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어회
전어, 민어, 웅어, 밴댕이, 그리고 병어. 활어 문화를 숭배하는 대한민국에서 꿋꿋하게 선어회라는 위치를 내놓지 않고 있는 횟감이죠. 네? 전어는 활어라구요? 네 맞습니다. 살아있는 생선을 참 좋아하는 우리 국민이다 보니 몇 년 전부턴 전어도 수족관에서 춤추고 있더군요. 물론 양식전어가 대부분이지만요. 자연산 전어는 잡히면 금방 죽거나 오래가지 못해 수족관에 보관하는 게 쉽지 않지요.
오늘의 주인공 병어는 몸집에 비해 가장 입이 작은 생선에 속합니다. 이 병어를 해마다 전남 신안 지도나 임자도에서 잡히는 걸로 주문해 먹는 게 이젠 연례행사가 되었네요. 그쪽 지역에서 난 병어의 차진 맛에 빠지면 다른 지역 병어는 만만하게 보일 정도가 되었으니 이를 어쩐단 말인가요?
자 병어주문 들어갑니다. 헌데 장마로 인해 어업량이 줄어드는 바람에 가격이 올랐습니다. 해서 내리기만 기다릴 수밖에 없겠네요. 참! 주문은 어디서 하냐구요? 우연히 찾은 인터넷 쇼핑몰 전복마을이라고 있습니다. 블로그도 있더군요. 전복마을 블로그에 가봤더니 맛객 블로그를 즐겨찾기 해 놓았네요. 반가웠습니다. 드디어 가격이 내리자 병어 특대사이즈 찰병어 5마리를 5만5천원에 주문을 마쳤습니다.
특대 찰병어 5마리(55,000원)
병어 한마리
병어 손질하기 전 상태
비늘을 벗긴 후 머리와 내장도 제거했다. 이 상태로 냉동실에 넣어 살짝 얼려 썰어먹거나 꽁꽁 얼려 두고 먹기도 한다.
배송이 어찌나 빠른지 다음날 오전에 도착! 사람을 당황시키더군요. 박스를 열어보니 아이스팩 사이에 싱싱하고 통통한 병어가 들었네요. 한 마리만 회쳐도 2인분은 나올 듯합니다. 일단 손질부터 해야겠네요. 비늘을 벗기고 대가리를 자릅니다. 뱃속에 든 누런 알과 내장은 꺼내 다른 그릇에 담아둡니다. 버리는 게 아니거든요. 대가리와 알을 넣고 매운탕을 끓여 먹어야 병어회가 완성되지 싶습니다. 손질된 병어를 재빨리 찬물에 씻어 물기를 닦고 냉동실에 넣어둡니다. 병어는 냉동실에 들어갔다 나와야 잘 썰어지고 맛도 좋아지네요. 아이 참! 이 글을 쓰다 보니 먹고 남은 병어가 다시 먹고 싶어지네요.
병어는 된장과 잘 어울린다. 제품 된장보다 시골 된장이 더 맛있다.
병어는 깻잎에 막 된장과 고추 마늘을 함께 쌈으로 먹어야 맛나더군요. 이때 맛을 좌우하는 건 된장입니다. 된장이 맛없으면 병어만 아깝거든요. 제품으로 나온 된장보다는 시골된장이이 굿입니다. 시골된장이 없다면 재래시장에 나가보세요. 파는 곳 있을 겁니다.
병어회 한 접시
병어회를 먹는데 필요한 재료들, 한국 음식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것들이다.
첫날은 해질 무렵 옥상에서 병어파티를~
먹기 전 병어 쌈
병어회가 있는데 술이 빠지면 안 되지. 작년에 강원도 방태산에서 딴 야생오미자로 담근 술이 맛있게 익었다.
병어 배부위는 지방질이 있어 고소하다.
병어회를 다 먹을때쯤 차려지는 병어매운탕. 대가리와 알 내장을 넣고 끓였다. 소금에 절였다가 끓였더니 알이 풀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삼삼하게 간도 배었다.
병어 알. 요즘 업소에서 알탕 주문해 보셨나요? 예전의 그 통통하고 탱탱했던 알은 다 어디로 갔을까? 고무처럼 질기고 빈약한 알만 들어있지 않던가요? 알다운 알탕을 먹으니 살 것 같다.
알이 어찌나 큰지 두덩이만 먹어도 배부를 정도 ^^;
병어회는 참 서민적인 회입니다. 오래전부터 포장마차 안주 한 자리를 차지하고서 서민들의 소주 안주가 되어주었죠. 그래서 그런지 병어회는 똥 폼 잡고 먹을 필요도 없습니다. 사시미처럼 한 점 입에 넣고 음미한다거나 해서는 병어 맛이 나지 않습니다. 여럿이서 푸짐하게 썰어놓고 먹어야 제 맛인 것 같더군요. 술도 주거니 받거니 따르고 매운 고추냄새에 마늘냄새 풍기고, 거기에 된장의 냄새까까지 어우러지고 나면 병어 맛은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부드럽지만 차진 육질이 과연 찰병어 답습니다. 병어회, 서민들의 정서가 깃들고 고추 마늘 된장의 조합으로 맛을 내니 이만하면 가장 한국적인 생선회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첫댓글 와우~ 병어회 먹고 싶으네여. 맛나겠어여.
살만 먹는 회보다 뼈까지 씹히는 회가 더 고소하져? ㅎ
전 병어알 먹고 싶어요 ..맛있는 요리 감사합니다^^
오도독씹히는 맛이 감칠맛날꺼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