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학 해결사 - 23. 신이라서 괴로워 1부.

[신참소설꼬맹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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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첫 시작인 1회부터 차례대로 보아야 내용이 이해가 됩니다. 첫 시작인 1회부터 차례로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23. 신이라서 괴로워 1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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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나를 신이라고 부른다.

아니!

정확하게는 우리를 신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나는 신이라서 괴롭다.

올해 37살인 나 박현우는

무동지방법원에 형사재판 단독 판사이다.

나의 동기 또는 선후배들은 모두 법조계의 가문이지만, 나는 듣도 보도 못한 가난한 집안에서 오로지 공부만 열심히 하여, 지금의 판사가 될 수 있었다.

다른 동기 및 선후배들은 가문의 도움을 받아서 손쉽게 법조계로 오는 반면에,

나는 가난한 집안이었기에 도움은커녕 고등학교 등록금도 밀려서 매번 담임선생님들이 골치 아파 했었다.

교사들은 두 분류만 좋아한다.

첫째는 공부는 못하더라도 학부모가 돈이 많아서 선생들의 용돈을 잘 챙겨주는 학생.

둘째는 비록 집안은 가난하지만, 성적이 좋아서 학반의 평균등수를 올려주는 학생.

나는 첫 번째에는 해당하지 못하였으나, 두 번째에 해당하여 선생들에게 예쁨을 받았다.

그렇게 고등학교 3학년에 수능도 무탈하게 잘 치렀고,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교인 한국대 정치학과에 합격한다.

4년 동안 한국대 정치학과를 다녔고, 졸업 후에 나는 사법고시에 응시하고,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높은 순위로 합격한다.

연수 등을 끝낸 뒤에 판사까지 될 수 있었다.

현재는 사법고시가 폐지가 된 상태이지만, 내가 20대였을 당시에만 하여도, 법조인이 되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사법고시에 응시하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로스쿨로 입학하여 3년 동안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고, 변호사시험을 통과하여 연수를 거치고, 법조인이 되는 방법이다.

또한, 현재는 법조일원화 정책으로 판사가 되기 전에 법조계의 경력이 필수적으로 있어야만 하는 제도로 변경되었으나, 과거 2013년 전이었던 나는 판사가 되기 위하여 법조계의 경력이 없어도 됐다.

그렇게 판사가 된 나는 주변에서 ‘신이다.’라고 칭송한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법관들을 사람들이 ‘신이다.’라고 칭송한다.

그 이유는

법치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이고, 그 법을 다룰 수 있는 법조인들은 막강한 권위를 가지고 있다.

특히, 법조인들 중에서 사법부로 가장 중요한 칼자루를 지닌 것이 판사이다.

그렇기에 주변에서는 나와 같은 법관(판사)들을 신이라고 부른다.

오늘도 수십에 가까운 재판들을 처리하고, 녹초가 된 상태로 퇴근하려는데, 나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바지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을 꺼내어 액정을 보았다.

나와 한국대 동기였던 동성이었다.

나는 통화버튼을 누르고

“어? 왜?”

“많이 바쁜 모양이지?”

“늘 그렇지 뭐.”

“나도 바쁘다!”

“그래서?”

“항상 농담을 모르네.”

“내가 그렇지 뭐.”

“다른 건 아니고, 오늘 만나자.”

“왜?”

“오늘 번개!”

나는 매우 피곤하였으므로, 만나기 귀찮았다.

그러나

유일한 동기를 잃고 싶지 않았기에

“어디야?”

라고 물었고, 동성이는 우리가 자주 만나던 고깃집을 알려주었다.

나는 그곳으로 가겠다고 말하였으며, 운전대를 잡았다.

약 20분 운전 끝에 약속장소에 도착한 나는 도로에 차를 나두고 내렸다.

그러자.

주차요원이 나와서 나에게 키를 받고, 대신 주차를 해줬다.

나는 고깃집 안으로 들어갔고, 두리번두리번 녀석을 찾았다.

그러자.

구석에 동그란 테이블에 앉아서 떠들고 있는 동성이가 보였다.

동성이 맞은편에는 채인이가 있었고, 동성이 옆에는 재수 없는 민기가 있었다.

동성이는 나와 같은 37살의 남자고, 현재 중앙지검 공판검사다.

아버지는 현재 정계의 국회의원이시고, 어머니는 현재 대법관(대법원의 법관)이시다.

그리고 동성이보다 1살 많은 형은 대형로펌 변호사로 현재 재직 중이다.

