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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追跡者)-37
나는 그의 말을 믿을 수 있었다. 진정한 군 출신의 우직한 면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전략가가 아니다. 모사꾼도 아니었다. 그러나 우직하였다. 나는 휴대폰으로 1 번을 불렸다. 이 삼 분 로밍 시간이 지나자 곧 나타났다.
“제임스. 지금 어디 계셔요?”
“움스크인데, 이곳 시각으로 1 시간 후 모스크바로 출발하는 비행기 있으면 두 사람 예약해라. 나와르젠스키로. 이유는 묻지 말고. 별문제 없다.”
“예. 알았어요. 늦어도 30 분 내에 다시 전화하겠어요.”
이젠 아버님에서 제임스로 바뀌었다. 1번도 심각함을 느낀 것이다. 그 점에 대하여는 전혀 불만이 없다. 르젠스키는의아한 눈으로 계속 나를 주시하고 있다가 전화가 끝나자 바로 질문했다.
“제임스! 그건 영어도 러시아어도 아닌 한국어 아니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오?”
“한국은 깊이가 없어 시작은 모방으로 하여도 이내 새로운 것을 다시 만들 수 있는 나라 아니요. 게다가 정보 통신기기 쪽은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오. 캐나다에서 구입한 한국산 휴대폰이요. 이 행성 안 어디에 있어도 원하는 곳과 통화할 수 있오. 전화요금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면.”
나는 그를 보고 웃었다. 그는 놀라서 어안이 벙벙해진 모습이다.
“그것, 러시아에서 팔 수 있겠오?”
그는 심각해진 얼굴로 휴대폰을 뺏듯 가지고 먼저 기기의 뒷면에 인쇄된 아이덴티티를 확인하고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적었다. 역시 사업가 다운 행동이었다. 전혀 잘못이 없었다.
“자. 여기서 지체할 수 없오. 르젠스키! 공항까지 무사히 빠져나가는 것이 급선무요. 택시를 부르는 것이 어떻겠오?”
“아니. 잠깐만 기다립시다.”
그는 무슨 계획이 있는 것 같았다. 그점에서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나는 지나가는 웨이터를 세워 커피 한 잔을 더 부탁하였다. 커피는 리필하도록 해놓지는 않았다. 다시 가져온 커피를 한 모금마실 때 양털 점퍼를 입은 건장한 사람이 들어와 르젠스키에게 속삭였다.
“이 사람은 내 사촌 알렉스요.”
그는 나를 보고 웃었다. 웃는 모습이 순진하다고 느꼈지만 175 센티 정도 되는 키에 비대한 몸집은 위압적이었다.
“우리는 알렉스의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갑니다. 그후 알렉스는 내 차를 타고 샬랴핀 호텔 주차장에 잠깐 머물렀다 곧 뒷문으로 나가서 펌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호텔에 키를 반납할 거요. 어떻오. 이 계획이?”
그가 내 생각을 알았듯이 나도 그의 생각을 알았다. 동의하지 않을 이유도 다른 방법도 없었다. 그들은 이곳 궁탄바투르 레스토랑 주변도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르젠스키가 전화로 확인한 모스크바행 여객기의 출발 시각은 오후 4 시 10 분이었다.
늦어도 20 분 전에는 게이트를 통과하여야 한다. 그 전에 1 번으로부터 예약완료 전화를 받아야 했다. 이 계획에 차질이 없어야 공항으로 가는 목표가 설정되는 것이었다. 무사히 공항까지 갈 수는 있을런지. 1 번이 제대로 예약을 해 놓을 수 있을지. 두 문제가 다 비 확실한 상황 속에서 지체할 수 없는 즉각 행동을 하여야 했었다.
“르젠. 그들은 당신의 찦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오. 내가 그 차를 이용하리라는 것도 추측하고 있을 것이오. 그 점을 이용합시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긍의 표시이다. 나는 그들에게 내 계획을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냈다. 르젠스키는 내가 준 호텔룸 키를 알렉스에게 다시 건넸다.
