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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16
1. 시청앞 발도장 앞 (낮)
중아의 발도장 위에 올라서는 한 어린아이의 발. C.U.
발도장 찍던 어른 중아와 같은 옷차림의 여섯 살 중아가 발도장 위에 서 있다.
자신의 발을 보며 미소짓는다.
1회의 어른 중아의 모습 여섯 살 중아와 플레쉬된다.
발도장에서 내려서며 걸어가는 여섯 살 중아.
재석E 어린중아는... 세상을 떠돕니다.
2. 부부의원-치료실 (낮)
배부른 중아가 치료용 키트를 들고 한 켠을 바라보고 있다.
중아의 시선에 여섯 살 중아가 어른 중아를 보며 서 있다.
여섯 살 중아. 어른 중아에게 해맑은 미소를 보낸다.
어른 중아도 어린 중아에게 활짝 미소를 짓는다.
이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병란.
고개 돌리는 중아.
그러다 다시 여섯 살 중아가 선 곳을 보면 어린 중아는 없다.
중아, 미소를 머금고 병란을 향해 돌아선다.
병란 왜 실실대?
중아 (계속 실실대며) 내가 너무 귀여워서요.
병란 또 시작됐다, 잘난 병. (그리곤 약통을 준다.)
중아 뭐 하라구요?
병란 비타민. ...넌 육식을 좋아해서, 이런 거 먹어야 돼.
중아 (약통을 받아 들며) 사약 아니죠, 선생님?
병란 (고개를 돌리며) 아, 혈압 올라. (그리곤 중아가 받은 약통으로 손을 뻗으며) 내 놔.
중아 (뒤로 숨기며) 그러니까 평소에 잘하세요. 이런 걸루 생색내지 말구... (그리곤 혀를 내밀곤 밖으로 나간다.)
병란 ...(물끄러미 중아가 나간 문을 보며 원망어린 눈빛) ...오늘은 내 동생 삼자 그럴라 그랬는데... 그러면 감동받을 줄 알았는데... 쌀쌀맞은 기집애. 안해, 안해. 저런 성격은 딱 혼자 살아야 돼. 아주 그냥, 말년을 외롭게...
3. 병실 복도 (낮)
뜨개 바구니를 들고 복도를 걸어가는 중아.
중아의 뒤에서 수술복 차림으로 다가오는 동석.
동석 이중아.
중아 네.
동석 안 심심하냐? 요즘은 시키는 것두 안하구 병원에서 그냥 빈둥대드라.
중아 바빠요. 아가 강국 교육시키느라...
동석 무슨 교육?
중아 사람들 구경시켜요.
동석 구경시켜서 뭐하게? 후진 인간들.
중아 선생님 뱃살보다 안 후져요.
동석 (중아 옆에 바짝 서며) 이중아.
중아 네.
동석 우리 배싸움이나 한번 해보까? 너 배 나온 김에?
중아 내 배에 병균 묻어요. 절루 가세요.
동석 (가려다 말고) 근데, 니 애기, 딸이라며?
중아 네.
동석 근데, 왜 애기 강국이냐? 애기 중아지?
중아 내가... 강국한테 해준 것두 없구, 그래서... 내가 가진 것 중에 젤 괜찮은 게 (배를 가리키며) 얘 거든요. 강국에 대한 선물용으루... 상징적 의미루...
동석 그럼 걔 태어나두 강국이야?
중아 네.
동석 딸한테 원망깨나 듣겠다, 너두... (그리곤 수술실로 간다.)
중아 이름이 어때서? 재복이가 지어준 이름인데... (배를 보며) 원망하지 마라? 나 섭섭하다, 그러면?
4. 대기실 (낮)
사람들로 붐비는 대기실 의자에 앉아서 초록 목도리를 풀어 또아리를 만드는 중아.
이내 다 풀었다.
그리곤 처음으로 매듭을 만들기 시작한다.
중아 예쁜 양말 만들어 줄게, 아가야. ...넌, 사람들 이야기, 귀 기울여 들어 봐. 재미나게...
붐비는 사람들 틈에서 뜨개질을 하는 중아.
재석E 떠돌이 중아가...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젠, 세상을 떠도는 대신, 사람들 마음 속을 여행합니다. 뱃 속의 어린 딸과 함께...
5. 경호회사 - 체력 단련실 (낮)
여섯 살 강국이 태권도 기본 동작을 깜찍하게 선보인다.
어른 강국의 경호장면과 교차 플래시.
어린 강국의 마지막 기합소리 “얍”
역시 태권도 복을 입은 어른 국이 미소를 지으며 여섯 살 강국을 바라본다.
강국, 여섯 살 강국을 향해 걸어가서 주먹을 바로 잡아준다.
재석E 어린 국은 ...세상 속에서 당당합니다.
이때, 체력 단련실 문이 열리며 훈련생들이 우르르 들어온다.
문쪽을 보던 국이 다시 여섯 살 강국에게 눈을 돌리면 여섯 살 강국이 없다.
회상을 하듯 살폿한 미소를 짓는 국.
국 앞으로 모여서는 훈련생들을 향해 지도를 하기 시작하는 국.
미소는 간 곳 없고 절도있는 표정으로 훈련생들을 지도한다.
6. 법원 (낮)
초췌한 박사장을 경호하는 국.
박사장을 향해 후레쉬를 터뜨리고 마이크를 터뜨리는 기자들.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들...
부도, 뇌물건, 도피처 등과 관련해서...
그들을 헤치고 박사장의 얼굴을 막아주며 길을 뚫는 국.
방송 카메라를 손으로 막으면, 한켠에서 국의 어깨로 밀고 들어오는 다른 카메라.
인상을 쓰는 강국의 향해 터지는 스틸 컷.
7. 엘리베이터 안 (낮)
초췌한 모습의 박사장과 그 뒤로 서 있는 검사들.
8. 복도 (낮)
검사들과 걸어가던 박사장.
