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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追跡者)-36
“아직도 그것. 휴메타리언-X 가 살아 있다면 꼭 찾아서 파괴하길 바라오. 아니. 파괴하여야만 하오. 그것이 인류를 구하고 인류가 계속 자연과 함께살아가도록 하는 길이요. 물론, 과학은 계속 발전될 것이오. 그것까지는 막을 수 없오. 허나, 휴메타리언-X 는 악마요. 그것이 살아서 인류를 멸망하게 할 수는 없오. 이제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사실들을 당신에게 하였소. 제임스! 다시 카르마(운명)가 연결되어 이곳에 오게 되면 나를 찾아서 내 입에 아이스와인 한 병을 통째로 먹여주시오. 맛이 특별하거든. 내 말뜻 알겠소?”
그는 말을 힘겹게 마치고 편안한 듯 아이스 와인 한잔을 더 마셨다. 그리고는 옆에 앉아 있는 아내의 두 손을 다시 꼭 잡았다. 그는 행복해 보였다. 내가 이 부부를 만난 마지막 사람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총 한 자루 정도는 언제나 곁에 둔 채 이곳에 살아 왔을 것이다. 나는 겁났다. 두려웠다. 내 추적의 마지막이 이런 엄청난 불상사에 놓이다니. 내가 왜 이런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떠맡게 되었는가.
나는 엄청난 사실을 않은 채 제르미 게놈스키와 그의 아내를 남겨두고 통나무 집을 나섰다.
하가리 구 연구소에는 갈 필요가 없었다. 나는 왔던 길을 다시 들어섰다. 삼거리에서 동쪽으로 다시 르망의 앞머리를 틀었다. 이상하였다. 포개어 놓은 이정표 팻말이 흐트러져
있었다. 긴장되었다. 자동차의 스퀴드 마크가 우측 헬레나스크로 나 있었다. 추적자가 있었던것이다. 르망의 액셀레이터를 서서히 밟고 속력을 내었다. 무기는 없었다. 아무것도. 내가 이곳에 죽어 있어도 그것을 아는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며, 올해에 발견될지 내년에 발견될지 아니면 영원히 발견되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조급해졌다. 자동차의 아날로그 시계는 1 시 10 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오른손으로는 르젠스키를 휴대폰으로 불렀다.
“제임스. 르젠스키?”
“나요. 이미 도착했오. 지금 어디 있오?”
여전히 반가워하는 음성이었다. 백미러로 멀리 트럭이 쫓아 오는 것이 보였다. 노란색 르망 뒤에 주차해 있던 그 트럭이었다. 다른 길로 접어들 수는 없었다. 나는 이곳 지리를 전혀 모른다. 가능하면 빨리 타운으로 들어가야 했다.
“지금 추격을 당하고 있오. 헬레나스크쪽에서 동쪽 움스크로 가고 있는 길이요.”
“추격자? 추격자가 누구요? 경찰? 군인?”
“둘 다 아니요. 민간인 조직이요.”
“알았소. 지금 내가 가겠오.”
“나는 르망 옐로우를 타고 있소. 그들은 트럭이고.”
포장이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먼지가 많이 나지는 않았다. 르망을 우측 도로 쇼울더로 들여놓고 달렸다.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며 뒤를 가렸다. 갑자기 팍 소리와 함께 좌측 싸이드 미러가 날아가 버렸다. 그들이 총을 쏜 것이다. 그들은 나에게 차를 멈추라고 한 것이다. 거리는 500 미터 이상 되지 않았다. 자작나무 숲이 눈에 들어왔다. 저 숲을 지나면 타운의 메인 도로가 가까울 것이다. 그 도로까지는 가야 한다.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속력을 더 내었다. 그들도 거리를 넓히지 않았다. 멀리 자작나무 숲이 거의 끝나는 곳에서 먼지가 일었다. 르젠스키였다. 그는 속력을 높여 달려왔다. 나는 휴대폰을 다시 눌렀다.
