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 들녘 가을 냉이
시월 끝자락 주중이다. 수요일 아침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자연학교 등굣길에 올랐다. 대방동에서 월영동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소답동에서 내렸다. 마산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을 출발해 김해 외동터미널로 오가는 140번 버스를 기다렸다. 창원에 살면서 근교나 김해 시내 일터로 나가는 이들로 시외 구간으로 출퇴근하는 회사원들과 같이 용강고개를 넘어가 동읍을 거쳤다.
동읍 지구대를 지난 좌곤리부터 김해시였는데 진영읍 아파트단지를 둘러 부평사거리에서 내렸다. 북쪽으로 향하는 거리에는 천막을 세워 단감을 판매하는 노점 매장이 눈에 띄었다. 근래 창원 북면이나 동읍 일대 단감과수원이 넓은 면적을 차지하지만, 단감 시배지는 진영으로 알려져 있다. 진영 단감은 일제 강점기부터 재배되어 우동리에 경남농업기술원 단감연구소를 두기도 했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자 아침 안개가 자욱해 가시거리가 짧았다. 대창들공원을 비켜 본산공단 입구가 나왔는데 봉하마을로 가는 들머리이기도 했다. 공단 입구는 출근길 차량으로 혼잡했는데 길섶에는 매연에도 불구하고 연보라 쑥부쟁이가 꽃을 피워 덤불을 이루었다. 쑥부쟁이는 꽃잎이 순백인 구절초와 달리 해발고도가 낮은 저지대나 들녘 평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야생화였다.
가동을 거쳐 한림으로 가는 도로에서 분기한 창원 대산 우암리로 가는 길로 드니 주천강에 놓인 주호교를 건넜다. 월림산을 배경으로 들어선 몇 개 마을이 차지한 곳으로 갔다. 둑길을 따라 걸으니 대산 들녘은 안개가 짙어 농지나 집들은 전혀 분간되지 않았다. 안개는 간밤 맑고 바람이 없는 일교차 큰 아침에 끼었다가 해가 중천에 솟으면 걷히는데 올가을에는 잦은 편은 아니었다.
주천강 강가로부터 가까운 용등에서 신곡 마을 앞을 지났다. 들녘은 벼농사 이후 서둘러 비닐하우스에서 특용작물을 가꾸어 겨울철 영농이 더 바쁘고 소득도 높을 듯했다. 신곡을 지나자 월림마을이 나왔는데 월림산을 배경으로 하는 중앙이었다. 월림마을에서 덕현마을 사이에 초등학교가 있었다. 그곳 초등학교는 진영 읍내 아이들도 통학버스로 오가며 다녀 학생 수가 많은 편이다.
교문 앞에 이르자 학부모가 태워주는 차량으로 등교하는 아이가 보였고 교문에서 배움터 지킴이가 맞아주었다. 마을 어귀 한 식당 뜰에 루드베키아로 불리는 원추천인국꽃이 노랗게 피어 덤불을 이루었다. 덕현마을에서 제동리로 가는 들녘으로 들어도 안개는 여전히 걷히지 않았다. 어제 유등에서 그곳을 지나면서 봐둔 호박을 키웠던 비닐하우스단지 주변에 자라는 냉이를 살폈다.
아까 용등마을을 지나니 이른 봄 피는 광대나물꽃이 분홍색으로 예쁘게 피어 있었는데, 늦은 봄에 씨앗을 맺어 떨어진 냉이가 싹을 틔워 무성하게 자랐다. 현지 농민들은 잡초로 여기고 거들떠보지 않아도 외지에서 찾아간 이에게는 소중한 찬이 되는 재료였다. 냉이는 두해살이라 겨울을 넘겨 얼고 녹고 하면서 뿌리에 향기가 나는데 가을에는 뿌리를 제외한 잎줄기만으로도 훌륭하다.
배낭에 넣어간 칼을 꺼내 냉이를 캐고 있으니 젊은 사내가 차를 몰아 나타나 인사를 나누었더니 농장주가 아니었다. 이웃한 논에 수확을 앞둔 벼가 쓰러져 풍수해 보험회사에서 직원이 피해 조사 나온 이었다. 이어 농장주가 나타났는데 벼 뒷그루는 당근이 아닌 수박을 키울 거라 했다. 수박 농사는 당근보다 일손이 많이 들고 영농 기술도 고급이라 당연히 농가 소득도 높을 듯했다.
우암 들녘 가을 냉이를 캔 봉지를 수습해 손에 들고 안개가 걷혀가는 들녘을 걸어 가술에 닿아 공원에서 검불을 가려냈다. “하우스 호박 키운 우암리 들녘 농지 / 배수로 낮은 고랑 냉이가 싹 터 자라 / 서리가 오기 전인데 잎줄기가 성하다 // 겨우내 얼고 녹아 향기가 진하다만 / 뿌리는 제외하고 잎맥만 끊어 모아 / 시금치 데쳐 먹듯이 나물 무쳐 먹을래” ‘가을 냉이’ 전문이다. 2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