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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追跡者)-38
“Hi. James! Good to see you again.”
내가 주변을 둘러보자 그는 안심시키려는 듯 내 어깨를 잡고 말하였다.
“제임스. 우리는 그들을 따 돌렸소. 이제 비행기를 타기만 하면 됩니다. 이야기는 안에서 합시다.”
그는 자랑스러운 듯 웃으며 말하였다. 그 이야기는 모스크바에 도착하기 전까지 천천히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의외의 버스 속 상황을 포함해서. 그렇다. 이제 움스크의 방문은 여기서 끝난 것이다.
“알렉스. 당신 호텔 룸 키를 어떻게할지 알지요?”
내가 섭섭한 듯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알렉스에게 물었다.
“예. 이제는 바로 전하겠습니다.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그는 웃었다. 나는 몸집이 큰 그를 포옹하였다. 그리고 악수를 청했다. 그는 내 손을 잡고 놓기싫은 듯 한참 흔들며 잘 가라고 하였다. 그도 역시 버스에서 일어난 아찔했던 상황을 알 턱이 없었다. 나는 돌아서는 그의 점퍼 주머니에 US100 dollars 몇 장을넣었다.
비행기는 정시에 출발하였으며 해 넘어가는 서쪽으로 순항하였다.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르젠스키가 보드카를 두 잔 들고 자리에돌아왔다.
“르젠스키!”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What’s your first name? Can you tell me?”
그는 갑자기 묻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하는 듯 하였다.
“Alex. 알렉스요. 알렉산더라고도 부르지요. And what’s yours?”
그렇다. 그동안 우리는 퍼스트 이름을서로 묻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았었다.
“Lee.”
나는 간단히 대답하였다. 그가 내 이름을 반복하였다.
“James Lee. I can’t forget you.”
그는 비어 있는 손으로 내 손을 잡았다.
“르젠스키.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이렇게 나를 힘껏 도와준 당신의 우정에 정말 감사하오.”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아니오. 내가 당신에게 진 신세에 대하면 조족지혈이오. 이렇게 나마 당신을 만나서 당신에게 뭔가 도움이 되었다니 나 역시 기쁘오.”
그는 얼굴에 활짝 미소를 띠고 계속 말하였다.
“제임스. 혹 내가 바이칼호수 속에 숨겨진 제정 러시아의 금 발굴을 추진할 때는 어떻게든 연락할테니 그때 와서 다시 나를 도와주시오. 내 생각에는 나보다 오히려 당신이 더 상세한 것들을 알고 있을 것 같오.”
그것은 그의 생각이 맞다. 그들의 역사를 그도 알고 있었다. 비행기는 활주로를 떠나 어두워진 하늘로 날아 올랐다. 비행기가 고도를 찾아 평행으로 나르기 시작하고 안전벨트를 풀어도 좋다는 사인이 들어오자 나는 잠들기 전에 휴대폰을 열어 메일을 작성했다.
‘사랑하는 쎄지로에게.
움스크에서의 일은, 나에게 왜? 관계된 그들이 박인혜의 주검을 찾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려
주었오. 이제 나는 박인혜의 주검을 직접 찾아야 하고 그 주검을 보호해야 한다는 운명이 준 막중한 사명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되었오. 이 추적의 끝이 어딘지는 아직 몰라도 결코 헛된 일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오. 그 추적의 마지막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박인혜의 영혼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기 때문이오. 여기까지 오기에는 당신의 도움이 무척 컸음을 잊지 않고있오. 다시 한번 도움에 감사합니다. 제임스 리.’
나는 이 메일을 보내자 곧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두 번이나 깨어 화장실을 다녀왔으나 그때마다 기내 승객들 대부분은 잠속에 빠져 있었다.
27.
