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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뽀하는 남자, 담배피는 여자
- 02
숨을 헉헉거리며, 자신보다 한참 아래에 있는 날 또렷히 눈에 담는 남한사랑.
그리곤, 내 옆에 아무렇게나 쓰러져있는 엄한이를 보고선 어이없는듯이 피식 웃어보인다.
저벅저벅, 큰 걸음걸이로 눈깜짝할새에 다가온 남한사랑이 엄한이를 자신의 등에 들쳐맨다.
"이거, 니 동생만되나?"
"......."
"니 동생이기전에, 내 후배야."
작은 실소를 터뜨려버리는 남한사랑과, 상처가 많이 쓰라린지 여전히 인상을 찌푸리고있는 엄한이.
엄한이의 입에서 흘러내린 붉은 피가 남한사랑의 하얀와이셔츠에 붉게 물들어버리고,
자신의 귓 옆가에서 아픈듯 신음소리를 내뱉고있는 엄한이 때문에, 남한사랑은 인상을 구겨버린다.
"남한사랑, 여기까진 왠일?"
"......."
아무 말없이, 비꼬는듯이 말하는 윤강애를 식어버린 두 눈동자로 똑바로 쳐다보는 남한사랑.
여전히 엄한이를 들쳐매고선 저벅저벅, 그 긴다리로 윤강애의 앞까지 걸어가버린다.
한 손으론 엄한이를 지탱하고서, 나머지 한 손으로는 윤강애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린다.
"이거이거, 너무 대담해진거 아닌가? 이쁜동생."
"선배야 말로, 너무 나대고있는거아닌가요."
서로를 마주보는 네개의 눈동자에서, 설명하기 힘들정도로 서로를 노려보고있다.
살기어린눈빛으로. 사람 한명을 죽일것같은 표정으로, 서로를 노려본다.
남한사랑과, 윤강애는. 그렇게 서로를 한참이나 보고있었다.
"사랑아. 너 집에가. 응?"
"윤연애, 넌 여기서도 날 괴롭히냐?"
자신의 아랫입술을 꽉 깨무는 윤연애는, 이내 팬던트를 만지작거리고있던 손을 거두고선,
주먹을 꾸악 쥐어보인다. 그리곤, 자신의 목에 걸린 팬던트 목걸이의 줄을 신경질적으로 땡겨버린다.
그와동시, 여러개의 구슬들이 바닥으로 처참히 흘러내렸고, 이내 남한사랑을 노려보기까지한다.
"내가, ..내가 뭘 잘못했어."
울음을 참는듯, 아랫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꽉 깨물고선, 이미 두 눈 가득 차올라버린 눈물을 흐르려하지않게
눈에 힘을 꽉 주는듯했다. 하지만 얼마못가, 눈물은 윤연애의 볼을 타고서 주르륵 흘러버렸고.
팬던트를 잡아당김과 동시에 흘러내렸던 구슬들을 하나하나 주워들기 시작하는 윤연애.
"니가, 떠나라고해서. 미국까지 갔잖아. 나 사라졌으면 좋겠다고해서, 도로에도 뛰어들었잖아.."
흔들흔들, 나뭇잎이 바람에 살랑이는것처럼, 그렇게 남한사랑의 두 동공도 흔들렸다.
여전히 엄한이를 자신의 등에 들쳐매고는 그렇게 윤연애를 한참동안이나 보는 남한사랑은, 독했다.
자신을 끔찍하리만큼 여기고있는 여자가, 눈물을 보이는데도 아무런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엄한이를 들쳐매고는 다시 문을 열고선 나가버리는거였다.
"짜증나, 왜 내가. 눈물을 보여야하는건데!!"
"그것도. 저런 기지배 앞에서!!"
주르륵, 윤연애의 눈에서 참을려고했던 눈물이 쏟아지는가했다.
안타까운듯이 자신의 친동생을 보고있는 윤강애는 고개를 저으며, 이내 내게로 시선을 옮겼다.
"가. 오늘은."
"......"
"다음번에는, 이렇게 넘어가지도 않아."
"......"
"그리고, 생각해봐라. 내 여자친구되는거."
날 잡아죽이고 싶은 안달난 윤강애가, 왜 나를, 자신의 여자친구로 만들려고하는걸까.
자신의 동생과 힘을 합쳐서, 충분히 날 병원까지 실려갈수있게 할 놈이, 대체 왜.