박사장 화장실 좀 갈게요.
검사 네. (그리곤 안내를 한다.)
국 (검사의 손짓에 따라 박사장을 수행한다.)
9. 화장실 앞 (낮)
화장실 앞에 서 있는 국.
세면대의 물소리가 들린다.
박사장E 국아.
국 네, 사장님.
화장실 안으로 들어간다.
10. 화장실 안 (낮)
세면대 물을 틀어 놓은 채 넋을 놓고 있는 박사장.
국이 다가온다.
국 네. 사장님.
박사장 나, 무섭다.
국 ...
박사장 난 왜 이릏케 겁이 많으냐?
국 몇 시간 조사받구 나오시면 된답니다.
박사장 ...
국 ...
박사장 쪽팔려서 어뜩케 사냐?
국 그래두 사장님은... 먹구 살 돈 있으시잖아요.
박사장 니가 그걸 어뜩케 아냐?
국 저 호텔 일 잘 알아요, 사장님. 그리구... 이거... (주머니에서 사진을 꺼낸다. 이지연의 사진이다.)
박사장 (국을 본다.)
국 딴 사람들이 볼까봐, 제가 가지구 있었어요.
박사장 (회한에 젖듯 물끄러미 사진을 보다가 국에게 도로 주며) 니가 알아서 태워라. ...가자, 조사 받으러...
국 (사진을 받아들며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11. 복도 (낮)
앞서 걷는 박사장 뒤로 국이 따른다.
국,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던 사진을 다시 박사장의 주머니에 넣어준다.
박사장, 힐끔 국을 보곤,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걷는다.
복도 창으로 들어오는 태양이 걷는 둘의 모습을 역광으로 비추인다.
재석E 그림처럼 자란 국은 당당하지 못합니다. 세상이 그림같지 않듯이, 그 속의 국도 그림 같지 않습니다. ...이제 국은... 당당한 마음 대신에, 소중한 마음을 담습니다. ...버려질 사진 한 장을, 끝내 들이밀면서...
12. 방송국-리딩실 (낮)
리딩실 구석에 앉아 이쁜이 왕관을 만지고 있는 여섯 살 시연.
1회의 시연의 에로 촬영장의 가발 머리 장면들. (혹은 에로 비디오 자켓 사진)의 플래쉬 컷.
여섯 살 시연을 바라보는 어른 시연의 애틋한 눈빛. 손에서 낱장 대본이 들려있다.
여섯 살 시연을 향해 다가오면, 여섯 살 시연이 어른 시연에게 왕관을 내민다.
왕관을 받아 여섯 살 시연의 머리에 왕관을 얹어주며 미소를 짓는다.
재석E 어린 시연은... 세상에 빛나려 합니다.
열리는 문.
돌아보는 시연. 감독과 조감독. (예전 리딩때, 그들 앞에서 대본도 못 읽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시연의 매니져가 들어온다.
다시 눈길을 돌리면 아이는 없고, 제 손에 들려 있는 낱장 대본이 구석에 떨어져있다.
감독 많이 기다렸어요?
시연 아니요, 감독님.
감독 ...하두 부탁해서 리딩은 한번 보겠지만... 배역은 거진 다 정해졌어요, 한시연씨. 큰 기대는 하지 마요. 미리 당부했어요, 나?
시연 네. 감독님.
매니져 시연이가 감독님 꺼면 뭐래두 하겠다 그러니까, 한번 이쁘게 봐주세요.
감독 이쁘기야 이쁘죠.
매니져 (감독에게) 음료수 뭐 드세요? 감독님?
감독 아니요. 바로 들어가죠.
매니져 (시연을 보며) 하구 있어. 음료수 뽑아 올게. (그리곤 나간다.)
시연 (고개를 끄덕. 그리곤 대본을 본다.)
조감독 또, 도망가지 마요, 한시연씨?
시연 (조감독을 보며 부끄럽게 미소)네.
감독 (대본을 들어본다.)
시연 (긴장한 듯 침을 꼴깍 삼킨다. 그리곤 대본을 읽는다. “위풍당당 그녀”의 한 장면을 발췌. 슬픈 장면으로... 배두나 사투리 연기)
시연, 어색한 사투리 연기.
감독과 조감독이 둘만의 눈빛으로 실망스런 표정을 짓는다.
어색한 듯 읽어대는 사투리 연기.
그러나, 한참을 대사를 읽어 내려가던 시연의 눈에서 눈물 한방울이 떨어진다.
연기에 몰입을 해서인지, 새롭게 용기내어 연기에 임하는 자신의 처지가 남달라서인지... 시연조차 알 수 없다.
눈물 지으며, 연기하는 시연을 벙찐 듯 바라보는 감독과 조감독.
이내, 자신들의 실망감을 거두고 대본을 바라본다.
13. 방송국 드라마국 로비 (낮)
로비에 앉아 대본을 들고 오고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연.
긴장된 눈빛이 역력하다.
이때, 매니져가 걸어온다.
시연 옆에 앉으며 음료수를 내민다.
시연 뭐래요?
매니져 (고개를 가로젓는다.)
시연 (얕은 한숨을 토한다.)
매니져 노력은 가상한데, 너무 버겁대. 발성두 어색하구...
시연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발끝을 자신없이 안쪽으로 오무린다.)
매니져 (일어서며) 화보 스케줄 잡혔으니까, 마사지 빼먹지 마라? 나, 감독님들한테 인사 좀 하구 올게.
시연 (풀이 죽어서는 고개를 끄덕인다.) 네.
매니져 (가려다 말고) 아, 근데... 되게 인상적이었대. ...뭉클한 뭐가 있다 그러드라? (그리곤 걸어간다.)