“제임스. 당신이 보여.”
“먼지 뒤의 트럭이요. 방법이 있겠오?”
“내가 당신을 보내고 그 차를 막겠어. 그리고 곧 따라갈 테니 궁탄바투르에서 만나세.”
“르젠스키! 그들은 총을 가지고 있네.”
“걱정 말게. 나는 AK Auto-Gun 을 가지고 있네.”
르젠스키는 한때 전사였다. 나는 르젠스키의 찦이 서 있는 곳을 지나쳤다. 그는 선그라스를 쓰고 있었으며, 머신건을 왼손에 잡고 있었다.
내가 운전석 좌측 옆문 안쪽의 포켓에 500 루블을 백미러 수리비로 놓아 둔 채, 그 르망을 호텔 뒤 주차장에 주차하고 카운터에 키를 맡기고 다시 뒷문으로 나와 궁탄바투르에 들어가 안내원을 따라 구석 창가에 배치된 원형 탁자의 자리에 앉아 점심시간에 몰려든 손님들로 어수선해진 실내를 둘러보고 있을 때 입구에 아직 선글라스를 썬 채 막 들어서서 나를 찾고 있는 르젠스키를 보았다. 그는 나 보다 작았지만, 더 몸집이 늘어난 것 같았다.
내가 손을 들어 그를 부르는 것과 동시에 그가 나를 봤다. 그는 내가 앉은 자리 맞은 편의 의자에 롤빽을 놓고 손을 내밀었다. 나는 반쯤 일어난 상태로 그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부드러웠다.
이제는 자리를 잡고 사업에만 몰두하고 있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제임스! 몇 년 만이오. 이렇게 험한 난관을 거쳐 당신을 만나게 되다니. 정말 반갑오.”
그는 내 손을 잡고 흔들며 말했다. 그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러시아인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믿음이 가고 있었다.
“르젠스키. 우리의 인연의 끈이 이렇게 튼튼한 걸 알고 나니 반갑기 그지없소. 당신의 건강한 모습을 보는 것도 나는 좋소. 당신. 별 문제 없오?”
“아. 그것. 이곳도 내가 놀던 곳이오. 그들은 아마추어고. 아마도 한 두 시간이 지나야 이
타운으로 들어 올 수 있을 것이요. 내가 그들의 발을 당분간 사용 못 하게 만들었소. 그런데 제임스... 무슨 일인지 내가 알아도 되겠오?”
그는 만면에 궁금증을 가득띠고 물었다. 이 정도면 내가 간단하게 라도 말해주어야 할 것
같았다. 마침, 웨이터가 주문을 받으러 와서 돌아갈 때까지 나는 숨을 좀 쉴 수 있었다.
“몇 주 전, 토론토에서 발견된 아기마미의 어머니가 한국인이라는 것에 심중을 굳히고 있었오. 그러나 그 사람의 종적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그녀는 또한 나와도 연이 연결되어 있어요. 그녀를 찾기 위하여 추적하면서 이곳까지 오게 되었오. 또한, 그 마미가 발견된 집의 여주인이 피살되었오. 나를 고용한 그 여인이. 역시 한국인이었오. 나는 사립 탐정면허를 가지고 있오. 그 집 전 주인이 러시아에서 이민 온 사람이며, 아기 마미와 그 마미의 어머니와 연결되었다고 추정하고 그 연결고리의 시작을 찾아 이곳까지 왔지만, 방해세력이 나타난 거요. 아직 명확한 이유는 모르고 있오. 다만, 근60 여 년 전에 실종된 한 여인과 관계되어 있다고 추정하는 남자의 행적이 이곳에서 시작 되었음을 확인하였오. 그러나 그도 이미 토론토에서 사망하였오. 이제부터 이 퍼즐 같은 부분들을 조합하려 하오. 그러다 보면, 이 방해세력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알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오. 복잡하고 긴 이야기 속에 내가 빠져있는 거요. 당신마저 만났기에 이제는 여기 더 머무를 이유가 없어졌오.”
