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와 기자들의 발음 유감 - '핀란드', '온라인'의 발음에 대해 그리고 'LA'의 발음에 대해
임 형 선
한 보름 전쯤, KBS 저녁 7시 뉴스를 보다가 한 남자 아나운서의 발음을 듣고 놀랐다. 낯이 익지 않은 얼굴로 보아 신입 아나운서인 듯했다. '핀란드'를 '핀난드'라고 발음하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핀난드'라도 발음하는 아나운서는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내가 청소년 시절에도 저렇게 발음하는 학생은 없었다. 아나운서로 입사하게 되면 발음 교육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저 아나운서는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그렇다면 '난로'는 '난노'라고 발음할 것인가. '신라'를 '신나'로, '천리'를 '천니'라고 발음할 것인가. '대관령'을 '대관녕'으로, '물난리'를 '물난니'로 읽을 것인가.
'온라인'에 대한 발음도 마찬가지이다. TV를 보면서 아나운서와 기자들이 가장 많이 틀리는 단어가 '온라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거의 대부분의 아나운서와 기자들이 '온라인'을 '온나인'으로 발음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이렇게 발음해도 아나운서가 바로 잡아 발음을 해 줘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아나운서가 잘못 발음을 하고 있다니... 세상에... 난 아나운서들의 '온나인'이라는 이 발음을 들을 때마다 어처구니까지 없다. '온라인'이란 단어가 흔한 말이다 보니 잘못 발음되는 것을 TV 방송 매체에서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다. 이 역시 앞 문장에서 예로 든 '난로' 등과 같은 경우이다.
이와 같은 발음들은 '한글맞춤법통일안'을 들추지 않더라도 상식이 아닌가. 하지만 굳이 '한글맞춤법통일안'의 발음 부분을 들추어 낸다면 이렇다. 제2부 표준 발음법, 제5장 소리의 동화, 제20항에 보면 다음과 같이 적고있다. 'ㄴ'은 'ㄹ'의 앞이나 뒤에서 [ㄹ]로 발음된다. 따라서 '핀란드'는 '필란드'로, '온라인'은 '올라인'으로, '난로'는 '날로'로, '신라'는 '실라'로, '천리'는 '철리'로 '대관령'은 '대괄령'으로 '물난리'는 '물날리'로 발음해야 한다.
한 가지 더.... TV를 보면서 귀에 거슬리게 들리는 단어가 또 있다. 'LA'에 대한 발음이 그것인데 이 역시 대부분의 아나운서와 기자들이 '엘레이'로 잘못 발음하고 있다. 'LA'는 정확하게 우리말로 옮기면 '엘에이'가 된다. '에'의 'ㅇ'이 묵음이므로 '엘'의 'ㄹ'이 뒷말 '에'의 묵음 'ㅇ'에 붙어 '에레이'가 된다. 따라서 'LA'는 '에레이'로 발음함이 옳다. 정히 이렇게 발음하기 싫다면 정확하게 '엘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단어들에 대한 발음을 중학교 국어 시간에 배우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아나운서와 기자를 지망하는 사람들이라면 학창시절에도 국어에 관심이 많았을 텐데 말이다. 기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말 발음을 가장 정확하게 해야 할 아나운서들이 이렇게 발음해야서 되겠는가. 맥이 풀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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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임형선의 문학과 실존철학 그리고 思惟... 원문보기 글쓴이: 임형선
첫댓글 좋은 지적이네요. 우리말은 우리가 갈고 다듬어야지요.
아무리 전문가들이 검토하였다고 하지만, 우리말 맞춤법(특히 소리나는대로 표기)이 문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일관성도 부족해 보이더군요. "삭월세' 같은 경우, 발음상으로는 '사궐세'가 타당한 것 같은데 '사글세'라고 하거나, '무우'를 '무'로 표기하여 오히려 더 헷갈리게 하는 등, 개인적으로 불만이 많이 생기더라구요. 임형선 선생님의 지적을 아나운서들이 보고서 제대로 발음을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