동성이의 부모님들은 동성이가 판사가 되기를 간절하게 바랬지만, 성적이 미달이라서 경쟁에 밀렸고, 겨우 검사가 됐다.

채인이는 우리와 같은 37살의 여자였고, 현재 중앙지검 수사검사다.

아버지는 종합병원 원장이시고, 어머니는 대형로펌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이시다. 그 대형로펌에 동성이 친형이 근무하고 있다. 동성이와 민기가 로스쿨출신이라면, 채인이는 나와 같은 사법고시를 패스하여 법조인이 된 케이스다.

채인이도 1순위를 판사로 두었으나, 사법고시의 성적이 밀려서 검사가 됐다.

이민기는 마찬가지로 우리와 같은 37살의 남자였고, 현재 채인이 어머니께서 운영하는 대형로펌에 변호사다.

어릴 적부터 판사가 꿈이었으나, 판사의 경쟁률이 어마어마하여 경쟁에서 밀렸고, 검사가 되기 위하여 사법고시에 응시하였으나, 그곳에서도 성적이 좋지 못하여, 결국 로스쿨을 선택했다.

그곳에서 겨우겨우 변호사시험을 통과했고, 턱걸이로 취득한 변호사자격증으로 대형로펌에 취직하여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아버지는 채인의 어머니와 함께 대형로펌을 운영하는 공동대표이시고, 어머니는 현재 여자최초 시장이시다.

대학시절부터 나를 시기하고 못마땅하게 여겼다.

동성이와 채인이와 술을 마시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민기랑 술을 같이 마시는 자리라면, 나는 피하고 본다.

나는 가뜩이나 피로가 몰린 상태였고, 이민기 놈에게 스트레스를 받을 용량이 없었다.

그렇기에 집으로 돌아가려고 뒤를 돌았던 순간!

동성이가

“어! 현우야!”

라고 불렀다.

나는 인상을 쓰면서도 뒤를 돌았다.

그러곤 녀석들이 있는 곳으로 힘없게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본 이민기가 말했다.

“왜? 나보고선, 뒤 돌아서 가려고?”

나는 거짓말을 싫어한다. 그렇지만, ‘그래!’라고 대놓고 말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민기는 나를 보고는 인상 쓰면서

“야! 진짜야？ 왜? 대답이 없어?”

옆에서 싸움이 날 것을 감지한 동성이가 푼수처럼 웃으면서

“에이! 설마! 현우가 요즘 바빠서 피곤한 모양이지! 원래, 이 자리도 피곤해서 빠지려고 했어.”

이민기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소주잔에 소주를 순식간에 마셨다.

분위기가 다운되자. 옆에 있던 채인이가 나의 잔을 채워주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러곤

“우리~ 판사님~ 오늘도 재판이 많으셨던 모양이군요.~”

라고 애교를 부렸다.

나는 쑥스럽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부르지 마.”

라고 말하자. 동성이가

“아니야! 너는 충분히 그런 대접 받을 자격이 있어!”

라고 나를 치켜세웠다.

녀석들은 판사가 된 나를 부러워했다.

채인이는 벌써 술이 많이 되었는지, 비틀거리면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도 너처럼 법관이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채인이에게

“법관 별 볼일 없어.”

라고 위로해줬다. 그때! 동성이가 나의 이마를 팍! 때리며

“인마! 우리는 법관이 되고 싶어도 못됐어! 그러니깐, 혼자서 재판이 힘들다는 표정 좀 짓지 마!”

나는 동성이를 바라보며 환하게 미소를 짓고선

“알았어.”

라고 대답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사법고시를 패스하면 가장 1순위로 판사를 선택한다. 그 다음에 2순위로 검사를 선택하고, 마지막 3순위가 변호사를 선택한다.

그 이유가 법조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판사라고 모두가 생각하며, 두 번째가 검사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변호사는 약간의 영업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의뢰인에 비유를 맞춰야만 하고, 그들에게 선임료를 받아야만 하므로, 어쩌면, 법조인이면서도 ‘을’의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인권변호사나 잘 나가는 변호사는 의뢰인이 서로 들어온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극소수이고, 대다수의 변호사는 과거와 다르게 대기업 또는 vip 회장과 사장 또는 사모들의 뒤처리를 해주는 비서역할로 변질됐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검사에게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인권보호자로 표현되지만, 현실은 달랐다.

실제로 재판을 참관했던 사람들은 모두 알겠지만, 검사의 말에 변호사는 반론하기 힘들고, 대다수 검사의 눈치를 보느라, 변호사는 제대로 언쟁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다반사다.

