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가 잦아지는 연말이 다가올수록 주류업계는 ‘행복한 비명’과 함께 보이지 않는 전쟁을 시작한다. 건전한 송년문화를 조성하는 사회적 분위기 덕분에 술을 곁들이지 않는 송년모임도 많아졌지만 연말은 여전히 주류업체들의 호황기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최근 업체들은 성별 및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특색 있는 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 소주시장에 한 획 그은 칵테일
롯데주류의 순하리 처음처럼. /사진=롯데주류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2015년 초 출시된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순하리(이하 순하리)’는 SNS를 통해 인기가 급상승하며 한 때 품귀현상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주류를 취급하는 일부 음식점에서는 출입문에 ‘순하리’를 판매한다는 안내문을 붙여놓기도 했다.
‘순하리’는 저도수 유행에 맞춰 출시된 롯데주류의 전략 제품이다. 소주를 베이스로 했지만 14도의 낮은 도수와 유자과즙, 유자향이 첨가돼 기존 소주보다 목넘김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소주 특유의 향과 맛에 거부감을 갖고 있던 소비자들도 ‘순하리’는 무리 없이 마셨다.
한 음식점의 사업자는 “여성 손님만 왔을 때에는 소주를 시키지 않고, 주로 음료나 맥주를 찾았다”며 “순하리 출시 후에는 여성 손님들만 왔을 때도 ‘순하리’를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고 일반 소주 평균 판매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팔렸다”고 말했다.
2015년 전체 주류 시장 매출(출고가 기준) 규모는 약 1조7000억원, ‘순하리’는 4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2.35%의 비중을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시장에서 소주의 경우 소비자 특성상 자신이 마시던 브랜드나 종류를 잘 바꾸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순하리는 당시 주류시장에 한 획을 그은 것”이라며 “특히 기존 소주에 거부감이 있었던 소비자층을 끌어왔다는 것이 매우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의 (왼쪽부터)망고링고, 자몽에이슬, 이슬톡톡. /사진=하이트진로
이후 롯데주류는 유자 외에 복숭아, 청포도 등 라인업을 강화해 나갔고 하이트진로나 무학에서도 각각 ▲자몽에이슬·청포도에이슬 ▲좋은데이 컬러 시리즈 등을 출시해 ‘칵테일 소주’ 경쟁에 뛰어들었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3.0도의 매우 낮은 도수와 탄산을 첨가한 ‘이슬톡톡’을 선보이며 술자리를 더욱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하이트진로의 이슬톡톡과 롯데주류의 ‘순하리 소다톡 클리어’ 등은 캔으로 출시돼 파티 등 사람들의 이동이 잦은 자리에서 유리병처럼 깨지지 않아 안전성도 높였다.
◆전성기 맞은 맥주, 가볍게 즐기다
이색 변화는 또 있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는 송년모임을 파티처럼 하는 문화가 유행한다. 유행에 따라 이제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맥주가 인기다.
(왼쪽부터)오비맥주의 오비프리미어, 하이트진로의 맥스, 롯데주류의 클라우드. /사진=각 사 제공
실제로 맥주시장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로 오비맥주의 ▲카스 ▲OB프리미어, 하이트진로의 ▲하이트 엑스트라콜드 ▲맥스, 롯데주류의 ▲클라우드 등 각 업체별 대표 맥주 제품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맥주 시장은 약 5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수제맥주와 캔맥주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수제맥주의 경우 200억원대(지난해 기준)로 전체에서 약 1%의 비중을 차지하지만 최근 3년 사이 매년 약 10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향후 시장 점유율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20~30대 사이에서 송년모임을 파티처럼 즐기고, ‘혼술’ 문화가 퍼지면서 가볍게 즐기는 음주문화로 맥주 시장이 점차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에는 국내 맥주뿐 아니라 수입 맥주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소비자의 선택 폭도 넓어졌다.
현재 국내 업체 중에서는 오비맥주가 수입 맥주 종류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비맥주는 ▲버드와이저 ▲호가든 ▲스텔라 ▲벡스 ▲레페 ▲산토리 등의 수입 맥주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스텔라 아르투아 크리스마스 패키지를 선보인다.
오비맥주에 따르면 이번 패키지의 주요 특징은 벨기에 루벤에서 스텔라 아르투아가 크리스마스 축배의 맥주로 처음 탄생했을 당시의 병 디자인에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이번 스텔라 아르투아 크리스마스 패키지는 750㎖의 대용량으로 연말 모임에 즐기기 좋을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왼쪽부터) 기린이치방, 호가든 로제, 밀러 제뉴인 드래프트. /사진=각 사 제공
하이트진로의 경우에는 ▲기린이치방 ▲블랑1664 ▲싱하 ▲투이즈 엑스트라 드라이 등 4종의 수입 맥주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으며 향후 수입 맥주에 대한 비중 확대 계획도 고려하고 있다.
롯데주류도 내년 1월부터 ‘밀러 라이트’와 ‘밀러 제뉴인 드래프트’를 국내에 유통·판매하기로 몰슨쿠어스와 협의했다.
그렇다고 국내 업체들이 수입 맥주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롯데주류의 ‘피츠수퍼클리어’나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 등 새로운 국내 맥주 브랜드를 선보이며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하고 다양한 맥주를 맛볼 기회가 늘어나 입맛이 까다로워졌다”며 “이에 다양한 맥주 라인업을 통해 소비자 입맛과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