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를 시작하며 결심했었다.
알바가 끝나고 나면 꼭 다녀오리라....올레를...
이번엔 정말 혼자 가보리라....예상외로 임박사가 흔쾌히 허락을 해주었다.
1박2일이라 생각했겠지만 내가 계획한건 2박3일...맘같아선 비행기티켓을 편도만 끊어서 가고싶었으나
그리말하면 그나마 허락한것도 취소하자고 덤빌게 뻔하니....그건 다음기회에^^
11시 50분 이스타항공
처음 타보는 이스타는 왠지 촌스럽고 답답한 느낌...돌아올때도 똑같은걸 타야하는건가?...진에어나 제주항공을 탈걸....
내 옆자리는 비었고 창가자리에 할머니가 혼자 타셨다....내내 말씀없이 고구마만 드셨는데 제주공항에서 나와 시내버스를 타려고 섰는데 할머니가 알은체를 하신다 "나랑 같이온 처녀네....왜 혼자왔어?"
혼자다니면 어른들은 나를 처녀나 아가씨라 불러주신다...고마운분들^^
수원에도 집이 있으시다는 할머니는 답답해서 제주에와 계시는게 더 맘이 편하시단다....할머니댁은 신창.
신창에 가본적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아무것도 없는델 뭐하러 왔었어?" 물으신다^^
무릉리곶자왈갔었어요....했더니 오늘 어디서 잘거냐 물으시더니 산방산탄산온천에 꼭 가보라 말씀하신다.
거기 탄산온천물이 보들보들하니 좋다고....잊지말고 꼭 가보라고....방값도 2만원밖에 안한다고^^
점심은 김포공항에서산 삼각김밥으로 때우고 터미널앞 관광정보센터에 들러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직원아가씨 무척 친절하다
여기저기 전화걸어 택시비도 알아봐주고 찾아가는 경로도 알아봐주었다.
원래 계획은 화순으로 가서 안덕계곡을 둘러보고 9코스 절반과 10코스 절반을 걸어 하루를 마감하려고 했었다.
버스에 올라 기사님께 물으니 화순에서 내려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안덕계곡으로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내 앞자리에 앉은 할아버지는 걱정이 되는지 내가 화순에서 내릴때까지도 안덕계곡 가려면 꼭 길을 건너서 타라고 신신당부를 하신다^^
할아버지가 하도 걱정을 해서 늦더라도 안덕계곡엔 꼭 가야할듯 싶었지만^^ 해가 일찍 지는걸 감안하면 안덕계곡은 포기하는게 낫지 싶었다.
팔랑팔랑 떠들며 지나가는 여중생들에게 10코스 시작점을 물으니 역시나 쾌활하게 길을 가르쳐준다...이녀석들도 무척 친절했다...제주에 내려 지금까지 시외버스터미널 창구여직원 빼고는 모두다 친절하다^^
몇달만에 다시만나는 올레표식^^ 그 표식옆에 처음엔 살짝 민망하였으나 이내 웃음짓게 만드는 의자^^
10코스는 바닷가 모래사장과 함께 시작한다.
10코스 거의 대부분이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이라 걷는게 좀 힘겹긴 하지만 산방산을 내내 앞에 두고 걷는 길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이미 시간은 3시를 넘어가고 있어서 코스에 들어섰을때 사람구경 하기는 힘들었다.
햇살도 서서히 사위어가고 있어서 혼자 걷는 길이 약간 쓸쓸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오랫만에 오롯이 혼자이지 않은가?
돌아가는 날까지 달달한 고독을 잘근잘근 씹어보자구~
참...혼자서 사진 잘도 찍는다....온갖 지형지물을 이용한 사진찍기^^
들국화 한송이를 꺽어 머리에 꽂고 걷고있는데 누군가 사진을 찍고 갔는지 꽃자리가 뭉개져있었다.
마침 삼각대 역할을 해줄 바위도 앞에 있기에 나도 그 뭉개진 자리에 들어가 사진을 찍어보았다.
무심한듯 피어있으나 누군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정원인듯....10코스는 그렇듯 아름다웠다.
사이타마 여행팀들에게 문자를 넣었다.
여기 너무 아름답다고 그래서 함께 걸으면 좋겠다고....함께 걸을날이 있으면 좋겠다.
산방산 용머리해안쪽에서 바라본 화순....내내 저 길을 걸어왔다.
사계리해안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레이지박스에 전화를 해서 가는길을 물으니 사계농협을 찾아오란다.
동네에 사람들이 있어야 길을 물어보지....도무지 사람이 안보인다....그래도 감으로 어슬렁 어슬렁 걷다보니 사계농협이 나온다^^
아침부터 애들 반찬해놓고 오느라 진을 빼버려서 그런지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너무나도 피곤했다.
레이지박스에 도착했을땐 거의 녹초가 다 되서 어여쁜 쥔의 말에 대꾸도 하기 힘든 지경이었다^^
배정받은 침대에 누워 잠깐 눈을 부치고 일어나 발을 질질 끌고 미향식당으로 밥을 먹으러갔다.
순두부 찌개를 시켰는데 반찬이 너무 화려하다....찌개에 들어있는 고기는 정말 두툼하고 야들야들 거리고 슴슴한 간장소스를 끼얹은 생선튀김은 바삭하니 향긋했다.
허겁지겁 말도없이 밥을 먹고있는데 아줌마가 회한접시를 또 갖다주신다...오늘 밥먹으로 온사람들 운이 좋단다.
모슬포앞바다에서 갓잡아온 생선이란다...아무때나 먹는거 아니라고 때를 잘 맞춰온거라 웃으신다^^
밥을 먹고나니 살것같았다.
슈퍼에 들러 맥주를 한캔 사들고 레이지박스로 돌아와 카페로 들어갔다.
달콤한 유자차를 한잔 시켜놓고 책꽂이를 기웃거리다 발견한 1Q84 2권을 들고 앉았다.
어여쁜 쥔이랑 책이야기를 살짝 나누고는 책에 몰입....1권을 읽고 아직 2권을 구입하지 않았었는데 이녀석이 이밤 내 친구가 되어주었다.
차를 다마시고 방으로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나서 같은 방 처녀가 앤이랑 전화 통화하는데 방해될까봐 책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분명히 신발은 10켤레가 넘게 있는듯하나 사람기척이 없는 고요한 숙소.
덕분에 조용히 책을 읽을수가 있었다....맥주한캔을 따고 걸으며 먹으려고 준비한 육포를 안주삼아 마시며 제주에서의 첫밤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수있었다.
첫댓글 임박사님이 누구길래 그분에게 허락을...
신랑입니다. ㅡ.ㅡ 집에선 그냥 애들 이름을 붙여부르는데 넷상에선 호칭을 이렇게 남처럼 부르고 있답니다^^
풍경도 좋지만 제주도는 일단 따뜻해 보이네요.... 요즘 너무 추워요 - -;;;
제주 올레 바닷바람이 장난 아닌데........
따스한 남쪽 제주의 풍광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