TV에서 등장하는 화려한 말솜씨로 검사를 농락하는 행위는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관경이다.

물론, 최종 3심인 대법원의 재판에서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말솜씨 좋은 변호사와 직책이 높은 검사와 전투를 벌이듯이 언쟁을 한다고는 들었으나, 극히 드문 현상이다.

그렇기에 재판에서 심판이라는 칼자루를 지니고 있는 판사를 가장 강력한 권력자 또는 신이라고 칭하고, 두 번째 권력자는 기소권을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으며, 피고인에게 형량을 구형 할 수 있는 권위를 지닌 검사를 두 번째 권력자라고 부른다.

그리고 변호사는 판사와 검사의 눈치를 보고, 최대한 무죄를 입증하거나, 피고인의 형량을 낮추도록 구걸해야 되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현재 서울에 잘나가는 로펌은 로비전문 회사라고 악소문이 날 정도다.

검사 또는 판사에게 로비만 잘하면, 피고인의 형량이 낮아지거나, 심지어 무죄가 손쉽게 이루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변호인들도 로비 따위는 하기 싫지만, 로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재판에서 장검을 지닌 판사와 단검을 지닌 검사의 마음을 사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로비를 하는 변호사보다 소신을 가지고 있는 변호사들이 많다.

그러나 검사와 판사의 눈치를 보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나는 녀석들을 보면서 말했다.

“월급은 변호사가 가장 많이 벌잖아?”

그 말에는 모두 수긍했다. 한 사람만 빼고,

이민기는 나를 째려보면서 말했다.

“헛소리 하지 마. 우리 중에서 가장 많이 돈 버는 것은 판사라고!”

그 모습에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왜지?”

“너희가 받는 뇌물들은 변호사의 수입에 비하면 어마어마하지!”

“뭐라고?”

“변호사 선임료? 많지! 그래, 검사나 판사의 쥐꼬리만 한 월급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많지!”

“................”

“그렇지만, 우리가 받는 선임료는 너희가 받는 더러운 돈에 비하면 껌값이지.”

나는 화난 표정으로

“그만해라!”

라고 녀석을 보고 말했다. 맞은편에 있던 동성이랑 나의 옆에 있던 채인이가 우리의 싸움을 말리려고 했다.

동성이는 민기의 오른팔을 잡으면서

“민기야~ 그만하자~”

라고 말했고, 이민기는 동성이의 왼팔을 뿌리치며

“야! 너희 검사들도 법관놈들 만만치 않게 많이 먹잖아?”

동성이와 채인이는 당황한 표정으로

“뭐?”

라고 말했고, 이민기는 비웃으며

“순진한 표정 짓지 마!”

라고 말하더니, 채인이를 째려보면서

“어쩔 땐! 재판까지 가기도 전에 마무리하려고 수사검사들에게 판사놈들보다 더 많은 로비를 한다고!”

채인이는 기분 나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서

“함부로 말하지 마!”

라고 말했다.

동성이는 최대한 침착한 표정으로 민기를 말리면서

“에구! 우리 시비쟁이! 또 시작했네! 그만해~ 우쭈쭈쭈~”

라고 동성이는 민기에게 재롱을 부렸다.

이민기는 그런 동성이의 턱을 꼬집으며

“너희 공판검사들도 뇌물을 많이 먹거든?”

이라고 시비를 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격 좋은 동성이는

“에구! 나는 안 먹었지만, 언놈이 먹은 모양이네. 에구! 우리 민기 속상했구나.”

라고 장난스럽게 장단을 맞춰줬다.

갑자기 이민기는 일어나더니.

“나 화장실!”

이라고 말하며 비틀거리는 몸으로 화장실로 향했다.

채인이는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야! 쟤는 왜 불렀어?”

라고 말했고, 동성이는 푼수처럼 웃으며

“겉은 저렇지만, 그래도 동기로 친한 사람은 우리뿐이잖아?”

채인이는 자리를 벌떡! 일어나서는 손가방을 챙기고는

“난 갈게.”

라고 말했다. 나도 잘 됐다 싶어서 벌떡! 일어나서는

“나도.”

라고 말했다.

당황한 동성이는 우리 둘을 잡고선 말렸다.

그 사이에 소변을 본 것인지, 이민기가 돌아왔다.

이민기는 고개를 숙이고선

“미안하다. 내가 많이 취한 모양이네.”

라고 우리에게 사과했다.

나는 ‘넌 취하지 않았어도 시비를 걸잖아? 매사 삐뚤어진 성격 탓에!’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속으로 삼키기만 했다.