우리는 레스토랑 화장실 옆으로 난 문을 통해 뒤편에 있는 주차장으로 나왔다. 우리는 르젠스키의 지프에 올랐다. 르젠스키가 운전을 하고 나는 조수석에 앉았다. 의자 뒤에 붙어 있는 헤드 프러텍터는 뽑아서 뒷좌석 밑으로 던졌다. 뒤에서 쫓아오는 차에서도 승차한 두 사람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알렉스는 뒷좌석에 앉아 머리를 숙여 뒤에서는 볼 수 없게 하였다. 두꺼운 캠퍼스 천으로 둘러쳐진 찦에는 뒷면에 가로 1.5 미터 세로 60 센티 정도 크기의 유리창이 있어서 후방을 볼 수 있게 하였다. 가려진 캠퍼스 덮개는 덩치가 큰 알렉스를 충분히 숨게 하였다. 지금쯤 공항버스가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달려갈 시각이었다. 르젠스키가 시동을 걸고 서서히 액셀레이터를 밟았다. 찦은 머플러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레스토랑을 우측으로 반바퀴 돌아 메인도로인 로만 스트릿에 올라 남쪽으로 달렸다. 그리고 천천히 공항 방향으로 움직였다. 예상대로 짚차 뒤쪽에서는 두 대의 차가 우리를 따라붙었다. 거리는 한가하였다. 도로 옆의 양쪽 보도에도 거니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평화롭고 한가한 시골 풍경이었다. 로만 스트릿과 에어포드 로드가 만나는 네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어느 나라 어느 곳에도 놓치지 않고 자리 잡고 있는 주유소에 들렀다. 내가 내려 주유를 하고 르젠스키는 지불을 위하여 카운트로 갔다. 그 8 분 동안 수상한 차는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아마도 지나쳐서 어디에선가 우리의 찦을 기다릴 것이다. 다시 시동을 걸어 주유소를 나와 에어포트 로드에 올라 서쪽으로 달렸다. 그때 벨이 울렸다. 1 번이었다.
“나다. 제임스. 어떻게 되었니?”
“제임스. 예약완료 되었어요. 공항 안에 있는 러시아 항공사를 찾아가서 지불하고 티켓을
찾으시면 됩니다. 두 사람 모두. 출발 시각은 그곳 시각으로 오후 4 시 10 분. 늦어도 20 분전에는 게이터를 통과하시는 것이 좋아요.”
“수고했다. 토론토에서 전화하겠다. I hope see ya soon.”
“Of course, me too and good luck to you, dad.”
군데 군데 얕은 홈이 파인 오래된 포장도로와 타이어가 부딪치는 소리와 엔진 소리 그리고 힛팅 팬 돌아가는 요란한 소음으로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르젠스키의 확인과 같았다. 이제는 무사히 공항까지 가는 문제만 남았다. 줄지어 늘어선 가옥들과 두 개의 스토리(2층)로 된 연립주택들이 늘어선 동네를 지나자 드문드문 넓게 정원을 차지한 하우스들이 나타났으며, 그곳을 통과하자 초겨울의 황량한 넓은 들판이 펼쳐졌다. 그때까지는 뒤 따라오는 차량이 없었다. 막 들판에 들어서자 포장 잘 된 도로는 왕복 2 차선으로 좁아졌고 길옆 쇼울더는 아주 작은 자갈로 덮여 있었다. 우리는 약 2 킬로 전방 멀리 달려가는 버스를 볼 수 있었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가 틀림없었다. 그와 동시 연립주택가에서 튀어나와 우리 뒤 1 킬로 후방에서 따르는 2 대의 승용차를 봤다. 그 차들은 속력을 내어 달려오고 있었다. 그차들은 우리를 쫓는 그 놈들의 차가 틀림없었다. 이제 추격전이 시작되었으며 우리 셋은 이 상황을 느끼고 긴장하기 시작하였다. 르젠스키는 처음과는 달리 이제는 총을 사용해서는 안 됨을 알았다. 그러나 그들은 어떠한 무기든 사용할 것이었다. 나는 그들이 왜 나를 쫓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르젠스키가 물었지만, 대답할 수가 없었다. 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데. 그들이 나를 제거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나를 생포하여 목적을 추궁할 수는 있겠지만.
르젠스키와 알렉스는 전혀 관계없이 나를 돕고 있을 뿐이다. 결국, 그들은 나를 목표하고 있음인데. 그렇다고 내가 멈춰 서서 그들에게 그것들을 알릴 필요도 없었고 그럴 시간도 없었다. 그들도 명령을 쫓아 행동하고 있을 것이므로. 그 명령은 틀림없이 칼림교로 부터 일 것이다.
