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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람사랑입니다.
앞에 올린 글에 이어서 계속해서 터키 동부여행기를 올립니다. 전체 여행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여행기간 : 2009년 10월 26일(월) ~ 31일(토) (5박6일)
- 여행장소 : 디야르바크르 - 마르딘- 미디야트 - 하싼케이프 - 마르딘 - 크즐테페 - 제이란프나 - 비란쉐히르 - 싼르우르파 - 하란 - 싼르우르파 - 아드야만 - 씨베렉 - 디야르바크르 (이 순서는 차를 타고 이동한 순서입니다. 도중에 그냥 경유하거나 밥만 먹고 지나간 곳도 있습니다.)
- 동행인 : 한국인 4명과 터키인(쿠르드족) 2명
- 이동수단 : 셀축-디야르바크르 구간은 저가항공사인 썬익스프레스 이용, 디야르바크르에서 차를 빌려 나머지 지역 이동
- 경비 : 왕복 항공료(167TL/1인)를 제외하고 260TL/1인의 회비로 모든 것 해결(사실 터키인 2명은 현지 코디 자격으로 회비를 안 냈습니다. 그러니까 4명의 한국인이 6명의 경비를 충당한 셈이군요.)
넷째 날
우리가 묵었던 숙소는 아침을 주지 않는다기에 하는 수 없이 어제 점심과 저녁을 먹었던 식당에서 아침을 간단히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그런데 출발도 하기 전에 문제가 생겼다. 차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이다. 메흐멧의 매형에게 빌린 차인데 이런 곳에서 고장이 나다니... 혹시나 하고 차를 밀어보지만 그래도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원래 휘발유 차인데 가스차로 개조해서 휘발유와 가스를 동시에 사용하는 형태라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시동이 걸리지 않는 차. 우리친구 메흐멧이 최후의 수단으로 차주인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
여자들이 뒤에서 열심히 밀어보지만 여전히 시동은 걸리지 않는다. 결국 차 주인인 매형 메흐멧에게 전화를 걸어보기로 한다. 괜히 별 일 아닌 것에 걱정을 끼칠까봐 왠만하면 연락을 안 하려고 했는데, 이제 별 일이 되어버렸다. 운전을 할 줄 모르지만 매형의 전화 지시에 따라 열심히 시동을 걸어보던 메흐멧... 드디어 시동이 걸린다. 역시 이런 모래된 차는 차 주인만이 다룰 수 있는 신비한 구석이 있는가 보다.
일단 시동이 걸렸으니 제 갈 길을 떠나야 한다. 아침은 간단히 초르바를 먹는다. 메흐멧은 속이 안 좋아서 안 먹고 5명만 시켰다. 나중에 계산서를 보니까 12.5TL이 나왔다. 초르바 한 그릇에 2.5TL이니 아주 싸게 식사를 해결한 셈이다. 어제 점심은 65TL이 나왔는데 그에 비하면 완전 거저다. 물론 빵은 공짜다. 이집 초르바는 우리나라 녹두죽 같아서 간단한 아침으로 아주 그만이다. 터키의 기름진 음식을 먹다보면 이렇게 담백한 음식이 간절하다. 특히 한국에서는 아침상에 따뜻한 국이 빠지질 않는데 터키 여행을 하다보면 주로 고기류인 케밥을 많이 먹기 때문에 따뜻한 초르반 한 그릇은 터키음식에 지쳐 있는 위장을 달래준다.
터키를 운전하다 보면 지평선 넘어까지 뻗어 있는 도로를 가끔 만나게 된다. 길이 직선이다 보니 다소 지루하기도 하지만 터키의 몇 안 되는 고속도로를 제외하면 모두가 일반 국도이기 때문에 도로 관리상태가 아주 않 좋다. 간혹 아스팔트 도로 한복판이 꺼진 경우들이 있는데 이런 곳을 생각 없이 지나가다가는 큰 사고가 날 위험이 있다. 때문에 운전을 하면서 늘 긴장을 해야 한다.