이민기는 나를 바라보면서

“좋겠다. 신이 돼서.”

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야. 막상 해보면..”

그러자. 옆에 채인이가 나의 옆구리를 찌르면서

“우리 모두 판사가 되고 싶었는데, 못됐잖아. 넌 정말 부러워!”

나의 맞은편에 앉은 동성이도

“맞습니다! 우리 신의 판사님! 나는 죽기 전에 법관으로 판결을 내 뜻대로 내리는 것이 소원이야!”

검사는 실적이 많아야, 승진하기 좋다.

매일 패소만 하는 검사는 승진도 힘들고, 검찰조직에서 무시당한다.

변호사가 승소를 많이 하여야, 로펌에서도 인정받고, 많은 고객들을 보유할 수 있는 것처럼, 검찰조직도 승소가 많은 검사가 인정받는다.

그리고 그 모든 결정권을 지닌 판사는 신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녀석들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나는 술잔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검사나 변호사를 보고 부러워해. ‘자신들도 그렇게 되고 싶어만 하지.’”

라고 말했다. 나의 진지한 표정에 녀석들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귀를 집중했다.

“검사와 변호사들은 법관인 우리가 칼자루를 지니고 있으니깐, 부럽다고 말하지만, 세상은 공평한 저울 같아.”

채인이는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그게 무슨 소리야?”

“너희는 법관을 신이라고 표현하지만, 나는 다르게 표현하고 싶어.”

동성이가 궁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무엇으로?”

“망나니.”

모두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나를 비난했다.

녀석들은 나보고

“배부른 소리한다!”

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민기는 큰소리로

“나 같은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눈치보고, 상대 검사에게 치이고, 판사의 눈치를 살피는 가여운 존재야! 이 자식아!!”

동성이도 화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나 같은 공판검사는 칼자루를 지고 있는 너희에게 재롱만 부려야하는 상황이야!”

채인이는 동성이의 말을 거들었다.

“나 같은 수사검사는 재판에는 잘 참여하지 않지만.”

채인이는 나를 바라보며

“너도 알다시피 검찰조직은 승소한 실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의 밥줄을 판사인 너희가 쥐고 있지.”

채인이는 한숨을 뱉으며

“우리는 너희가 판결한 판결문을 토대로 공부하고, 기소여부를 결정한다고!”

라고 말하며 채인이는

“너는 정말 우리의 우상이야! 우리는 모두 판사가 되고 싶은데, 실패했고, 넌 성공했잖아!”

셋은 나를 부러워하는 표정과 동시에 질투심이 가득한 눈빛을 나의 얼굴에 쏘았다.

나는 한숨을 뱉으며

“너희가 모르는 부분이 있어. 일반인들이 변호사와 검사를 부러워하지만, 현실에서는 변호사와 검사라서 힘든 부분이 있잖아?”

녀석들은 인정한다는 듯이 술만 마셨다.

“그렇듯이 법관이라서 힘든 부분이 있어!”

이민기는 나를 째려보면서

“그게 뭐야?”

“무게감.”

“무슨 소리야? 무게감? 재판을 너희가 판결할 수 있는데, 그것에 대하여 죄책감을 가진다고? 너희 같은 판사들이?”

“그래!”

“말도 안 되는 소리!”

“적어도 나는 그래!”

“에이! 거짓말!”

“대통령이여서 힘들다는 말처럼 나는 법관이라서 힘들어! 모든 사람들의 운명이라는 커다랗고 감당할 수 없는 신의 무게감이 나는 괴롭다고!”

셋은 여전히 나를 ‘배부른 소리한다.’ 라는 표정으로 째려봤다.

다음 날.

하루에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형사재판의 소송들이 나에게로 넘어온다.

형사소송 한 건만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탄원서와 진술서 그리고 증거와 증언 등이 장편소설 3권보다 많은 장수의 A4용지로 나에게 넘어온다.

그것을 다 읽기는 매우 힘들고,

심지어

다 읽었다고 하더라도,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에 더 많은 증거물과 탄원서 등이 올라온다.

무엇보다도 힘든 것은 그때 당시에는 ‘이것이 맞다!’ 라고 판결하였으나, 모든 정황적 증거와 증언들이 추후에 위증으로 밝혀지고, 피해자는 이미 자살한 상태라면, 우리의 판결은 큰 오차다.

그것으로 인하여 담당 판사의 실적이 마이너스가 되기도 하지만, 우리의 잘못된 판단으로 한 무고한 사람이 자살하였다는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는 큰 후유증이 남는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쉽지 않듯이. 우리의 잘못된 판단으로 한 사람을 살해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 죄책감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납득할 수 없겠지만.