시연 (걸어가는 매니져의 뒷모습을 멍청히 바라보며 궁시렁) 뭉클한 뭐가, 뭐냐? 도대체가 감독이란 것들은 말을 정확히 안해. (인상을 쓰며) 뭉클한 뭐가, 도대체 뭔질 알아야, 뭉클한 뭘 계속 개발하지, 씨. (그리곤 꼬깃꼬깃 접힌 대본을 펼쳐 본다.)
오고가는 사람들 틈에서 대본을 들고 되내어 보는 시연.
재석E 에로천사 시연은 아직도 빛나려 합니다. ...세상 속에서 빛날 수는 없지만, 그녀의 눈물방울은 빛처럼 반짝입니다. ...구겨진 대본을 제 눈 속에 담으면서...
14. 시골 마을 보건소 앞 (낮)
재복의 스쿠터 위에 앉아 있는 여섯 살 재복.
재복의 커다란 헬맷을 쓴다.
주차장에서 헬맷을 벗던 재복의 모습 플레쉬.
헬맷을 쓰던 여섯 살 재복의 머리에서 헬맷이 벗겨져 바닥을 뒹군다.
바닥으로 손을 뻗는 여섯 살 재복.
횡단보도에서 던져진 동전을 받으려던 어른 재복 플레쉬.
바닥으로 떨어지는 여섯 살 재복. 바지위에 흙먼지가 묻어나고 무릎이 까진다.
스쿠터 너머 여섯 살 재복을 바라보고 선 어른 재복.
절뚝거리는 다리를 끌고 와서 여섯 살 재복 앞에 쪼그리고 앉는다.
여섯 살 재복의 무릎에 중아의 손수건을 곱게 묶어준다.
그리곤 일으켜 세운다.
바지에 묻은 먼지를 털며, 재복의 볼을 잡아당긴다. 미소지으며...
멀리 달아나는 여섯 살 재복.
달아나는 여섯 살 재복을 씁쓸하게 바라보는 어른 재복.
재석E 어린 재복은... 세상에 등 돌립니다.
이때, 왕진 가방을 들고 보건소 문을 열고 나오는 간호사.
간호사를 보던 재복이 이미 사라진 재복쪽으로 눈을 돌리곤, 이내 바닥에 떨어진 헬맷과 중아의 손수건을 주워든다.
재복 (헬맷은 간호사에게 주고 중아의 손수건을 손목에 묶으며) 오늘은 김막동 할머니 집만 가면 돼, 언니?
간호사 (스쿠터 뒤쪽으로 올라타며) 왕진하는 김에 두세군데, 더 들려서 올라구요.
재복 (앞쪽에 앉으며) 두세군데, 어디? 춘자언니?
간호사 (짜증) 아, 진짜. ...춘자언니라 그리지 말랬죠?
재복 왜에? 나랑 어울리잖아. 재복이와 춘자.
간호사 (도도하게) 껄떡대지 마요. 나 애인 있어요.
재복 (씩 웃으며) 난, 남의 애인 잘 뺏는데... 내 특긴데...
간호사 아으 옷이나 발아 입어요. 냄새 나.
재복 향수 뿌린거야. 냄새가 아니라, 향기.
간호사 (재복의 등짝을 치며 짜증스레) 아, 오라이...
미소짓는 재복. 스쿠터가 출발한다.
15. 시골길 (낮)
시골마을을 달리는 재복의 스쿠터. L.S.
재복E 언니. 노래 불러주까?
간호사E 싫어요.
재복E 불러주께... (노랫소리. 역시나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다.) 울고 있는 너의...
간호사E (긴장된 목소리로) 아, 춤까지 추면 어뜩해요? 넘어져.
재복E (게의치 않고 노래를 부른다.)
간호사E 어어? 넘어져, 넘어져.
멀리서 스쿠터가 넘어진다.
16. 보건소 안 (밤)
다친 무릎을 중아의 손수건으로 동여맨 재복이 여전히 비의 노래를 부르며 대걸레로 청소를 하고 있다.
의사 (퇴근 복장으로) 재복씨. ...(책상 옆 창문을 가리키며) 청소 끝나면 조기 창문 꼭 닫구 가요. 맨날 열어 놓구 가드라, 그 창문은?
재복 (의사에게 꾸벅 인사를 하며) 네, 선생님.
의사 공짜루 일해주는데, 잔소리까지 해서 미안하긴 하다, 내가...
재복 (미소) 밥 사주시잖아요.
의사 그래. 내일 봐요.
재복 네.
의사가 가자 대강 정리를 마치곤 의사가 닫아 두었던 그 창문을 연다.
자신의 가방을 들고 가서 의사의 자리에 앉는다. 그리곤 스탠드 불을 켠다.
가방 속에서 중아가 주었던 정형외과 책과 국어사전, 영어사전을 펼친다.
펼쳐진 외과학 책엔 꼼꼼히 줄이 쳐져 있고, 포스트잇으로 붙인 단어 설명들이 쓰여져 있다.
연필을 들고 꼼꼼히 책을 보는 재복.
재복 (그리곤 가만히) 중아야. ...나, 의사 되려나 봐. ...책이 너무 재밌다. 눈물이 난다. (애잔한 미소)
동그란 스탠드 불빛 속에서 사전을 찾아가며 열심히 공부하는 재복.
재석E 절뚝이며 걷는 재복이 세상밖에서 살아갑니다. ...절망을 향해 달렸던 세상 밖에서, ...희망은 더욱 간절하고 아름답습니다. 이제... 세상을 등지고, 세상 속에서 삽니다. 중아의 책 한권을 두 손에 움켜 쥐고서...
17. 부자의 집 (밤)
거실에서 닭백숙을 먹고 있는 중아. 젓가락으로 고기를 뜯어 먹는다.
부자가 물잔과 물통을 들고 와 중아곁에 앉는다.
부자 (젓가락으로 고기를 뜯는 중아의 닭다리를 손으로 잡아, 고기를 뜯어 그릇에 올린다.)
중아 (물끄러미 부자를 본다.)
부자 (의아한 눈으로) 왜? 드러워?