르젠스키는 계획대로 더욱 속력을 내어 버스를 쫓았다. 그들은 우리가 공항으로 가는 것이
틀림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느긋하였다. 그러나 거리를 넓히지는 않았고 1 킬로 정도를 유지하였다. 언덕을 오르는 버스의 속력이 줄자 르젠스키는 가속을 하여 버스를 추월하기 시작하였다. 언덕을 내려가면 우측으로 도로가 꺾일 것이다. 언덕을 내려가면서 뒷차가 버스를 추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기회를 살려야 했다. 찦차는 버스가 언덕을 오르기 전에 추월하였다. 르젠스키는 언덕을 넘자 곧 다시 속력을 내어 2 킬로 전방에서 우측으로 급 커버를 하여 차를 멈췄다. 나는 차에서 내리고 알렉스가 재빨리 조수석에 앉았다. 르젠스키는 급후진을 하여 커버가 끝나는 지점까지 가서는 그제서야 커버를 도는 버스에게 우측 쇼울더로 나와 길을 양보하였다. 그는 뒤따라 오는 차들의 진행을 방해하며 천천히 주행할 것이다. 버스가 막 속력을 다시 내려고 하자 나는 길가로 튀어 나가 차를 세웠다. 그리고 100 루블 2 장을 흔들며 문을 열어주기를 요구하자 그는 처음에는 어리둥절하였지만, 현금을 보자 이내 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버스에 무사히 탔다. 그리고 흔들었던 200 루블을 운전사에게 건넸다. 그는 위폐가 아님을 확인한 후 의외의 현금에 만족하다는 듯 웃으며 돈을 유니폼 점퍼 속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정차한 만큼의 분을 보충하기위하여 속력을 내었다. 자기와 특별한 관계가 없는 일에는 무관심한 습성은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버스에 앉은 승객들은 멀거니 나를 쳐다 보고만 있었고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 버스의 실내는 쾌적하였다. 공항버스였다.
5 분의 2 정도 되는 뒷좌석은 비어 있었고 마지막 한 줄로 늘어선 가장 뒤의 5 인용 좌석에는 챙이있는 짙은 그린 칼라의 둥그런 영국 군용 모자를 쓰고 엉덩이를 가리는 긴 양털 점퍼를 입은 남자가 나를 보고 있었다. 그는 허리를 뒷 등받이에 기대고 있었으며 가방은 없었다. 다만, 두손은 주머니에 넣은 채 였다. 나는 버스 중간 쯤의 비어 있는 의자에 앉았다. 내 옆자리에는 50 대로 보이는 여성이 책을 읽고 있다가는 불현듯 나타나 자기 옆자리에 앉는 나를 수상한 듯 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해할 수 없다는 몸짓이었다. 어쨌든 버스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그대로 달렸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니 르젠스키는 버스를 추월하지 않고 간격을 유지하며 쫓아오고 있었다. 그 뒤로 역시 두 대의 차가 쫓아오는 것이 보였다. 뒷좌석의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버스가 디앙사투로 진입하는 길을 우측에 두고 좌 회전하여 속력을 내었고 르젠스키는 우측으로 진입하였다. 두대의 차도 먼지를 일으키며 르젠스키를 쫓았다. 이제 그들의 추격에서 벗어난 것이다. 공항까지 10km 라는 싸인을 붙인 팻말이 우측 창으로 지나갔다. 르젠스키는 그들의 추격을 따 돌린 후 디앙사투에서 잠시 쉬었다 곧 다시 공항으로 올 것이다. 계획은 잘 되었다. 이제 공항에서 티켓을 산 후 르젠스키를 만나는일만 남았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이 버스 안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일단 안심을 하고 긴장된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누가 어깨를 쳤다. 고개를 들어보니 뒷좌석에 앉았던 그 였다. 그는 점퍼 주머니에 든 오른손으로 내 왼쪽 어깨를 눌렀다. 금속성 느낌이 전해 왔다. 이것은 예상치 못하였다. 아니면 또 다른 추격팀의 일원인지 짐작이 되지 않았고 허탈감에 잠시 빠졌다. 뭘 어쩌란 말인가. 될 대로 되라는 체념까지 곁들어졌다. 산 하나 넘으니 또 다른 곳에 또 다른 산이었다. 그는 영어를 하였다.
“Stand up and move back seat just now!”
