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KOREA’
북한은 언제나 작은 움직임으로도
한국을 긴장하게 만든다.
분단국가, 종전이 아닌 휴전임을
상기시켜주는 듯하다.
그런 북한이 이번엔 한국을 넘어
세계를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세계는 지금 ‘Korea’의 움직임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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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성을 인지했다고 ‘내 일’이 되는 건 아니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전쟁,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그러했다.
그러나 10월 23일, 미국과 나토(NATO)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 인정했다.
현재 전 세계가 집중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이 직접 개입한 것이다.
북한의 행보로 국가안보가 위협받는 것을 넘어
‘제3차 세계대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거론됐다.
전쟁은 더 이상 ‘남 일’이 아니다.
아산정책연구원 국방연구자 양욱 박사에게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이유와
한국의 전쟁 가능성을 물었다.
현재 전쟁 중인 국가는?
이들의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전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갈등은
하마스가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전쟁이라기보다는 일방적 공격처럼 보인다.
하마스가 정리된 이후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겨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도 단행했다.
시리아에서는 많이 수그러들었다지만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 내전이 지속되고 있다.
이라크는 대부분 안정화됐으며,
후티 반군은 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나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 대한
공격은 이전보다 잦아들었다.
최근에는 후티 반군이 상선을 공격하다
미국의 대응 공격을 받기도 했다.
전쟁은 아니지만, 미중 갈등도 지속 중이다.
미국은 대만을 대표적인 분쟁 지역으로
설정하며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는 중국이 무인도를 군사기지화하는
작업을 이미 완료한 상황이며,
미국은 대만 문제를 부각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전 세계가 조용한 곳이 없는 셈이다.
언급한 전쟁을 살펴보면
한국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어 보인다
국제분쟁이 한국과 무관하다는 생각은
큰 착각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순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국제질서라는 큰 틀에서 보면,
주권국가를 침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러시아가 어긴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
단기간에 키이우를 장악하고
정권을 교체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전쟁이 장기화되며 러시아는 자체 무기와
탄약 공급에 한계를 느꼈고,
결국 이란과 북한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며
군사기술과 실전 경험을 얻었다.
동시에 러시아의 지원을 통해
유엔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고 있다.
이는 한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보면 국제분쟁은 결코
한국과 무관하지 않았다.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한 이유는 무엇인가?
다. 북한의 핵심 목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수령 체제 유지다.
이를 위해 경제적 생존과
군사적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다.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회로 삼았다.
러시아는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무기와 탄약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고,
북한은 이를 이용해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며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
또 북한은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
병력을 제공하며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했다.
공식적으로는 이를 인정하지 않지만,
자국 병력의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러시아로부터 다양한 대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사실 북한의 러시아 군사 지원은
파병이라기보다 용병에 가깝다.
파병이 되려면 독립적 작전 권한을 갖고 전쟁에
개입할 텐데, 그런 모습으로 보기는 어렵다.
국가 간 어떤 거래가 이미 성사되었고,
병력만 지원한 셈이다.
독자적 작전 권한이 없으니 북한 병력이
총알받이처럼 사용되는 모양새로 보인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무엇을 얻으려 하나?
단순히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군사기술, 전쟁 경험, 그리고
향후 지속적 협력을 얻으려 하고 있다.
러시아는 유엔 대북 제재를 무시하고
북한과의 무기 거래를 지속해 왔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현금, 현물,
혹은 군사기술을 대가로 받고 있다.
또 러시아 군사력 재건 과정에서
북한이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는 전쟁으로 인해 대규모 병력과
군사 장비를 잃었고, 이를 복구하는 데
북한이 하위 공급망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북한으로서는 꾸준한 경제적 수입원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북한의 행동을 단순히
‘어리석기 때문’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접근이다.
그들의 행동을 민주주의의 잣대로 바라보면 안 된다.
그들이 우리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산다는 걸 인정하고,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북한의 이러한 행보가
한국 입장에선 어떤 의미를 갖나?
그동안 한국과 괜찮은 관계로 지내던 러시아가
결국 한국 대신 북한을 선택한 셈이다.
