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명산(虎鳴山)의 매력은 고통이었다.
(기행 수필)
루수 김상화
초여름의 열기가 아침부터 대단하다. 오늘은 호국 영령을 기리는 현충일이다. 해피 가족은 6월의 정기산행을 호명산으로 가기로 했다. 필자는 몇 년 전 호명산(虎鳴山)을 다녀왔지만, 정상은 오르지 못하고 호수까지만 다녀왔다. 그때의 아쉬운 여운이 남아있어 이번에는 정상을 꼭 가야겠다는 마음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관광버스를 이용하지 못한 것이 수개월 흘렀다. 그래서 오늘은 전철로 가기로 했다. 상봉역에서 춘천 행 전철을 타고 상천역에서 하차했다. 현충일이라 슬픔이 쏟아지기 때문인지 오늘따라 한여름처럼 더위가 몰려온다. 산행한다는 것은 즐거운 고행을 하는 것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거기다 정상까지 즐겁게 올라갔다 올 수 있다면 그것은 100년 된 산삼을 먹은 것보다 훨씬 건강에 좋다고 본다.
호명산(虎鳴山)은 632.4m의 꽤 높은 산이다. 북한강 변에 자리 잡은 이산은 한북정맥 상의 귀목봉에서 남으로 뻗은 산줄기 끝자락에 있는 산이다. 청평댐 뒤로 병풍처럼 솟아 있다. 이 산은 지난 79년에 산 위에 양수발전용 저수지인 호명 저수지가 생긴 다음부터 등산객들의 발길이 잦아지는 산이다. 옛날에 산림이 우거져 사람들의 왕래가 적었을 때는 호랑이가 많이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온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 호명산(虎鳴山)이다. 범이 우는 마을의 호명리와 범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과 흡사하다는 아갈 바위 봉, 아갈 바위 골 등 호랑이와 관련된 지명이 산 곳곳에 남아있다.
호명호수(虎鳴湖水)는 국내 최초로 건설된 양수식 발전소를 만들었다. 수려한 산세와 넓은 저수지는 마치 백두산 천지를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곳이다. 호명호수공원은 진입광장, 휴게광장, 산책로, 연결로, 벽천의 공원 시설과 키다리정원, 난쟁이정원, 화단 등의 조경 시설이 있고 휴게 데크 10개소의 휴양시설 등 다양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우리는 상천역에 내려서 호명호로 직접 가는 코스를 택했다. 호명호수를 향해 걷는 길목엔 날갯짓하는 호랑나비가 예쁘기도 하다. 필자도 나비처럼 사뿐사뿐 날아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허구의 생각을 하며 정상을 향해 걷는다. 호명산으로 가는 코스 중 가장 긴 코스를 택했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10.8km를 걸어야 하며 호수까지는 3.8km이다. 상천역으로부터 한참을 걸었다. 걷다 보니 상천루가 대궐처럼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을 보았다. 상천루 뒤편에는 운동장처럼 넓은 잔디밭을 만들어 놓았고, 잔디밭 한편에 누구나 쉬어갈 수 있게 원두막을 일곱 채를 예쁘게 세워 놓았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며 올라가다 보니 하늘을 찌를 듯 치솟는 잣나무 숲이 나타난다. 숲속엔 여기저기 텐트가 처 있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 캠핑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아름다운 새소리와 자연의 오묘함을 감상하고 걷다 보니 호명호수까지 올라왔다. 입구엔 호명호(虎鳴湖)라고 쓴 비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호명산을 찾는 분들은 누구나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필자도 심명자 미인과 다정하게 사진을 찍었다. 앞에는 아름다운 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호수 위에는 몇 마리의 오리가 물을 가르며 평화스럽게 놀고 있다. 사방에서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바람은 호숫물을 스쳐 잔잔한 파도를 일으킨다. 환영이라도 하듯 호수의 철조망 담장엔 유월의 빨간 장미가 우리를 보고 반갑다는 듯 헤벌쭉 웃음을 터트려 반긴다. 그 웃는 장면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눈길을 띌 수 없게 하는구나! 이렇게 평화스럽고 아름다운 장면을 모처럼 이곳에 와서 본다.
*헤벌쭉= 함박웃음 또는 행복한 미소를 말한다. 즉 입속이 훤히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로 웃는 모습을 말함
호명호수는 우리나라 최초 양수발전을 위한 호수이다. 청평 양수발전소의 상부 저수지로서, 발전(發電)에 필요한 물을 청평호수로부터 양수(Pumping)하여 저장하기 위해 1980년 4월 인공적으로 조성한 호수이다. 경기도 가평군 소재 호명산(虎鳴山) 호수까지의 거리는 3.8km 이며 가평 8경(加平八景) 중 제2경(第二景)으로 선정되어 있다
수려한 산세와 드넓은 호수의 아름다운 경관을 내방객들의 휴식처로 제공하고자 한국수력원자력(주) 와 가평군 간의 업무 협약을 통해 2008년 7월 1일부터 개방하여 "호명호수공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만수 면적은 149,400㎡이고 총 수량은 267만 톤을 저장한다.
*양수발전이란?= 전력사용이 가장 많은 시간대나 전력수급 비상시에 이 물을 이용하여 발전하는 방식을 말한다.