어제 하루 우리를 안내해준 싸이트 베이에게 인사를 하고 제이란프나르를 떠났다. 이제 우리가 가야 할 곳은 구약성경에 아브라함이 살았다고 전해지는 하란과 그가 태어났다고 전해지는 산르우르파이다. 하란은 기독교뿐만 아니라 유대교, 이슬람 등 모든 고대 근동에서 비롯된 종교들의 성지이다. 하란을 가기 위해서는 우선 산르우르파를 지나야 했다.
하란에 도착해서 조금 당황스러웠던 것은 유적지라고 해서 딱히 입구가 있거나 돈을 받는 매표소가 없다는 것이다. 하란은 동네 전체가 옛 유적지의 형태로 남아 있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정부당국의 관리가 소홀한 탓이다. 요즘들어 한창 동네 주변으로 아스팔트를 깔고 있는데 아직 아스팔트가 깔리지 않는 곳은 흙먼지가 장난이 아니다. 일단 매표소나 출입구가 없다보니 어디를 둘러봐야 할 지 몰라서 서성이는데 한 남자가 자기를 따라오라고 한다. 순수한 의도는 아닌 줄 알면서도 달리 방법이 없어 일단 그 사람을 쫓아 가기로 했다. 그가 안내한 곳은 옛 주거 형태를 복원한 모형 집 앞. 그는 우리에게 가이드를 해줄 테니 25달러를 요구한다. 그럼그렇지 다 속셈이 있었군... 우리는 그럴 필요 없다고 일언지하에 거절을 했다.
민속촌이라 해야 하나... 고대 주거지를 복원시킨 이곳은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
하란의 유적지에 붙어 있는 한국어 안내판. 오로지 한국어 안내판만 붙어 있다.
우리가 간 곳은 실제 옛 사람들이 살던 집은 아니고 그 모형을 만들어 놓은 집이었다. 흙과 짚으로 다져 지은 집인데 집집마다 가운데 환기구멍을 낸 것이 이채롭다. 비가 오면 영락없이 비가 샐 것만 같다. 그래도 인형마을처럼 얘쁘기는 하다.
안쪽에는 안내를 해주는 사람이 있는데 입장료를 안 받는 것으로 봐서 전통 물건을 파는 듯하다.
집안의 내부는 아즉한 편이기는 했지만 우리네 황토집과 비교하면 수준이 상당히 떨어진다. 여기 흙은 건조해서 가루가 많이 날리니 깔끔하지 못한 편이다. 우리에게 건물 내부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해주던 여자가 있었는데 우리를 보더니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다. 보통의 터키인들은 한국인들을 보면 의례 일본인으로 생각하고 "곤니찌와"라고 인사를 하는데, 외국 관광객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얼굴을 보면 어느 나라 사람인 지 쉽게 구별이 가는 모양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여자가 자그만치 8개 국어를 구사한다고 한다. 터키 TV에도 나오고... 이 지방에서는 꽤 유명인으로 통하는 모양이다.
밖에서 차이 한 잔 주문하고 기념촬영 한 컷.
어디를 여행해도 마찬가지이지만 틈나는대로 차이를 마시는 건 터키인들의 어쩔 수 없는 생활 습관이다. 우리 일행 중 한국인들은 아무도 원하지 않았지만 제흐라 하늠은 차이 한 잔 마시고 가잖다. 보통 차이 집에서 차이 한 잔에 30-50쿠르쉬 즉, 0.3-0.5TL을 하는데 여기에서는 차이 세 잔에 자그만치 10TL을 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단체 손님도 많고 오가는 사람도 많아서 정해진 값이 없고 대충 자리값으로 받는 모양이다. 그러니 입장료를 안 받고도 장사가 되지...
나에게 기념품을 파는 터키 소년
터키 관광지를 가면 꼭 만나는 녀석들이 있다. 바로 동네 꼬맹이들. 어디서 물건을 떼다 파는 지 알 수 없지만, 이 녀석들이 얼마나 귀찮게 하는 지... 때로는 애들한테까지 얼굴을 붉히고 싶을 때가 있을 정도다. 부모들이 오죽했으면 자기 애들을 밖에 내보냈을까 생각하면 안타깝기도 하다.