오늘은 최종 판결을 해야 되는 재판이 있었다.

4차까지 진행된 특이한 재판이었는데, 강제추행과 폭행을 지속적으로 당하던 피해여성이 남자친구를 고소한 사건이었다.

둘은 실제로 동거까지 한 사이였고, 남자는 30대의 젊은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운영하면서 주말에는 봉사활동을 그리고 사업의 수익이 계획보다 늘어나면 고아원이나 양로원에 기부하는 선한 사람이었다.

담당 수사검사였던, 채인이는 수사하면서 도저히 선하게 생긴 30대 남자가 강제적으로 추행하고, 여자의 몸에 멍이 발생할 정도로 폭행하였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그렇기에 경찰조사에서도 증거불충분으로 혐의가 없다는 불기소소견으로 넘어왔었다고 한다.

그래서 수사를 담당하던 검사 채인이도,

“이 사건은 고소인이 돈을 뜯을 목적이었네.”

라고 판단했다.

그 이유가 고소인인 여자는 술집에서 일을 했었고, 심지어 과거에 무고죄로 고소당하여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여 피고소인 남자는 전과도 없었고, 심지어 학창시절에도 반듯한 성격으로 동기들과도 사이가 좋았으며, 지인들에게도 좋은 이미지로 인식되었고, 이웃들에게도 선한 이미지가 있었고, 봉사활동도 자주 참여하기에 참고인 조사에서 주변사람들이 고소인이 돈을 뜯을 목적으로 무고한 사람을 성추행과 폭행으로 고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수사검사인 채인은 불기소(혐의 없음)으로 결정하고, 오히려 무고한 사람을 고소한 여자를 무고죄로 기소하려고 하였으나, 뜻밖의 증거물이 포착된다.

그것은 피고소인이 고소인에게 잠자리 요구와 폭행한 사실을 인정하는 휴대폰 녹취록이었다.

그 녹음 파일에서 피고소인인 남자는 선한 인상과 다르게 거친 욕설과 함께 피해자를 오랫동안 폭행하였다는 내용으로 짐작되는 발언들이 굉장히 많았고, 고소인인 여성이 병원에서 발부된 진단서에도

< 건장한 체격의 남성에게 폭행을 당한 다수의 흔적으로 짐작된다. >

라는 소견이 있었다.

그렇기에 수사검사인 채인은 불기소하려던 계획을 뒤집고, 기소의견으로 재판에 회부했다.

담당 공판검사는 동성이 됐다.

1차 재판에서 피고인은 사업을 운영하여 자본금이 있었음에도, 국선변호사를 선임했는데, 국선변호사가 제대로 변호를 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동성이의 언쟁에 완전히 밀렸고, 이 상태로는 아무리 판사인 나라도 유죄를 선고하여야만 하는 흐름이었다.

검사는 독립적인 수사와 독립적인 기소권을 지니고 있듯이 나와 같은 판사는 독립적으로 판단하여 단독적인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권리를 헌법에서 보장한다.

그러나

판사는 칼자루를 지니고 있다고 하여, 함부로 판결해서는 안 되며, 검사와 변호사의 언쟁의 흐름에 따라 ‘본인도 모르게 판결.’을 내리는 상황이 애법 많다.

마치 물건을 구경만 하려다가 영업을 하는 판매원에게 홀리듯이 물건을 구입해버린 것처럼, 말솜씨 좋은 변호사나 검사에게 휘말리며, 자신도 모르게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이 많다.

마트에 3개만 필수품을 구입하려고 장바구니를 들었으나, 막상 집에 도착하니, 불필요한 9개의 물품까지 구입한 모습과 같다.

2차 공판에서도 피고인의 국선변호사는 말을 더듬거나, 사건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제대로 된 변호를 하지 못하였고,

반면에,

담당 공판검사인 동성이는 피고인을 빠져나갈 구멍도 없이 밀어붙였다.

통사적으로 1심 형사단독 재판에서는 2차까지만 재판이 진행되고, 통상 판결을 내린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 사례를 토대로 3차에 최종 선고를 하기로 결심했다.

약 40분가량 통화내용 녹취록과 의사의 소견서 및 피해자의 증언을 토대로 유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나는 변호인에게

“최후 변론 해주십쇼.”

라고 말했고, 국선변호사는 피고인은 전과가 없다는 둥, 평상시에 봉사를 많이 하였다는 둥, 현재 피해자의 말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둥의 변명만 지루하게 늘어놨다.