호수 공원은 환경친화적이며 테마가 있는 공원으로 조성하였다. 관람 및 체험 시설로는 천상원, 조각 공원, 미로 정원(타임캡슐), 전망대, 산림욕장 등이 조성되어 최적의 여가 휴식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고요한 호수를 걷다 보니 100여 명 이상 앉아 놀 수 있는 들마루를 만들어 놓았다. 우리는 이곳에 앉아서 집에서 가져간 음식을 즐겨 먹으며 환담을 한다. 때로는 아름다운 웃음소리가 호수에 메아리친다. 고요하고 적막했던 호수는 우리의 대화 소리와 웃음소리로 인해 생기가 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즐겼다.
지금서부터는 정상을 향해 발길을 옮겨야 한다. 필자는 글을 쓰기 위해 사진을 찍으려고 먼저 출발했다. 사진을 찍어야 그곳의 흔적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찍어온 사진을 보고 그곳의 장면을 기억해 글을 쓸 수 있다.
늘 다정하게 함께 산행하는 이영희 회장 부부와 같이 걷게 되었다. 항상 장미꽃처럼 방실방실 아름다운 웃음이 끊기지 않는 부인이다. 어느 산이든 정상을 가려면 몇 구비의 산을 오르락내리락해야 정상에 도달한다. 힘들 때면 서로 위로하며 걷는 모습이 참으로 사랑스럽고 다정한 부부로 보인다. 그래서 언제인가 필자는 이 부부를 잉꼬부부란 이름을 붙인 적이 있다.
힘들여 급경사를 올라가니 능선이 나타난다. 편하게 능선을 걷다 보면 또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이렇게 몇 번을 거듭해야 정상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땀을 흘리며 걷는 것도 고생이다. 이렇게 걷다 보니 한 봉우리에 도달했다. 봉우리엔 멋진 낙락장송 한그루가 뽐내며 서 있다. 장송 아래로 청평호가 아름답게 내려다보인다. 잠시 쉬어 이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다 걷기 시작했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필자는 무엇보다 정상에 세워놓은 표지석이 제일 궁금했다. 바윗덩어리를 깎아 만들었다. 곡선미가 아름다운 미인은 아니지만 부자집 맏며느리처럼 후덕한 아름다움이 흐른다. 필자는 어느 산을 가던 정상 표지석을 보면 첫사랑의 애인처럼 반갑게 느껴진다. 그래서 늘 입맞춤을 하고 온다. 여기서도 예외 없이 입맞춤하고 그 얼굴을 어루만져 보았다. 역시 어여쁜 나의 임이다. 혼자서 이 산을 지키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임을 보려고 그토록 땀을 흘리며 올라온 것이다. 호명산 이란 한글로 쓴 글자가 아름답기도 하다. 밑에는 632.4m라고 이 산의 높이를 새겨 놓았다.
임과 사랑스러운 대화를 마치고 정상에서 바라본 세상은 아름답기도 하다. 남쪽으로 청평댐과 청평호가 아련히 내려다보인다. 호명산은 물과 인연이 깊은 산인 것 같다.
남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게 웬일일까? 이 산의 풍광은 감히 말할 수 없이 신비롭게도 아름답다. 사방이 물로 에워싸여 마치 섬에 우뚝 솟아있는 산으로 착각할 정도다.
호명산(虎鳴山)은 북한강을 사이에 두고 청평 시내와 마주보듯 하고 뒤로 돌아보면 한강 주변 경관이 절묘하게 뛰어나다. 정상에서는 용문산, 축령산, 대금산 등의 봉우리가 형제처럼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청평댐이 한눈에 조망되어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아름다운 세상을 감상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이젠 하산할 때다. 장자터 고개로 가는 중간에 619m 봉우리는 아갈 바위 봉우리로 불리는데 '범 아가리'에서 온 이름이고, 그 방향으로 오른쪽 호명리에서 장자터 고개까지의 계곡은 범 울이 계곡이다. 계곡 건너 입구에 '범 울이'라는 마을이 지금도 있고 호명리란 이름 자체도 예전에는 범 우리라 불렸다. 그러다 한자 이름을 따 호명리로 바뀐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0m도 안 되는 산에 뭔 호랑이가 살았느냐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도 한북정맥의 지맥을 통해 우리 국토의 등줄기로 이어지는 호명산 능선길을 걷다 보면 이름의 유래가 실감이 난다.
여자 회원들은 하산하면서 안타깝게도 많이 힘들어한다. 길이 너무도 가파르고 험준해서다. 그러한 오솔길을 한 발짝 한 발짝 띄기가 매우 조심스럽고 어렵다. 그래서인지 어떤 여자 회원은 발에 쥐가 나서 걷지를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워한다.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모두 무사히 하산했다. 이것은 회원 모두가 그분들께 용기를 주었고 신께서 도와주신 덕분이다. 몇 분께서 많은 고통은 받았지만, 그 고통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한 편의 수필을 쓸 수 있게 도와주신 해피 가족 여러분 감사합니다.
2020년 6월 6일
첫댓글 두번 가본 곳이네요
자세히 설명 잘 해주시어 고맙습니다
저는 막걸리 한잔에 즐거운 시간 만 생각납니다
종복님 감사합니다.
호명산을 2번 다녀오셨군요
산행을 끝내고 막걸리 한잔은
정말 최고지요
남은 추석 연휴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우와 산행 후기글 멋지네여 ~ 잘 읽었습니다
옥잠화 아내 님 감사합니다.
더욱이 즐겁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앞으로 도 제 글을 사랑해 주시기 바랍니다
옥잠화 아내님
가을이 깊어갑니다.
매일 행복하시고 건강과 행복이 늘 함깨하시길
두 손 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