“내가 더 알 필요가 있오?”
“아니요. 더 알 필요가 없어요. 이 난해한 일에 빠지면 쉽게 헤어나지 못할 거요. 우리가 다시
만났다는 반가움과 아직 건재하며 살아있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즐깁시다. 나는 당신을 물고
들어 갈 수는 없소. 당신은 좋은 친구요.”
르젠스키가 권한 이 식당의 염소고기 스테이크는 아주 좋았다. 독특한 맛과 부드러움이 뉴욕 스테이크와 견줄 만하였다. 그의 사업은 천천히 성장하고 있으며, 평범한 사업가로서 안정되어 있다고 하였다. 좋은 말이었다. 듣기 좋았다. 그러나 그는 사업에 대해서는 말을 신중하게 하였다. 내공이 충실함을 엿볼 수 있었다.
“제임스. 당신은 지금의 나를 있게한 계기였오. 처음 신발 수입을 하려 할 때 당신을 만나지
못하였다면, 나는 이런 사업을 계속 할수가 없었을거요. 이제서야 내 속을 말하지만, 그 당시. 나는 당신을 믿기가 참 어려웠오. 당신도 젊었고 나도 젊었기에 나는당신의 믿음에 모험을 한 것이오. 나는 제대로 하였고 이제 안정된 사업기반 위에 서 있오. 오늘 나는 당신에게 또 한번 나를 걸었소. 오늘은 총을 가지고. 나는 오늘도 잘했고, 지금 당신을 만나고 있오. 나는 정말 기분이 좋오.”
그는 보드카를 다시 한잔 따라 마셨다.
“내가 모스크바까지 당신과 함께 가겠오. 당신이 무사히 러시아를 떠나는 것을 봐야겠오. 그것이 오늘 이 모험의 끝이 될 것이오. 그렇게 하도록 해 주시오. 지금 샬랴핀 호텔 라비와 주변에 범상치 않은 몇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다 하오. 아마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오.”
“물론 302 호에도 기다리고 있겠군요.”
내가 당연한 듯 말했다. 그는 어깨를 움찔하며 두 손을 들었다 내렸다.
르젠스키의 말이 맞을 것이다. 다행히 내가 이곳에 와 있을 거라는 것은 예상을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도대체 그들은 정보를 어떻게 관리하고 분석하기에 무조건 나를 잡으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케롤이 이곳에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녀는 나의 위치를 샅샅이 알고 있었다. 팀이었기에. 나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나는 이곳 움스크에서 제르미 게놈스키를 만난 것 뿐이다. 아즈박. 동쪽으로 1km 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 그들은 하가리를 찾았을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제르미 게놈스키에 대한 걱정이 가슴을 꽉 매웠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그들은 정보가 부족했었다. 게놈스키는 오래 전부터 그곳에 살고 있었고, 그들도 오래 전부터 러시아 혹은 움스크에 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내가 온 날 그들은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다소 안심되었다. 제르미 케놈스키. 그는 숱한 난관을 비켜나와 견디어 내어 살고 있다. 잘 할 것이다. 그러나 그도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르젠스키에게 부탁해서도 안되었다. 그의 말대로 숙명인 것이다.
“제임스! 무슨 방법을 생각하고 있오?”
르젠스키의 말에 정신을 가다듬었다.
“당신 차는 어디에 있오? 그리고 이 호텔 룸 키를 나중에 돌려줄 수 있겠오. 오늘 안에?”
“차는 궁탄바투르 뒷길에 주차하였오. 당신의 생각을 알겠오. 비행기가 출발한 후 1 시간 안에 호텔 프런트에 돌려 줄 수 있으니 걱정 마시오. 이곳도 내가 군에 입대하기 전에 놀던 곳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