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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그리스에 헤라 여신을 모시는
키디페라는 여사제 하나가 살았다.
헤라 여신을 모시는 축제가 열리는 날,
그녀는 여사제로서 신전에 가야 했는데...
음머? (우걱우걱)
아이 저 소가...
황소가 도무지 들판에서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10km나 떨어진 신전에 가기 위해선 수레를 타야 했는데,
수레를 타지 않으면 도무지 신전에 제시간에 갈 수 없었다.
맙소사 동생아. 우리 어머니가 곤란에 처하신 모양이야!
아들으로서 이럴 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맞아, 형. 사제이신 어머니가 가시지 않으면
헤라 여신님을 모시는 축제를 망치는 것과 똑같은 거야!
여신님을 모시는 신도로서 그럴 순 없지!
그러자 키디페의 아들인 클레오비스와 비톤이
어머니와 헤라 여신을 위해 나서게 된다.
형제는 황소 대신 어머니의 수레를 끌어
시간에 늦지 않게 10km를 주파하는 데 성공한다.
역시 고대 그리스답게 헬창이었던 게 틀림없다.
(흐뭇)
어쨌든 사람들은 어머니를 위해 수레를 끈
형제의 행동을 칭찬했고,
어머니도 기도를 하면서 헤라 여신에게
'당신이 줄 수 있는 것 중 최고의 선물을 달라'고 청한다.
가장 좋은 거...?
흠... 뭐 주지... 일단 알겠습니다
헤라도 자신의 축제를 위해 힘쓴 두 인간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던 것은 맞았지만,
그래도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라고 하니
뭘 줄까 고민하다가 날이 밝을 때쯤에야 선물을 선택한다.
애들아~ 어젠 고생했다~ 밥 먹어~
그러나 형제는, 마치 잠에 빠진 것처럼 편안한 얼굴로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헤라 여신이 형제에게 준 최고의 선물은
바로 죽음이었던 것이다.
어머니께 효도하는 사랑+여신을 위해 힘쓰는 신앙심
+다른 사람들에게 칭송받는 명예
이 상태에서 고통 없이 죽는 게 최고의 행복 아님?
우리식으론 그게 맞는데...
충격적인 이야기이지만, 이 이야기에는 고대 그리스,
아니 현대에도 이어지는 죽음에 대한 관념을
비유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당시 고대 그리스인들이 이처럼 고통 없는 죽음을
완벽한 죽음으로 여겼던 인식이
전승 속에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옛날 솔론이라는 철학자와 크로이소스 왕의 대화 중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누구냐'는 왕의 질문에
솔론이 세상에서 두 번째로 행복한 사람이라며
이 형제의 이야기를 해 주는데...
크로이소스도 '님아 왜 내가 아니라 걔들임!!'라고 하지
'C풋 사패'라고는 안 하는 걸 보면,
역시 죽음을 향하는 길 속의 고통에 대한 두려움은
시대와 문화권을 막론하고 늘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중간에 자고 있는 형제의 그림은 클레오비스와 비톤이 아니라
죽음의 신 타나토스와 잠의 신 힙노스입니다.
이야기랑 어울리는 것 같아서 넣어봤어요.
-끝-
댓펌
근데 진짜로 실화가 모티브인데 효심이 과해서 과로사한 애들을
이런 효자들이 이리 허망하게 죽었다고...? 아 이것도 여신님의 은총이구나! 하고
당시 사람들이 받아들인 건 아니었을까 의심스러움;;;
이게 전승마다 다른데 어떤 전승엔 크로노스가 애기때 제우스 제외한 남매들을 다 잡아삼켜서 막내지만 첫째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음요ㅋㅋㅋ 크로노스가 애들 토해냈을때는 제우스 혼자 성인이었대나
첫댓글 신기하고 재밌다 ㅋㅋ 근데 더운날에 수레 잡고 미친듯이 달려서 일사병으로 죽은 건 아닐까.. 궁금증이 든다
과로샄ㅋㅋㅋㅋㅋㅋ
자식이 먼저 죽었을 때 엄마가 너무 고통받지 말라고 생긴 얘기 아닐까 싶기두
웃으면서 내려왔는데 여시 댓글보고 눈물 한방울
근데 진짜 과로사로 시름시름 앓다가 갔는데 너무 안타까우니까 이런 설화가 만들어졌을지도
인간 눈높이에 좀 맞춰주시라고요 ㅠ ㅠ
과로사로 죽은거 맞는데 어머니 위로하려고 헤라여신의 은총이라고 지어낸거 맞는듯..ㅜㅜㅜㅜ
헐 그럴 수 도 있겠다..
당대 휴먼들이 과로사의 개념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나보네... 과로 후 밤에 잠자다 죽음
헤라헴….
헤라야;
댓 슬프다....
와 개충격....
저기요...
아니 헤라씨....ㅠㅠㅜ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