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하면 떠오르는 청풍호는 1985년에 충주댐을 건설하면서 생겨난 인공 호수다. 제천시와 충주시, 단양군에 걸쳐 있어 제천에서는 청풍호, 충주에서는 충주호라 부른다. '내륙의 바다'라고 일컬을 만큼 규모가 커서 면적 67.5km2, 평균 수심 97.5m, 저수량 27억 5000t에 달한다.
청풍호 동쪽에 자리한 수산면이 2012년 10월 충청북도에서 처음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다. 청풍호, 옥순대교, 금수산, 청풍호자드락길 등 자연 풍광이 아름다운데다 산야초마을과 능강솟대문화공간 등 체험 공간이 다양해 힐링 도시의 면모를 잘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슬로시티 수산을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청풍호자드락길 6코스 괴곡성벽길이다. 옥순대교가 바라보이는 옥순봉쉼터에서 출발해 괴곡리, 다불리를 거쳐 지곡리까지 9.9km를 잇는다. 소요 시간이 4시간을 훌쩍 넘는다.
청풍호자드락길 7개 코스 가운데 1코스 작은동산길만 청풍면이고, 2~7코스는 수산면에 속한다. 1~3코스는 청풍호에서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고, 4~7코스는 대부분 호숫가를 따라간다. 이 가운데 6코스 괴곡성벽길이 가장 인기다. 조금 가파르지만 발아래로 장쾌한 경관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자드락길은 '산기슭 비탈진 곳에 난 오솔길'을 일컫는 말이다.
청풍호의 풍광을 즐기려면 굳이 괴곡성벽길을 완주하지 않아도 된다. 들머리에서 백봉전망대까지 가도 청풍호를 제대로 눈에 담을 수 있다. 넉넉히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옥순봉쉼터에서 옥순대교를 건너 5분쯤 걸으면 오른쪽으로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이 들머리다. 수풀이 우거진 오르막길이다. 가쁜 숨을 들이쉬며 힘겹게 발을 내디뎌야 하는 구간도 있지만, 걸음을 포기할 정도로 힘들지는 않다. 쉬엄쉬엄 40여 분 오르다 보면 다불리에 도착한다. 마을을 둘러싼 바위가 불상을 닮았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다.
다불리에서 평탄한 오솔길을 따라 10분 정도 가면 백봉에 도착하고, 이곳에 청풍호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서면 솟대 너머로 옥순대교와 옥순봉, 말목산 등 청풍호 북쪽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청풍호전망대에서 100여 m 올라간 곳에 백봉전망대가 새로 조성되었는데, 360°로 돌아가는 나무 데크를 따라 청풍호 전망을 즐길 수 있다.
백봉주막에서 다불재 정상까지는 작은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소박한 마을을 지난다. 길은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 있다. 다불재 정상은 괴불성벽길의 중간 지점이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사무산(478m) 자락을 한 바퀴 돌아 고수골로 내려오는 게 완주 코스다.
그러나 체력이나 시간에 한계를 느껴 빨리 하산하고자 한다면 괴곡리를 통해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내려갈 수 있다. 길이 여러 갈래여서 차량 이동이 가능한 곳도 있고, 임도를 따라갈 수도 있다. 다불암에서 고수골 쪽을 향해 산길을 걸으면 허리 높이를 훌쩍 넘은 둥굴레 밭과 가시덩굴을 지난다. 탁 트인 능선길이 반복되며 청풍호를 발아래 두고 걷기에 괴곡성벽길의 하이라이트 구간이라 할 수 있다.
1시간 정도 걸으면 403봉에 닿고, 다시 15분을 더 걸으면 임도가 나온다. 임도를 걷는 기분은 산길을 걷는 것만 못하지만, 크고 작은 밭이 길 좌우에 펼쳐져 초록의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다.
☆금월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