중아 안 뜨거우세요?
부자 (씩 웃는다.) 굳은 살이 하두 박혀서, ...손바닥이 갑옷같애. 총알두 막겠어, 내 손바닥으루...
중아 (씩 웃는다.) 내 손두 그랬으면 좋았겠다. 그랬으면... ...나쁜 일두 막구... (그리곤 삼계탕을 먹는다.)
부자 (중아를 보며) 맛나?
중아 네.
부자 아가는 잘 놀아?
중아 네.
부자 (중아의 배를 만져본다.)
중아 (부자를 본다.)
부자 ...(그러다가) 배가 이렇게 안나왔을까?
중아 그러게요. 아가가 작으려나봐요.
부자 괜찮아. 나, 정아 가졌을때두... 배 안나왔어. 근데... 이렇게 컸잖아.
중아 (물끄러미 부자를 본다.)
부자 (당황하며) 아참. 내가... 또 헷갈렸네. 자꾸 정아루 착각하네, 요즘은?
중아 ...(말없이 고기를 먹는다.)
부자 (물끄러미 중아를 보다가 어렵게) 다시... 엄마 될까?
중아 (부자를 본다.)
부자 (긴장된 표정으로 중아를 본다.)
중아 아니요.
부자 ...
중아 가족놀이.. 안할래요, 아주머니.
부자 ...(당황하며) 미안해, 아가씨. ...그냥, 난... 아가씨가 혼자서 애 낳구, 애 기르구 그러는 것두 안됐구.
중아 혼자 애 안 낳아요. 강국이 와서 애기 낳는 거 도와 줄거구, 아가 기를 때두 도움 받아야 돼요, 강국한테...
부자 그러다 신랑 재혼하면?
중아 그럼, 그때는 아주머니가 도와주세요. ...엄마 아니면, 안도와 주시나요?
부자 (정색을 하며) 아니야. 도와 줄거야. 하는 일두 없는데, 뭐.
중아 (그리곤 물을 마신다. 물을 마시며 부자를 본다.)
부자 (표정이 아쉽다.)
중아 (물잔을 비우며) ...섭섭하세요?
부자 (쓸쓸하게) 아니, 그냥... 마음이 적적하네. ...이렇게 또 혼자되니까... 그리구 다시 아가씨랑 정 붙이니까...
중아 (물끄러미 부자를 바라보다가 부자의 손을 잡는다.) 제가... 아주머니의 딸이 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재복이 올때까지... 아주머니 지켜 드릴께요. 외롭지 않게... 이재복, ...나 믿구 도망간 거 같애요. 비겁한 놈. (욕한 자신이 웃긴 듯 미소짓는다.)
부자 ...(중아를 본다. 눈물이 글썽인다.)
중아 ...
부자 (어렵게) ...미안했어, 아가씨.
중아 ...(흔들리는 눈으로 부자를 본다.)
부자 그리구... 꼭 하구 싶은 말이 있었어.
중아 ...
부자 나... (눈물이 흐른다.) 나쁜 사람은 아니야.
중아 (애처로운 듯 부자를 본다.)
부자 ...(눈물을 닦는다.)
중아 아주머니.
부자 응.
중아 안아 드릴까요?
부자, 조용히 중아의 품에 안긴다.
부자를 가슴에 안은 중아.
부자, 참았던 흐느낌을 토한다.
지난날 대문 앞에서 중아가 부자의 품에 안겨 소리내 울 듯, 부자가 중아의 품에서 운다.
중아 (낮게) 알아요.
부자의 등을 어루만지는 중아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거실 한켠에 놓인 성만의 사진이 두 여자의 모습을 지켜본다.
18. 경호회사 (밤)
스케줄 정리를 하는 국 옆에 양숙이 앉아서 노려보고 있다.
(대사 호흡 빨리 가져가세요. 말꼬리 자르면서...)
양숙 그래서... 배신까구, 강사하겠다구?
국 그냥, 생각중이라구...
양숙 우리 회사가 얼마나 어려운 줄 알어. 지금?
국 그르니까, 내가 도망갈라 그러지.
양숙 어려울때, 그러면 안되지이. 우리 사이에에. (갑자기 팔짱을 낀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없으면 안돼. 응? 응? 응?
기웅 (갑자기 씩씩하게 나타나서 인상을 쓴다. 터프한 말투로) 양숙이 너, 뭐하냐?
양숙 (화들짝 놀라서 팔짱을 빼고 일어선다.) 뭐?
기웅 (국을 보며 인상을 긁는다.) 형 그러면 안돼.
국 뭐?
기웅 내 약혼녀하구 팔짱끼구...
국 (억울한 듯) 아, 양숙이 얘가...
기웅 (버럭) 양숙이가 뭐야? 내 약혼녀한테?
국 아, 양숙이가 자꾸 들러 붙어서...
기웅 (의심의 눈초리로) 양숙이가 들러 붙는 걸, 형이 즐기는 건 아냐? 그리구 넌 왜 형한테 들러붙어?
양숙 아, 비즈니스...
기웅 비즈니스는 무슨 얼어죽을... (양숙을 터프하게 끌어당기며) 넌 일루와. (국을 보며) 형이 잘해. 얜 폭탄이니까...
국 (어이없는 듯) 양숙아. ...쟤 의처증있다. 치료해서 델구 살아라.
양숙 (기웅을 보며) 근데... 난 얘가 터프하게 구는게 좋아. (기웅의 볼을 잡아당기며 씩 웃는다.) 짜릿해.
기웅 (양숙의 허리를 낚아채며 씩 웃는다.) 짜식.
국 (일어서며) 아우, 구역질 나.
중아E 국아.
국 (고개를 들면 문 앞에 중아가 있다. 미소. 일어서며) 응. 나 일 끝났어.
책상 밑에 놓여진 쇼핑백을 들고 중아와 함께 나가는 국.
