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주십시오
얼마만큼의 흙이면 되겠느냐
어떤 흙이면 좋겠느냐 재차 물으시기에
서 있는 내 몸뚱이를 가리켜
지금 이와 같은 흙
꼭 이만큼의 흙을 주십시오
죽어 흙으로 돌아간다지만 사실 흙에 앞서 재가 되어보는 게 사람의 한살이이자 죽음일 것이다. 하지만 꼭 그만큼의 재가 있다면, 아니 꼭 저만큼의 흙이 있다면, 이 모든 시간은 재생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생전의 기억이 다 휘발된 자리에 남겨진 건 메마른 흙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꼭 그만큼의 삶을 다시 얻고 싶어 우리는 두 손을 맞잡는다. 육신과 정신이 만나 인간을 이룬다. 저 너머의 겨울 들판을 보며 우리는 돌아갈 땅과 돌아오지 못할 땅을 헤아린다.
〈김유태 /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Violin Sonata in E Minor, Op. 82: II. Romance. Andan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