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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나는 그 집에 가기 위해 7시부터 집을 나섰다.
어제 미은이랑 너무 과음한 건가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어제는 그 집에 가기가 조금 꺼려졌는데,
그래도 하루종일 있었던 곳이라 벌써 정이라도 들었나 발걸음이 빨라진다.
"다왔습니다."
"여기요."
나는 택시비를 아저씨께 드리고는 택시에서 내렸다.
내리자 마자 보이는 건 ... 엥?
"여어~ 여기!"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손을 호호 불며 기다리고 있는 건 지한선배였다.
귀가 빨게진 채로 말이다. 설마 날 기다린 건가?
"선배! 기다리신 거예요?"
"기다리긴? 그냥 아침공기가 좋아서 아침 운동하러 나왔다가~"
그럼 그렇지.
또 혼자 무슨 생각을 하는 거니 늘예린.
"아침공기 좋다고 그렇게 운동하시다간 감기 걸려요. 들어가요."
"너도 왔겠다 슬슬 들어가지 뭐."
나는 그렇게 지한선배와 아파트로 들어섰다.
벨을 누르려는데,
"안되. 그거 누르면 지휴 바로 일어나. 어제도 그래서 일어난거야."
"아..."
"지휴는 8시 전엔 깨우지마. 그 녀석 어제도 만화 보느라 늦게 잤거든."
그러면서 선배는 삑삑거리더니 순식간에 문을 열어버렸다.
나는 선배 눈치를 보며 조용히 집 안으로 들어섰다.
정말 어제와는 틀리게 조용한 집안.
지휴의 방문은 꼭 닫혀 있었고, 부엌에서는...
"알바 오늘은 일찍 왔네."
"어디 도망가려고 하길래 내가 잡아왔지."
"선배 제가 언제!"
"쉿쉿."
내가 뭐라고 하려고만 하면 지휴의 방문을 가르키면서
두번째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는 거였다. 쉿! 하면서.
그렇게 선배에게 약간의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데,
갑자기 임지강이 내게 폰을 던졌다.
"번호 찍어. 오늘 지휴 데리고 학교 간다면서,"
"아... 네네."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폰으로 눈길을 옮겼다.
아직 얼굴 옆에 반창고가 떡하니 붙어있네.
하긴 태권브이가 아닌 이상 하루 만에 상처가 나을 리는 없지만,
아! 내가 왜 저 인간 걱정을 하고 있는 거야.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해."
"아. 네!"
그러면서 녀석은 내 폰으로 전화를 거는 듯 했다.
주머니 속 진동이 울림과 동시에 툭 끊어버리는 그 녀석. 번호 찍으려고 그러는 거구나.
"임지강."
"왜."
내가 내 폰을 살피는데 갑자기 지한선배가 임지강에게 말을 걸었다.
또 왜 저렇게 무게감이야?
"너보다 누나야. 웬만하면 말 좀 높이지 그러냐?"
"싫은데?"
"아, 지한선배. 괜찮아요!"
"뭐가 괜찮아 . 너보다 2살이나 어린새끼한테 말은 왜 높여?
니가 예린이한테 말 높이기 싫으면 예린이가 낮춰도 되지? "
"알아서 하라 그래. 왜 형이 참견이야?"
그리고나서 임지강은 표정을 확 구긴 채로 집 밖으로 나가버렸다.
오... 표정에 카리스마가 넘치는데? 한 가닥 하는 거 아니야?
"저 자식이 정말... 미안하다 예린아.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버릇대가리가 없어.
내가 확실히 교육시켜 놓을게. 또 그렇게 나쁜 놈도 아냐."
"아니예요~ 전 그래도 알바하러 온 걸요. 그런 거엔 신경 안써요."
그리고는 선배에게 웃어보였다.
솔직히 말해서 임지강 너! 내 동생이였으면 벌써 한대 쳤지.
내가 돈 받는 처지니까 얌전히 있는 거야. 확!
그나저나 이 선배 앞에서 착한 척 하는 것도 무지 힘드네.
"예린이 너 자꾸 그렇게 착한 척 하지마라~"
꺄울.
이건 뭐람. 벌써 눈치 채고 있었던 건가?
"에.. 에?"
"너도 다른 애들같이 내숭인거야? 넌 아닌 것 같았는데."
"아 뭐 그건 내숭이 아니라~ 본 지 얼마 안된.. 그러니까."
"아직은 어색해서 니 본모습을 못 보여 주시겠다?"
"그런거죠! 아.. 아뇨! 그게 아니라!"
"괜찮아. 원래 처음엔 다 어색하잖아."