남겨진 기웅과 양숙.
여전히 기웅의 팔에 허리를 감긴채, 교태어린 눈으로 기웅을 보는 양숙. 곁눈으로 웃으며 양숙을 보는 기웅.
양숙 (갑자기 토할 듯 얼굴을 돌리며) 아우, 그래두 토할 것 같애, 얼굴만 보면...
19. 대학로 (밤)
중아와 국이 대학로 초상화 거리 벤취에 앉아잇다.
국, 자신의 무릎 위에 신생아용 옷과 준비물들을 올려 놓고 중아에게 보인다.
국 이정도면 준비는 다 되는 거래.
중아 뭐가 이릏케 많으냐?
국 다 갖추면 이거 두배는 된다드라.
중아 장난 아니다. 진짜 돈 없으면 아기두 못키우겠다.
국 (중아를 보며 나무라듯) 돈 없어두 아기는 키워야지.
중아 (입을 닫으며 못마땅한 듯) 나두 그렇게 생각한다. 재섭다, 강국.
국 애가 아주, 말두 나쁜 말만 하구... 점점 실없어지구...
중아 (쌕 웃으며 국의 무릎에 있는 아가의 면 양말을 들어본다.) 헤. 양말 봐. (두 손가락에 양말을 끼우곤 좋아라 미소짓는다.
국 (그런 중아를 보며) 너 혼자 못 살줄 알았다, 난.
중아 (국을 본다.)
국 ...아닌가? 내가 너 혼자 못살길 바랬나?
중아 (진지한 눈빛으로) 혼자 사는 사람이 어딨냐, 국아?
국 ...
중아 혼자 골방에 갖혀서두... 사람들과 산다. 내 몸속에 사람들이 산다. 어떤 사람은 머리 속에 있구, 어떤 사람은 눈에, 귀에, 손에, 발에... ...그리구 심장에, 그리구 뱃속에... 내 몸은 지군가봐. ...아가 강국, 안 심심해, 그래서...
국 ...머리에 집짓구 사는 놈은... 아직 연락 없냐?
중아 (가볍게) 걔 이사갔다.
국 얼루?
중아 내 몸에서 쫓아 보냈다, 걘.
국 왜? 정 떨어졌어?
중아 (미소) 이재복 생각하지 않을래. ...이재복 눈 앞에 오면, ...그냥 웃을래. ...생각 때문에 지칠까봐. 생각 않구, 그냥 웃구 있을래.
국 ...(물끄러미 중아를 본다.)
중아 (국을 보며) 얄밉나?
국 응.
중아 대신... 머리에 너 넣었다. ...그러니까, 나 머리 안 아프게... (애잔해진다. 그리곤 시선을 피한다. 눈가가 젖어온다.) ...그래두.. 아직두... 아마 계속... 미안하다, 강국.
국 (애틋하게 중아을 본다.)
중아 (여전히 고개를 돌린 채) ...그리구... 고마웠다, 강국.
국 (중아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중아야.
중아 ...
국 난... 널 존경해.
마주보는 둘.
눈물 젖은 중아가 방긋 국을 보며 미소짓는다.
국도 화사한 미소로 중아를 본다.
중아 (가방에서 분홍색 목도리를 꺼내 국에게 둘러준다.) 겨울 온다. 국아. 따뜻하게 보내라.
중아가 둘러준 목도리를 손으로 소중히 만진다.
어여쁜 조각상처럼 서로를 마주보며 미소짓는 둘의 모습. F.S.
20. 시연네 집 (밤)
시연이 소파에 누워서 아직도 구겨진 대본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휑한 거실.
갑자기 대본을 거두고는 넗은 거실을 본다.
시연 집이 넓으니까... 인간들 마주칠 일이 없네. (그리곤 다시 대본을 본다.)
시채 (주방에서 샐러드 접시에 샐러드를 들고 나온다.)
시연 시채야.
시채 응.
시연 그거 뭐냐?
시채 유기농 야채 샐러드. 배달 받아 먹잖아.
시연 같이 먹자.
시채 채팅하다 나왔어, 나. (그리곤 제 방으로 들어간다.)
시해 (디카를 들고 방에서 나온다. 그리곤 시연의 발에 찍는다.)
시연 뭐하냐?
시해 싸이에 올릴라구.
시연 싸이? 가수?
시해 아우, 무식해. 한시연 발가락 이렇게 올리면 애들 많이 들어 올거야. (제 방으로 들어간다.)
시민 (제 방에서 나온다.)
시연 시민아, 엄마 뭐하냐?
시민 (시계를 본다.) 반신욕 할 시간이네, 엄마.
시연 이 시간엔 그거 해?
시민 응. 반신욕하구 나서 장난 아니래, 피부가...
시연 뭐, 달라진것두 없두만.
시민 뭐, 나쁘기야 할라구? (그리곤 창문을 향해 가부좌를 틀고 앉는다.)
시연 뭐해?
시민 요가.
시연 (일어나 앉으며) 아주, 펭귄떼들이 웰빙떼들루 변했네.
시민 시류에 따라야지. 순순히... (그리곤 자세를 잡는다. 시연과 시연모 대화하는 동안 요가의 여러자세를 뒤쪽에서 행하세요)
시연모 (머리에 수건을 감은채 욕실에서 나온다.) 시연아. 녹즙 한잔 줄까? 나 먹을건데?
시연 엄마.
시연모 응.
시연 일루 와 봐.
시연모 (다가온다.)
시연 (시연모의 얼굴을 만져본다.)
시연모 왜 그래?
시연 (픽 웃으며) 뭐 똑같구만.
시연모 (인상을 쓰며) 그럼 벌써 효과가 나니? 그리구, 반신욕만으루 안되지이. 이것 저것 다해야 피부두 좋아지구, 건강두 좋아지구 그러지. 아, 근데... 이쪽으루 너무 신경을 쓰니까, 스트레스가 쌓여. ...뭐가 뭔지 모르겠어. 꾸준히 하면 스트레스 없어지겠지?
