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주유소들은 경매 시장서 ‘외면’
잇딴 유찰로 최저입찰가 감정가 절반 수준
서울 역세권 주유소만 관심 받아
에너지 전환 흐름 속에 주유소가 위기에 빠졌다. 서울의 입지 좋은 주유소들과 달리 지방 외지에 있는 주유소들은 경매 시장에 나와도 철거 비용 부담 등으로 주인을 찾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다.
전남 해남군에 위치한 한 주유소. 지난해 경매시장에 등장했으나 3차례 유찰되는 등 현재까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 지지옥션
28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날부터 한달 간 전국 법원에서 입찰이 예정된 주유소 부지는 총 12건이다.
경기 포천시, 경기 화성시, 경기 안산시 등 수도권 주유소는 3곳이며, 나머지 9곳의 주유소는 전부 지방 중·소도시에 위치해 있다.
매물로 나온 주유소 상당수는 이미 유찰을 경험한 곳들이다.
전남 해남군의 한 주유소 부지는 작년 4월부터 경매 시장에 나왔으나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한 상태다. 대지면적 1812㎡, 건물면적 366㎡의 이 주유소는 다음달 10일 네번째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다.
수차례 유찰을 겪은 일부 주유소 매물들은 최저입찰가가 감정가의 절반 이하까지 떨어진 상태다.
충남 아산시 영인면의 대지면적 2649㎡ 주유소가 대표적이다. 이 주유소의 감정가 12억8800만원이지만, 앞서 두 차레 유찰을 겪으면서 최저 입찰가가 감정가의 49%인 6억3142만원까지 내려간 상태다.
서울 역세권의 주유소들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공매에 넘겨진 서울 지하철 2·6호선 합정역 8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한 주유소는 전날 입찰이 진행됐지만, 유찰됐다. 대지면적 480㎡인 이 주유소의 감정가는 303억2058만원인데, 한 차례 유찰되면서 최저입찰가가 272억8860만원까지 내려갔다.
업계에서는 서울 알짜 부지를 제외하고는 주유소 부지들이 경매에 나와도 주인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유소 부지 개발에는 토지 정화 등의 문제로 일반 부지보다 1억~2억원가량 비용이 추가로 드는데, 지방 외진에 위치한 주유소들에게 이 비용이 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서울 역세권 일부 주유소들은 예외다. 성동구 성수동의 한 주유소는 최근 경매시장에 나오자마자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부지의 대지면적은 944㎡로, 준공업지역 용적률 400%를 적용하면 15층 내외의 건물을 올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경매 예정 상태여서 해당 주유소에 대한 감정가는 아직 산출되지 않았다.
실제 개발을 통해 새로운 용도로 탈바꿈한 주유소도 여럿이다. 재작년 말 준공된 서울 마포구 ‘합정역 스퀘어리버뷰’는 주유소를 주거 상품으로 개발한 곳이다.
디벨로퍼 더스퀘어아이앤디가 SK엔크린 합정주유소를 매입해 지상 20층, 144실 오피스텔로 탈바꿈시켰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용도 변경을 통해 개발이 가능한 서울 일부 주유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주유소들은 매물로 나와도 수차례 유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면서 “전기차 시대가 되면서 주유소 수익성이 악화하는 데다 개발을 위해 일반 대지보다 추가 비용이 더 들어 사실상 외면받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