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궁구름다리
부산 송도 송림공원 남녘바다에 위치한 거북섬은 용왕이 살았다는 전설을 지니고 있다. 몇 년 전 거북섬엔 아름다운 해상산책로가 들어서서 국내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발돋움했다. 그 무렵 송림공원에서 암남공원까지 바다를 가로지르는 해상케이블카도 개통되어 바야흐로 부산송도의 전성시대를 여는가 싶었다. 하지만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만든 케이블카는 거가대교를 벤치마킹이라도 했는지 비싼 요금으로 이용객들의 빈축을 샀다. 케이블카 안에다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투명소재를 바닥에 깔아 돈을 더 받는 꼼수도 부렸다.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른다고 했던가.
찾는 손님이 줄어든 송도케이블카가 울상을 짓고 있다는 보도에는 후속 콘텐츠가 들어서지 않은 때문이라는 원인까지 밝히고 있었다. 그래서 그 타개책으로 들어선 게 용궁구름다리로 보인다. 용왕이 살았다면 용궁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하지만 거북섬에서 동섬까진 너무 거리가 떨어졌다. 차라리 ‘동섬구름다리’로 거부감 없는 이름을 붙였어야 마땅했다. 거북섬에서 동섬까지는 백사장과 해안산책로 암남공원 공용주차장을 차례로 지나야할 정도로 서로 뚝 떨어져 있다. 여름휴가철인데도 코로나 여파에다 경기불황 탓인지 공용주차장은 절반가량이나 비어있었다. 카메라 렌즈로 클로즈업해본 운행 중인 케이블카도 빈 것이 많았다.
송도에 발 디디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그러고 대전에서 일하다 부산에 온지 얼마 안 되었던 1964년 여름이 생각난다. 현대가 컬러시대라면 그땐 흑백시대였다. 태어나 처음 만난 바다가 송도였다. 반세기도 더 지난 그때엔 송도도 태곳적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었다. 백사장 한복판까지 전기를 공급해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회사 사무실을 찾아온 KBS 기자는 했었다. 현장은 전봇대는 고사하고 가느다란 막대기 하나도 세워지지 않은 모래사장인데다 감전위험이 높은 물에 젖은 나신들이 뒹구는 해수욕장이 아닌가.
기자는 아무리 전기의 위험성을 설명해도 통하지 않았다. 옆에 딱 붙어 앉아 업무를 못할 정도로 고집을 부렸다. 하는 수 없이 전선다발을 챙겨 그를 따라 나섰다. 인부들을 동원해 모래를 파고는 전선을 묻었다. 그해 첫 선을 보인 KBS 라디오 프로그램 <비치 아워>는 그렇게 송도에서 탄생했다. 그토록 강한 집념을 보이던 그는 훗날 부산MBC 사장과 공기업 한국냉장(노량진수산시장) 사장을 지냈다. 30여 년 세월이 흐른 뒤 ‘부산웅변인총연합회’에서 회지를 만드느라 그를 만나 대청동 인쇄소에서 자장면을 먹어가며 옛 송도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무엇이 그리도 급했던지 그가 이승을 등진지도 꽤나 세월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