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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追跡者)-35
“올가 양. 그들이 당신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머물 수 없어요. 우선 이
자료를 읽어야겠습니다.”
올가가 화장실로 간 사이 나는 올가가 준비한 서류를 읽으며 넘겼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으나 확인해야 할 곳이 발견되었다. 제정러시아 수호군이 지키고 있었던 연구실 건물의 존재여부였다.
박인혜가 나타나지 못한 이유가 이곳에서 부터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 생각이 들자 긴장이되었다. 올가가 다시 내 앞에 앉자 나는 그녀에게 중요하다 생각되는 것을 물었다.
“하가리라는 곳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녀는 생각을 하였다. 이곳에서 나서 자란 그녀에게도 익숙한 곳이 아니었다.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꼭 알아야 한다면, 한 분을 소개해 드리겠어요. 그 분이라면 알 수 있을거예요. 너무 나이가 많아서 다 기억할지는모르겠어요. 제르미 게놈스키. 잠깐 기다리세요. 내가 전화번호를 알아서 그와 통화를 연결해 줄게요.”
그녀는 일어서려 하였다.
“저에게 전화가 있습니다.”
나는 휴대폰을 그녀에게 건네주며 사용 방법을 알려주었다. 몇 번의 전화번호를 바꿔 통화한 후 올가는 나에게 연결해 주었다. 제르미 게놈스키. 말하기조차 어려운 가늘고 갈라진 음성이었다. 그는영어를 하였다. 그는 나를 만나주겠다고 하였다. 그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나는 올가가 들을 수 있도록 혼자서 말했다.
“아즈박. 움스크 샬랴핀 호텔에서 동쪽으로 1 시간 거리. 곧 달려가겠습니다.감사합니다.”
나는 테이블 위의 냅킨에 볼펜으로 적었다. 아즈박. 동쪽 1 시간거리.
나는 다시 토론토로 전화했다. 케롤라인을 불렀다. 대답이 없었다. 전화가 꺼져 있었다. 다시 릭 경감을 불렀다. 그는 매우 반가워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아하~ 제임스. 지금 어디 있는 거요? 당신은 내게 잠시 떨어져 있어도 불안하고 보고 싶은 사람이 되었소.”
하며 넋없이 웃었다.
“지금 케롤라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전화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그는 웃음을 멈추고 정색을 하였다. 뭔가 느낌이 다르다 생각했을 것이다. 그는 경찰 경감이니까.
“케롤? 케롤은 급한 집안 사정으로특별 휴가 3 일을 받아 인도 델리에 갔소. 왜, 급한 일이
생겼소?”
“아닙니다. 연락이 되지 않기에…”
“제임스! 지금 원하는 것이 뭐요?”
그는 어쩔 수 없이 케네디언이었다. 이것이 그들의 말투이다.
“지금은 없습니다. 좀 쉬고 싶습니다.”
그는 내가 전화를 먼저 끊을까 봐 황급히 다시 물었다.
“제임스. 언제 볼 수 있겠오?”
“곧 뵈러 가겠습니다.”
나는 올가를 쳐다보았다. 한 번 더 사용하겠다는 양해를 구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 사이 다시 가져온 녹차를 마시고 있었다.
“지금 컴퓨터 켜 놓았니?”
“예. 운동 갔다 와서 방금 켰어요.”
“피어슨 공항 출발 도착지 모스크바 탑승객 명단에서 ‘케롤라인’을 확인해봐. 기다리겠다.”
케롤라인이 맞을 것이다. 처음 그녀가 커피를 가져왔을 때, 그녀의 정복 유니폼 앞가슴에 붙은 네임 플레이트를 읽어 두었다. 그것은 틀림없다. 나는 올가가 가져 다 준 녹차를 한 모금 마셨다.
나를 바라보고 있던 올가의 얼굴에 긴장이 가득하였다. 그녀는 나를 보고 있었다.
“대드! 있어요. 모스크바를 도착지로 한 케롤은 한 명 밖에 없습니다. 피어슨에서 모스크바까지로…”
“그 한 명으로 됐다. 수고했다. 다시 연락하겠다.”
“예. 아버님.”
1 번이 나에게 아버지가 아니라 아버님이라 하였다. 뭔가 절박한 위험을 나로부터 느끼고 있는 것이리라. 나는 전화를 껐다. 올가가 테이블 위의 메모 된 냅킨을 보고 있었다. 나는 냅킨을 구겨 테이블 아래의 쓰레기통에 미련없이 버렸다.
“아즈박이 어디예요? 처음 듣는 지명이군요. 아주 작은 동네일 것 같군요. 어떻게 가시겠어요?”
르젠스키와의 약속시각이 2 시간 반 정도남았다. 그 시간 안에 제르미 게놈스키를 만나고 돌아올 것이다.
