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서 돌아온 지 꽤 된 것 같은데 아직도 그곳에서 완벽히 돌아오지 못했다
일어나자마자 커튼을 젖히고 바라보던 바다와 부드러운 바람, 그리고 깨끗한 햇살.
출발하기 전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모여 서있는 우리를
사진작가 수준의 친구남편이 찍어준 사진부터 우리의 여행이 시작된 느낌이 든다
풋풋한 대학생으로 출발한 세 친구가 이젠 선글라스 없인 사진 찍는 걸 거부하는 중년 끝자락에 서 있으니
참 많은 시간이 흘렀다
매일 들락거리며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감했던 호텔 하얏트리젠시
처음 오션뷰가 없는, 바다에서 한블럭 더 떨어진 와이키키 리조트 호텔을 제안받았었다
하지만 우린
꽤 많은 비용을 더 지불하고 하얏트리젠시 호텔 오션뷰로 선택했다
과감한 결정으로 지갑은 얇아졌지만 이 호텔이 주는 시너지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새벽, 한낮, 해질녘, 한밤중 모두 다른 빛깔로 우릴 감탄시켰다
매번, 우리 오션뷰로 바꾸길 정말 잘했어 라며 노래하듯 읊어댔다
하와이엔 일본인들이 무척 많이 거주한다고 하는데 실제 조식당 등에서도 일본인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내가 어느 여행지에서건 부러워했던 부분은 며칠 머무는 여행이 아닌 긴 시간 머물며 여유롭게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 호텔에도 꽤 여러가지 강습프로그램이 있는 걸로 아는데 아마도 하와이의 춤 훌라댄스가 빠질 수 없을게다
어느 날 저녁 예약해 둔 '락어훌라 디너쇼'에 참석하기 위해 호텔을 나서는데
호텔로비 중정의 햇살 쏟아지는 공간에서 일본인 여성들이 훌라댄스 공연을 하고 있다
제법 악기 연주하는 밴드까지 동원된 댄스공연이다
짐작건대 이 호텔 강습프로그램에서 익힌 훌라댄스를 발표회 형식으로 공연하는 듯했다
다소 부끄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래도 열심히 배웠으니 관중 앞에서 내 춤솜씨를 자랑해야지 하는 듯한 표정으로 몰입한다
이 모습이 참 보기 좋고 부러웠다
한달 살기로 왔다면 충분히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춤뿐만이 아니라 서핑도 배우면 웬만큼 가까운 바다에선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올해 배운 기량으로 내년엔 더 멀리까지 나가 파도를 타고.....
나에겐 꿈같은 일이네.
디너쇼를 즐기러 간 '로열 하와이언 시어터'의 노천극장에서도 미니공연이 열리고 있다
오다가다 자연스레 이끌려 앉아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 모습이 여유 있어 보인다
금방 마그마가 치솟을 것만 같은 빅아일랜드(하와이섬)로의 여행은 이번 여행의 백미라고 볼 수 있다
크루즈, 쇼관람, 스노클링 등은 여행의 맛을 업그레이드 시켜준 소스 같은 역할을 해 주었다
모든 경험 다 소중하다
풋풋한 대학생 때 만나 이제 중년을 훌쩍 넘긴 우리 세 여인에게 삶의 아름다운 페이지를 만들어준 여행이었다
모두 고맙다
우리 새 여행지 얼른 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