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지의 비극』으로 가고 있는 한국 대선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 장 수
1. 올 연말 한국 대선 양상이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공유지의 비극』이란 지하자원, 깨끗한 공기, 물, 어장, 저수지, 초원 등과 같은 공공재를 계속 과소비할 경우 종국에는 자원의 고갈로 그 공공재의 공급이 중단되고 만다는 경제학 이론이다.
흔히 공동 목초지를 그 예로 드는데 개방된 초원에 가축을 방목할 경우, 사료비가 들지 않기에 서로 앞다퉈 소 사육 숫자를 늘리다가 결국 초목이 고갈되고 황폐해져 소를 키울 수 없는 황무지가 되고 환경이 파괴되면서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 소 사육 농가는 소를 한 마리 늘리는 이익보다 소 숫자 증가로 돌아오는 피해가 더 작다고 생각하기에 계속 소 숫자를 늘려가다가 마침내 공동체 전부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이 『공유지의 비극』은 치킨게임, 수인의 딜레마와 같은 게임이론의 일종으로 타인과 자신의 이익을 견주는 경제적 타산의 일종이다.
문제는 다른 이론은 상대와의 게임이지만 공유지의 비극은 결국 공동체가 그 피해를 입는다는 데서 차별성이 있다.
2. 최근 한국 대선을 둘러싸고 여야간 또는 각 당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양상 또한 『공유지의 비극』과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궁극적으로 공동체에 해당하는 국민들의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①이석기, 김재연을 넘어 『KAL기 폭파논란』, 『연평 제2해전』으로 확대되고 있는 정치권 이념논란, ②여당의 완전국민경선 논란, 300만 모바일 경선 등으로 야권의 경선 방안 등 여야의 대선후보 경선문제 ③안철수 출마를 둘러싼 여야의 속셈과 이해타산 ④SNS 등에서 나타나는 포퓰리즘 문제 ⑤보편적 복지 논란과 세계적 대불황의 연관성 ⑥검찰의 각종 정치권 수사 등에서 특히 이런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3. 최근 무차별로 확산되고 있는 이념논란은 갈수록 전방위로 그 적용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
아마 올 대선기간 내내 이 문제는 확산되어 갈 것으로 보이며 분명히 이 문제에서 득을 보는 특정인이 있기에 MB 임기 말인 지금 새삼스레 논란이 되고 있다.
이념논란을 주도하고 있는 MB나 새누리당은 사실상 이 문제를 거론할 자격이 없다. 과거 10년간의 현 야권의 집권기간 동안 북한과 관련되어 많은 무리수와 의혹이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MB 집권 후 4년이 넘는 재임기간 동안 뭘 하고 이제서야 새삼스레 종북 이념척결을 외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정일과의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수 차례 MB 측근이 돈봉투까지 건네며 『3차례 남북정상회담』과 『그 댓가』를 시도하다 결렬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제 북한과 물밑 접촉까지 다 깨지고 MB 임기 내 잘 될 일이 없으니 『종북척결』에 나서는가? 여당으로서 이를 사실상 4년간 방조해온 새누리당도 이념문제를 거론할 자격도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나아가 이념논란에 묵묵부답으로 침묵하며 성동격서로 남북정상회담을 내놓는 야당이나 야권주자들 또한 할말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과거 야권 집권기간 공공재라 할 수 있는 남북관계의 지나친 오버와 대선을 겨냥한 MB와 여당의 역방향에서의 과도한 이념공세 모두 남북관계를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소모하는 『공유지』로 인식하는 데에서 비롯된 일이다.
4. 새누리당은 어제 친이 3인방이 주장하고 있는 완전국민경선을 거부하고 현행 룰대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9월 하순경 대의원, 당원, 국민 전국순회 현장 투표와 300만 모바일 투표를 통해 자당 대선후보를 결정한다.
이후 민주당은 11월 초순에 안철수와 여론조사와 국민경선을 혼합해 최종 경선을 치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여당은 국민경선에 대한 거부, 야당은 통진당에서 보듯이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모바일 경선까지 포함된 과도한 국민경선 등, 서로 극단적인 대비를 보이고 있다.
일종의 공공재라 볼 수 있는 당원과 국민의 선택을 여야가 극단적으로 과도하게 낭비하고 있다.
경선문제뿐만 아니라 안철수의 출마를 둘러싼 문제와 그 검증에 있어서도 『공유지의 비극』문제가 드러난다.