해엄지를 자신의 옆에 끼고싶어서 만날때마다 저러는거냐구.
"내가, 왜 니 여자친구가 되야되는데?"
"......."
"보다싶이, 니들 둘은 나 싫어하지않아?"
"......."
"그런데. 날 왜 가두려고하는건데."
"......."
"실컷 데리고놀다가, 버릴려고? 그 속셈인가?"
나만 모르는 사실들이 있겠지, 윤강애는 아는 일을, 윤연애는 기억하고 있는 일을,
나는 모르는 일들이 있겠지. 그 일로인해서, 윤강애는 날 잡아두려고 하는것일꺼고. 자신의 여자친구가 되길 바라겠지.
윤연애는 내가 수원에서부터 전학왔을때부터 날 좋게보지않았고, 항상 시비를 걸었어.
못잡아먹어서 안달났었지, 지금 내 어깨위를 보면 살이 오그라든 자국이 있으니까, 윤연애가 내게 지진 담배자국.
"다신, 보지말았으면 좋겠다. 이건. 부탁이야."
................
................
투벅투벅,
집으로 가고있는 쓸쓸한 발걸음. 뭔가 가슴깊이 쿵 하고 내려앉아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다.
잠시 잊고있었던 몸살, 뒤늦게서야 몸살인걸 알아체렸다.
자꾸 기운이 쭉하고 빠지고, 머리는 지끈지끈 아려오고, 골이 깨질듯아프다. 그리고, 옷을 제대로 껴입지 않은탓인지
몸이 식어버린듯이, 차갑다. 덜덜덜, 손이 떨리고, 발이 떨리고. 내 모든게 떨리는것만같다.
"후우─"
어느새, 주머니에서 담배한개비를 꺼내어 물고있었다. 말보루레드.
담배 중에서도 제일 독하다고하는 담배, 끊을래야 끊을수가 없다.
난 아마도, 중학교 2학년때부터 핀것으로 기억된다. 그때까지만해도 엄마아빠가 없는것에대해 우울증이있었으니까.
심지어 환영까지 보였다. 매일 잠자리에 누으면, 둥둥, 엄마와 아빠의 웃는모습이 떠다녔다.
하지만, 그 환영을 잡으려고 손을 내밀어도, 발버둥을 쳐봐도 내 손안에 쥐어지는건 아무것도 없었고, 난 또.
그 자리에서 쓰러지거나 탈진을 해, 몇일동안 앓아누워야만 했다.
"빌어먹을."
쉽게 축 쳐질놈이 아닌, 엄한이를 생각해내고서야 타들어가고있던 담배를 무작정 땅바닥에 던져버리고는, 달렸다.
지금 쯤. 앓아 누워있을 엄한이가 이제야 생각난것이다.
내 목적은 그저, 엄한이를 위한거고. 엄한이가 다치지만않길 바랬을뿐인데, 딴 생각을 하고있다니.
참, 해엄지도. 편안해졌다. 세상살기 좋아졌다.
'띡─'
비밀번호를 누르고, 열리는 현관문으로 들어가자마자, 풍기는 고소한 냄새.
집에 누가 더 있나? 하는 생각으로 고개를 빼꼼히 들여놓고서, 발걸음을 하나 둘 옮기면.
부엌의 식탁의자에 기대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잠을 청하고있는 남한사랑 녀석.
툭.툭.
손가락 끝으로 녀석의 어깨를 두들겨보았으나, 그 자리에서 얼어버린것처럼 꿈쩍도 않하는것이였다.
처음봤을때, 모든게 까만녀석이였다. 머리도 검은색에다가, 그렇게 까만눈동자도 처음 봤던것같다.
갈색의 눈동자인 나로써는, 까만색의 눈동자를 부러워했다. 모든것을 다 담아낼수있으니까.
"........다.."
중얼중얼거리는 녀석의 입,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분명 뭐라고 말하는것같았다.
귀를 가져다대고, 녀석의 중얼거림을 들어보면.........
..............
".....죽 다 탄다...."
그러면, 아까 그 고소한 냄새가 니가 만든 죽이란 말이지?
기특하네. 엄한이 아프다고 죽까지 쒀주는걸 보니, 그렇게 나쁜놈은 아닌것같네.
그래. 내가 오늘은 널 위해서 볶음밥을 해주마. 해엄지 표 야채볶음밥.
"엄한아, 밥 먹자."
