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에 있는 친구랑 말도 못하고 분단선을 넘어갈 수도 없고 답답해요” “너무 불편해요. 아까는 남쪽에 있는 친구랑 이야기를 했다가 감옥에 갔어요”
갈라진 남과 북 형제들이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부평 부흥초등학교 4학년 2반 아이들이 분단체험 수업에 참가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쏟아놓는 이야기들이다.
지금 4학년 2반은 교실을 반으로 가른 흰 줄(분단선)이 떡하니 자리 잡아 아이들을 둘로 갈라놓은 상태다. 분단체험 수업에는 반드시 지켜야하는 규칙이 있다. 첫째, 줄 다른 쪽에 있는 친구들과 서로 말할 수 없다. 둘째, 다른 쪽 친구를 칭찬할 수 없다. 셋째, 줄을 서로 넘나들 수 없다. 넷째, 교실 밖에서도 함께 놀 수 없다. 이 네가지 사항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감옥(벽에 가서 1분간 서 있는 것)에 가게 된다.
자리의 위치 상 남쪽의 아이들은 사물함을 가지고 있고 북쪽의 아이들은 미술도구를 가지고 있다. 아이들은 분단을 미리 예고했는데도 사물함에서 미처 책을 가져오지 못하거나 미술도구를 챙기지 못해 감옥에 가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또한, 자기도 모르게 누군가의 질문에 대답해서 가고, 자기도 모르게 다른 쪽으로 넘어가서 가고, 줄에 걸려서 가고, 복도에서 몰래 공놀이를 하다 가고 걸핏하면 감옥에 갔다.
▲ 교실을 반으로 갈라 분단체험 수업을 진행 중인 4학년 2반 어린이들. 분단체험에 대한 느낌을 발표하고 있는 중이다. ⓒ장호영
김정연 어린이는 “친한 친구랑 말도 할 수 없고 놀 수도 없어 불편한 게 너무 많다”고 밝히고, “오늘 하루뿐인 체험에서도 이렇게 힘든데, 남과 북은 어떻게 61년 동안 떨어져서 살아왔는지 모르겠다”며 하루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담임교사인 김향미(30)씨의 제안으로 13일부터 시작된 이번 분단체험은 남과 북이 협상과 논의를 통해 통일의 방법을 찾아내고 통일을 이뤄내면 마치게 된다. 통일까지 가는 과정 동안 김 교사는 아이들에게 분단으로 인한 고통과 전쟁의 아픔 등을 알려주고 15일에는 6·15 남북공동선언의 의미와 공동선언 이후 변화돼 가고 있는 남과 북의 모습들도 보여줄 예정이다. 또한 통일된 나라에서 만들 국기 그리기와 공동선언으로 4행시 짓기 등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김 교사는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분단되어 있는지도 모르는 아이들도 있고, 알고는 있어도 분단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기에 분단체험을 작년부터 진행해 왔다”며 “교실에서 분단의 고통을 직접 겪은 아이들이 통일의 필요성을 느끼고 6·15 공동선언의 의미도 되새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부흥초 4학년 2반에서 진행된 분단체험 수업은 한국교총과 전교조가 북과 함께 6·15 공동선언의 의미를 되새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진행하는 남북공동수업의 일환이다. 남북공동수업은 6·15 공동선언을 교육부분에서 실천하기 위해 6월 15일을 전후한 일주일 동안을 남북공동 교육주간으로 설정하고 남과 북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수업이며, 첫해였던 작년에는 남측 교사 2만여 명과 학생 1백여만명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