고대 건축물의 잔해
유적지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무너져 내린 돌무더기뿐이다. 아무리 화려했던 문명도 수백, 수천 년의 시간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만다. 개인적으로 이런 것을 볼 때마다 문명의 허무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인지 인공적인 건축물들보다는 신비로운 자연을 볼 때 더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된다.
우리에게 돈을 구걸하던 터키 소녀
무너진 유적들을 둘러보고 나오는데, 철망 밖에서 어린 여자아이가 나를 부른다. 마침 가방에 사탕이 두 개 있어서 꺼내서 녀석에게 주었다. 몇 살이냐고 물었더니 8살이란다.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이 꼬마가 등에 갓난 아기를 업고 있었다. 옆에 있는 어린 녀석까지 모두 세 자매인 듯했다. 나에게 다짜고짜 돈을 달란다. 학용품 살 돈이 없다고... 가난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더니 이 동네는 제법 관광객이 많이 오는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동네 사람들의 삶은 형편없는 모양이다. 아이들을 거리로 내몰아야 하는 부모. 이렇게 내몰려 생면부지의 외국인들에게 구걸을 하는 아이들... 왠지 비싼 경비를 들려 여행을 하는 나와 그 아이 사이에 놓인 것이 저 철망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찝질한 마음으로 하란을 벗어났다. 아까 지나쳤던 산르우르파로 다시 돌아간다. 산르우르파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들어오는 것이 이 도시에 대한 슬로건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라는 슬로건이 왠지 아브라함이 태어났다는 전설을 뒷받침 해주고 있는 듯하다.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바로 "발륵르 괼"이라고 하는 물고기 연못이다. 사실 대단한 것은 아니고 연못을 크게 만들어 놓고 물고기를 풀어놨을 뿐이다. 다만 물고기가 지나치게 많아서 "물반 고기반"이라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물고기 연못
물고기 연못에서 물고기를 구경하는 사람들
물고기 연못에서 0.5TL에 파는 물고기 밥만을 주도록 되어 있다. 이것도 다 자기네 관광 수입이겠지만...
물고기 밥을 던져주면 물고기들이 떼로 몰려드는데 꼭 우럭 양식장에 온 것 같다.
물고기만 없으면 잔잔한 비취색의 평범한 연못이다
어디서나 그렇지만 쇼핑을 좋아하는 여자들. 여기서 파는 숄은 100% 실크 제품도 10TL면 살 수 있다.
물고기 연못의 한쪽에는 여성용 숄을 파는 가게가 있다. 도매상점인지는 모르지만 가격이 제법 쌌다. 함께 간 여성분들 모두 이곳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다. 나중에 보니 내 아내도 여섯 장이나 샀다고 한다. 하지만 여섯 장 다 해서 고작 40TL. 우리 돈으로 3만 5천원 정도 하는 셈이다. 가격에 비해 제품의 질은 아주 좋다.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한국에서는 장당 2-3만원은 줘야 살 수 있는 물건인 듯하다. 아내 말에 따르면 터키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여기만큼 싼 곳이 없다고 한다. 원래 이런류의 제품은 터키 동부지방에서 많이 생산된다고 한다. 다른 분들은 한국에 있는 분들에게 선물 하실 거라면서 20-30장씩 사기도 했다.
성 위에서 바라보는 산르우르파의 전경
물고기 연못의 뒤로 오래된 고성이 하나 있는데, 다 허물어진 성에 들어가는데 입장료가 5TL이라고 한다. 학생할인도 없고 좀 비싸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산르우르파 시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라고 생각하고 들어가기로 했다. 성의 정상에서 바라보면 정말 산르우르파의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라고는 하지만 비교적 깔끔하게 잘 정돈된 모습니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나 백성을 다스리던 사람들은 백성 위에 군림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항상 그들보다 높은 곳에 성을 짓고 세상을 내려다 보려고 했던 모양이다.