비행기는 캐나다에서의 첫 기착지가 벤쿠버였다. 그리고 토론토로 날아갈 것이다. 나는 벤쿠버에 내려 국내선 터미널로 갔다. 아직은 새벽이라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국내선 티켓 사무실에는 졸음에 겨워하는 블랙피플인 한 남자가 지키고 있었다. 그래도 손님인지라 그는 하품을 하며 졸린 눈을 한 채 미안한 듯 멋쩍은 미소를 띠며 반겼다. 나는 남은 유에스 달러와 루블을 합쳐 현금으로 CD250 을지불하고 오타와행 표를 샀다.
현금을 조금 남겨두었다. 1 번에게무사히 도착했음을 알리고 싶었으나 깊은 잠을 깨우기는
싫었다. 1 시간 이상을 라비에서 기다린 후 다시 오타와행 비행기를 탔다. 피어슨 공항에서 또 추격을 당하기 싫었다. 아직 하늘은 어두웠다. 미행하는 자가 있지 않을까 해서 유심히 살폈지만 아직은 특별한 조짐이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았다.
에드먼튼이라 짐작되는 도시의 상공을 지나 온타리오에 들어서자 서서히 어둠이 걷힌 여명의 동편 하늘이 나타났다. 비행기는 하강하기 시작하였고 나는 잠시 다음계획을 생각하였다. 오타와의 활주로는 추웠다. 눈은 없었지만, 날씨는 영하였다. 비행기에서 내려 대합실로 빠르게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에 섞였다. 착륙한 비행기의 승객을 위한 버스는 없었다. 아마 가까운 거리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100 미터쯤 되는 거리는 추위를 느끼게 하기에는 충분하였다. 움스크보다 바람은 차고 시렸다. 터미널 내부의 라비에는 아침 일찍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가려는 사람들로 분주하였다.
나는 이곳에도 추격자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쉽게 판단이 서지 않았다. 어쨌든 여기까지 조심하며 왔다. 라비의 한쪽 구석에 이미 오픈하여 고객을 기다리고 있는 아비스 렌터카로 부터 포드 토러서를 렌트하였다. 토론토에 있는 아비스에 넘겨주면 되었다. 처음 타 보는 차였지만 새 차라서 불만은 없었다. 공항을 빠져나오자 417 하이웨이를 타고 서쪽으로 달렸다. 거리의 가로등은 하나 둘 꺼지기 시작하였고 출근 차량들이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이제 1 번에 전화하기 위하여 휴대폰을 찾았으나 없었다. 그 휴대폰은 모스크바 공항에서 작별하며 르젠스키에게 기념으로 주었었다.
417 하이웨이에서 오른쪽을 벗어나 다시 좌회전하여 417 번 하이웨이 밑을 빠져 남쪽으로 401 을 만나러 가는 싸인을 1 킬로 정도를 남겨두었을 때, 계속 뒤를 따라오는 차량을 발견하였다. 그동안 2 번 차선을 바꿨지만, 그차는 그대로 따라붙었다. 토러스를 오른쪽 차선으로 붙였다. 417 오른쪽으로 나가서 밑으로 빠져 좌회전하여 416 을 타고 남쪽으로 가면 토론토로 갈 수 있는 401 하이웨이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417 을 벗어나는 브랜치 로드(branch road) 바로 앞에서 좌측으로 급회전하여 다시 417 번 하이웨이를 탔다. 나는 416 을 타지 않았다. 나는 416 이 빠져나가는 것을 밑으로 보며 서쪽으로 417 하이웨이를 계속 달렸다. 추격차를 따 돌린 것 같았다. 카나타 타운을 지나며 하이웨이 7 번을 타기로 하였다. 그 길은 1 번이 오타와 대학을 다닐 때 그의 기숙사로 한 달에한 번씩은 찾아다녔던 길이다. 눈 감고도 타운과 다리 호수의 위치와 도로의 언덕과 고개를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곳이라면 잘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다.