여야 각 대선주자는 모두가 안철수라는 목초지의 풀을 뜯기를 원한다. 그 정치 성과 자질, 도덕성이 안개가 쌓인 안철수를 여야 모두 내심 미심쩍고 꺼림칙하게 생각하기는 하지만 혹시 내 손을 들어줄 줄 모르는 이익에 비해 안을 앞장서 공격할 경우 돌아올지 모르는 개인적 손실이 너무 클 것으로 보이기에 어느 누구도 검증에 나서고 있지 않다.
여야 쌍방이 같은 당내 주자에 대한 공격, 여야 쌍방에 고소사태까지 번지고 있는 공격에 비하면 안은 검증의 성역에 속해있다.
결국 검증되지 않은 유력 대선주자의 안개정치가 국민에 입힐지 모르는 공공적인 손실을 여야 대선주자의 개인의 이해타산 때문에 고려되지 않고 있다.
여야 대선주자는 안철수 문제에 있어 공공의 이익보다 free rider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모두의 일에 내가 굳이 나설 필요가 없이 그 이해만 취하면 된다는 사고가 정치권을 지배하고 있다.
5. 오늘 아침 조간 신문은 NYT 칼럼니스트이자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미국 쇄망론』 등의 저자인 토머스 프리스먼의 『SNS 포퓰러리즘』 우려를 전했다.
요지인즉, 전세계 약 2개 주요국에서 정권교체 성격의 주요 선거가 열리는 2012년 세계 정치권이 포퓰리즘을 넘어 포퓰러리즘(popularism)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포퓰리즘이 대중영합주의라면 포퓰러리즘은 정치인 등 각국의 리더가 twitter, facebook 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대중의 입맛에 맞춰 연예인처럼 그때 그때의 단편적 인기에만 집착한다는 것이다.
소셜 리더와 대중간의 양방향 소통이 SNS의 발달로 확산되면서 정치가 본질적이고 장기적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보다 눈앞의 당당한 사소한 대중적 구미에 맞는 이슈에 집착하는 엔터테인먼트처럼 되어간다는 경고이다.
한국만 해도 SNS 유명인과 강남좌파, 나꼼수, 팟캐스트 등의 사회적 이슈 생산과 유포가 지배적인 정치 담론이 되어가고 있다.
순간적 흥미, 욕설과 배설에 따르는 쾌감, 진영논리에 따른 단순 무식한 패거리 짓기, 찰나적이고 단편적 지엽 말단에의 집착 등이 20-30대 세대를 지배하는 SNS 담론이 되어가고 있다.
또 이는 국민경선, 모바일 경선과 연결되며 각 정당의 주요 의사결정, 지도부 선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흥미, 욕설, 비리, 비만, 진영논리는 공유지 목초처럼 단기적인 눈앞의 이익과 같다. 그러나 이는 논리적, 체계적 인문적 교양을 통한 지식 습득과 비관의식을 방해하며 대중을 반사신경적인 좀비로 만들고 궁극적으로 정치를 황폐화 시켜 간다는 점에서 공공재의 황폐함을 낳은 『공유지의 비극』 문제와 일치한다.
6. 최근 대선을 맞아 넘쳐나고 있는 복지담론 도한 인기영합적으로 여야가 앞다퉈 소모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유지의 비극과 일치한다.
눈 앞에 세계적 차원의 대공황이 몰아 닥침에도 『세금으로 이루어진 예산, 재정』이라는 목초지에 여야 정치인이 무계획, 인기영합적인 복지라는 소를 풀어 공공재(혈세)를 황폐화 시키고 있다.
이는 MB가 재정이라는 공유지를 마치 사유지처럼 토건을 풀어 황폐화 시킨 것과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사례이다.
대공황 시대에 맞는 국가재정, 조세의 개혁과 국민의 합의를 설득하고 장기적 비전을 갖추기 보다 보편적 복지라는 미명하에 보육, 무료급식, 반값등록금이라는 소들을 목초지의 풀(예산)의 양을 계산하지도 않은 채 풀어 황폐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7.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는 방법은 『이해당사자의 사회적 합의』나 『국가의 관여와 개입』이 중요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대공황에 따른 장기불황, 저성장, 고실업, 고령화 사회를 맞아 제한된 재원과 사회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지혜와 비전이 중요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는 공유지의 초지처럼 여야 각 정당이나 대선주자가 이를 소모적으로 낭비해 황폐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여야 정당이 대선주자를 선출하는 방법이나 대선과정 또한 사회적 자원을 낭비하거나 각자의 이해만을 노려 공적 문제에 침묵하는 양상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SNS 등의 선동이나 모바일 등에 의한 소수에 의한 다수대중 인식의 오도와 의사결정의 왜곡이 있어서도 안 된다.
『공유지의 비극』 문제를 교훈 삼아, 이번 대선에서 여야 정당, 대선주자 모두 사적인 이익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