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에 장마가 시작할 것이란 일기예보를 듣고
옥상엘 올라가 보았다.
혹시 장대비가 쏟아져 옥상 배수구가 막히게 되면
지붕에서 물이 샐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가끔 운동장에 심어 놓은 고목에서 나뭇닢들이 날아와
먼지와 함께 배수구를 막아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청소도구를 들고 수직 철제 사다리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갔더니
마른 갈치 한마리가 놓여 있었다.
아마 까마귀 같은 새들이 어느 가정집에 널어 놓은 것을
몰래 물고 와서 떧어 먹었던 모양이다.
요즘은 갈치도 많이 나지 않지만
예전에는 여름철에 갈치가 참으로 많이 났다.
냉장이나 냉동시설이 없었으므로 소금으로 간을 하거나
갈치막에서 내장을 빼고 햇볕에 말리는 수 밖에 없었다.
작은 갈치나 갈치 내장은 젓갈을 담았는데 여름철에 입맛없을 때
마늘 다져 넣고 풋고추 썰어 넣으면 그 맛이 아주 일품이다.
시골에서 하지 전 모심기 할 때면 바가지에 허연 쌀밥 퍼 담고
반찬으로 감나무 잎사귀에 갈치 한 동강 올려 놓으면
진수성찬이 부럽지 아니하였다.
마산 갯가에서는 갈치막에 말린다고 널어놓은 갈치를 걷어다가
연탄화로불에 구워 먹는 맛은 그 어디에도 비할 수 없었다.
요즘도 포항물회집 식당엘 가면 마른 갈치조림이 나온다.
갈치란 놈은 성질도 칼 같아서
낚시할 때도 조심해야 한다.
달릴 때는 한일자로 쏜살같이 달리지만
낚시를 하게 되면 세로로 서서 놀고 있다가
한 넘이 물리면 꼬리를 물어 한꺼번에 두마리가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달밤에 허연 갈치를 갑판에 낚아 올려 놓으면
달빛에 갈치비늘이 은빛으로 번쩍번쩍 빛난다.
싱싱한 갈치를 포를 떠서 식초에 빨아
회를 만들어 먹으면 육질이 꼬들꼬들 하고 씹는 맛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