417 에서 다시 우측으로 나와 둥그렇게 반원을 그리며 417 위를 지나 시작되는 하이웨이 7 을 탔다. 월요일임에도 아직 7 번 도로는 붐비지 않았다. 이 길은 늘 그렇게 바쁜 도로는 아니었다. 7 번을 탄지 30 분이 지났지만, 혼자였다. 간혹 오타와 쪽으로 올라가는 께스 컨테이너와 쇼핑몰에 물건을 공급하는 컨테니이너 등 대형 차량들만 요란스럽게 달려와서 지나갔다.
호수를 가로지른 다리를 건너 작은 타운이 보이고 길가에 선 입간판의 팀하튼이 보이자 차를 우측으로 틀어 아침 식사를 사러 모여든 몇 대의 차 사이에 토러스를 주차하였다. 실은, 퍼스 (perth)에서 쉬려 하였지만, 그곳은 작은 타운이라도 사거리가 있다. 우회전하여 북으로 40 분쯤 달려가면 17 번 하이웨이를 만나 좌회전해서 알곤킨 국립공원의 북쪽을 지나서 미국 미니에폴리스까지 단숨에 갈 수 있다. 좌회전하여 남쪽으로 가면 스미스 폴(smith fall)을 지나 20 분이면 401 하이웨이를 만날 수 있다. 그들도 개념이 있다면, 퍼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퍼스를 보통 속도로 지났다.샤봇레이크는 퍼스에서 20 분 거리였으므로 오타와로 올라가는 차량들이 더 참질 못하고 이곳에서 쉬게 된다. 그래서 캐나다에서 가장 큰 커피 체인점인 팀하튼이 새로 생겼고 레스트 하우스도 생겨났다. 엔진의 열로 더워진 실내 공기는 답답하였다. 차 문을 열고 밖으로나와 주차장과 붙어 있는 호숫가로 갔다. 거울같이 잔잔한 호수 면 위로 부드럽게 아침 바람이 일었고 안개도 제법 밀려왔다. 그 안개에 실린 공기는 알싸하게 코를 타고 깊이 폐부까지 들어갔다. 얼마 만에 마시는 아침 공기인가. 맑고 신선한 공기. 그 동안의 번잡했던 마음들이 순정 되는 것 같았다.
“Good morning. Medium size Coffee. Triple, triple & one honey maple deep. You got it?”
“Good morning, sir. Yes. I got it & one eighty four.”
1 불 84 센트가 없었다. 중간 사이즈 커피 하나와 도넛 한 개를 사기 위한 캐나다 달러가 없었다.
난감하였다. 다행히 뒤로 기다리는 사람이 많지가 않았지만, 하나 뿐인 케쉬어 앞에 서서 지체하고 있는 나를 보며 줄 선 모두가 기다리고 있었다. 유에스 백 달러 지폐를 꺼냈다. 케쉬어는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이런 작은 동네에서는 더구나 빅 빌(Big Bill)은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나는 멋쩍었다. 다시 속 주머니에서 100 루블 한 장을 꺼냈다. 역시 그 돈을 보고는 다시 돌려주었다. 더욱 난감하였다. 어디서든 케네디언들은 줄 서는 것에는 일가견이있다. 불평도 없다. 마냥 기다리고 있는 것이 그들이다. 그때 말리부의 열쇠고리에 튜니가 붙어 있다는 생각이 미치자 서둘러 주머니를 찾았다. 열쇠고리는 작은 나뭇잎 크기의 짙은 갈색 가죽 위에 경찰 뱃지같이 튜니가 금색 테두리를 두르고 펄럭이며 웃고있었다. 나는 보라는 듯이 그 열쇠고리를 들어 올려서 오른손 엄지로 힘껏 튜니(CD2)를눌렀다. 튜니는 뿅 하며 빠져서 제자리를 벗어나 케쉬어 전자계산기 옆에 떨어졌다. 모두가 웃었다. 다들 걱정스럽게 바라보다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난 튜니의 몸짓에 모두가 놀랐다. 케쉬어도 뒤에서 기다리며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사람들도 웃고 말았다. 아침의 시작은 이렇게 좋았다.