그리고 나는 피고인을 바라보며

“피고인 마지막으로 최후 변론해주십시오.”

라고 말했다.

피고인은 벌벌 떨면서 일어났고, 나를 바라보며

“재판장님, 제가 변호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재판을 한번, 더 연기해주실 수 있습니까?”

라고 물었고, 나는 공판검사인 동성이를 바라보며

“검찰 측 괜찮으신가요?”

라는 말에 동성이는 고개를 저으며

“이미 증거가 확실하고, 시간을 끌 필요가 없습니다.”

라고 말했고, 피고인은 고개를 숙이며

“바쁘신 검사님과 재판장님의 귀중한 시간 빼앗아서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음.. 옆에 변호사님 계신 상태에서 말하기 그렇지만, 제가 1차 경찰조사에서 혐의가 없다고 받았는데, 제대로 된 변호를 받지 못한 것 같아서 한번만 제대로 된 변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피고인의 진심어린 표정과 간절함에 나는 고민에 빠졌다.

당연히 피고인의 유죄를 받아야만 하는 공판검사인 동성이는 반대하였다.

나는 일단 공판검사에게 최종 구형을 하라고 지시하였고,

공판검사인 동성이는

“피고인이 전과가 현재까진 없고, 평소에 봉사 및 기부를 많이 하였다고는 하나, 그것으로 여성을 성추행하고 폭행한 것이 용서가 되어야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검찰은 힘없는 여성에게 폭행을 가하여 상해를 입힌 상해죄와 강제추행 죄를 적용시켜 2년을 구형합니다.”

나는 고민에 빠졌다. 통상적인 1심 형사재판은 1차와 2차까지 심리를 진행하고 3차에 선고를 한다.

그러나

피고인의 말도 일리가 있는 것이 국선변호사가 제대로 된 변호를 하지 못하였다고 판단됐다.

검찰 측에서는 반대하였지만, 1심 형사재판을 굳이 3차에서 끝내라는 법도 없고, 실제로 상황에 따라 증인기일연기신청이 들어오거나, 증인신청 및 기타 증거물 신청으로 판결에 중요한 요인이 될 경우 5차에서 6차까지 1심 형사재판이 진행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나는

“피고인”

피고인은 당황한 표정으로

“네?”

“다음 재판에 변호사를 개인적으로 선임하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스스로 변호를 받을 수 있는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보장되기 때문에 재판을 연기하여 다음에 한번, 더 심리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에게 감사할 것은 없고요. 당연한 피고인의 권리이시고, 제가 판단하기에도 변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고 판단하였을 뿐입니다.”

“예. 그래도 너무 감사합니다.”

피고인은 나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사함을 표현했다.

사실 나는 객관적으로 판단하였을 뿐, 피고인에게 특혜를 준 것은 결코 아니었다.

나는 참관인들이 의자에 앉아 있는 정중앙을 바라보면서

마이크에 입술을 붙이며 말했다.

“다음 재판은 3주 뒤인 2월 21일 14시로 하겠습니다.”

라고 말했고, 나는 피고인을 바라보며

“피고인.”

“네?”

“3주 동안 변호사를 선임하고 재판준비가 가능하시겠어요? 좀 더 시간을 드릴까요?”

라고 말하자. 공판검사인 동성이가 한숨을 뱉으며

“재판장님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라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하는 시간도 걸리고, 무엇보다도 모든 증거물 검토와 피해자의 진술 및 피고인의 현재 상황을 점검하는 시간만 하더라도 3주는 무리다.

그러나 판사는 공정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피고인을 위한다는 이유로 검사의 업무를 하염없이 방해할 수는 없다.

피고인도 그것을 어느 정도 인지하였는지.

나를 바라보며

“아닙니다. 어떻게든 구해보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3주 뒤의 최종재판에 참여해줄 변호사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처럼 어려울 것인데, 아무튼 피고인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해보겠다고 답했다.

나는

“알겠습니다. 3주 뒤에 심리를 진행하겠습니다.”

라고 끝냈다.

그 외에도 4~5건이 연달아서 재판이 진행됐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한번 재판이 끝나면 판사도 나가고, 검사도 나가고, 변호사와 피고인도 나가는 걸로 끝나지만, 현실은 달랐다.

하루에도 어마어마한 재판 건이 재판부로 넘어오는데, 하루에 1개씩 재판을 진행한다면, 아마 대한민국의 재판은 과부하가 걸려서 억울한 사람들은 재판을 수십 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다.