시연 왜 그렇게 신경을 써? 건강했잖아.
시연모 ...(갑자기 고민하는 눈빛으로) 그르게에? 내가 왜 이러지? ...잘 사니까, 자꾸 웰빙쪽으루 쏠리네? 이건 무슨 심리야?
시연 (갑자기 우울하다) 괜찮아. 남들 다 하는 거, 할 만큼 다해. 나중에 망해두 원없게...
시연모 (시연을 보며) 시연아.
시연 응.
시연모 ...불안하니?
시연 응.
시연모 (갑자기 애잔한 마음이 든다.) 그럴거야. ...(한동안 말이 없다.) 일루 내려와. 엄마가 안마해 주께.
시연 (시연모 앞에 앉는다.)
시연모 (시연의 어깨를 정성껏 주물러 준다.) ...우리 땜에 애쓰지 마.
시연 ...
시연모 우리 같은 것들은, 돈 갖다 주면, 땡잡았다 하구 그냥 받아 쳐먹어. ...근데, 돈 없다구 니가 손 털면... 이젠 개털루 살아야겠네? 대충? 그러면서 살어. 있는데루 살듯이, 없는데루 살어. 애쓰지 마. ...우리땜에 애쓰지 말구, 니가 꿈꾼 거 알아서 가. ...우린 해줄게 없으니까, 니가 알아서... 끝두 없이 쳐맥일 생각 말구...
시연 (감동 먹었다. 입가에 미소가 돈다.) ...결정적일때 아쌀해, 우리 엄마. 먹여 살릴 맛이 나.
시연모 (인상을 쓰며) 내가 그거라두 안되면, 얘, 너무 속물이지.
시연 (낄낄 웃는다.)
시연부/시경 (안방에서 낚시 복장으로 나온다.)
시연모 (물끄러미 시연부를 본다.) 또 밤낚시야?
시연부 응.
시연모 시경인 뭐야?
시경 나두 같이 갈라구.
시연모 이 밤에 어린애가 어딜가?
시연부 내가 있는데, 뭐. 갔다 올게. (그리곤 나간다.)
시연모 (인상을 쓰며) 아으, 뒷골땡겨. 저 두 마리만 보면...
시연방에서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
시연이 방으로 들어간다.
일어서서 주방으로 가려다가 뒤쪽에서 요가자세를 취하고 있는 시민을 물끄러미 본다.
그러더니, 요상한 시민의 자세를 따라한다.
21. 아파트 앞 (밤)
목도리를 한 국이 벤취 앞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다.
시연이 쇼핑백을 들고 달려온다.
서로를 보며 미소짓는다.
시연 헤. (그냥 좋아라 웃는다.)
국 (웃는다) 내가 그릏케 좋아요?
시연 네.
국 아, 나 참. (좋아라 웃는다.)
시연 에유, 좋다니까, 좋아가지구...
국 좋다니까 좋은게 아니라, 좋다구 웃구 그러니까, 나두 웃기구 그래서...
시연 아, 앉아봐요. (그리곤 벤취에 앉는다. 목도리를 보며) 되게 추운가 부다.
국 네. (미소 지으며 시연옆에 앉는다.)
시연 (쇼핑백에서 보온병을 꺼낸다. 그리곤 보온병 속의 걸죽한 생식을 따라 건낸다.)
국 뭐예요?
시연 몸에 좋은 거래요. 나두 정확히는 몰라요. 곡물 뭐 그런거 섞은 거래요.
국 (한번에 마신다.) 시연씨두 먹어요. (입술에 희뿌연 즙이 묻었다.)
시연 입술에 묻었다. (그러더니 재빨리 제 소매 끝으로 국의 입술을 닦는다.)
국 아, 옷 버려요. (재빨리 시연의 소매끝을 자신의 손으로 턴다.)
시연 (미소)
국 고만 좀 웃지? 멍청해 보이는데?
시연 (계속 웃으며) 나, 멍청해요. 알면서...
국 ...(픽 웃는다. 그러다 생각난 듯) 오디션은 어뜩케 됐어요?
시연 (갑자기 기분 팍 상한다.) 아이씨, 김새게... (그리곤 바로) 떨어졌어요. 당연한 거 아닌가?
국 (시연을 보며) 뭐가 당연해요? 연습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
시연 (인상을 쓰며 고개를 돌린다.) 아으, 귀찮어.
국 (버럭) 귀찮구 아니구의 문제가 아니지, 이 사람아. 시험을 보러 가는 사람이 붙어야 정상이지, 떨어지는게 당연하단 말이 나오나? 아, 답답해, 진짜.
시연 (버럭) 아, 사투리 연습은 안했잖아요.
국 사투리요?
시연 (주머니에서 구겨진 낱장 대본을 들이민다.)
국 (대본을 본다. 혼자서 중얼대며 대본을 읽는다. 그리곤 시연을 본다.) 어렵네.
시연 알지두 못하면서... (그리곤 풀이 죽는다.) 뭐. 사투리는 핑계구... (그러더니 포기한 듯 발끝만 본다.) 쫑난거 같애요, 내 능력은... 회사에서 화보찍기루 했어요. (발끝으로 흙바닥을 톡톡톡 긁어댄다.)
국 (물끄러미 시연을 보다) 시연씨.
시연 (여전히 발만 보며 발장난을 한다.) 네.
국 이재복 알죠?
시연 (놀라며 국을 본다.)
국 그 사람 얘기 해줄께요. ...그 사람은, 꼭 시연씨 같앴어요.
시연 ...(긴장한다.)
국 정말... 완전 바닥. ...가능성 빵프로. ...제대루 배운 나보다, 당연히 허점이 많아요. 근데, 제대루 배운 나보다... 빛이 났어요.
시연 ...
국 ...어떤 경호학 책에두 없는 거... 그걸 가졌으니까.
