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람사랑입니다.
제가 현재 터키 셀축에 살고 있는 터라 터키 여기저기를 다닐 기회가 많이 있는 편입니다. 이번에는 터키 동부쪽을 여행하고 왔습니다. 물론 배낭여행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정보면에서 많이 부적합할 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방문한 지역들을 소개하는 의미에서 5박6일간의 일정을 하루하루 정리해서 올려보고자 합니다.
전체 여행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여행기간 : 2009년 10월 26일(월) ~ 31일(토) (5박6일)
- 여행장소 : 디야르바크르 - 마르딘- 미디야트 - 하싼케이프 - 마르딘 - 크즐테페 - 제이란프나 - 비란쉐히르 - 싼르우르파 - 하란 - 싼르우르파 - 아드야만 - 씨베렉 - 디야르바크르 (이 순서는 차를 타고 이동한 순서입니다. 도중에 그냥 경유하거나 밥만 먹고 지나간 곳도 있습니다.)
- 동행인 : 한국인 4명과 터키인(쿠르드족) 2명
- 이동수단 : 셀축-디야르바크르 구간은 저가항공사인 썬익스프레스 이용, 디야르바크르에서 차를 빌려 나머지 지역 이동
- 경비 : 왕복 항공료(167TL/1인)를 제외하고 260TL/1인의 회비로 모든 것 해결(사실 터키인 2명은 현지 코디 자격으로 회비를 안 냈습니다. 그러니까 4명의 한국인이 6명의 경비를 충당한 셈이군요.)
첫째 날
아침일찍 셀축에서 이즈밀 공항(아드난 멘데레스 공항)으로 이동. 비행기는 11시 반에 출발하는데 아는 한국분이 8시반까지 공항에 픽업 나갈 일이 있다고 해서 공짜로 얻어타고 감. 공항에서 싸온 빵도 먹고 책도 보며 시간 때우다 드디어 출발...
디야르바크르까지는 1시간 50분 가량 걸렸다. 옆에 아저씨랑 그의 딸로 보이는 일행이 앉았는데 딱 봐도 쿠르드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드디어 쿠르드족의 본거지 디야르바크르를 가게 되는군...
디야르바크르 공항에서 기념촬영 한 컷.
일단 공항에 내렸는데... 엉~ 이건 공항이 아니라 무슨 운동장이다. 비행기와 게이트 간의 연결 통로도 없고 걍 공항 활주로에 내려주면 걸어서 청사로 들어가면 된다. 들어가면서 기념사진 한 방...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아줌마 셋과 젊은 세댁(내 아내) 한 명과 청일점인 나... 안 봐도 이번 여행의 머슴 역할은 불 보듯 뻔~ 하다.
일단 짐을 찾고 밖으로 나가보니 우리를 기다리는 반가울 얼굴... 메흐멧이 있었다. 메흐멧은 여름 관광시즌 동안 우리 동네 근처에 있는 쿠샤다스의 모 호텔에서 일을 하던 쿠르드 청년이다. 나보다 세 살이나 어리지만 애가 둘이나 있고 큰 애는 벌써 초등학교 1학년이다. 아버지 차와 매형 차. 이렇게 두 대의 차에 나누어 싣고 곧바로 메흐멧네로 출발.
집에 들어서자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반겨주는 것이 꼭 우리네 시골집의 풍경과 같다. 사람들 인심이 끝내준다. 동네 아이들 난생처음 동양인을 보는 듯 우르르 몰려와 문 앞에 장사진이다. 출발 전에 이미 예상은 했었지만... 역시 집은 허름하기 그지 없군... 호텔 비수기 동안 아버지 집에 얹혀 사는 메흐멧... 그의 아버지는 오래 전 보건국 공무원으로 퇴직한 분이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은 그 당시 관사로 쓰던 집. 퇴직한 지 20년이 되었지만 나가라는 소리가 없어서 그냥 살고 있다고 한다. 우리로써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것이지만 여기는 터키니까....ㅋㅋ 20여 년 전 퇴직을 하기 훨씬 이전부터 살았던 집이니 어련할까... 꼭 십 년 전 군에 있을 때 군인가족들이 살고 있던 관사의 모습과 비슷하다... (개인적으로 한국에는 이제 그런 관사가 사라졌기를 바란다.)
일단 환영의 점심식사... 식단은 조촐했지만 정성이 들어간 식사... 나름 맛있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포도잎과 양배추잎에 밥을 넣어 쪄낸 음식인 듯... 무슨 쌈밥이라고 하고 한국에서 팔아도 잘 팔릴 듯...
이제 식사를 마치고 디야르바크르 구경을 나간다. 메흐멧네 집에서 디야르바크르 구시가(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음)는 걸어서도 3분이면 가는 거리... 그래도 굳이 차를 태워주겠다는 매형 덕에 우리는 7명이 함께 차를 차고 가야했다.
디야르바크르 구시가 내에 있는 울루자미와 그 앞 광장
이름이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울루자미였던 것 같다. 우리는 여행 마지막 날에 다시 이곳을 찾기로 하고 오늘은 그냥 패스~
대신 대상들의 숙소로 사용하였다던 '카라반 싸라이'로 우리를 안내한다.
