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서 나간 길들이 돌아오지 않는다
언제 나갔는데 벌써 내 주소 잊었는가 잃었는가
그 길 따라 함께 떠난 더운 사랑들
그러니까 내 몸은 그대 안에 들지 못했더랬구나
내 마음 그러니까 그대 몸 껴안지 못했더랬었구나
그대에게 가는 길에 철철 석유 뿌려놓고
내가 붙여댔던 불길들 그 불의 길들
그러니까 다 다른 곳으로 달려갔더랬구나
연기만 그러니까 매캐했던 것이구나
-『중앙일보/시(詩)와 사색』2025.02.01. -
“사람들에게 휩쓸려 잡고 있던 손은 놓치고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힌 수첩까지 어딘가에 흘리고 그렇게 나를 잃어버렸을 때 다른 곳으로 가면 안 돼.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처음 든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해. 네가 나를 찾을 필요는 없어. 내가 너를 찾을 거야.” 복잡한 환승역이나 인파가 가득한 거리를 지나야 할 때 어린 시절 제가 으레 들었던 말이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미아가 되어 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를 떠나간 것들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이라도 찾아 나서고 싶지만 혹여 길이 엇갈려 멀리 헤매게 될까 하는 걱정 탓에 오늘도 제자리를 맴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