물론 전쟁이 끝나고 대러 제재가
완전히 없어진 이후라면 협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북한과 많은 협력과 거래가 오갔다.
이를 보면 러시아와 한국의 관계가 이전처럼
가까워질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북한은 경제적 이점을 얻기 위해
한국과 날 선 관계를 유발한 셈이다.
북한의 의도라고 볼 수 있나?
그렇다. 작년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더 이상 우리는 한민족이 아니다”라는
발언과 함께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강화했다.
분계선에 장벽을 세우고,
대남 군사 태세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군사적 행동을 넘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기 위한
포석이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남쪽에 대한 적개심을 부각하고
방어선을 구축해 내부 병력을
전쟁에 투입할 여력을 확보했다.
최근 북한이 띄우는 오물 풍선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이와 동시에 북한은 핵무기 개발과 협박을
통해 대남 우위를 확보하려 했다.
핵은 북한이 경제적·군사적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었다.
특히, 북한은 핵무기를 전술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위협을 가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핵 위협을 해
나토의 군사 지원을 주저하게 만든 전략과 유사하다.
흔히 국내에선 북한의 여러 행보를
‘어리석기 때문’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북한이 진정 뭘 몰라서, 어리석어서 하는 행동일까?
아니면 바라는 명확한 그림이 있는 것인가?
물론 북한의 행동이 현명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들의 모든 행동은 체제를 유지하고 권력을
강화하려는 명확한 그림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북한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잔혹함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국민이 희생되더라도
국가의 목적에 부합한다면 과감히 행동한다.
이러한 잔혹함과 무자비함은 북한의
‘패밀리 비즈니스’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다.
현 상황을 두려워해야 하는지,
안심해도 되는지 궁금하다
현 상황에서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을
투입하며 이익을 얻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남한에 대한 직접적 군사적 위협은
다소 줄어든 상황이다.
겉으로 보기에 북한은 위협의 강도를
점점 높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북한은 이를 실행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반드시 긍정적인
신호라고만 볼 수는 없다.
북한은 전쟁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핵보유국임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도발 중 약 80~90%는
핵과 미사일 관련 도발이다.
이는 전쟁 가능성을 낮추는 대신
핵 위협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전쟁에 대한 두려움은
크게 가질 필요가 없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여전히
심각한 안보 문제로 남아 있다.
지금까지 한국은 외교적으로 소극적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점차 세계에서 더 많은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한국은 이제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작은 나라로 머물 수 없다.
필요에 따라 상황을 조율하고 국제사회에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한다.
나토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지금의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나토는 직접적으로 전쟁에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군사 지원과 무기 제공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나토가 직접 전쟁에 개입하는 순간,
이는 곧 세계대전으로 확대될 위험이 크다.
나토가 직접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곧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대전의 정의는 핵보유국 간
전쟁으로 봐야 한다.
북한은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주장하며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다.
나토 입장에서 핵보유국인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는 것은
국제안보 질서에 큰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경솔한 행보는 나토가
경계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안보 요소다.
제3차 세계대전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그 이유는
강대국들이 직접적 충돌을 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유엔은 강대국 간 전쟁을 막는 데 초점을 둔다.
전쟁과 더불어 직접적, 물리적 폭력이 없는
‘소극적 평화(Negative Peace)’가
유엔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라는
상임이사국이 서로 전쟁을
하지 않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중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결의가 채택되지 않는 구조다.
이는 강대국 간 충돌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나토와 미국은
러시아와 직접 충돌하지 않으려 한다.
직접 충돌하는 순간 핵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강대국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도
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이유다
외교적 측면에서 한국은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게 좋을까?
한국은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완전히
무대응으로 일관할 수는 없다.
북한이 전쟁에 개입하며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정의롭고 올바른 메시지를 통해
국제여론을 주도해야 한다.
동시에 실제적 행동에서는 신중하고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국제사회에서 더 많은 이들을 설득하고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단순한 대응을 넘어,
한국의 위상을 강화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나토나 미국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이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높이고,
군사적·경제적 협력을
심화시킬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무작정 피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능사가 아닌 것이다.
ⓒ Den
양욱
· 국방연구자
·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출처 : 덴 매거진(https://www.thed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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