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VS 민주당 누가 더 한심한가?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 장 수
1. 어제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안철수에 대해 일단(?) 11월 20일까지 입당 여부를 밝히라고 했고, 안철수 측은 이에 대해 까칠하게 『작심경고』를 했다는 쌍방이 좀 웃기는 보도가 있었다.
민주당의 경선일정에 관해 7월 20일 까지 확정하고 9월 중순에는 당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1차(?) 경선을 하고 11월경 다시 당 밖의 안철수와 본 경선 한다는 것이 이미 언론에 다 보도되어 있었다.
따라서 이번의 이해찬 발언은 이 뉴스 헤드라인처럼 『입당여부 데드라인』 최후통첩도 아니고 그냥 안이 입당하면 한꺼번에 경선을 같이하고, 안 하면 11월에 한번 더 경선한다는 하나마나 한 소리였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어야 한다』에서 하나마나 한 소리를 한번 더 했다.
반면 안측 대변인 격(요즘 왜이리 정치판에 『격』이 많은지 모르겠다)이라 보도되는 유민영은 『민주당 일부인사의 발언은 안철수에 대한 상처내기』라며 『진의가 무엇인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보라』고 했다. 그는 또 『서로에 대한 존중이 신뢰를 만든다』고도 덧붙였다.
이런 공방이 서로 겉으로 아닌 척 하면서 내밀하게 『내연의 관계』임을 실토하는 발언이 아니라면, 정당정치에서 매우 희귀한 형태의 상호대응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발언 공방의 배경에는 최근 문재인, 김두관, 손학규 같은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안철수에 대해 이전과는 달리 공격적인 견제발언을 한 것이 근본 원인이다.
문제는 같은 당도 아닌, 경쟁자들의 견제구에 의해, 안철수 측의 『본심과 사고수준』이 부지불식간에 드러났다는 점이다.
2. 정당 정치의 핵심은 정치적 이념과 철학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정치적 목적과 이상을 실현하는데 있다.
정당(政黨)이라 함은 글자 그대로 정치를 같이하는 패거리 임을 의미한다. 여기서 같이 한다 함은 정치적 의견과 이해를 같이한다는 말이다.
목적은 집권을 하는데 있으며 한국 같은 대통령제 하에서는 다수당 보다 대선에 이기는 것이 궁극적 목표이다.
자기정당의 대선후보를 뽑는데 현재 자기당 후보의 지지도가 다소 미약하다고 가치나 철학도 모르는 당 외부의 인물을 상정한 채 당내 대선후보 경선일정을 짠다면 이는 넌센스라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여기서 보다 중요한 부분은 민주당의 정치적 가치와 철학에 대해 안철수가 전적으로 공감하고 동조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프랑스 사회당은 사르코지를 꺾고 집권을 하기 위해 자당 대선후보 선출을 『오픈 프라이머리』형태로 개방했다.
그러나 거기에는 자당의 가치와 철학에 대한 원칙이 있었다. 사회당 대선후보 『국민경선』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프랑스 국민은 사회당의 주요한 정치적 철학과 가치가 적힌 List에 동의 서명을 하고 투표용 당비를 납입하는 사람에 한해서였다.
한국식 마구잡이 단일화와 완전개방 국민경선에는 정당의 가치와 철학에 대한 최소한의 『동의나 교감』이 없다.
안철수와 민주당 사이 이러한 가치에 대한 교감이 조금이나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 민주당과 안철수의 내연관계는 단지 서로가 무조건 대선을 쟁취하기 위해 적당히 이용하고 속이는 관계에 다름 아니다.
3. 그간 안철수가 10개월 가까이 해온 발언의 내용에 대해 그 가치가 도대체 무엇인지 제대로 해석하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한국에 몇이나 있는지 궁금하다.
그는 『탈북자 문제』, 『안보는 보수』, 『이석기 사상발언』 등을 통해 남북간 햇볕정책과 평화정책을 추구해온 민주당과 통일, 외교안보 정책과는 분명 거리가 있는 대북관을 피력했다.
조금씩 드러난 부분이 이러하지만 말하지 않은 부분에 있어 서로간에 얼마나 같거나 다른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으로서는 대략 서로 개혁, 진보적인 부분이 많이 있으니 견해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먹구구』식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은 그냥 대략 『단일화 합의』 문서 하나에 몇 줄 써서 합의 조항에 삽입하면 한나절도 안 걸릴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입만 열면 『상식과 민주』적 절차를 이야기 하는 안철수와 민주당 쌍방이 정당정치의 상식과 민주적 절차에 대해 조금도 고민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단일화 논란에서 드러난다.
현재 양자가 보이는 모습은 쌍방이 혼자서는 이기기 어려우니 상대를 잡아먹고 힘을 키워 대선에서 이기겠다는 도박과 같은 것이다.
4. 『모조건 단일화』의 폐해는 이미 2002년 『노통-MJ 단일화』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2002년 11월 중순 현재 쌍방이 지지율이 20%대 초반 안팎에 머물러, 독자적 승리가 불가능 해지자 단일화에 전광석화로 합의하고 소주로 포장마차에서 『러브샷』을 했다
두 남녀가 러브샷을 했다고 없던 『love』가 갑자기 생기지 않듯이 노통과 MJ 간의 정치적 이해가치에 대한 love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단일화 love shot』은 『무조건 승리동맹』에 지나지 않았다.
그 사단이 서로의 몫에 대한 『나눠먹기 배려부족』으로 티격태격 하더니 급기야 투표일 하루 전날 심야에 『단일화 번복 기자회견』으로 폭발했다.
