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0일에 출고한 적둥이의 odometer가 9만7천 Km를 가리킵니다. 지난 초여름 세일할 때
사뒀던 캠체인과 푸시로드 부분을 업그레이드할 부품들이 저의 게으름 탓에 창고에서 한잠을 잤습니다.
근래 실린더헤드 개스킷과 오일 펌프 부근 고무호스의 경화로 누유가 생겨 더는 수술을 미룰 수 없어
지난 월요일 할코병원에 입원해서 수술을 마친 후 목요일에 퇴원합니다. 미리 사뒀던 부품값이 할인해
154만 원이었고 나머지 부품과 공임을 합쳐 70여만 원이니, 약 230만 원이란 큰돈이 들어갔기에 재정
파탄이라며 당장 적둥이를 처분하란 불만을 토해냅니다. 울집 할리걸(?)의 흥분한 목소리가... ㅜㅜ
하지만 10만 Km나 달린 로드킹은 잘 팔리지도 않고 설사 팔린다 해도 엄청 손해를 본다며 변명을 늘어
놓지만, 그래도 좋으니 처분하란 원망 섞인 목소리와 폼生폼死도 정도껏 해야지 하며 핀잔의 목소리까지
화음을 이뤄 저를 공격합니다. 2판4판 합이 6판인지라 저의 대답은 '배 째!!'입니다. 대체 그놈의 처가
땅은 언제 팔릴 건지 기약이 없네요...
病暇가 끝난 후 맞는 두 번째 토욜 아침, 안될 줄 알지만 넌지시 탠덤이 어떨지 물어봅니다. 역시 차갑고
싸늘한 반응이-- 괜히 냥이 하나에게 심술을 부려봅니다. 하나의 수염을 잡아당기다 격한 반응에 손등을
할퀴고 물려 스크레치만 생겼습니다. 역시 울집에선 인기가 없나 봅니다. 10시가 못 되어 쓸쓸하게 혼자
출발입니다. 지난번 어느 블로그에서 봤던 경남 고성에 있는 소담수목원을 찾아갑니다.
햇볕이 강해 투어하기 딱 좋은 날씨입니다. 고성군 동해면과 창원시 마산 합포구 진전면의 앞 두 글자를
따서 동진교(東鎭橋)라 부르는 이 교량은 2002년에 완공되었답니다. 이곳을 기점으로 동해면 복주머니
해안도로를 달리면 65Km 정도의 거리가 나옵니다. 자주 와 고향처럼 훤한 곳이기에 경치가 좋은 곳이면
적둥이를 세우고 혼자만의 여유를 즐겨봅니다. 10도까지 올라간 따스한 기온이 봄이 온 것처럼 착각을
하게 만듭니다. 소담수목원은 당항만 동쪽 편 산 중턱에 위치해있습니다.
대한항공 객실 사무장과 스튜어디스로 만나 정년퇴직 후 고향인 이곳 동해면 외산리에 수목원을 가꾸신
소담카페 성 사장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눕니다. 정년퇴직 전부터 준비하신 퇴직 후 일상이 부럽기만
합니다. 늘 남들만 부러워하다 보니 정작 제 자신의 미래는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걍 깜깜한 암흑 속에
갇힌듯한 자신이 초라하게 보일 뿐입니다. 휴~---!!
하지만 지난 10년을 늘 그래왔듯이 제겐 할리라는 사랑스런 또 하나의 동반자가 있습니다. 조만간 자식
둘 모두를 결혼시켜야 하는 마지막 과제가 남았지만, 뭣 하면 들리는 할리 팔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직장생활을 이어나가려 애를 써야겠지요. 이제부턴 퇴물(退物)로 취급받아 자리를 떠나야
하는 위치에 서지 않기 위해서라도 늦었지만 자기계발에 좀 더 신경을 쓸 생각입니다.
베이비 부머의 끝해에 태어나 지금 세대보단 훨씬 수월한 삶을 살았고 누릴 것을 어느 정도 향유(享有)
했기에, 우리 자식세대엔 가난만 물려주는 것 같아 늘 미안한 마음입니다. 평생을 맞벌이해도 집 하나
제대로 마련할 수 없는 현실을 만든 기득권 세대로서의 책임을 통감합니다. 홀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다녀온 투어라 올리는 글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울집 애들이 많이 힘들어하며 나는 왜 흙수저인지 하는
원망(?)을 할까 지레 걱정을 하게 되는 휴일의 끝자락입니다...
카친 여러분! 주말과 휴일 모두 미세먼지에 힘들었지만 기온이 투어 나가시기엔 적당해서 가까운 곳은
다녀오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금주 중에 다시 추위가 찾아온다는 예보가 있네요. 大寒도 지났고 立春도
멀지 않았습니다. 올 겨우내 애마를 오랜 기간 세워두셨다면 이제 달리실 준비를 하셔야 하는 시기가
아닐지요? 새로운 한 주의 시작입니다. 금주도 파이팅하시길요~--!!
- 불안한 미래에 대해 생각이 많았던 하루를 보내고 -
기온이 올라간 낚시터 막개엔 조사님들이 하나둘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돈이 들어가서 그런지 달릴 때 들리는 소리 역시 다릅니다. 찰찰거리는 체인 소리는 사라졌습니다.
장좌리 STX 고성조선소 옆에 위치한 조그만 항구에서...
우연히 새 몇 마리가 날아가며 카메라에 찍혀 사진 분위기가 좀 더 운치있게 바뀌었습니다.
바다에서 열심히 농사를 짓는 어부의 바쁜 손길에 시선이 갑니다.
휘파람 소리를 내는 호흡 소리에 돌아보니 해녀 몇 분이 차가운 바닷물에서 자맥질에 최선을 다합니다.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당항만 소담수목원에서 바라본 동진교의 모습입니다. 이 다리가 생기기 전에는 약 40Km를 돌아나갔답니다.
주차한 곳이 많이 기울어진 곳이라 세우질 못해 결국 他人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ㅎ
동진교가 보이는 곳에 위치한 소담카페...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카페입니다.
항공사에 근무하시며 일찍 해외로 나가신 분이라 탁자유리 아래는 다른 나라의 돈들로 장식을 해놨습니다.
카페 사장님께 부탁드려 찍었습니다. 생각이 많은 하루였다는...
몇 달 앞도 내다본 적이 없는 自信이기에 그냥 계획 없이 사는 건지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따스한 햇볕을 즐기는 소담수목원 식구들입니다. 전혀 짖지 않지만 할리 소리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해안선을 따라 갯마을을 지나면 모든 잡념이 없어지는 기분입니다.
해가 서서히 기울어진 오후 4시경 간조(干潮)시의 갯벌 모습입니다.
캠체인 사이 강화플라스틱 부품이 많이 닳아 전체를 교체했습니다. 사발이의 타이밍벨트와 같은 소모성 부품입니다.
괜시리 심술이 나서 냥이 하나의 수염을 잡아당겼다 손등에 스크레치가 나는 결과를... ㅋ
@챔프메이커 별말씀을요...
걍 있는 그대로를 적은 좌충우돌의 기행문에 지나지 않는답니다. ㅎㅎ
감사는 당연히 제가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