그렇게 말하던 선배는 갑자기 그 큰 키를 나만큼으로 낮추는 거였다.
나도 168이면 작은 키는 아니지만
지한선배는 키가 무지무지 컸단 말이다
키가 나만큼 되자마자 또 내 머리위로 손을 탁 하고 얹었다.
어제도 이랬던 것 같은데...
그렇게 머릿속으로 온갖 잡생각을 하고 있는데.
나와 눈높이가 같아진 선배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나랑은 어색 하지마. 뭐 임지강이랑은 평생 어색하면 좋고."
"그거야 뭐. 시간이 지나면 차차 해결 될..."
"벌써 8시네. 지휴 살살 달래면서 깨워. 소리 지르고 그러면 저거 짜증내니까."
나는 선배 말에 네에하고 대답하고는 조심스럽게 내 머리 위에 있는 선배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는 또 한번 뻘쭘하게 웃어보이고는 종종걸음으로 방으로 향했다.
"어우.. 내가 미쳐! 미쳐미쳐!"
그렇게 속닥거리다가 방문을 살포시 열었다.
그리고는 또 조용히 방안으로 들어서서 방문을 살포시 닫았다.
그리고는 지휴를 깨울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바닥에 주저앉아서는
두근두근 거리는 심장을 달래기 시작했다.
"어우~ 왜 이러니 예린아! 미쳤어 미쳤어!"
지휴가 깰까봐 큰 소리로는 못하고 속닥거리면서 내 머리를 콩콩 쥐어박기 시작했다.
이 가식적인 기지배! 멋있는 사람이 그러니까 좋으냐!
이놈의 망할 심장! 거기서 또 두근거릴 건 뭐냐구요~
꺄울, 늘예린.. 너 이런거 지휴한테 들키면 당장에 끼익이야 끼익!
두근거림도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휴야~ 일어나야지~ "
난 방문 밖에 있을 선배를 의식하며 지휴를 슬그머니 깨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임지강한테 안 뺏겨. 그나저나 늘예린... 이쁘긴이쁘네. 풉"
Written By.어바웃유
[08]
"지휴야, 오늘은 아침 뭐 먹을래?"
지휴는 아직 비몽사몽인 듯 한 쪽 눈만 뜨고 날 보고 있었다. 귀여운 것.
"조금 있다가 먹을래. 형아들은?"
"둘째 형은 학교가고 첫째 형은 아직 있을..."
그러면서 방문을 열었는데.
"엥? 아무도 없네?"
지한 선배는 또 언제 나간 건지 방문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형들 다 간 것 같은데?"
"치... 지휴한테 인사도 안하고 다들 간거야?"
"응. 그런 가봐. 그래도 지휴는 오늘 누나랑 학교 가잖아?"
"헤헤. 맞다맞다. 깜빡했네."
그러면서 지휴는 침대 밖으로 또 풀썩하고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싱긋 웃으면서 내게 물었다.
"언제 갈꺼야?"
웃는 것도 니네 첫째형을 빼다 박았구나. 웃는 거 하나로 여자 여럿 울릴 놈이네.
"지휴 감기 걸릴 지도 모르니까 12시쯤?"
"점심 먹고 가야겠네?"
"응. 그렇지~ 아침은 뭐 먹을래?"
"지휴는 햄 토스트 해줘 누나! 흰 우유랑!"
"오케이~ 누나가 또 햄 토스트는 좀 하지?"
"누나는 아침 먹었어?"
"아니. 우리 지휴랑 같이 먹으려고 안 먹고 왔지."
"히히. 누나 최고다 최고."
그러면서 엄지손가락을 흔들어 보이는 지휴.
나는 그런 지휴에게 한번 웃어주고는 욕실로 보냈다.
"얼른 씻고 나와. 그럼 누나가 만들어 놓을게."
"응 누나!"
지휴는 욕실로 쏙 들어가더니 열심히 씻는 건지 안에서 난리였다.
학교로 놀러 간다 그러니까 꽤나 기대되나 보내.
실망이나 안해야 할텐데. 난 처음에 학교 갔다가 무진장 실망했지.
나는 햄을 살짝 익히려고 프라이팬에 올려놓고는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언니. 저 예린이요."
[아, 왠일이야?]
"오늘 제가 어떤 애를 맡게 됐는데요~ 오늘 수업이 있는데 따로 맡길 데도
없고 해서 데려가려는데 괜찮을 까요?"
[뭐 별 상관없지 않을까? 오늘은 하루종일 화실에만 있어야 하니까.]