시연 ...(어렵게) 그게... 뭔데요?
국 감동이요.
시연 ...
국 기술루 경호를 하는게 아니라, 진심으루 사람을 보호하는 거. ...난 그걸 봤어요. ...내가, 그래서... 그 사람을 참... 좋아해요.
시연 ...(회한에 젖듯 눈을 내리며 다시 자신의 발장난을 한다.)
국 (시연의 발끝을 바라본다.) 그리구.... 시연씨한테서두 봤어요. ...대본 연습 할때요. 진심으루 그 역할을 존중하는 거. 자기가 이해 못해두, 존중하는 거... ....시연씨두, 그렇게 빛날거예요.
시연 (눈물이 글썽인다.) ...국씨가... 내 에로를 못봐서 그래요. 존중은 지랄...
국 (대뜸) 봤어요.
시연 (놀라서 국을 본다.)
국 (시연을 본다.)
시연 (눈물이 난다. 그리곤 어색한 듯 손가락으로 머리를 긁적인다. 눈물이 자꾸만 난다.) 그걸 왜 봐요? 쪽팔리게?
국 ...난... ...그것마저두 감동이었어요. 난... (어렵게) 시연씨가 좋아요.
시연 (국에게 와락 안긴다. 그리곤 엉엉 소리내서 운다.)
따스하게 시연을 안아 주는 국.
시연, 세상이 무너지듯 국의 품에 안겨 운다.
따스한 둘의 모습 위로 밤하늘의 별이 반짝인다. Tilt up.
22. 재복의 시골집 마당INS (밤)
Tilt down.
시골마을의 별빛 하늘 밑에 재복이 묶고 있는 시골집 마당.
마당 한켠에 재복의 스쿠터가 있다.
툇마루 앞. 댓돌 위에 올려진 신발 세 켤레.
재복, 시경, 시연부의 신발.
23. 재복의 시골집 셋방안 (밤)
한켠 탁자에 성만의 영정사진이 놓여있다. 집 나올때 훔쳐 왔나보다.
세명의 이부자리.
시연부가 옆으로 누워서 재복을 보고 있다.
재복도 시경을 팔베개 한 채 누워서 시연부를 보고 있다.
재복 그래서... 낚시간다구 뻥치구 왔어, 아부지?
시연부 응.
시경 형 만난대면 죽지이, 우리.
시연부 에이, 죽기까지야. ...(재복을 보며) 왜 이릏케 연락을 늦게 했어어?
재복 원래는 연락하면 안되는데, 아파트 보니까 아버지 심심하겠드라. 그래서, 내가 잠깐 위로나 해줄라구.
시연부 넌 어뜩케 아파트만 보구두 내맘을 아냐? 아으, 도깨비같은 놈.
재복 꽃 못따서 어뜩해?
시연부 화분으로 떼워, 기냥.
재복 어머닌 신났지?
시연부 비기 싫어 죽겠어, 기냥.
재복 아버지.
시연부 응.
재복 철 좀 들어.
시연부 ...
재복 어머니는... 아버지 무시안해.
시연부 무시해.
재복 어머니는... 기둥이 둘이야. 아버지랑 시연이. ...그래서... 두 사람 중간에 서 자기가 뽄드하구 있어. 둘이 어뜩케든 붙일라구. 아버지랑 시연이, 극과 극이잖아. 능력두 취향두... 욜라 똑똑한 여자야, 어머니. ...두 기둥 안 무너지게, 자기 개성 살려서...
시연부 ...그래두, 날 더 무시하긴 해.
재복 (버럭) 아, 그럼, 아버지가 무시당해야지, 당연히. 객관적으루다. ... 뭐 한게 있다구 무시두 안당해? 그것까진 감수해야지.
시연부 (씩 웃으며) 건 맞어.
시경 (시연부의 볼을 만지며) 내가 커서, 엄마 무시할게.
재복 (시경의 뒷통수를 때린다.) 요건, 싹수없는 말만 해.
시연부 ...재복아.
재복 응.
시연부 ...너랑 같이 살았으면 내가 참 좋을텐데...
재복 (무섭게 시연부를 본다.)
시연부 (겁먹은 눈으로) 왜그래? 무섭게?
재복 (상체를 일으킨다.) 아버지.
시연부 (따라 일으키며) 응.
재복 다신 오지마.
시연부 ...
재복 ...난 아버지 친구지, 가족 아니야, 이젠... 친구이상두 이하두 아니야. 아니, 그냥 이웃집 사람. 친한 이웃집 사람. ...거기서 그쳐.
시연부 ...
재복 대답해.
시연부 알았어.
재복 (시경에게) 너두. 이웃집 형.
시경 (풀이 죽어서) 응.
재복 ...시연이. ...화사한 봄 맞게 해줘, 아버지.
시연부 ...그래. 알았어.
재복 이젠 펭귄들 생각할 새 없어. 나, 바뻐. ...내가 생각해야 될 사람 따루 있어서 펭귄들은 안녕이야.
시연부 애인 생겼냐, 재복아?
재복 응.
시연부 ...혹시 그때, 돈까스 아가씨?
재복 응.
시연부 (재복을 물끄러미 본다.) 이쁘드라. ...괜찮다, 걔.
시경 사진 줘봐. 내가 봐줄게.
재복 ...(물끄러미 시경을 보며 그제사 깨달았다는 듯) 아, 진짜. 사진 한 장 삥쳐 올걸. ...(쓸쓸히) 그래서 더 쓸쓸했네. ...손에 잡히는 거 없이, 상상만 하니까... (시경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넌... 나이두 어린게 벌써 사랑을 아냐?
시경 내가 뭐라 그랬는데, 형?
재복 사랑은, ...손에 닿는 거라구...
시경 (어이없다는 듯 시연부를 본다.) 아빠. 나 잘래. (그리곤 눕는다.)