『대미, 대북관, 기업관, 노사관 등』 여러 정치적 견해가 달라 단일화를 철회한다는 MJ의 급작스런 폭탄선언이 나온 것이다.
애초 두 사람의 정치적 가치와 철학의 차이가 살아온 배경만큼 큰 간극이 존재했음에도, 대선에 이기자는 욕심에서 서로 『모 아니면 도』 식의 단일화 도박에 응한 것이다.
(지금 MJ는 새누리당에 있는 것 자체가 이 단일화의 무모함을 보여준다)
결국 『가치의 연합』이 아닌 일시적 『승리의 연합』이 MJ의 철회로 깨어졌지만 MJ의 철회와 관계없이 그의 지지는 노통 쪽에 흡수되어 있었기에 무난히 승리했다.
한번쯤은 이런 식으로 승리할 수도 있겠지만 이 때의 승리가 버릇이 되면 패가망신 할 수도 있다.
5. 어제 최장집 고대 명예교수는 민주당의 정체성에 대해 정확한 지적을 했다.
민주당이 『일정한 정치적 자원을 가진 파당들의 느슨한 집합체에 불과한 정당』이라면 『좋은 정부를 준비하기 위한 문제의식을 좀처럼 찾아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보다 더 민주당에 대해 잘 지적할 수 있는 용어는 없다.
또 그는 민주당이 『급진적 정책대안과 실현능력 사이의 괴리』로 진지함, 신뢰를 보이지 못하고 있고 『민주대 반민주 대립구도로 공격적으로 상대를 공격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이 시대에 필요한 사회적 경제적 문제는 다룰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주당이 당내경선에 도입한 모바일 투표에 대해 『나쁜 의미의 혁명적 변화』라며 『모바일이 일반시민 전반을 대표하지 못하고 사회경제적 저변계층, 소외계층을 대표하거나 그에 기반을 두지 않고 있다』며 『참여하는 소수 외에 나머지는 쇼를 구경하는 청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안철수가 정확히 출마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 『무책임하고 비정상적인 행동』이라며 서구에 대비해 『짧은 시간에 유권자들이 어떤 근거로 후보를 판단해 선출 할 것인가?』 라며 단일화 과정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또 그는 『11월에야 야권대선 후보가 확정될 것이라고 관측 하에 이렇게 일정이 늦어지면 모든 게 숨돌릴 새도 없이 졸속적으로 전개되며 그 모든 피해는 국민이 지게 된다』고 말했다.
6. 반면 이해찬 대표는 오늘 나온 신문 인터뷰에서 『대선 진다고 가정 말라』며 『내가 치른 큰 선거는 다 이겼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교체에 대해 아주 자신하고 있는데 여러 정치지형으로 보아 그의 의견이 맞을 수도 있다.
특히 수도권 20-50 대의 지난 총선 투표율이 매우 높아졌다는 보도는 그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논거일 수도 있다.
문제는 무조건 이긴다는 그의 소신이 『정치공학』에 기대어 있는 것이지 『정당의 변화와 개혁의지와 실천』에 기반한 승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민주당이 깨달아야 할 것은 단일화나 국민 경선 이벤트 등이 이미 누구나 예측하고 알고 있는 『식상한 드라마』라는 점이다. 결말을 알고 플롯 전개를 다 알고서 보는 영화가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이미 야권의 단일화 Show는 국민이 2002년 대선 이후 작년 서울시장 경선과정까지 숱하게 목격했다.
적어도 작년 서울시장 경선 때에는 MB 심판과 야권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매우 높았다.
그러나 총선과정과 그 직후 벌어진 야권의 자충수와 진보당의 추태에서 이런 기대는 이미 사라져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케케묵은 뻔한 스토리로 감동을 이끌어 내겠다는 것은 『흥행실패』가 뻔히 예측되는 영화제작만큼 김이 새는 이야기이다.
7. 감동은 컨텐츠의 질과 전혀 기대하지 충격에서 나온다.
지금 민주당이 안철수와 주고 받는 대사는 60~70년대 한국영화 대사처럼 진부하다 못해 유치하기 짝이 없다.
정말로 단독 집권이 불가할 정도로 지지도가 낮고 능력이 없으면 지는 게 마땅하지 도박판을 열어 판 돈을 한 곳으로 올인해 키워서 이기자는 것이 정치적으로 옳은지 심각히 고민해 봐야 한다.
MB가 저토록 욕을 먹고 새누리당이 전근대적인 색깔공세를 지속해도 민주당 지지도가 왜 낮은지 진정한 고민이 없이 『안철수 바라기만 지속』한다면 절대 이번 대선은 못 이긴다.
솔직히 안철수가 없어지면, 어쨌든 안 지지도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수가 야권후보 지지도로 넘어올 것이다.
안이 버티고 있는 한 민주당 대선 주자 지지도는 좀처럼 의미 있는 지지도에 도달하기가 힘들 것이다.
안과 민주당의 소모적인 티격태격은 쌍방 모두를 바보로 만드는 일이다.
이를 최교수는 『한국정치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라고 했다.
어차피 안철수는 다시 1위로 올라서기는 어떤 외부적 변수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독자적으로 승리할 수 없는 2위 안철수는 내버려두면 아무 의미가 없이 과거 고건처럼 소멸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내버려두면 갈 데가 없다. 민주당은 아예 안철수를 잊고 자신의 내실을 먼저 다져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금은 무엇보다 정당정치의 근원이 무엇이고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과제와 그 실천 대안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꼼수는 상대가 알면 더 이상 꼼수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