“올가양. 이곳에서 르망을 3 시간 빌리려면 얼마 쯤 될까요?”
“글쎄요. 아마 천루블 정도. 확실히 모르겠어요. 왜, 차가 필요하세요?”
나는 3 천 루블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올가 앞으로 밀었다.
“당신 차를 3 시간 빌리고 싶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할 겁니다.”
그녀가 시원하였기 보다는 돈이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좋아요. 이 정도면 아주 충분해요. 당신이 부탁했으면 그냥 빌려 드릴 수도 있었는데…”
그녀는 만족해 하였다.
“오후 1 시까지 이곳에 도착하겠습니다. 열쇠는 카운터에 맡겨 둘 것입니다.”
“좋아요. 다음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녀는 돈을 확인한 후 검은 천으로 된 쇼울더 백에 넣으며 다시 물었다. 그녀는 현금이 들어 있다는 든든한 기분으로 활기차게 물었다. 역시 현금은 이곳에서도 힘이었다. 더 이상 그녀에게 물을 필요가 없었다. 이제는그녀가 다치지 않기만 바랄 뿐이었다. 그녀가 놀고 활동하는 이곳에서. 그녀를 믿는 것은 별개였다. 돈이 그녀의 또 다른 입을 열 수가 있을 것이므로.
26.
라비 한쪽에 늘어선 주류 판매점에서 고급 러시아산 보드카와 아이스 와인을 산 후 호텔 뒷문을 통해 빠져나와 르망에 올랐다. 곧 주차장을 벗어나 좌측으로 르망의 차 머리를 돌렸다. 호텔 정문 앞의 보만 스트릿으로 바로 나가는 방법은 피했다. 5 분이 채 안 되어 삼거리가 나왔으며, 나는 그곳에서 다시 좌회전하였다.
그 길은 호텔 앞의 메인도로인 보만 스트릿과 만나는 길이었다. 메인도로를 만나서 좌회전하여 가면 호텔과 만나게 된다. 르망의 앞머리는우회전하여 북쪽으로 향했고 두 번째 신호등에서 다시 좌회전하여 서쪽으로 달렸다. 백미러를 봤지만 미행하는차는 보이지 않았다. 타운을 벗어나자 길은 좁은 2 차선 도로가 되었다. 10 분쯤 더 달리자 그 길은 주변이 러시아 동북 대륙에 자라는 사할린 특유의 흰색과 회색이 섞인 자작나무가 하늘을 향해 높이 자라 무리를 이루고 있는 숲사이로 새로운 군락을 만들어 뻗어 있었다. 바람은 차가웠다. 누가 뭐라 하여도 사할린이었다. 그 자작나무 사이로 길은 두 갈래로 찢어져 있었다. 엉성하고 거친 포장이 되어 있는 하나는 헬레나스크라는 팻말이 우측 보도곁에 서 있었다. 나는 포장되지 않아 나뭇잎과 자갈들이 깔려있는 거친 좌측길로 들어섰다. 그 길 우측 보도에 꽂혀 있는 팻말에는 하가리 7 킬로라고 쓰여있었다. 나는 10 미터쯤 전진 후 차를 세우고 다시 걸어 삼거리로 돌아와서 두 팻말을 흔들어 뽑아 갈라지는 길 중간에 눕혀 놓았다. 헬레나스크 팻말이 위에 있도록하여.
제르미 게놈스키는 산 중턱의 양지바른 언덕을 깎아 만든 작은 평지 위에 지어진 남쪽을 향한 통나무집에 살고 있었다. 그 집 앞에서는 멀리 산 아래 들판이 보였으며 그 들판도 자작나무들로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그 집 맞은 편 자작나무 군락이 끝나는 다른 산 아래 공터가 보였고 간간이 허물어지다 겨우 남은 건축물의 잔해가 보였다. 집 앞에는 언덕을 밀어 평평하게 마당을 만들어 놓았고 그곳 한쪽에는, 이제는 시들어버린 여러 종류의 꽃나무 줄기들이 작은 숲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르망의 앞쪽이 출구를 향하게 후진하여 주차한 후 통나무 집 앞 포치에 들어섰다. 차 소리에 나무로 된 낡은 문을 열고 나온 허리 굽은 노인. 그가 제르미 게놈스키였다. 그는 한 손으로 문을 잡고 서서 다른 한 손으로 손짓하였다. 어서 들어 오라고. 내가 문 앞에 서자 그는 가는 목소리로 겨우 말하였다. 영어였다.
“Are you James?”
내가 맞다고 하자 그는 안도하는 눈빛이었고 다음 말을 계속하였다.
“Welcome to my home. Come on in. James.”