시연부 나두 좀 지루하다. (그리곤 눕는다.)
재복, 둘을 보며 살포시 미소짓는다.
빗소리가 들린다.
24. 재복의 시골집 마당 (아침)
스쿠터가 물에 젖어있다.
툇마루에 앉아 하늘을 보는 재복.
내리는 비.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재복.
재복 ...니 손끝에, ...닿을께, 중아야.
처마밑에서 손을 뻗는 재복.
빗줄기가 재복의 손에 닿는다.
재복의 손. C.U.
25. 부부의원-치료실 (아침)
내리는 비.
창문가에 손을 내밀고 있는 중아의 손. C.U.
재복의 빗줄기가 중아의 손에 닿는다.
미소짓는 중아.
중아 재복이 비가 내리네?
26. 판타지 (아침)
빗줄기 속에서 재복의 손끝과 중아의 손끝이 살포시 닿는다.
마치 선명한 컬러 물감이 흐르듯, 두 사람의 닿은 손끝이 영롱하다. 캡쳐.
재석E 사람들은 세상을 보기도 전에, 세상을 두려워합니다. ...아니, 세상을 보려하지 않아서, 세상을 두려워합니다.
강한 모터사이클 엔진소리.
27. 도로(낮)
비오는 도로를 달리는 재복의 스쿠터.
재복의 헬맷을 강하게 때리는 빗줄기.
28. 중아의 분만실 (낮)
중아의 얼굴이 땀으로 젓어있다.
두려움 가득한 눈망울로 비에 젖듯 얼굴을 흐르는 땀방울.
29. 도로 (낮)
퍼붓는 비의 속도로 점점 빠르게 도로를 달리는 재복의 스쿠터.
도로 위를 울리는 신생아의 울음소리.
재복의 모터소리와 중아 아기의 울음소리가 믹스된다.
재석E 작은 아기가 자기만의 세상을 떠나, 사람들의 세상에서 눈을 뜹니다. ...아기처럼... 이제, 용감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이후 모노톤...
30. 여섯 살 재복의 집 골목길 (낮)
여섯 살, 재복이 중아의 신발을 가슴에 안고 골목 전봇대에 기대어 서서 울고 있다.
너무도 구슬프게 운다.
그 앞에 재복을 안쓰럽게 마주서서 바라보는 어른 중아가 있다.
중아E 재복아.
중아가 손을 내민다.
눈물을 훔치며 중아의 손에 자신의 한손을 뻗어 잡는 여섯 살 재복.
포즈.
플레쉬. 재복관련 이전 장면들 삽입.
31. 여섯 살 시연의 집 골목길 (낮)
여섯 살 시연이 이쁜이 왕관을 머리에 얹고 드레스를 나풀대며 뛰어간다.
그러다 골목에서 넘어진다. 왕관이 바닥에 떨어지고 시연의 볼에 눈물이 어린다.
국E 시연아.
돌아보는 여섯 살 시연 앞에 어른 국이 서있고 시연을 일으켜 준다.
그리곤, 무릎 굽혀 앉아서 시연의 머리에 왕관을 씌어준다.
미소지으며 시연의 손을 잡는 국.
포즈.
플레쉬. 시연관련 이전 장면들.
32. 여섯 살 국의 집 골목길 (낮)
대문 앞 계단에 턱을 괴고 쓸쓸히 앉아있는 여섯 살 국.
검은 양복에 가슴엔 상장을 달았다.
바닥으로 눈을 내리며 손장난을 하고 있는 국.
시연E 국아.
고개들어 계단 밑을 본다.
어른 시연이 서있다.
국을 향해 걸어 올라와 그 옆에 나란히 앉는다.
그리곤 미소띈 얼굴로 국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시연을 바라보며 미소짓는 여섯 살 국.
포즈.
플레쉬, 국관련 이전 장면들.
33. 횡단보도 (낮)
(이씬을 중간중간 횡단보도와 관련된 중아씬을 플레쉬로 삽입해주세요.)
신호등 앞에 서서 길을 건너지 못한채 물끄러미 선 여섯 살 중아.
커다란 가방을 매고 한 손에 풍선을 들고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것 같다.
재복E 중아야.
뒤쪽으로 고개 돌리면 왕자님처럼 말쑥한 모습의 재복이 서 있다.
중아를 번쩍 들어안으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재복.
컬러로 전환.
재복을 보며 미소짓던 중아가 풍선을 놓친다.
재복과 중아의 시선이 하늘로 오르는 풍선을 쫓는다.
34. 아일랜드 해안 (낮)
6살 중아가 10살 피터와 함께 연을 날리며 해안 근교를 뛰어간다.
연을 날리던 피터의 연이 피터의 손에 풀려 멀리 날아간다.
피터, 연을 잡으려 뛰어가고 이내 해안 아래로 연이 떨어진다... 피터는 연을 잡으러 해안 밑까지 달려가고, 피터를 따라 뛰어가던 여섯 살 중아가 피터에서 떨어져 나와 연이 떨어졌던 지점인 해안절벽으로 다시 몸을 돌려 뛰어간다.
바다를 향해 날아가는 연.
그렇게 먼거리에서 멀리 날아가는 연이 손에 잡힐 듯 혼자 손을 뻗어 콩콩 뛰어본다.
그러다 그저 날아가 바다에 떠내려가는 조그만 연을 보며 미소짓는다.
그리곤 연에게 손을 흔든다.
그리곤 마치 이별끝에 어른이 된 듯, 무심한 표정으로 바다 멀리 수평선을 바라본다.
해안 절벽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는 여섯 살 중아의 모습이 한 장의 수채화처럼 채색된다.
재석E 세상은 바다보다 넓고... 그 속의 사람들은 바다보다 깊습니다. ...넓은 세상과 깊은 사람들을, 아픈 눈으로 바라본다.
THE END
아일랜드로의 힘든 여행 함께 해주신 시청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편안하 휴식 찾으세요.