그는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내가 의자에서 일어나 그를 따라 오도록. 그의 영어 발음은 매끄럽지 못하였다. 그러나 소통은 될 수 있었다. 움스크에서 급파된 행동대원이었다. 내가 일어서니 그의 키는 나보다 조금 컸으며 비대하였다. 아마 100 킬로 이상은 나갈 것 같았다. 전형적인 러시아인이었다. 눈이 파랗고 피부가 하얗다. 그는 카키색 폴리에스텔 바지를 입고있었다. 열어진 양털 점퍼 속에는 목이 반쯤 보이게 덮은 두툼한 흰색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누가 이 사람을 보고 총을 든 추격자라 하겠는가. 그 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구식 콜트 45 구경 권총을 위협하듯 꺼내 보이고는 다시 오른쪽 주머니에 손과 함께 넣었다. 왼손은 버스 천장에 세로로 길게 붙어있는 알루미늄 바를 잡고 있었다. 일어나며 창가를 보니 주택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버스는 움스크 로컬 공항이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비행기 그림이 우측 싸인 보드를 지나고 있었다. 그는 한 발짝 더 뒤로 물러났다. 나는 한 발짝 더 그의 앞으로 다가섰다. 그는 당황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상대를 제압하여야 할지 판단하기에 난처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는 총을 쏠 수 없음을 느꼈다. 다만, 위협하여 나를 잡아 둘 셈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를 제압하여야 했고 무사히 버스에서 내려야 했다. 그는 나를 너무 얕잡아 봤음이 틀림없었다. 주머니에 든 콜트권총의 안전장치를 풀지 않았다. 능숙치 않으면 안전 장치를 푼 권총이 그의 의도와는 달리 발사 될 수 있었다. 그는 이런 일에 능숙치 못하였다. 초보였다. 버스는 이제 정숙하며 달리고 있었다. 그는 통로에서 돌아 설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런 마주 보는 상태로 계속 있을 수는 없었다. 버스는 공항 주차장을 지나 서서히 출발선 입구가 있는 공항 정면으로 진입하고 있었고 승객들은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기기 시작하였다. 그는 나에게 마지막 뒷자리에 앉으라고 고개로 지시하며 밖을 내다보았다. 아마 동료 팀을 찾고 있음이리라. 그것은 또 나에게 기회이었다. 나는 그를 정면으로 보며 한 손으로 의자 옆의 팔걸이를 잡는 척 허리를 숙였다 곧 일어나며 그 반동의 힘을 이용해서 오른 손바닥 엄지와 검지를 벌려 브이자로 만들어 그의 목을 쳐 누르며 동시에 엄지와 검지로 그의 목 급소를눌렀다. 그와 동시 왼손으로 그의 주머니에 든 오른 손목을 잡아 뒤로 꺾었다. 그는 천정의 바를 잡고 목을 뒤로 제치며 허둥대었지만, 급소를 누른손에 힘을 주자 얼굴이 금방 빨개지며 숨을 쉬지 못하였다. 나는 그의 목을 누른 채 뒤로 밀어 그를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왼쪽 수도로 그의 오른쪽 목을 쳤다. 그는 꺽 하는 옅은 소리와 함께 기절하고 말았다. 그 시간은 30 초를 넘지 않았다. 나는 그를 운전사가 쉽게 볼 수 없게 앞 의자 뒤로 그를 눕혔다. 그는 당분간 깨어나지 못하리라. 나는 서둘러 마지막 승객의 뒤를 따라 내려 입구로 들어갔다.
출발장 안은 도착장 보다 그렇게 넓지는 않았다.특별한 검색없이 맞은 편에 보이는 입구에서 티켓을 확인하고 나가 활주로에 대기하고 있는 비행기를 타면 되었다. 탑승대기를 하고있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입구 우측 편으로 렌터카 회사가 있었고 그 다음은 카페테리아가 있었다. 좌측 면세품점 옆에 여승무원이 오른손에 티켓을 들고 방긋 웃고 있는 포스터와 러시아 항공회사 간판을 붙인 오피스가 보였다. 표는 쉽게 살 수 있었다. 예약이 제대로 잘 된 것이다. 게이터는 2 번이었다. 탑승 시간이 임박했다. 25 분 남았다. 나는 2 번 게이터로 향했고 그 게이터 앞에서 숨을 헐떡이며 나를 기다리는 르젠스키와 알렉스를 발견하였다. 나를 본 르젠스키는 안심한듯 왼손을 위로 높이 쳐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