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홑치마 같은 풋잠에 기대었는데
치자향이 수로(水路)를 따라왔네
그는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 아니지만
무덤가 술패랭이 분홍색처럼
저녁의 입구를 휘파람으로 막아주네
결코 눈뜨지 말라
지금 한 쪽마저 봉인되어 밝음과 어둠이 뒤섞이는 이 숲은
나비 떼 가득한 옛날이 틀림없으니
나비 날개의 무늬 따라간다네
햇빛이 세운 기둥의 숫자만큼 미리 등불이 걸리네
눈 뜨면 여느 나비와 다름없이
그는 소리 내지 않고도 운다네
그가 내 얼굴 만질 때
나는 새순과 닮아서 그에게 발돋움하네
때로 뾰루지처럼 때로 갯버들처럼
-『내외일보/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2025.02.07. -
세상에 없는 이가 뺨을 만집니다. “그는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 아니지만” “풋잠”이 “저녁의 입구”를 막을 때면 나비의 연하고 부드러운 날갯짓이 되어, 잠든 사람을 살며시 쓰다듬어줍니다.
꿈에서라도 한번 보고 싶은 간절함이 만들어낸 환영일 뿐인데 잠결에도 “그가” 있는 허공을 향해 저도 모르게 “발돋움”하게 됩니다. 어느새 “무덤가 술패랭이 분홍색처럼” 상기된 뺨을 타고 꼭 감은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