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누보는 왜 의자들과 관계 있는가/김이듬-
젓는 것과 흔드는 것의 차이를 말씀드릴까요? 내가 셰이킹 하는 모습을 보며 휘파람 부는 사람이 있고
칵테일이 맛있기를 기대하는 사람도 있죠. 팔이 아플까 봐 걱정하는 사람이 저기 구석자리에 있는 걸 알
아요. 그는 언제나 롱아일랜드아이스티를 주문하죠. 낡은 마루처럼 민감한 사람들의 반응, 그래 봤자 차
이는 의자 간격 정도죠.
퍼포먼스가 아니에요. 나는 이 밤의 바에서 칵테일을 파는 사람. 팔이 빠져라 흔들고 섞고 저으며 적습
니다. 내가 사랑하는 마리골드는 구역질나게 썩는 냄새를 피워 벌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죠. 하지만 어제
죽었어요. 나는 이 화분을 안락의자 위에 올려 둡니다.
운명은 운명적이지 않고 예술은 예술적이지 않아서 나는 의자들을 수집합니다. 어깨가 아픈 사람을 등
받이가 긴 의자에 앉히고 만취한 사람은 벤치에 눕혀요. 약을 한 내 동료는 경찰에 잡혀 갔지만 약을 팔고
성매매 한 클럽 주인은 오늘 헬스장에서 셀카를 찍죠. 나는 의자를 들고 아무도 내리찍지 않아요.
사람들이 의자로 보인 적 있나요? 예쁜 병에 든 알록달록한 잼을 좋아하세요? 시체와 고기를 혼동하지
않고 만찬의 가지런한 식기들, 즉 큰 스푼, 포크, 나이프, 작은 스푼, 포크 따위를 활용한다면 제 말을 이해
할 겁니다. 의자의 품에 안겨 의지를 내려놓은 적 있습니다.
둥그런 방석이 필요 없습니다. 의자 위에 의자를 겹쳐 두고, 의자 사이에 의자를, 의자의 머리를 의자 다
리 사이에, 그러다가 나는 의자를 뒤집어 놓고 생각합니다. 의자를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구애가 없고 질투
가 없는 다자연애를 시작할 수 있을까요?
아르누보라는 이 바의 보증금이 얼마였던가? 발을 뗄 때마다 마룻바닥이 내려앉고 있는데 카펫은 멀쩡해
요.
태양이 어둠의 궤양처럼 보이고 승리가 참패와 비슷한 이름으로 보이지 않나요? 엉덩이의 종양처럼 터져
서 나는 의자 위에 서서 천장을 두들겼어요. 패러디를 좋아하지 않고 비아냥거릴 처지도 아닙니다. 단지 창
문이 하나 필요할 뿐이죠.
나는 전철역보다 광장보다 높은 천장을 보려고 해요. 셰이커를 흔들면서 내 머리 위에 걸려 있는 유리잔의
수만큼 많은 창문들을 상상합니다.
길고 지저분한 바를 사이에 두고 우리는 마주 앉아 있어요. 지하철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이들처럼 가려
는 방향이 반대지만 이따금 당신은 바를 넘어옵니다. 굴러오는 피넛처럼 저절로.
나는 언제나 바에 다리를 올린 발레리나처럼 태연하지만, 밤거리의 의자들처럼 서 있지만, 아이들을 죽인
부모처럼 라일락나무 아래 소녀를 강간한 아저씨처럼 종종 자신을 들여다봅니다.
나를 차단한 인간적인 친구를 당일보다 오늘 더 사랑하듯이,
이곳에는 사랑을 나누는 의자가 무수히 많고 모두가 돈에 약에 취했어요. 나는 날마다 술을 만드는 쇼를 하
지만, 아무리 흔들어도 얼음은 깨지지 않아요. 한순간도 한 방울도 녹지 않아요. 아무리 팔을 휘저어도 꿈이
깨지 않아요. 썩는 나를 데리고 나가지를 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