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이 시작되기 전 새크라멘토 킹스가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 만한 전력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SI’지가 킹스가 우승한다는 예측을 내놓았지만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당한 부상으로 장기 결장이 불가피한 올스타 포워드 크리스 웨버 때문에 초반부터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란 예상은 신빙성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예측은 정확하게 빗나갔다. 28일(한국시간) 현재 30승12패, 승률 .714. 새크라멘토는 웨버가 없이도 승승장구했고 여전히 홈에서는 무적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될 수 있다. 시즌 초반 홈에서 경기가 너무나도 많았고 브래드 밀러의 가세가 큰 도움이 된 것일 수도 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새크라멘토가 리그 정상권에 오를 수 있도록 뒷받침이 된 제프 피트리 단장, 릭 애들먼 감독,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피트 캐릴 어시스턴트 코치다.
캐릴이라는 존재는 이미 농구계에서는 전설이다. 73세의 백발이 성성한 노장 캐릴은 1997년 농구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명장 중 명장이다. 특히 그가 창시한 프린스턴 모션 오펜스는 현대 농구에서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NBA만 보더라도 새크라멘토 킹스 외에도 뉴저지 네츠,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빅 3가 버티던 당시의 밀워키 벅스 등 여러 구단이 캐릴이 창안한 프린스턴 모션 오펜스를 구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만들어낸 프린스턴 모션 오펜스는 무엇일까? 프린스턴이란 말이 붙어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캐릴이 프린스턴 대학 감독으로 NCAA에서 위력을 떨친 모션 오펜스가 바로 프린스턴 모션 오펜스다. 프린스턴 대학은 공부로 따지면 하버드, 예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이비 리그의 명문 대학으로 운동선수에게 장학금을 따로 제공하고 있지 않아 선수를 리쿠르팅하는데 제한이 많을 수 밖에 없는 학교다. 게다가 다른 학생들과 동등하게 입학 전형을 치러야 하므로 프린스턴 대학 농구선수들은 SAT(미 수능시험) 성적도 전미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역으로 얘기하자면 수재들이 NCAA 무대에서 NBA를 꿈꾸는 수 많은 선수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캐릴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29시즌 동안 프린스턴 대학의 감독으로 역임하면서 승률 5할 이하를 단 한 시즌 밖에 기록하지 않았고 11차례 NCAA 토너먼트 진출, 13차례 컨퍼런스 우승, 14차례 전미 실점부분 1위를 기록해냈다. 캐릴은 또한 NBA와 ABA에 드래프트된 선수를 13명이나 배출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피트리 단장이다. 피트리 단장이야 NBA에서 신인왕도 차지했고 역사상 루키 시즌에 2,000득점을 돌파한 단 8명 중 하나며 1973년 NBA 1대1 대회에서 밥 맥카두와 게일 구드리치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으니까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또한 현재 NBA 감독 중에는 바이런 스캇(뉴저지 네츠에서 해고)과 에디 조던(워싱턴 위저즈)와 함께 일하며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NCAA 감독 중에도 노스웨스턴 대학의 빌 카모디, 프린스턴 대학의 존 톰슨 3세(TNT 해설위원 존 톰슨의 아들), 공군사관학교의 조 스캇, 컬럼비아 대학의 아몬드 힐 등이 캐릴의 밑에서 수련했다.
프린스턴 모션 오펜스을 소개하기 앞서 한가지 중요한 경기를 더 짚어보자. 1995년 NCAA 우승팀 UCLA는 1996년 NCAA 토너먼트 1라운드에서 프린스턴 대학을 만났다. 비록 전년도 우승의 주역 에드 오배넌, 조지 지덱, 타이어스 에드니가 졸업했지만 찰스 오배넌(198cm), 토비 베일리(196cm), JR 헨더슨(206cm), 젤라니 맥코이(208cm) 등 향후 NBA에 드래프트되는 쟁쟁한 선수들이 버티던 UCLA였다. 당시 프린스턴 대학의 센터는 1학년생인 스티브 구드리치(후에 NBA 입성)였지만 신장은 201cm에 불과했고 파워포워드인 크리스 도얄도 196cm, 스몰포워드 제이미 마스터글리오도 193cm로 높이면에서는 절대적인 열세였다. 하지만 철저한 수비와 지공으로 경기의 페이스는 프린스턴 대학이 원하는 대로 저득점 경기로 이어졌고 결국 3.8초를 남기고 프린스턴 모션 오펜스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백도어 플레이로 43-41로 승리했다.
그리고 이 경기와 현재 새크라멘토를 토대로 프린스턴 모션 오펜스에 대해 알아보자. 프린스턴 대학은 앞서 언급한 대로 우수한 농구선수를 리쿠르팅하는데 제한적일 수 밖에 없어 언제나 골밑은 열세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프린스턴 대학은 공격에서 골밑 공략은 신장에 열세인 센터와 파워포워드가 하는 것이 아니라 기동력있는 가드진과 스몰포워드에 의해 이뤄진다. 그리고 선수 전원이 백인이고 노력파인 프린스턴 대학의 장점은 3점슛으로 주로 오픈 기회를 찾아 던져 성공률 또한 높다.
이런 공격을 하기 위해서는 필요조건이 있다. 첫번째는 센터와 파워포워드 등 장신들은 중거리슛 능력과 패스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브래드 밀러, 블라디 디바츠, 크리스 웨버는 적합한 빅맨들이다. 장신 선수가 중거리슛 능력이 있으면 상대 빅맨들은 외곽으로 따라나올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로우포스트에는 빈 공간이 형성된다. 또한 빅맨들이 하이포스트와 외곽으로 올라오면 자연스럽게 스윙맨들에게 스크린을 할 기회가 생기게 된다.
두번째는 3점슛 능력과 공을 갖지 않았을 때 움직임이 좋은 가드와 스윙맨이 필요하다. 빅맨들이 외곽으로 올라와 만들어준 기회를 위크 사이드와 스트롱 사이드 구분 없이 컷인을 하면서 골밑을 공략한다. 물론 이들에게 3점슛이 오픈되면 과감하게 던지고 수비수가 붙을 경우 백도어를 하거나 빅맨에게 패스를 한 뒤 핸드오프 패스를 받아 기브앤고를 실행한다. 만약 오픈된 기회를 얻지 못하면 다시 패스를 통해 오픈 기회를 찾는다. 이 정도가 새크라멘토 농구의 기본이다. 물론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프린스턴 모션 오펜스의 기본적 원칙은 18가지에 달한다.
이런 스타일의 농구를 하기 때문에 밀러와 디박의 어시스트수치를 합하면 상대의 가드진을 압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수 밖에 없고 오픈 찬스에서 던지기 때문에 새크라멘토의 야투성공률은 높을 수 밖에 없다. 결국 새크라멘토는 프린스턴 모션 오펜스로 평균 104.9점(이하 28일 현재 기록)으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고 어시스트 1위(26.8개), 야투성공률 동률 1위(46.9%), 3점슛 성공률 1위(39.6%)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2003년 2월17일자 ‘SI’에 실렸던 짐 번슨(머스킹검 대학 감독)의 프린스턴 모션 오펜스의 기본 원칙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첫댓글 아 이렇게 세부적으로 나눠지는군요....제가 새크팬이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모션오펜스의 화려함이었는데 이렇게 복잡할줄이야 ㅎㅎㅎ;; 킹즈가 이 시스템으로 챔피언 먹기를...
백도어가 뭐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