반대편과는 대조적으로 성의 뒷쪽은 달동네가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뒤쪽을 보면 앞쪽의 전망과는 완전 딴판이다. 어느 나라나 달동네는 있게 마련... 달동네가 달에 닿을 만큼 높은 곳에 형성되어서 달동네인지 달이 잘 보이는 곳에 형성되어서 달동네인지는 모르겠지만 백성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곳에 자리를 틀고 그들을 통치하려던 권세가, 왕족들도 결국 생존을 위해 이 높은 곳에 달동네를 형성하고 사는 백성들의 발 아래밖에는 이르지 못한 셈이다. 결국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처럼 하늘에 맞닿은 산의 정상에는 달동네의, 이름모를 이들의 집이 높여 있다.
성의 정상에 있는 터키국기와 두 개의 기둥.
이 기둥 사이에 줄을 묶어 돌을 던지면 그 돌이 떨어져서 물고기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물고기 연못의 물고기들이 생긴 유래가 성 위에 있는 두 기둥에서 쏜 돌들이 변한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물론 현재 연못에 있는 물고기들은 이스라엘 잉어라는 종의 평범한 물고기일 뿐이지만...
식당에서 만난 아이들.
성을 모두 돌아본 후, 다시 물고기 연못이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마침 식당이 있어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여기저기 구경 다니다보니 점심시간인 줄도 모르고... 헉... 벌써 3시가 넘었다. 식당에는 물고기 연못을 보기 위해 터키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 한 무리의 꼬마녀석들이 동양인을 보자 신기한 듯 "Hello!"를 연발한다. 내가 녀석들에게 터키말로 몇 마디 했더니 녀석들 아주 좋아 죽는다. 가지안테페에 사는 몇 식구들이 관광하러 이곳에 왔다고 한다.
점심으로 먹은 라마준, 가지케밥, 토마토케밥 등
오늘도 점심은 역시 케밥과 피데... 이제 슬슬 질릴 법도 하지만 동네마다 조금씩 다른 케밥의 맛을 보는 것도 터키 여행의 별미인 듯하다. 가격은 대략 6-8정도 한다. 하지만 비도 좀 내리고 날이 쌀쌀했던 터라 그만 먹은 음식이 얹혀버리고 말았다. 컨디션은 꽝이었지만 일단 오늘은 아드야만에 있는 제흐라 하늠의 친척집으로 가야한다. 물론 비가 계속 내리는 바람에 계획이 또 틀어지고 말았지만 아드야만으로 가는 것은 근처에 있는 넴롯산에 오르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새벽같이 출발하려면 어쨌든 아드야만까지 가야했다.
저녁 7시경. 빗속을 운전하며 아드야만에 도착했다. 한국도 시골길은 마찬가지지만 가로등 하나 없는 터키 시골길을 운전하는 것은 나를 무척 긴장하게 했다. 군데군데 차선까지 지워진 마당에 더 말해 무엇하랴... 추운 곳에서 점심을 먹고 긴장하며 운전을 한 탓에 난 완전히 체해 버리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흐라 하늠의 친척이 소개해 준 숙소는 뜨거운 물이 나오질 않는단다. 1인당 25TL라 하는 숙소인데 뜨거운 물이 안 나온다니... 결국 우리는 제흐라 하늠의 친척 집에서 따뜻한 물로 샤워만 하고 잠은 도로공사 숙소 비스므리 한 곳에서 자기로 했다. 제흐라 하늠의 친척이 도로공사에 근무하기 때문에 여기서 묶을 수가 있었다. 우이~씨 진작부터 이곳으로 안내를 하쥐~ 괜히 피곤하게 빗길에 운전만 더 하게 만들고...
이렇게 하루를 마감하고 내일 넴롯 산에 가는 것은 비때문에 포기하기로 하고 근처 로마시대 유적지를 둘러보기로 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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