대상들의 숙소가 지금은 마켓으로 변해있다.
입구에 들어서자 시원하게 가운데가 뚫려 있는 형태... 대부분의 카라반 싸라이는 이런 식으로 가운데 중정을 두고 사각형으로 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인 모양이다. 이 동네에 다른 대상숙소가 있는데 그곳은 현재도 별 4개까지 호텔로 사용되고 있었다. 물론 형태는 위 사진과 대동소이 하다.
카라반 싸라이 안의 노천 카페
우리는 특별히 2층에 올라가서 차를 마셨다. 이름은 까먹었지만 이 동네 특유의 커피가 있단다. '튜르크 카흐베'(터키 커피 - 에스프레소 처럼 작은 잔에 마시고 남은 찌꺼기로 점을 친다)와는 약간 다른 맛이다. 물론 이 동네 쿠르드인들은 훨씬 맛있다고 자부한다.
1층에는 이런 상점들이 많다. 기념품을 파는 집 같은데 외국인보다는 내국인 관광객이 더 많이 오는 듯...
여기도 비슷한 가게다. 머리 위로 잔뜩 피노키오 목각인형들이 매달려 있다.
이렇게 차를 한 잔 마시고 이 동네 구경시켜 주겠다고 우리 일행 중 터키 아줌마의 지인이 찾아왔다. 이름은 메흐멧. 변호사란다. 그런데 우리 친구 녀석 이름도 메흐멧. 차 빌려주고 운전해 준 매형의 이름도 메흐멧. 이 동네는 메흐멧이 우리나라 철수와 동급인 듯하다... 졸지에 세 명의 메흐멧과 우리 다섯 명. 이렇게 대그룹이 되어 시내를 활보하고 다녔다. 일단 네 명이나 되는 든든한 터키인들 때문에 동네 꼬맹이들이 아무리 귀찮게 해도 다 막아주고... 아주 맘 편히 다닐 수 있었다.
골목길 요기조기 다 돌아다니고 무슨 시리아 정교회(지금은 거의 폐허 상태로 남아 있다) 몇 군 데 둘러보고 다음은 만리장성 다음으로 길다고 주장하는 디야르바크르 성벽을 구경하는 시간.
성벽의 한쪽 모퉁이는 위에는 전망대로, 아래쪽 공간은 감옥으로 쓰였다고 한다. 감옥 치고는 천정이 너무 높은 듯...
오늘은 첫날이니까 일단 간단히 정리해야 했다. 더군다나 써머타임이 끝나고 더 밤이 일찍 온다고 한다. 보통 4시 이후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데 그 이유가 이스탄불과 실제 시간 차이는 1시간(경도 15도) 정도 나지만 표준시를 같이 사용하기 때문이란다. 밤이 빨리 오는 동네라서 그런지 이 동네는 집집마다 아이들이 많다.(?) 메흐멧네도 6남매이고 배 다른 형제가 셋이 더 있다고 한다. 이거 원 여자가 애 낳는 기계도 아니고...쩝~
저녁 먹은 것도 소화가 안 되고 메흐멧과 잠깐 산책을 하러 나갔다. 여자들은 안전상의 이유로 집에서 담소를 나누고 난 화려한 밤 문화 체험... 웬걸... 화려한 밤문화... 어런 거 없다. 동네 차이집마다 할아버지들부터 비교적 젊은 아저씨들까지 모두 모여 수다떨면서 '오케이'라는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비교적 젊은 청소년과 청년들은 한국과 비슷하게 게임방이나 플스방에서 몰려 있다. 거리는 비교적 한산하고 가끔 연인들이 공원 벤치에 앉아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시내 한 복판.... 제일 번화한 곳에는 이제 집으로 귀가하는 젊은이들이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겨우 10시인 걸... 그나마 대학가로 불리는 거리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카페에서 맥주 한 잔을 즐기며 대화를 나눈다. 우리나라처럼 만취한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술값이 비싸서일까?... 물론 카페에서 파는 술이 소득수준에 배해서는 비싼 편이지만 그것이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아마도 금욕적인 생활을 강조하던 이슬람 문화의 영향이 아닐까?...
암튼 메흐멧의 큰 형이 운영하는 차이집에서 공짜 차이도 마시고 한국에서 일했다는 대형 화물선 엔진 엔지니어인 사촌형과도 한참을 얘기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생존본능 때문인가? 혼자 남겨져 있을 때는 이렇게 의사소통을 잘 하면서 왜 여럿이 있을 때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말을 못하는 지...
우리의 첫 날 밤은 이렇게 깊어갔고 메흐멧과 그의 친지들과의 대화는 집으로 돌아와서 12시가 넘도록 계속되었다.
to be continued
첫댓글 터키가 참 갈곳도 많고 볼곳도 많고... 제가 못가본 지역도 많네요. 일주일간 공지로 올립니다... 계속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5월에 갈예정인데,혼자서 가요.갈곳도 많고 볼것도 많은 것은 알겠는데, 이동하는데 비용이 많이 드네요.사실 조금 불안하기도 하고....터키사람집에 머물기도 하고.가이드도 받는 님이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