메독까지 가야 아마 백불 빌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남은 팀하튼커피를 음료수
홀더에 꽂고 서쪽으로 달렸다. 차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11 월 임에도 불구하고 맑고 상쾌하여
침울했던 마음까지 싱싱하게 하였다.
그러나 이 일을 맡고 난 후부터 발생된 일련의 사건들과 관련된 조직들 그리고 움스크에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과 그 새로운 사실의 결과를 획득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자 다시 마음과 몸은 긴장 모드로 준비가 되는 것 같았다. 그렇다. 한시라도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엄청나게큰 결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한편으로는 도대체 이 엄청난 사건에 어떻게 해서 말려들게 되었는지도 반복 검토를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들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에 놀라거나 엄두를 낼 수 없는 두려움으로 혼란해하며 술을 마시든가방황해서는 절대 안 됨을 숱하게 많은 난관을 겪으며 이미 체험하였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은 언제나주변에 있었다. 그것을 발견할 때까지는 괴로워하고 번민하고 고통을 받는다. 그러다 그 방법을 끝내 찾지 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지지만, 준비된 자에게는 결국 그 방법은 찾아지게 된다. 그것이 내공이다. 그 준비가 곧 내공이었다. 나는 한가지 체험으로 10 개 20 개 이상의 비슷한 상황 설정과 해결 방법을 찾거나 만들어 내어 재입력 내공화 하여 둔다. 지금 그 내공들을 일깨워 활용하여야 할 때 이다.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갔다. 앞을 보면서 운전은 하지만 머리속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검은색 메르세데스가 멀리 뒤편에서 따라오고 있는 것을 메독이 가까워진 커브길에서 알아차렸다. 그러나 그들이 그들인가는 판단할 수가 없었다. 간혹 추월선이 그어진 언덕길에서는 몇 대가 나를 지나쳐 갔기 때문이다.
메독을 들어서며 네거리 우측에 다시 팀하튼이 있고 좌회전해서 1 킬로쯤 남하해야 다운타운이
있다. 나는 초록색 신호가 켜진 네거리에서 상행 차선을 봤다. 다행히 한가하여 상행하는 차는
없었다. 급히 좌측 차선으로 들어가 좌회전하였다. 그리고 내 달렸다. 메르세데스는 그대로 지나갔다. 주유소 옆 3 층 빌딩 1 층에 TD bank 가 있었다. 나는 건너편에 토러스를 주차하고 건너가 우선 작은 금액의 돈으로 바꾸고 루니를 20 개쯤 받아 옆 벽에 붙어있는 공중전화를 잡았다. 노 브랜드 낡은 손목시계는 11 시였다.
“크리스! 나다.”
“아. 아빠. 제 때에 전화 잘하셨어요. 우선 별일은 없죠? 지금 어디 계시는가요?”
“그래. 별일은 없다. 지금 Madoc on High way 7 이다. 2 시간 후에 토론토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옆에 아빠 혼자 계셔요?”
나는 고개를 돌려 길거리를 보고 주차된 토러스를 보았다. 특별한 변동은 없었다.
“응. 혼자야. 토러스를 렌트하였다.”
“그러면 됐어요. 엘리자벳이라고 아는 분이세요?”
“What Elizabeth? OldEliza?“
“예.”
첫댓글 오늘은 팀하튼에서 베이글과 커피를 마실거고 경치 좋은 그곳 주차장 한 견에서 자동차 실내 청소를 하고
Costco에 가서 물도 사고 먹을 것도 사고 해서 돌아 올겁니다. 그래서 급히 올렸습니다. Have a nice night and sweet dreams~
오늘 아침은 산과 들에 난 불의 연기는 사라지고 좀 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