하루에 7~8건의 재판을 끝내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재판의 건수들이 올라오고 밀린다.

그렇기에 소송을 제기하고 약 8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를 기다려야 1심 첫 번째 공판이 열리는 판국이다.

그렇기에 검사와 판사는 재판 1건이 끝나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연달아서 피고인과 변호사만 바뀌어 다음 재판을 진행한다.

그렇기에 참관인들이 앉은 좌석에는 다음 재판을 진행하려고 서류를 넘기고 있는 변호사와 재판을 받으려는 피고인들이 대기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구속된 피고인들은 죄수복을 입고, 밖에서 감시자와 함께 대기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앞에 아무런 관련 없는 공판이 열리고 있을 때 자신들의 고객을 위하여 엄청 두꺼운 자료들을 혼자서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외우고 있다.

실제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현실의 공판과 가상 속의 공판의 차이점이다.

아무튼 공판검사인 동성이와 나는 오전부터 점심시간까지 연달아서 4건 정도의 재판을 진행하였고,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참관인들이 모두 나가고 우리도 밥을 먹기 위하여 의자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항상 엉덩이에 땀이 축축할 정도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변호사나 검사가 일어나서 변론 및 언쟁을 벌이지만, 현실에서는 변호사든 검사든 일어나서 언쟁 및 변론을 하지 않는다.

물론, 열정 가득한 변호사는 일어나서 하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의자에 앉아서 녹음이 되는 마이크에 입을 최대한 가까이 되고선 변론 및 언쟁을 한다.

마이크에 목소리가 잘 입력되어야 재판의 모든 기록이 남기 때문이고, 일어나서 말한다고 재판에 크게 좌지우지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열정 가득한 신입 변호사나 검사는 일어나서 열변을 토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판사 입장에서는 하루에 8건 ~ 10건도 넘는 재판을 도미노처럼 연달아 진행하는데, 열변을 한다고 하여서 그 재판을 좀 더 유리하게 처리해줄 순 없다.

이런 점을 모두 알기에 베테랑 검사와 변호사들은 앉아서 자신들이 원하는 목적을 최대한 간추려서 핵심만 판사에게 전달한다.

그것이 하루 종일 재판에 시달리는 판사에게도 이롭고, 하루 종일 여러 재판을 참석하는 검사에게도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에 동성이는 나랑 밥을 같이 먹자고 했다.

그러나

재판에 관련된 사람과는 판사가 밥을 같이 먹어서는 안 된다.

그렇기에 재판이 다 끝난 후에 먹자고 거절했다.

그러자. 동성이가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는 전화를 받아서

“왜?”

“누가 보더라도 증거가 명백한데, 왜 재판을 미뤘어? 이 자식아!”

“그건 판사인 내가 판단하지.”

“지금 갑질이야?”

“동성아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니? 통상적인 판사들은 그 상황에서 그렇게 안 미뤄! 3주 만에 피고인이 제대로 된 변호사를 어떻게 구하냐?”

“그렇지만...”

“구한들, 3주 안에 그 많은 자료들을 어떻게 다 습득하겠어? 그걸 소화할 변호사가 대한민국에 한명이라도 있을까?”

“무리겠지만.. 너도 봤잖아, 그 사건 국선이 너무...”

내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동성이는 흥분한 상태로 자신의 말만 뱉고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전화가 끊긴 줄도 모르고 ‘뚜..뚜..뚜..뚜..’ 울리는 소리에서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여.. 여보세요?”

만 반복했다.

그날 판사들과 검사들 그리고 국선변호사들의 3종모임이 있었다.

법관, 검사, 국선변호사 3명이 가입된 모임이었고, 빠지면, 귀여운 벌금이 발생하기 때문에 대다수 참석했다.

나는 회의장에 참석하면서 한숨을 뱉었다.

“에효~ 법조인들이 회에 강제적으로 참석하지 않는다고 불법적인 벌금을 내놔라니.”

나의 옆에 있던 황철호 부장판사님께서는 나의 어깨를 치시고는

“너는 참으로 융통성이 없구나. 인간사회에서는 교과서적으로 적힌 법과 다르다고 내가 가르쳐주지 않았던?”

황철호 지방부장판사님께서는 올해 45세로 우리 학교 선배이자, 이쪽 법계에서 꽤 경력이 오래되셨다.

아버지는 전 대법원장이셨고, 현재는 법조계를 은퇴하셨으나, 그의 인맥이 빵빵하여, 그 누구도 황철호 부장판사님을 함부로 하지 못했다.