꿈틀꿈틀, 침대 위에서 데구르르르 구르고있는 엄한이. 그렇게 아파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팔팔해서 문제다.
방긋방긋, 웃고있는 녀석. 벌써 담배는 몇개나 태워먹었는지, 재털이에 담배꽁초 여러개가 구깃구깃, 놓여져있다.
"죽 먹기 싫어도, 조금만 먹어."
"......."
"남한사랑이, 너 아프다고 만들었다."
남한사랑의 얘기가 나오자마자, 구르고 있던 침대위에서 벌떡 몸을 일으키는 엄한이.
다짜고짜 남한사랑이 어딨냐며 내게 쏘아대는 엄한이에게, 거실쪽으로 한번 고갯짓을 하자 다다다 나가는 엄한이였다.
그리곤 얼마 후, 엄한이의 째지는 비명소리가 들렸고 얕게 웃는 웃음소리도 들린다.
고개를 삐죽 내밀어, 둘의 모습이 궁금해 빼꼼히 들여다보면.
엄한이에게 숟가락으로 죽을 떠 입으로 넣을려는 남한사랑과, 않먹겠다는듯 입을 꾹 다물고있는 해엄한.
"먹어, 형이 만든거야."
"안먹어요!! 이걸 어떻게 먹어요!!"
자신의 입속에 죽을 꾸역꾸역, 밀어넣자 이젠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고서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엄한이.
꿈틀꿈틀, 남한사랑의 눈썹을 꼼틀거리고. 절대 않먹겠다는듯 여전히 고개를 도리도리 내젓는 녀석.
한번만 먹어주지. 그래도 너 아프다고 죽까지 쒀줬는데.
"해엄한, 한번이라도 먹어."
"싫어!! 누나가 먹어봐!! 저건, 음식이 아니야!!"
멀쩡해보이던데 뭐, 먹으라고 만드는거겠지. 음식을 장난으로 만들겠냐, 이 병신머저리같은 놈아.
남의 성의는 쥐뿔도 모르는 녀석이라니. 내 볶음밥이 맛있긴해도, 그래도 먹어야하지 않겠냐, 이녀석아.
"줘봐. 내가 먹을테니까."
자신이 만든 음식을 완강히 거부하는 엄한이 때문에, 인상을 찡그리는 남한사랑이 괜스레 불쌍해보여서.
식탁 위에 올려진 밥그릇을 들고는, 숟가락으로 한번 퍼먹으면.
............우웩......................
"...맛없어?"
그러니까. 남한사랑이 내게 얼굴을 들이밀며 불쌍한듯이 말하는거였다.
도리도리, 고개를 젓고. 평소엔 거짓말같은거 잘 안치는 타입인데, 오늘만은 거짓말을 해야겠다.
"맛있네!! 야, 맛만 좋구만. 먹어먹어~"
"으웩, 난 죽어도 않먹을꺼야."
속에 올라오는 구역질을 억지로 참아가며, 한그릇을 다 비워낸것같다.
내일 속 뒤집어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먼저 앞스고, 남한사랑은 자신의 음식을 누군가가 다 먹어줬단 생각에 뿌듯한건지,
방긋방긋 웃음짓고있었다. 미쳤어, 왜 먹는다고 해가지곤. 죽이아니야, 개밥이야 저건.
"이쁜아, 형 와이셔츠 하나만 빌려줘라."
"형!! 자꾸 이쁜이라고 하지말라니까요!!"
"이쁜아, 여기 피."
자신의 어깨를 들썩이며, 와이셔츠에 묻은 피를 보라며 엄한이에게 말하는 남한사랑은,
깨끗하게 빨아놓은 하얀색 와이셔츠를 갈아입고나서야 흡족해하는듯 미소를 지었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내 뒷통수에 사탕따위를 던진 남한사랑이지만, 웃는게 정말 이쁜 놈이다.
"그나저나, 유은이형은 어디갔어요?"
"레고사러 마트에."
"나, 유은이형 이상형 알아요!!"
"김유은 이상형?"
"레고 캐릭터 중에 여자애요."
피식,
웃음이 나와버렸다. 내 웃음소리에 휘익, 고개를 동시에 돌려버리는 사내 둘.
남한사랑과 해엄한. 둘이 어찌나 짝짝꿍이 잘 맞는지, 하는 짓도 똑같은것같다. 물론, 오버 떠는 엄한이가 한수 위겠지만.