"그럼 데려가도 될까요?"
[음 뭐.. 사정이 그렇다면 데리고 와. 정 안된다 싶으면 내가 봐줄게.]
"아, 감사합니다 언니~"
[알았어. 그대신 지각은 절대 안되.]
"네!"
그리고는 전화를 끊었다.
역시나 성격 좋은 조교 언니라 금방 오케이네.
나는 그렇게 다시 전화를 챙겨 넣으려다가 통화목록을 들어갔다.
"임지강이라."
나는 번호만 찍혀 있는 통화기록을 보면서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저장하기를 눌렀다.
폰을 다시 챙겨넣고는 다시 햄토스트 만들기에 집중했다.
"누나! 다 씻었어."
"누나도 토스트 다 만들었어."
토스트 만든 걸 접시에 담아 테이블에 내려놓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욕실 앞에 서있는 지휴에게 갔다.
"으이구. 세수하고 나면 물을 다 닦고 나와야지."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지휴의 얼굴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히히. 귀찮잖아. 팔을 이렇게 올리기가."
이 꼬맹이 잠에서 깨더니 또 시작했구나.
"귀찮기는. 요 꼬맹이. 너 그렇게 안 움직이면 나중에 팔이 굳어서 아무것도 못한다?
그래도 괜찮아? 맛있는 것도 못 먹고 게임도 못하는데?"
"당연히 안 괜찮지! 힝. 누나 배고파~"
금방 말 돌리는 거 봐라.
넌 어린 나이에 인생을 안 것 같아 누나의 마음까지 아프구나.
"알았어. 알았어. 자 먹으러 가자."
난 그렇게 지휴를 데리고 부엌으로 들어섰다.
식탁을 보더니 오예! 하고는 쪼르르 자리에 가 앉는 지휴.
"어때? 맛있지?"
"우리 형들이 한 것보다 훨씬 맛있어! 시집가도 되겠다!"
"누난 아직 시집가려면 멀었거든~"
"뭐 어때 옛날엔 16살이면 시집갔다던데."
"도대체 누가 그런 말을 해주는 거야?"
"첫째형아가!"
애한테 이상한 거 가르치지 말라고 한 소리 해야겠어.
그럼 지금까지 얘가 이상한 소리 하는 게 다 지한선배 때문이란 거네?
"첫째 형아가 싫긴 하지만 많은 걸 알려주거든. 뭐 다른 누나들도 있었고,"
꼭 지한 선배 때문만도 아니겠구나.
이 사람 저 사람이랑 있다 보니까 이렇게 어른스러워 진건가.
"어쩌면 난 형들이랑 틀리게 공부를 잘 할지도 몰라."
어른스러운게 아니라 . 애늙은이였지?
"어이구. 당연히 지휴는 공부를 잘 해야지. 얼른 먹어.
오늘 학교에 가려면 지휴 이쁘게 하고 가야지. 그치?"
"이쁜 누나들 많다던데, 정말이야?"
"그것도 첫째형이 그랬어?"
"응!"
내가 못 살아 정말! 임지한 이 인간이!
"이쁜누나들 많으니까 이쁘게 하고 가야지. 지휴도."
"당연히 그래야지! 근데 누나들 얼마만큼 이뻐? 누나만큼?"
"누나보다 훨씬 이쁜 누나들도 많아."
내 말에 또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지휴.
그러더니 또 폭탄발언을 내뱉는다.
"첫째형 말로는 누나가 제일 이쁘다던데..."
나는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졌고, 급히 지휴를 욕실로 보냈다.
"에엑! 누나 왜 그래!"
"아침을 먹었으면 양치를 해야지? 얼른 하고 나와."
그렇게 보내놓고는 또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놈의 심장 자꾸 이렇게 덜커덕 거리면 난 어쩌라는 거야!
단순한 바람둥이일 뿐이잖아. 그래서 느끼한 멘트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늘예린! 정신차려! 너 일하는 중이야!
원래 느끼한 거 싫어했잖아. 도대체 왜 이러냐고!
"누나누나! 나 다 씻었어!"
Written By.어바웃유
댓글=업뎃쪽지♥_♥
댓글로재밋다고해주신분들정말감사드려요^^*
첫댓글 ㅋㅋㅋㅋㅋㅋ 위로가야징 >,<
금성Ks님최고!! ㅋㅋㅋㅋㅋㅋㅋ
캬!! 역시 재밌어요 ><//ㅎㅎㅎㅎ
溫雪님무한반복감사드려용♥_♥
지휴.. 귀엽네요...^-^
방울토마토님정말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