그 외에도 지인 및 친척들이 법조계를 장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처가 쪽은 정계를 장악하고 있어서 출셋길이 빵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작 지방에서 부장판사로 있는 것은 이곳에서는 뒷돈을 많이 챙겨도 티가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저번에 나에게 말했다.

나는 황철호 부장판사를 굉장히 싫어한다.

신의 직업으로 존경받는 법관의 직위를 악용하여 어마어마한 돈을 챙기는 저런 쓰레기는 없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소권을 지니고 있는 검사들 중에서 그 누구도 황철호를 부정부패로 기소하지 않았다.

나는 채인이와 동성이에게 증거까지 확보하여 건넸음에도, 그 둘 역시 아직 검찰조직에서 갓난아기 같은 존재이기에 위의 부장검사 검사장 등이 압력을 넣어서 기소하지 못하게 막아버리니 방법이 없었다.

검사는 독립된 수사와 판단을 하여 기소권을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법률에는 기재되어 있으나, 현실에서는 검찰은 철저한 조직세계이므로, 위의 상사의 지시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체제로 운영되었다.

그러므로 아무리 증거가 있더라도 현 부장판사이자, 사법부와 입법부(국회 및 정계)를 장악하고 있는 가문의 사람을 건들 수 없었다.

나는 황철호 부장판사를 보면서 속으로 ‘언젠가는 당신의 더러운 짓에 신의 처벌이 있을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겠어.’ 라고 다짐했다.

그렇게 모임에서 각자 와인과 음식들을 먹고 있는 찰나에 오랜만에 동기인 판사를 만나게 됐다.

녀석은 나보다 1살 많았지만, 서로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였다.

녀석은 나에게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처음에 판사만 되면, 하나의 재판도 허술하지 않고, 꼼꼼하게 신경 쓰려고 했는데.. 막상 내가 되니깐...”

나는 녀석의 어깨를 주무르며 위로해줬다.

녀석이 판사가 된 이유는 억울하게 자신의 동생이 누명을 쓰고, 감옥에 수감생활을 하였기 때문에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판사가 됐다고 한다.

당시 녀석의 동생의 담당 판사는 재판을 의욕 없이 진행하였고, 설렁설렁 대충 진행했다.

그렇게 아무런 죄도 없이 모함을 받은 동생이 증거가 확실하게 나온 것도 아닌데, 유죄를 선고 받았고, 감옥으로 가게 됐다고 한다.

당시 판사는 일이 많다는 이유로 탄원서를 제대로 읽지도 않았고, 억울하다는 동생의 말도 듣지 않고, 귀만 후비고 있었다고 한다.

그것에 원통함을 느끼고 필사적으로 사법고시를 준비하여 결국 꿈의 판사라는 직업을 이뤘다.

그렇지만, 항상 사람들의 초심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일단, 나 역시도 초창기에는 열정적으로 판사직을 수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해버리니, 내가 잠을 잘 수 없었다.

한 사건만 하더라도 증거물에 호수가 붙어서 어마어마하게 많은 자료들이 있었고, 그것을 다 읽는 시간은 어마어마한 시간이 투자됐다.

그 한 사건의 수십 개도 넘는 자료들을 읽는 시간을 투자하는 사이에 이미 내가 처리해야 될 사건들은 수십 개 혹은 수백 개가 밀려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24시간 밤을 꼴딱 넘기면서 한 사건에 자료를 세밀하게 분석했지만,

나의 일은 진행되지가 않았고, 결국 모든 사건들의 재판들이 하염없이 연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자. 재판을 기다리던 많은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나에 대하여 비난하면서 업무에 무능한 판사라고 법원 사이트와 각종 게시판에 올리기 시작했다.

나는 위의 상사인 선임판사에게 끌려가 엄청난 욕을 들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기에 하루에도 어마어마한 소장이 접수되는데, 한 사건에 시간을 오래 끌어서는 대한민국에 해결되어야 될 많은 소송들이 마비가 된다고 선임판사에게 들었다.

처음에는 나의 신념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한 건도 소홀함 없이 꼼꼼하게 서류를 검토했지만.. 그로 인하여 나의 재판만을 기다리던 어마어마한 국민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나는 깨달았다.

꼼꼼하고 세밀한 것도 중요하지만, 시간에 따라 재판이 좌지우지 되는 상황인 만큼 빠른 진행도 중요하다는 것을.

모든 검사와 판사들은 초임 때에는 한 사건도 허술함 없이 꼼꼼하고 완벽하게 처리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신속하게 빠른 업무처리를 위하여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허술하게 사건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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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24회에 이어집니다. **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