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호루라기를 불어야 할 때입니다. 부패 행위 신고는 고질적인 사회병폐를 뿌리 뽑고 국가신인도를 높여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듭니다. 당신의 용기 있는 신고가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대구흥사단 지하 강당 <쾌재정>을 가득 메운 단우들을 향해 젊고 잘 생긴 한 분이 목에 힘을 주어 강의를 하고 있었다.
"요즘 삼성 출신의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 문제로 한창 시끄럽습니다만, 그 고발이 진실이고 공익에 부합하는 한 그 의미는 결코 훼손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대구까지 와서 열심히 강의하고 있는 분은 알고 보니 너무나 유명한 이지문 단우님이었다.
현재는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공익정보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이 분에 대해, 월례회 사회를 보고 있던 김상경 단우가 '1992년 이맘때쯤 현직 장교 신분으로서 군부재자 투표의 부정을 고발하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주인공인 이지문 중위가 바로 이 분입니다.'라고 소개하지 않았다면 아무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엄청난 용기가 필요할 정도로 큰일을 한 분이라면 표정도 강직하고, 우락부락하고 무서울 줄 알았는데, 서울 말씨에다 목소리도 부드럽고, 미소가 넘치는 호감 있는 얼굴을 대하고 나니 정말이지 너무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아직 내부고발자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문옥 감사관 사건 때도 그렇고, 제가 그랬을 때도 그렇습니다만, 이번의 김용철 변호사 고발 때도 그렇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오로지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에서 얼마나 많은 혜택을 누렸느냐, 즉 그 동안 100억 원이 넘는 돈을 연봉, 스톡옵션, 퇴직자 예우 등의 명목으로 다 받아먹고 이제야 고발하는 이중인격자다.’라고 하는 곳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 점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 하는데 손가락만 보는 격이죠."
아마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 사건에 대해, 장기적인 긍정적 효과는 인정하면서도 김 변호사가 그 동안 삼성의 혜택을 모두 누린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폭로의 순수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내부고발자들이 '현직'에서 내부고발을 감행, 결국 파면되고 온갖 소송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기피인물로 찍혀 재취업도 하지 못해 생활고를 겪는 것과 너무나 대비되기 때문에 이런 의심을 받고 있으리라.
오늘 모임이 도산 서거 70주년 기념 월례 세미나 강좌로 이루어진 것이기도 하지만 주제가 시기적절하고, 강사도 정말 멋진 분을 모셔 온 덕분에 강의를 듣고 있는 단우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60여 페이지 이상의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보여 주며, 내부고발의 정의, 역사적 흐름, 우리나라의 제도와 적용의 문제점, 그리고 외국의 사례까지, 정말이지 체계적으로 말씀을 해 주실 때는 딱딱한 주제와 달리 머리에 쏙쏙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모두들 느끼고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사례를 얘기할 때는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부끄럽기 한이 없었다.
"작년에 국제투명성 기구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점수가 5.1점으로 180개국 중 43위, 30개 OECD국가 중 25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작년 11월에는 뉴욕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가 '한국 사회에 부패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여전히 돈이 말한다.'라고까지 보도 했습니다. 우리 국민들도 이러한 부패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쳐지지 않은 것이 문제겠지요."
시간이 10분, 20분 흐르고 한 시간이 다 되어 가도 모두들 강의에 집중하고 있었다.
매월 하는 대구흥사단 세미나이지만 이렇게 열기 넘치게 경청하고 있는 분위기는 처음인 것 같았다.
강당을 가득 메운 열기가 대구흥사단 투명성 운동에도 바로 연결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았다.
물론 우리 대구 흥사단에서도 서울 본부처럼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가지고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짜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말이다.
서울 본부에서는 도산 안창호 선생님이 말씀하신 '거짓은 나라를 죽인 원수다. 내 평생 거짓말을 아니 하리라.'라는 뜻을 따라서 2001년에 투명사회운동본부를 창립하고 그 일에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 흥사단 본부에서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윤리강령실천 시민운동 및 교육, 그리고 토론회 개최 등을 합니다. 이런 점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죠. 그 동안 투명교육을 받고 사회에 배출된 인력만 해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내가 흥사단 활동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괜히 자랑스러워졌다.
강의가 끝나갈 무렵이 되니 이지문 강사님은 우리나라에서 내부 고발들이 왜 잘 이루어지지 않고 투명한 사회가 되기 힘드는가에 대한 문제점도 짚어 줬다.
"첫째, 조직 내부 비리 부정을 공익신고하는 것은 동료와 상사에 대한 배신이다 라는 인식이 강하고, 둘째, 내부공익 신고는 주로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 하는 사람이 하는 최후의 선택이다, 그리고 내부고발은 공익적일지 모르나 고자질, 밀고와 같은 것으로 우리의 전통적 가치에 반한다는 등의 장해가 많습니다. 그렇더라도 우리 흥사단은 이것들을 극복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앞장서야겠지요."
이지문 강사님은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감을 안타까워했고, 듣고 있는 우리 단우님들도 시간이 부족함을 많이 아쉬워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저녁도 먹어야 되고, 늦게까지 강의만 듣다가 바쁘신 강사님을 언제까지 대구에 붙잡아 둘 수도 없어서 한 시간을 훌쩍 넘긴 강의를 마쳐야 했다.
오늘 대구흥사단 월례 세미나는 도산 서거 70주년을 맞이하여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의문은 남는다. "김용철 변호사를 우리 흥사단 이름으로 의인으로 모시면서 포상이라도 해야 하는가?"
글 : 대구흥사단 수련분과위원회 위원장 김지욱
사진 : 3월 13일, 대구흥사단에서 진행된 "함께 만드는 흥사단 투명운동" 시민토론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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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19일 흥사단 웹진에서.
멋진욱 스크랩해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