제르미 게놈스키. 그는 영국에서 탄생하여 케임브리지 대학과 독일의 볼프강 대학을 거쳐
모스크바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연구하고 강의했었으며, 그는 물리학과 의학박사였다. 그는
내가 알고 있고 짐작하고 있었던 사실들을 확인해 주었다. 그는 내가 준 선물에 감격하였으며, 동년배의 아내에게 컵과 마른 생강을 가져오라고 하였다. 그는 귀하다며 아이스 와인을 먼저 아내의 컵에 따랐으며, 그 다음 내 잔에 그리고 마지막에 자기 잔을 가득 채웠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당시에 이미 컴퓨터가 사용되었으며 정보와 데이터의 저장 기술이 알려진 것과는 달리 우수한 수준까지 와 있었다는 증언과 또한 그와 함께 생명공학 분야의 새로운 시도들이 시행되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 할 수 없었다. 그는 옆에 앉은 주름이 가득한 아내의 손을 잡고 쓰다듬으며 말을 계속 이어갔다.
그의 말에 의하면, 1940 년부터 제정 러시아의 과학자들은 이미 우수한 인간 염색체에서 뽑아낸 극도의 미세한 구성 조직을 일정 기간 영하 60 도이상의 온도로 냉동시킨 후 보그싸이트, 트랄미늄, 플레티늄과 순금을 합금한 GBTP 혹은 PBGT 라는 물체의 일정량에 투입한 후 수초 내 급속 가열과 급속 냉동을 번갈아 한 후 각 금속과 각 염색체의 개체특성이 정확하게 맞는 것끼리 혼합하여 자체적으로 데이타화 된 물체를 형성하며 자라는 조직을 인간에게 이식한 후 촉진제를 사용하여 강제성장을 하도록 하였으며, 성장속도에 따라 점차 필요한 교육을 세뇌함으로써 금속과 인간이 합쳐진 살아 있는 하이브리드 즉 휴메타리언을 생산하려는 계획을 수립하고, 본격 생산을 위한 핵심 금속재료인 순금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였다. 놀라웠다. 비록 이러한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그의 말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그는 또한 나에게 공상과학을 말할 이유는 없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모두가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고 연구에 참여한 사실들을 마지막 유언같이 나에게 말한 것이다.듀발리에 잔류군은 움스크로 와서 하가리에 있는 연구실을 파괴하였고 휴메타리언의 설계 핵심부분이 저장된 디스크 휴메타리언 -X 를 입수하여 모스크바로 갔으며, 그 후 그 휴메타리언-X 를 알 수 있는 사람들은 살아남아 있지 않았다. 휴메타리언-X 의 행방도 묘연했고 잊어져 갔다고 하였다.
“나는 지금 내 옆에 앉아 있는 아내의 자궁암 치료를 위해 모스크바 남동쪽에 있는 옴스크에
머물게 되어 그 화를 면했오. 그 후 우리는 은둔하였다가 20 년 전에 이곳에 다시 와서 이 집을 짓고 여생을 보내고 있다오. 모두 다 잊어버리고 있었지요. 이제는 여한이 없오. 당신이 이 이야기를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오만, 우리는 과거를 깨워 당신에게 넘겼오. 인간에게 너무 위험한 과학이라 생각하고 있었오. 지금도 변함없이. 그것을 찾아 인류에게 유익하게 사용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않고 있오. 물론, 휴메타리언-X 가 영원히 사라졌길 바라고 있지요. 그런데, 당신이 나타나 인류에게 엄청난 변화를 줄 악마를 깨웠오. 당신이 어떤 인물인지는 전혀 아는 바 없오. 그러나 카르마가 연결되어 당신이 이곳으로 왔고 나의 마지막에 악마를 깨웠오. 그것은 결코 천사가 될 수 없오. 그것의 환상은 인류를 파멸로 이끌 것이오.
저쪽 산기슭에 겨우 남은 건물의 잔해를 당신도 보았을 것이오. 그들은 산속의 연구실과
연구장비 뿐만 아니라 그 속의 모든 것을 철저하게 파괴하였오. 내가 돌아와서 그곳을 찾아 헤매었지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오. 남은 것이 없기에 나는 걱정을 하고 있오. 완전한 파괴란 없오. 그리고 완전한 것은 없오. perfect 라는 것은 없다는 말이오. 내 말 기억하시오.”
그는 숨 가쁜 듯 아내가 부축해 주자 일어나서 창가에 섰다. 건너 편 멀리 산 아래 군락을 이루어 하늘을 덮듯 자라고 있는 흰색과 회색빛 자작나무들이 다 부서지지 않고 남은 낡은 건물 잔해를 가리고 있었다. 그는 다시 돌아와 내 앞에 전 같이 앉았다. 나는 여기서도 기다렸다. 내가 말할 때도 아니었지만, 할 말도 없었다. 그냥 기다려야 했다. 그는 다시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첫댓글 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차마두 선생님.
건강하고 편안한 잠 이루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