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프로야구의 출범을 알린 원년 개막전은 1982년 3월 27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렸다.
MBC(LG의 전신)와 삼성이 격돌한 이 한판은 그 내용면에서도 가히 역사적인것이었다.
중반까지 7-1로 앞서던 삼성이 MBC의 추격에 휘말려 9회가 끝났을 때는 7-7동점이 돼 경기는 연장전에 들어갔다.연장 10회말 MBC의 이종도가 삼성 이선희 투수로부터 만루 홈런을 뺏어내 MBC는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었다.
연장 10회말의 끝내기 결승 홈런에 그라운드를 메운 2만5천 관중은 물론 전국민이 환호성을 지르며 프로야구의 출범에 흥분했다.(연장 끝내기 만루 홈런은 지난해까지 20년동안에 단 3차례밖에 나오지 않았다.) 전국이 그야말로 프로야구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른 순간이었다.
1984년 4월 7일 삼성-삼미(현대의 전신)의 인천 개막전은 재일교포 김일융이 삼성 마운드에 첫선을 보인 경기였다.김일융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활약하다 그 해 계약금과 연봉 1억7천8백만원으로 삼성에 영입됐다.
이 날 삼성은 9회초까지 8-5 로 앞서 승리를 눈앞에 두고 김일융을 마무리로 내세웠다.
김일융은 그러나 9회말 삼미 금광옥에게 3점 홈런을 얻어맞아 게임은 8-8 동점이 되고 말았다.김시진의 승리가 눈깜짝할 사이에 날아가 버렸다.
재미있는 것은 연장 10회초 삼성이 1점을 따내 9-8로 이겨 김일융은 승리 투수가 됐다.김시진의 승리를 김일융이 가로챈 모양새였다.
OB(두산)의 장호연이 개막전 최초이자 유일한 노히트 노런을 기록한 것은 1988년 4월 2일 롯데와의 사직 경기에서였다.
이 날 장호연은 단 3개의 사사구만을 허용했을 뿐 롯데 타선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냈는데 믿기지 않겠지만 삼진을 단 1개도 잡아 내지 못하는 이상한 기록을 남겼다.장호연은 83년을 시작으로 개막전에서만 9승을 따내 ‘개막전의 사나이’ 로 불렸다.84년부터 90년까지 6년 연속 개막전 승리를 기록하기도 했다.
1998년 4월 11일 OB와 해태가 맞선 광주 개막전에서는 OB의 신인 김동주가연타와 홈런을 쏘아 올려 화제가 됐다.그 때까지 야수 계약금으로는 최고인4억5천만원을 받고 OB에 입단한 김동주는 이 날 5회초 3점,7회초 2점짜리 홈런을 날려 신인 최초의 개막전 연타석 홈런의 주인공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롯데의 조경환도 삼성과의 대구 2연전에서 연속경기 홈런을 날려 이 해 개막전은 신인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홈런으로 말하자면 2000년 4월 5일의 개막전 4게임에서 22개의 홈런이 무더기로 쏟아져 하루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운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현대는 한화와의 대전 경기에서 홈런 10개를 터뜨려 1게임 팀 최다 홈런 기록과 7회초 5연속 타석 홈런 기록을 함께 세웠다.현대의 용병 퀸란은 3개의 홈런을 날리는 괴력을 뽐냈다.한화도 홈런 4개를 곁들여 이 날 모두 14개의 홈런이 정신없이 터져 나와 1경기 최다 홈런 기록도 작성됐다.
올 프로야구가 5일의 4개구장 개막전으로 드디어 대장정의 막을 연다.화사한 봄바람 꽃구름 속에 활기차고 재미있는 경기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