재미있는 녀석이다. 웃음같은건 없을줄알았는데, 의외로 자주웃는녀석. 무엇보다 웃는게 예뻐서, 좋네. 흥.
"니 누나는, 이름이 뭐야?"
"엄지공주요."
"엄지공주? 피식."
"해엄지라구요, 해엄한을 존-나 사랑하는!!"
난 해엄한을 존-나게 사랑하지 않는게 이걸 어쩌나, 한동안 착각속에 빠져산듯하다.
오늘일만 아니였으면 앞으로 일주일간 밥 없을꺼라고했는데.
오랜만에 편하게 지냈구나. 하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였지, 어느새 칼을 들고 양파를 썰고있는 신세라니.
탕.탕.탕.
"아.."
칼이 살짝 다른데로 새어버리는 바람에, 엄지손가락을 베어버렸다.
빨간피가 줄줄줄 흐르고, 질리도록 봤던 피에 괜히 인상이 자연스레 찡그려진다.
요리를 하다말고, 부엌에서 인상을 찡그린체로 나오니, 남한사랑이 궁금한듯이 날 쳐다본다.
"밴드, 밴드 있어?"
"왠 밴드."
"칼에 베어서. 없으면 됬고."
뒤적뒤적, 서랍을 다 뒤졌는데도 얼마전에 사두었던 밴드가 나올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깊게 베어버린탓인지, 피가 아직도 뚝뚝 흘러내리고, 끝내. 남한사랑은.
하늘색손수건을 내 머리위로 휙 던지는거다, 이 녀석은 머리맞추는게 재밌나보다.
고맙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고, 엄지손가락에 수건을 묶을려고했으나. 역시 한손으론 역부족이였나보다.
성격이 급한 탓인지 점점 짜증이 치밀어올랐고, 닦아도 닦아도 흐르는 피에 낮은 욕이 흘러나왔다.
"일로와."
남한사랑의 낮은 미성의 목소리가 울렸고, 엄지손가락을 손으로 꽉 쥐어잡고는 남한사랑의 가까이에 다가갔다.
내 손목을 거칠게 잡아당기는 녀석으로 인해, 녀석의 바로 옆자리에 앉게 된 셈이였고.
내 왼손을 스윽 가져가더니, 내 손에 쥐어진 하늘색손수건을 가져가 내 엄지에 익숙한듯 묶는 녀석이였다.
거 참, 분위기 하나 어색하네. 이때 엄한이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방에서 뭘 하는지 꿈적도 않하는 녀석이 얄미울 뿐이다.
이대로는 있을수가 없을것같아서, 쇼파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길려고 한 순간.
"고맙다고. 안해?"
"밥 값으로 대신할게."
어이없는듯, 웃어보이고는 리모콘을 집어들고서 채널을 하나하나 돌리는 남한사랑.
고맙다는 소리가 그렇게 듣고싶었냐, 굳이 티 안내도 될텐데.
"밥 다 됐다. 해엄한, 빨리 나와."
식탁 위에, 세그릇의 볶음밥을 준비하고는 아직도, 아까의 남한사랑의 죽 때문에 속이 울렁울렁 거린다.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오는 남한사랑과 역시나 실실 쪼개며 부엌으로 들어오는 해엄한.
이 녀석, 방에서 무슨 좋은일 있었나. 기분나쁘게 쪼개고 지랄이야.
"누-나."
"왜, 왜?"
흠칫, 웃고있는 녀석이 괜히 불안해져 말을 더듬어버렸다.
피식 웃는 남한사랑을 비롯해, 여전히 실실 쪼개고있는 엄한이. 저 대가리를 한대 콱 때려줄까부다.
"있잖아, 어제 우리집에 왔던."
"으응, 근데."
"갈색머리형아 있잖아."
"어어, 왜."
심윤근이라고 했던가, 동글동글한 눈이 특징이였던 온갖 귀여운척을 다해대던 그 아이.
두려운 존재. 다시는 마주치는 일이 없었으면 하고 생각했던 심윤근.
"으하하- 누나 소.개.시.켜.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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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엄허허허!!! 드디어 일이 터지는건가!!!?-? 남한사랑이가 무슨대답을 할지 참 궁.금.하.군.앙. ㅎㅎㅎ 담편기대욤~~~ 언제나 기대하구 업뎃쪽지를 기다립니닷!!+0+!!!
류은님밖에없어요!!감사합니당!!업뎃쪽지보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