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하위권 전전하다 중반이후 폭풍질주 PS진출 김기태·매팅리 감독 성향 비슷 … 형님 리더십으로 팀 전력 배가
닮아도 너무 닮았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은 프로야구 LG와 4년 만에 지구 우승을 차지한 류현진 소속팀 LA 다저스의 올 시즌 행보는 마치 ‘평행이론’을 연상시킨다.
LG와 다저스는 서울과 로스앤젤레스라는 한국과 미국의 손꼽히는 빅마켓을 연고로 하는 팀이다. 그러나 그동안 두 팀의 성적은 열광적인 팬들의 염원을 담아내지 못했다.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은 1994년이었다. 다저스는 1988년 월드시리즈 우승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다저스는 간간히 포스트시즌에는 진출했다. 그러나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가을야구 문턱조차 밟아보지 못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양 팀의 대표적인 라이벌들은 너무나 잘나갔다는 점도 비슷하다. LG와 잠실구장을 함께 홈으로 쓰는 ‘한 지붕 두 가족’ 두산은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이 마지막이지만 이후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으로서 ‘화수분 야구’, ‘두산 육상부’ 등 자신들만의 개성 강한 야구를 선보이며 강호 이미지를 굳혔다. 다저스의 숙적인 샌프란시스코는 2010년과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다저스의 속을 쓰리게 만들었다.
올 시즌 시작도 두 팀은 약속이라도 한듯 무거웠다. LG는 5월28일까지 19승23패로 9개팀 중 7위에 머물렀다. 다저스도 7월1일까지 38승43패로 지구 최하위로 처져 있었다. 그랬던 그들에게 만화 같은 대반전이 찾아왔다. LG는 5월28일 이후 52승26패(승률 0.667)의 신바람 야구를 재현하며 어느덧 선두와 승차 없는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다저스 역시 7월1일 이후 52승23패의 폭풍 질주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에 9.5경기 차 앞선 선두로 올라서며 이미 지구 우승을 확정지었다. 두 팀 모두 부상자들과 스타급 선수들이 복귀하면서 완벽한 투타 조화를 선보이고 있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
두 팀의 순항에는 김기태·돈 매팅리 감독의 닮은꼴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다. 김기태 감독과 매팅리 감독은 닮은 점이 많다. 둘 다 현역 시절 리그 최고의 왼손 강타자였다. 포지션도 1루였다. 아울러 약체팀의 주포로서 현역 시절 우승을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특히 매팅리 감독은 빅리그 최고 명문인 뉴욕 양키스에서 14년간 뛰었음에도 역대 양키스 캡틴 중 유일하게 우승반지가 없는 선수이기도 했다.
현역 시절부터 주장을 맡으며 카리스마를 뽐낸 두 감독은 자신과 인연이 없는 팀에서 감독으로 데뷔한 점도 비슷하다. 김 감독이 전성기를 보낸 쌍방울 레이더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매팅리 감독은 조 지라디 양키스 감독에게 밀려 다저스로 넘어와 코치 생활을 시작한 뒤 감독에 올랐다. 두 감독 모두 선수들을 믿고 기용하는 ‘형님 리더십’으로 개성 강한 스타군단을 하나로 묶어내 팀 전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