 띠는 건 동해로 흐르는 계곡의 공통된 특징으로 보이는데, 혹시 낙엽 썩은 물이 계곡으로 흘러들어?
이후 율곡이 다시 여기를 찾았다는 언급이 없는 걸 보면, 율곡의 '유청학산기'의 글과는 달리 실제는 나와 같이 실망이 컸기 때문이 아닐까? 만약 여기에 내가 다시 온다면, 경관에 감탄해서가 아니라, 아홉 마리 용과 만나기 위함이다!
소금강산에 실망이 커서 그런지, 삼성각까지 올라가는 건 힘 들어, 산신을 만나는 건 언제가 될지는 모르나 다음으로 미뤘다.
율곡의 기행문이 '유소금강산기(遊小金剛山記)'가 아니라, '유청학산기(遊靑鶴山記)'라는 게 이상해 구글링해 보니, 소금강산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율곡이 명명한 게 아니라, 1970년대 이후 그렇게 불렸다는 거다. 추측건대 이 부근 사람들이, 지리산 자락의 청학동이 워낙 유명해, 금강산을 끌어온 게 아닐까? 아직도 청학이라는 이름이 곳곳에 남아 있는 게 그 방증이다. 하긴 이 동네 사람만 뭐라하기에는 대한민국에 금강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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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 58분 소금강 상가 지역을 통과하며, 하산주를 마실만한 식당을 찾아봤다. 그런데, 모든 식당의 메뉴가 거의 비슷하다. 뭐 특별한 메뉴가 있는 식당이 없어, 산행 계획을 세울 때 찾은 '소금강 맛집'으로 갔다. 식당으로 들어가, 식탁에 자리를 잡은 후, 친구는 산채비빔밥과 막걸리, 나는 더덕구이백반과 빨갱이를 주문했다. 그리고 화장실로 가, 계곡에서 씻듯이 웃통을 벗어부치고, 소금강에서 흘린 땀을 소금강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밥과 반찬을 안주로 각자 취향에 맞는 술로 하산주를 한 시간 정도 마신 후 4시가 조금 넘어, 식당에서 나와, 700여 미터 아래에 있는 대형차량 주차장으로 향했다.
4시 19분 대형차량 주차장에 도착해 산악회 전세버스 짐칸에 배낭을 넣고, 화장실에 들른 후 차에 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마감 시각인 4시 30분이 지났음에도 승객 몇이 도착하지 않아, 버스는 출발을 미루고 있다. 속에서 부글부글 끓지만, 원래 중소 안내산악회가 이런 걸로 명맥을 유지하는 거라 꾹 참고 있었다. 그리고 10여 분 늦게 도착한 두 여성 승객에게 인솔 대장이 농담하는 걸 듣고 있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한마디 했다. 그나마 많이 늦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잠이 들어, 깨어보니, 문막휴게소다. 현재 시각 6시 42분. 두 시간 정도 걸린 건가? 10분 휴식이 끝나고 출발한 버스는 8시 16분 아침에 출발한 신사역에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한 안내산악회 코스 계획에 따라 ‘진고개휴게소 → 진고개 탐방지원센터 → 노인봉삼거리 → 노인봉 → 낙영폭포 → 사문다지 → 광폭포 → 삼폭포 → 백운대 → 만물상 → 학유대 → 공원지킴터 → 구룡폭포 → 삼선암 → 식당암 → 금강사 → 십자소 → 구청학산장 → 무릉계 → 오대산국립공원 소금강분소 → 소금강 상가'의 18.92km(산길샘) 코스를 5시간 16분 동안 즐겼다. 이동 4시간 54분, 휴식 22분!
간간이 가랑비가 내리는 우중 산행이라, 더위는 피할 수 있었지만,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어 그저 소금강 계곡을 감상하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산행이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노인봉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등산객을 보고 있으려니, 까만 소 마케팅팀에게 저절로 존경심이 우러나올 지경이다.
1970년대 누군가가 명명한 소금강산이 금강산의 축소판이라면, 굳이 금강산을 탐방할 일은 없을 듯하다. 2012년 건강을 위해 매주 산행을 시작한 이후 과거 갔었던 산과 계곡도 다시 갔지만, 소금강산만큼은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첫 방문 당시 실망이 컸었다는 걸 이번에 방문 때 기억이 났다. 내가 보기에 소금강산은 小金剛山이 아니라, 등산객이 흘린 땀으로 소금을 채굴하는 소금광산이다!
※ 6월 20일 고창 소요산, 6월 23일 소금강, 6월 27일 청도 옹강산 등을 다녀왔으니, 집안에 일이 생겨 산행기를 쓰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비록 7월 4일부터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으나. 자세한 산행기를 쓸만한 시간이 없어, 주요 이정표 위주로 작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